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권함(將進酒)

내 마음의 Honey | 2005/03/03 20:23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세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君不見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귀한 집 이가 거울을 보며 백발을 서러워하는 것을,
아침에는 푸른 실과 같더니 저녁엔 눈처럼 희어졌네.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인생이란 때를 만났을 때 즐거움을 다해야 하니,
금 술잔 비운 채로 달을 맞이하게 마라.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하늘이 내게 주신 재능은 반드시 쓰일 곳이 있으니,
천금을 쓰고 나면 다시 돌아오리라.

烹羊宰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즐기세. 한 번에 삼백 잔은 마셔야 하리.

岑夫子, 丹丘生, 將進酒, 君莫停。
잠부자(岑夫子), 단구생(丹丘生), 드리는 술잔을 막지 마시게나.

與君歌一曲, 請君爲我側耳聽。
그대들에게 노래 한 곡조 들려 줄 터이니,
그대들은 나를 위해 귀를 기울여 주게.

鐘鼓饌玉不足貴, 但願長醉不願醒。
흥겨운 음악과 맛있는 음식은 귀할 게 없으나,
오직 오래도록 취해서 깨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

古來聖賢皆寂寞, 惟有飮者留其名。
예부터 성현(聖賢)들 모두 쓸쓸하셨고,
오로지 술 마시는 사람만 그 이름을 남겼다네.

陳王昔時宴平樂, 斗酒十千恣歡謔。
진왕(陳王)이 옛날 평락관(平樂觀)에서 연회를 열 때,
한 말에 만 냥 술을 마음껏 마셨다 하이.

主人何爲言少錢, 徑須沽取對君酌。
주인이 어찌 돈이 모자란다 하시는가?
당장 술을 받아 오게. 그대들과 대작하리라.

五花馬, 千金裘, 呼兒將出換美酒。
오화마(五花馬), 천금(千金)의 갖옷,
아이 불러 꺼내다가 좋은 술과 바꿔 오게.

與爾同銷萬古愁。
그대들과 더불어 만고(萬古)의 시름 녹일진저.

- 이백(李白)




S는 생각했습니다.

....이러니까 당신이 억병으로 취해서 달 잡겠다고 허부적대다 물에 빠져 죽지. -_-


"그건 호사가들의 뒷다마잖아요. 실제론 엄청 평범하게 병사했다며?"
"아서라, 삼국지 읽을 때 정사 일일이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이태백 같은 걸물이 침대에 누워 승천했다면 그게 무슨 재미야!"
"역사에 재미와 스릴만을 구하지 말아달라구요."
"시꺼. 어쨌든 희대의 예술가는 인생의 막도 화려하게! 로맨틱하게!! 화끈하게 쿠악!!!"
"남의 비극은 멋지고 근사하죠, 암은."


비극적인 인생은 로맨틱해, 남의 일일 때만(A tragic life is romantic, when it happens to somebody else).
샐리 브라운의 촌철살인의 한 마디는 여전히 진리입니다.


P.S. 그러나 정작 S 본인은 소주 반 잔으로도 두드러기가 돋는 지독한 알콜 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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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歌 2005/03/04 00:15
여전히 키사라님의 글은 재미습니다. 알코올이라.... 아직 실컷 마셔본 기억은 없습니다만.. 그렇게까지 약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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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03/04 10:56
悲歌님 / 개인적으로 두보보다는 이백에 끌립니다만, 술 마시는 재미만은 평생 모르고 넘어갈 것 같아 좀 아쉽달지 살았다는 기분이 든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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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tiker 2005/03/07 00:13
양귀비전(...)에서는 황제가의 공주와 불륜관계였다 카더라, 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뭔가 참 야시시하면서도 가슴이 저리게 아팠던 건, 역시 그놈의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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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03/07 23:31
kritiker님 / 워낙 이백이 평생을 낭만적으로 살았으니 별별 야사가 다 나도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만 (웃음) 전 솔직히 진심으로 그이가 달 잡으러 물 속에 들어갔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답잖아요,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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