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Dangerous To Get Near.

Road to Infinity/끝없는 주절주절 | 2006/03/16 11:27

동아 TV에서 일요일 낮에 방영하는 FRIENDS를 보다 실로 오랜만에 히트 업. 그간 눈물 섞인 미국적 감상은 끼여들 여지도 없는 차갑고 냉정하고 가차없고 심지어 잔인무도하기까지 한 Damn British들의 코미디에 부대끼고 침 좔좔 흘리며 열광하느라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지만 아무리 내가 비딱한 감성에 모에모에한다 한들 총 에피소드 내내 귀엽게 마구 재롱 떨며 잠시 한시름 잊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볼 때 FRIENDS는 여전히 달라붙어 시간 보낼 가치가 충분하다. 엄청 유치하고 바람 불면 날아갈 듯이 가볍고 더럽게 감상적이고 대박 짜증나는 부분도 많지만 오옷 싶은 대목도 꽤 있고, 특히 챈들러와 모니카가 사귀기 시작한 5시즌부터는 실로 러블리하기가 그지 없어서 모든 단점이 기냥 잊혀짐.

(하지만 역시 피날레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실망한 정도가 아니라 로스와 레이첼이 재결합했다는 소릴 듣고 10시즌은 아예 때려치우기로 결심했음. 이놈들 1시즌부터 그 지랄을 해놓고 이제 와서 다시 시작하겠단 말이냐! [헤어졌다 만났다 헤어졌다 도로 붙었다 반복하는 거 절라 싫어함;] 결국 친아빠랑 결혼하는 게 최고란 말이냐 이런 빌어먹을!! 개인적으로 난 레이첼이 조이한테 가 주길 바랬다. 임산부를 서투르게나마 열심히 돌봐주다 정말로 그녀의 남편이자 아기의 아빠가 되고 싶어서 레이첼에게 용기내어 청혼하는 조이는 기특하고 그 철딱서니 없는 친구가 이제까지 저지른 온갖 철딱서니 없는 행동을 몽땅 뒤집어엎고도 남는 위력이 있었다. 진짜 엄청 좋잖아,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의 아이에게 아빠로서 사랑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거. 그런데 결과는 로스라니, 아아아아악!!! 레이첼이 진심으로 아까움. 누가 뭐래도 난 절대 10시즌은 안 볼 테다 뉀장)
(나도 저어기 미국 고등학교에 던져놓으면 기크 아니면 끽해봤자 너드인 처지에 로스한테 심한 소리 하긴 싫은데, 로스를 보고 있으면 기크가 틴에이저식 계급의 맨 밑바닥인 이유가 열라 이해가려 한다; 풍문으로 듣자하니 현지에서도 겔러 남매의 인기도는 최하위라던가 어쨌다던가;)

흠흠, 우선 진정하고.
하여간 오늘의 관건은 6시즌의 아마도 열세 번째 에피소드인데, 무려 리즈 위더스푼(!)이 레이첼의 동생 질로 나와 로스를 두고 레이첼과 대립하는 이야기라서 다른 의미로도 이펙트가 장난 아니게 컸지만 로스가 누가 데이트하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설령 상대가 위더스푼이라 해도) 나는 모니카와 챈들러 파트가 훨씬 즐겁고 재미있었다.
자, 모니카가 독감에 걸렸다. 아프면 누워서 얌전히 잠이나 잘 것이지 이 여자 자기가 멀쩡하다는 걸 입증하겠답시고 쿨럭쿨럭콜록콜록에취훌쩍크흥푸르릉하는 주제에 옷 벗어부치고 온갖 수는 다 써 가며 챈들러를 열심히 여어어어어어얼심히 유혹하는데, 아무리 모니카가 좋아도 차마 독감 환자랑 이렇고 저렇고 그런 짓 할 수 없는 챈들러는 울면서(...) 죽어라고 도망다닌다. 결국엔 모니카의 책략에 홀랑 넘어가 버리긴 하지만 그 순간까진 양심에 걸고 허둥버둥 도망다닌다. ....귀여웠다!!! >_<
(아쉽게도 나쁜 짓; 하다 독감 옳은 챈들러가 골골하는 후일담은 없었다)

[모니카와 챈들러의 아파트. 챈들러는 책을 보다 소파에서 곯아떨어졌다. 모니카가 침실에서 큰 소리로 챈들러를 불러 깨운다]
모니카 : (꽉 잠긴 목소리로) 챈들러!
챈들러 : 응, 왜 그래 자기야? 차 마실래? 수프야? (소파에서 일어나 침실로 간다. 로브를 입은 모니카가 유혹적인 포즈로 침대에 누워 있다. 하여간 유혹적으로 보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챈들러가 들어오자 다리에서 로브를 걷어올린다) 우어어어어어!!! ;;;;
모니카 : (최대한 섹쉬-하게) 닥터 빅, 닥터 빅, 침대로 와주세요♡
챈들러 : 맙소사 자기야, 난, 나는 자기가 자는 줄 알았어!
모니카 : 챈들러가 옆방에 있는데 내가 어떻게 잠을 청할까?
챈들러 : 난 잤어. (모니카, 로브를 벗다가 덜덜 떨기 시작한다) 오 하느님! 안돼, 안돼 자기야! 뭐가 제일 섹시하게? 옷을 껴입은 여자야. 두툼한 옷은 섹시해. 담요도 섹시해. 그 그리고 맞다! 뜨거운 물병도 섹시해!
모니카 : 그만 뻗대고 들어와! 내가 아프지 않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니까! 지금 기분이 최고로 근사해. 같이 즐기잔 말야! (재채기)
챈들러 : 부탁인데 제발 잠이나 자세요!!!
모니카 : 난 멀쩡해! (훌쩍훌쩍쿨럭쿨럭콜록엣취푸엣취)


우어어어 미치겠네. 내가 이래서 챈들러를 제일 좋아하지 >_< 여담이지만 5시즌 어디선가 댑다 쭈볏거리며 "우리, 싸웠으니까 이제 끝나는 거야?" 라고 모니카에게 조심조심 물어보는 챈들러도 절라 귀여웠음. 젠장 언년은 복도 많다 저런 남자 데리고 살 수 있어서!!

그런데 FRIENDS 얘길 하면서 왜 카테고리는 무한영속트랩으로의 길(...)인가 하면, 요즘 인생 자체가 네타 인생인 S는 저 꼴을 보자마자 고대로 들어다 K/H에 대입하면 무지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 버렸던 것이다;;;;

"카가 씨."
"안돼."
"카가 씨~~"
"안돼 안돼 콧소리로 칭얼대도 안되는 건 절대 안돼!"
"우... 뭐예요, 평소엔 싫다고 발악해도 못 들은 척하고 막 일 치르더니, 멍석 깔아주니까 또 안 하고 말야. 설마 레이프가 취미?"
"이 자식이 정말 죽고 싶나. 지금 니 상태가 어떤지 알기나 해!? 감기 콱 들어 골골대는 주제에 하자고 졸라대는 넌 정상이냐!"
"감기라뇨, 전 너무너무 멀쩡해요! 지금 당장 입증해 보일게요. 자 이리 오세,"
"그~러~니~까! 유혹을 하려거든 몸이 멀쩡할 때 하란 말이다!! 그럼 내가 미쳤다고 뻗대겠냐. 너 지금 나더러 환자를 강간하라고!?"
"이렇게 사전에 상대의 동의를 얻은 경우엔 강간이 아니라 화간이라고 한답니다. 오히려 평상시 쪽이 더 레이프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전 환자 아니에요!"
"닥치고 잠이나 자!!!"
"싫어요─!"


....카가 씨의 양심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다. (나름대로 진지)

이런 광경을 망상하며 얼마 남지도 않은 사회적 체면마저 심히 위협하는 얼굴로 히죽대던 것까진 아주 좋았는데, 어제 드디어 도착한 10권짜리에 낑겨 있는 MAKE ROUGH 시리즈를 보다가 확 벼락 맞았음. 크래쉬하고 2017년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대박 다쳐서 진통제 안 맞으면 잠도 못 잘 만큼 아픈 주제에 카가 씨가 옆에 있는데 잠이나 잘까 보냐 頑張って誘っちゃおー!의 하야토와 멀쩡할 때도 안 할 부비부비 공세의 폭풍 앞에 진땀 흘려가며 환자는 잠이나 자라고 버럭대는 카가 씨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지 않은가. 이런 젠장 후지무라 유카리에게 선수를 뺏겼다!!! OTL

아니, 어차피 세상에 신선하고 정말로 새로운 네타 따윈 없고 동인녀의 욕망은 거기서 거기요 오십보백보고 도토리키재기고 저어기 하늘 어딘가엔 동인권이 존재하여 만국의 동인녀 유전자 타고난 이에게 공통된 욕구를 송신하고 있음을 내 모르진 않지만... 이 타이밍에 이 싱크로는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심장에 안 좋아도 정도가 있지 OTZ

에라이 열받은 김에 저 소재로 진짜 한 편 써버릴까 보다. 흥. 쳇. 칫. 핏. (<-괜히 비뚤어지고 있음)


그나저나 앵스트를 하려 하면 호노보노논실난실 네타만 미친듯이 떠오르고 호노보노를 하고 있으면 앵스트가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니 이건 정말로 단독무한영속트랩!? 난 개미지옥에 빠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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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령 2006/03/16 14:55
아ㅓ마ㅣ어;ㅇㄹ-!!!!!!!!!! 와하하하 어떡합니까;ㅁ; 챈들러라는 사람 정말 너무 귀엽잖아요오오!!!8ㅁ8 랄까 그 프로그램은 접할 기회가 좀 심하게(...)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뻗대면서 죽어도 안보려고 했는데-_-;; 결국은 봐야겠습니다; 아아 너무 귀여워요오오오;ㅁ;

...그런 상황에 처한 카가씨도 엄청 귀여울 것 같고 말입니다...후후...후후후...(사악한 오오라) 써주세요 KISARA님, 써주세요 써주세요 써주세요-!+_+ 양심(...)에 어긋나는 짓은 할 수가 없어서 삽질하고 있는 카가씨가 왜 이리 땡기는지 모르겠습니다(사악한 미소) 써주신다면 전 그저 엎드려 따라가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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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3/20 09:07
저는 항상 챈들러가 귀엽게 나오길 기대하며 FRIENDS를 보고 있습니다 (웃음) 보세요 보세요. 모니카와 러브러브하는 5시즌부터는 강추천입니다. 어제 동아 TV에서 한 8시즌에서도 무지무지 귀여웠는걸요 >_<

.......SS 쪽은...노, 노력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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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령 2006/03/16 14:57
...그나저나 너드가 나쁜 것이었던겝니까!!!;ㅁ; 그럼 여기서 늘상 너드라고 불리는 저는...아니 친구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욕을 하고 있었던 겁니...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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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3/20 09:06
그, 그래도 틴에이저 계급의 최하층인 기크보다는 낫...!
농담이고요, 세상물정은 모르지만 머리는 비상한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으니 그다지 욕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와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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