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여 호랑이여.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3/13 18:34

한 줄 감상 : 몽테 크리스토 백작 SF판이라는 말에 속지 않고, 또 백작님과 같은 미중년의 화신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


그런데 백작님이 빠지신 몽테 크리스토 백작의 가치는!?


"없죠."
"그게 문제야!!"


아니, 재미는 있습니다 재미는.
다만,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더니 댄디하신 백작님이 없는 것이 감점 요인. (그럼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라고 하들 말던가!)
주인공의 매력이 어째 좀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감점 요인. (처음에 인상을 너무 망친 데다, 보가 호에 대한 복수심으로 빠릿빠릿해진 광경을 볼작시니 드는 생각이라고는 '그럼 지난 5개월간은 대체 뭘 했더냐 인간아 -_-' 뿐;)
주인공의 변화가 자못 괴물변심급이라는 것도 감점 요인.

그래도 막판의 타이포그래피는 압권이었습니다.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2년 전쯤 한밤중에 지독하게 angst한 어느 세이야 팬픽을 넋 놓고 탐독하다 예고도 없이 시커먼 배경에 폰트 7짜리 시뻘건 글자로 찢어지는 비명만 넉 페이지 분량을 널어놓는 테러를 당하고 정신이 반 나가버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와 흡사하게 읽다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영상으로 재해석될지 걱정되면서도 굉장히 기대됩니다.


아무튼 「암굴왕」의 원작은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어서 다행이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어차피 헐리우드에서 돈 발라가며 여얼심히 화면에 옮기고 있을 거, 포일을 한 개 더 보느니 세상에 훌륭한 미중년을 하나 더 안겨주는 편이 S로서는 훨-씬 기쁘고 말이죠.


P.S. 어디까지나 뼛속까지 오지콘 근성으로 떡칠된 여자의 개인적 감상입니다. (필살 발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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