어제의 수확물.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3/01 23:48

◈ 「유혹의 기술 2」 (벳시 프리올뢰)
전작 「유혹의 기술」이 워낙에 훌륭해서 그걸 믿고 배짱 좋게 2도 샀습니다.
이번에는 세상을 매혹했던 여자들의 이야기. 착한 여자가 천국에 가는 동안 어디에라도 쳐들어가는 나쁜 여자들의 스토리입니다.

...나쁜 남자 분석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음흉한 속마음이 있었다고는 절대 말 못....

◈ 「움베르토 에코 평전」 (다니엘 살바토레 시페르)
「푸코의 진자」를 완독한 후 '시뇨르 에코에게 시집가고 싶어' 병이 재발하여 데굴데굴 구르는 몸으로서 - S는 뼛속까지 철저한 오지콘입니다 - 시뇨르의 사상 체계에 대해서 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구입했습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좀 제껴놓읍시다)
무엇보다 표지도 근사하고, 이런 책은 흔히 찬사가 90퍼센트라 일개 빠순이로서 매우 눈이 즐겁(후략)

◈ 「문장으로 보는 유럽사」 (하마모토 다카시)
본디 좀 상징이니 문장이니 하는 놈들에게 약합니다.

◈ 「남성과 여성의 착각에 관한 잡학사전」 (카린 헤르처 & 크리스티네 볼프룸)

훌륭한 남성 애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아무런 희망도 없는 대부분의 남성과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은 몇몇 남성이 있을 뿐이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사실은 이 말에 반해서 샀습니다. (와하하하하하하)

◈ 「죽음에 관한 잡학사전」 (카트야 두벡)
방금 전에 완독. 세상엔 별 괴상한 방식으로 죽는 사람들이 드글드글합니다.

최악의 영화에게 주어지는 골든 라즈베리, 도무지 의미를 알아먹을 수 없는 바보스러운 문장에게 시상되는 리튼 상 등등 아무리 상 받기가 좋아도 가능하면 좀 피해가고 싶은 상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단연 수위라고 해야 할 상이 바로 가장 멍청하고 어이없게 죽거나 자살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다윈 상입니다. 1997년에 명예롭게도(?) 1위를 차지한 사람은 프리드리히 리스펠트라는 마흔 여섯의 동물사육사였습니다. 이 사람은 심한 변비로 고생하는 수코끼리 슈테판에게 관장약을 스물 두 통이나 투여했다가 슈테판의 배설물을 직통으로 맞고 거기에 묻혀서 숨졌다는군요.

그나저나 이 책을 들자마자 '심근경색' 항목을 펼친 S는 정말 틀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미니어처 워크의 세계(ミニチュアワークの世界)」 (코지마 다카오)
S의 오랜 꿈 중의 하나는, 1920년 에드윈 러트옌즈 경(Sir Edwin Lutyens)이 설계하여 퀸 메리에게 헌정한 현대식 왕궁의 축소 모형을 직접 구경하는 것입니다. 현재 윈저성에 전시되어 있는 이 모형은 1924년부터 대중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조지 왕조 시대의 양식인 높이 234cm, 넓이 3.7평방미터의 3층짜리 건물은 무려 150명의 장인들이 세세한 곳까지 완벽하게 제작한 것으로, 소형 모형 건축술의 기적으로 손꼽힙니다. 모든 것은 마치 진짜 집처럼 작동한다죠. 6mm밖에 안 되는 문 열쇠, 700점 이상의 그림과 수채화, 장서 200권,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은제 수도꼭지, 미니 포도주병이 즐비한 포도주 저장실, 롤스로이스를 포함한 최고의 승용차들과 정비 공장, 정원과 꽃밭... 우리가 궁전에서 보기를 기대하는 것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옛날부터 S는 미니어처라면 사족을 못 썼습니다. 인형보다도 거기에 딸린 살림살이가 더 좋았어요. 작으면 작을수록, 정교하면 정교할수록 말 그대로 환-_-장합니다. 한 번은 롯데리아에서 어린이 세트에 끼워주는 살림살이 모형이 어찌나 탐나던지 햄버거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눈 딱 감고 세트 시켜볼까 하는 생각을 약 5분간 진지하게 했을 정도입니다. (결국엔 포기했습니다. 햄버거와 콜라의 압박이 너무 심했어요 -_-;;)
자고로 미니어처 부문에서는 일본 친구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지요. 이 책은 일본의 미니어처 장인인 코지마 다카오(小島隆雄) 씨의 아트워크 모음집입니다. 책을 여는 그 즉시 대개 3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건물들의 축소판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핫도그 가게, 작은 서점, 코티지, 아이스크림 샵, 꽃가게, 과일 가게. 기막힐 정도로 작고, 황홀할 정도로 정교하며, 코지마 씨의 바짓자락을 붙들어서라도 소장하고 싶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모에해도 수작업 중에서 자신을 갖고 제대로 한다 말할 수 있는 게 손글씨와 타이핑밖에 없는 S로서는 자체 제작은 저-어 먼나라의 이야깁니다만... 아버지, 왜 제게 손재주를 물려주시지 않으셨나요?!

◈ 「세계의 특수부대(世界の特殊部隊)」 (Gakken)
꽤 오래 전부터 지름의 욕망과 두께 대 가격의 비율 사이에서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방황하다, 근 1년을 교보문고 한 구석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걸 핑계로 큰 마음 먹고 질러 버렸습니다. 구입 이유가 오로지 '최정예 전문가들의 특수 부대'라는 코드가 S의 모에심을 퍽퍽 찔러대는 무언의 오라를 방출하기 때문이라면 집필진도 통곡할 노릇이지만 어차피 이 여자, 리비도와 욕망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생물입니다. 어쩝니까, 욕망에는 충실해야죠. (「레인보우 식스」를 대뜸 질러버린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라지요...;)

그나저나 한국의 육군 특수부대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중얼중얼 불평은 많을지언정 피는 어쩔 수 없는 대한의 딸로서 상당히 뿌듯했습니다.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굴지의 특수부대'입니까. 그렇습니까. (흐뭇)



지질나게 비싼 원서가 두 권 끼여 있어서 지출이 좀 호되었으되 마음만은 뿌듯합니다.
한동안은 읽을거리 고민은 안 해도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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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tiker 2005/03/02 01:59
심근경색...설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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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x 2005/03/02 03:19
키사라 님, 또 엉뚱한 곳에 포스트 해서 죄송하지만 만약 실례가 안된다면 제 홈에 이곳으로의 링크 넣어도 괜찮을까요?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위에 있는 여러의미로 즐거운 책들과 함께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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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03/02 19:45
kritiker님 / 예, 짐작하시는 그게 맞습니다. (와하하하하;)

nyx님 / 답글 남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원하시는 대로 얼마든지 링크해 주세요 ^^ 그리고 4편 잘 읽었습니다. (<- 감동으로 주먹 쥐고 부르르 떠는 중) 이 기세로 5편을(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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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love 2005/03/03 12:00
유혹의 기술 저도 읽었어요, 2도 사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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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歌 2005/03/03 22:51
심근경색....... 역시 그것인건가요;ㅁ;
저도 얼른 이 수험생활을 끝내고 실컷 책 읽고 싶습니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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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03/04 10:51
yjlove님 / 후회는 안 하실 겁니다.

悲歌님 / 예, 그거죠 그거. (웃음) 수험 생활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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