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맛 들였다니까요;;; (그렇다 해도 세이야 카테고리 첫 포스팅이 이거라니;)
부연하자면, S는 뼛속까지 푹 박힌 골수 황금 팬입니다. 에피소드 G도 꼬박꼬박 사 모으는 - 오히려 열광하는 - 지독한 황금 팬입니다. 좀 식었다 싶으면 발작적으로 ‘골드 세인트란 어째서 이놈도 저놈도 다 사랑스러운 거냐! 뷁!!!’ 병이 도지는 병적인 황금 팬입니다.
그리고 황금은 전원이 바보라고 마음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모해 마지않는 카가 나쯔야 상께서 S의 쨍알대는 리퀘를 받아들여 하사하여 주신 알흠다운 사이비 부처 VS 뱃속 검은 안드로메다, 혹은 로스+사가의 개그로 세이야 포스팅의 막을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황금+카논+시온 님의 팬으로서 역시 시작은 올캐러가 좋으리라 마음을 굳혔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sam님과 나가라 아야 상, 시키부 다카시 상과 나란히 세이야 개그계의 다크호스 4연성을 이루는 칠전팔기(七転八起)의 사쿠라 아키토(佐倉あきと) 상이 쓰신 황금 올캐러 개그 「광란! 질풍노도의 재회극(狂乱!疾風怒濤の再会劇)」입니다. 어차피 죄 짓는 건 똑같은데 왜 개그의 여신 에도여자 님이 아니냐 하면 에도여자 님은 태그남발신기를 가지고 계신고로 원문을 그대로 살리기가 되게 귀찮 범인으로서 차마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배 째고 등 따고 장 꺼내 줄넘기(후략)
늘 하는 말이지만 퍼 가시면 7대까지 저주 내립니다. 문제 되면 냉큼 문질러 지우겠습니다.
너무 길어서 둘로 잘랐습니다.
브론즈 세인트를 엘리시온으로 보내기 위해, 골드 세인트 12명은 목숨을 걸고 <통곡의 벽>에 도전, 생명과 맞바꿔 벽을 파괴하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다발로 귀신 명부에 이름을 올린 그들의 혼은, 저 세상에서 재회의 기쁨을 누린다……
도코「기다렸느냐, 오랜 벗 시온이여」
시온「드디어 왔구나, 도코여」
도코「지상에서는 느긋하게 말을 붙여 볼 틈조차 없었지. 자네와 무릎을 맞대고 나누어 마땅한 이야깃거리가 허다하이. 몇날 며칠을 해도 모자랄 것이야」
죽마고우의 모습을 발견한 도코는, 웃는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243년의 오랜 세월 끝에 다시 만난 친구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산더미처럼 많았다.
시온「나 역시, 쌓이고 쌓인 원한이 많느니」
도코「이것 참, 시작부터 살이 떨리게 불온하구먼. 홋홋홋」
보기에는 탱탱하지만 실제로는 경이적으로 나이를 먹은 두 노인은 명랑하게 웃었다.
시온「도코여, 13년 전 내가 암살당했을 때, 어째서 꼼짝 않고 침묵만을 지킨 거냐?」
입가에는 미소를 띄우고 있으나, 시온의 눈빛은 진지했다.
도코「오? 난 또 무어라고. 사소한 문제가 아닌가. 잊어버리게」
도코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나 시온의 표정은 반대로 험악해진다.
시온「사소하다고? 사건의 진상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던 네가 무언가 행동을 보였던들, 내 망골(亡骨)이 10년도 넘게 한데 방치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야」
도코「나 역시 하데스 군을 감시하는 중역(重役)을 맡은 몸, 오로봉을 뜰 수 없었네. 도리가 없으이」
시온「자리는 떠나지 못해도, 입은 멀쩡히 붙어 있는 것을. 말 한 번을 하기가 그리도 힘들었더냐?」
도코「평지풍파를 일으켜서 좋을 일이 무에가 있나. 그 무렵에는, 골드 세인트라 하더라도 아직 여리고 작은 아이들, 끔찍한 비극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유소(幼少)하였네. 아테나께서는 무사히 존명하셨고, 비명횡사한 자네와 아이올로스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겠으나, 나 하나 눈을 감으면, 성역의 평온이 지켜지는 것. 내가 당시 어떤 심정으로 침묵을 지켰는지, 자네가 어이 알꼬……」
시온「알 성 싶으냐 이 썩어빠진 영감탱이가! 네놈이야말로 10년 이상 노천서 굴러다닌 내 심정을 추량(推量)할 수 있거든 어디 해 보거라! 보나마나 '성가시게 됐구먼~' 어쩌고 나불대다 좌선을 빙자해 낮잠에 곯아떨어졌을 터!! 뻔할 뻔자다!」
정곡을 찔린 도코는 질까 보냐고 목소리부터 높였다.
도코「에에이, 종알종알 말이 많다! 따지고 보면 자네가 은거 생활에 몸이 바짝 달아 선양을 서두른 데서 이 모든 사태가 발생했음을!! 어느 천지에 대가리의 피도 채 안 마른 열 네댓 애송이에게 교황의 중책을 떠넘기려 드는 머저리가 있단 말이냐!! 망령난 노친네!!」
시온「뭣이! 자력으로 200년 이상 살아남기가 얼마나 뼈 빠지는 노릇인지 무엇 하나 모르는 주제에 나불나불 잘도 지껄이는구나!! 이제 그만 은퇴하고 싶어 좀이 쑤실지언정 어느 누가 나를 탓할 수 있으리!? 하물며 오로봉에서 절반쯤 노망 든 늙다리로 타락해 은거 라이프나 엔조이하던 네가 무슨 자격으로!」
도코「그쪽이야말로 입만 살아서! 늙은 몸에 채찍질을 해 가며 두 번째로 성전에 참여한 나와는 달리, 자네가 한 일이 도대체 뭔가? 의미도 없이 같은 골드 세인트가 피 터지게 싸우도록 조장해, 귀중하고 귀중한 전력을 키워주어도 아쉬울 판에 오히려 홀라당 깎아먹은 것이 전부!! 그 머리는 장식품으로 얹어놓은 겐가, 생각이 없어도 정도가 있지!!」
시온「그것은 아테나께 크로스의 건을 아뢰기 위한,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고육계였느니!」
도코「어거지로 십이궁을 돌파하려 들지 말고, 선두의 백양궁을 지키는 므우에게 '아테나의 크로스라는 물건이 신전에 있나니 요러조러해야만 하나니나니라' 며 한 마디만 해 주면 1분에 끝날 일을!!」
시온「닥쳐라! 참아주려 했건만 그 나대는 꼴, 더는 두고 보지 못하겠다! 죽어라 도코!! 스타더스트 레볼루션!!!!」
도코「어리석은! 그리도 소멸을 원하느냐 시온!!! 노산백룡패――!!!!」
혈기가 끓다 못해 넘치는 노인들은, 재회하고 3분 만에 천일전쟁에 돌입했다.
그 한편으로는, 역시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골드 세인트들이 옛정을 나누는 광경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었다.
아이올리아「형! 아이올로스 형!!」
아이올로스「오오, 아이올리아!!」
쪼갠 사과 반쪽처럼 꼭 닮은 아이올로스와 아이올리아 형제는, 13년만의 감동적인 재회를 한껏 만끽하는 참이었다.
본래는 일곱 살 터울의 형제이다. 그러나, 형이 사망할 당시의 연령을 몇 년 전에 추월한 아이올리아는, 징그러울 만큼 형과 꼭 닮은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요절한 아이올로스는, 상당히 겉늙은 타입이었다. 따라서, 죽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인 형과 성장한 동생이 나란히 서 있는 광경이란, 클론 인간으로 오해를 사도 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이올리아「형, 나는 형에게 머리 숙여 사죄부터 해야 해. 난 형에게 씌워진 역적의 오명을 벗기려 하기는커녕, 곧이곧대로 믿고 형의 동생인 것을 줄곧 수치로 여겼어. 심지어는 형만 미친 짓을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는 둥, 형만 없었으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둥, 13년 동안 계속 원망만 하다니, 난 바보였어! 동생으로서 부끄럽도록 실격이야! 용서해 줘 형!!」
눈물을 흘리면서도 한 점의 거짓도 없는 심정을 토로하며 용서를 비는 동생에게, 아이올로스는 옛날 그대로 서글서글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아이올로스「이제 됐어, 아이올리아. 예전부터 네가 뭐든지 그닥 깊이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지. 성격이 성격이니, 누군가 지적해 줄 때까지 곧 죽어도 진상을 눈치 채지 못하리라고 진작에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만 됐어. 애초에 네가 그러기를 기대한 적도 없었는걸」
아이올리아「혀……형……?」
한순간 안면 경련을 일으킨 아이올리아였으나, 황급히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이올리아「내……내가 조금만 더 형을 신뢰했더라면……! 태평하고 어벙하고 덜렁대는 형이 아테나 모살 따위 겉멋 들린 짓에 착안할 수 있을 리도 없다는 건,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일이었는데……!! 나는 형에 대해서 무엇 하나 이해하지 못했어, 미안해!!」
아이올로스「괜찮다, 아이올리아. 처음부터 너에겐 아무 것도 기대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별달리 실망할 일도 없었어. 자아, 눈물부터 닦아야지」
아이올리아「형……」
감격이 극에 달한 형제는 눈물을 쏟으며 상대방을 와락 끌어안았다. 근육이 실하게 붙은 청년들이 눈물을 지으며 포옹하는 모습은, 감동의 정도를 넘어서 후덥지근하기까지 하다.
미로「어이어이, 저 녀석들 진짜로 기뻐하긴 하는 거야? 이래서야 서로 기를 쓰고 속을 북북 긁어대는 꼴밖에 더 되느냐고」
므우「글쎄요, 아이올리아의 심정까지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아이올로스는 진심으로 재회를 반기고 있을 겁니다」
미로「저래놓고? 못 믿겠어」
알데바란「으음, 기억이 희미해서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이올로스는 본디 저런 성격이었던가?」
므우「제가 기억하는 한 항상 저랬습니다. 통이 크고 표리(表裏)가 없는 좋은 사람이긴 했는데, 그만큼 섬세한 마음씀씀이는 턱없이 모자랐었죠」
처음으로 대면했던 날, 므우의 눈썹을 보자마자 아이올로스는 「먼지가 묻었어」라면서 진짜로 그걸 닦아내려고 했었더랬다. 사가가 지적해 줄 때까지, 「좀처럼 지워지질 않는걸」이라며 격심하게 진지한 얼굴로 눈썹을 북북 문지르고 또 문질러대던 그의 모습에서, 아이올로스라는 인간의 됨됨이가 어떤지를, 어린 마음에도 톡톡히 이해한 므우였다.
알데바란「그야, 악의가 없는 줄은 이해하지만, 조금쯤은 말을 가려서 하는 게……듣는 이쪽이 다 심장이 벌렁거리니 원」
카뮤「무얼, 장본인들은 딱히 신경을 쓰는 눈치도 아닌데, 나쁠 것은 없지 않나」
알데바란「그렇지도 않아. 아이올리아는 꽤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모양이니까……」
미로「의외다……」
너무 어려서 미처 알지 못했는지, 까먹고 있었는지는 불명이나, 13년 만에 아이올로스의 천연도가 지나쳐 통렬하기까지 한 성격을 목격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빠져드는 미로였다.
사가는 무리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전과가 있는 그로서는, 어쩐지 주눅이 들어 그 틈에 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슈라가 말을 걸어주려 한 찰나에, 머나먼 지평선에서 무서운 기세로 돌격해 오는 그림자가 하나.
카논「사가아아아아아아앗!!!!!」
우렁찬 고함을 내지르며 사가를 목표로 맹렬하게 돌진해 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쌍둥이 동생.
골드 세인트가 통곡의 벽 앞에서 전멸하기 직전, 그도 호적수 라다만티스와 동귀어진으로 장렬하게 폭사했다.
사가「카논!?」
데스마스크「응? 누구냐 쟨? 사가 판박이일세!?」
므우「아아, 사가의 쌍둥이 동생이자, 자칭 악의 마음 외엔 갖고 있지 않다는 카논입니다」
데스「악의 마음밖에 없어? 흑 사가랑 비슷하잖아 그거. 사가 하나만 갖고도 골치 아파 죽겠는데, 똑같은 종자가 또 한 마리 등장. 골 때리는군」
아프로디테「호오, 이중인격인가 싶으면, 이번에는 쌍둥이. 사가도 재주가 많은걸」
슈라「그건 재주가 아니야……」
로스리아 형제 마냥 재회를 마음껏 기뻐하는가 싶더니만, 카논은 눈에 불을 켜고 형을 매도 온 퍼레이드다.
카논「사가 이 자식, 절대로 용서 못해!! 적진 한가운데서 힘들게 싸우고 있는 사람의 골드 크로스를 니 맘대로 벗겨갔겠다! 기가 막혀서, 명색이 친형이란 놈이 할 짓이냐!?」
분노를 불태우며 달려든 카논은, 사가에게 혼신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연타했다.
카논「네놈이 설치는 통에 라다만티스 따위 잔챙이와 동반 자살하는 꼴이 됐다! 난 좀 더 살아볼 생각이었는데!」
사가「입 닥쳐라! 골드 크로스를 회수함으로써, 나는 네게 살아남을 기회를 부여한 거다」
온힘을 다한 카논의 필살 펀치를 가뿐히 회피하고, 사가도 질세라 고함을 질렀다.
카논「기회는 무슨 얼어죽을 기회냐!」
명계의 한복판에서, 제미니의 크로스를 원래의 주인인 사가에게 빼앗겨, 카논은 알몸이나 다름없는 꼴로 숙적 라다만티스와 격투를 벌이는 지경에 몰렸던 것이다.
골드 크로스만 있었으면, 카논이 끝까지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사가의 견해는 달랐다.
사가「내가 그 순간에 제미니의 골드 크로스를 소환하지 않았던들, 너는 『통곡의 벽』 파괴에 가담해야만 했을 것이고, 어쩔 수도 없이 목숨을 잃었겠지. 차라리 라다만티스와 싸우는 편이 생존할 확률은 훨씬 높았다. 아직도 형의 배려를 이해 못하겠느냐!」
카논「배려 좋아하시네! 순 궤변이다 궤변!!」
사가「그랬건만, 그랬건만 너란 놈은 기껏 라다만티스를 상대로 크로스 카운터……! 부끄러운 줄을 알아라!」
카논「이게, 듣자듣자 하니까!!!!」
격노한 카논의 일격을 간단히 피하고, 사가는 거꾸로 동생에게 묵직한 보디 블로우를 먹였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타격을 입은 카논이 신음 소리를 올린다. 배를 감싸듯이 상반신을 꺾은 카논의 뒤통수에, 사가는 즉각 예리한 엘보 블로우를 꽂아 박고, 헛발을 디딘 틈에 무릎차기 일격을 찔러 넣었다.
사정없이 친동생을 두들겨 패는 사가 앞에서, 구경꾼 일동은 아연함을 감추지 못했다.
카뮤「장절하군, 형제 싸움」
데스「그건 좋은데,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므우「보나마나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쪽이 카논이겠죠」
아프로「약하군」
알데바란「사가도 인정사정없는걸. 괜찮은 거냐, 어이……」
미로「다들, 손 빨며 구경이나 할 때냐! 사가를 말리지 않으면 카논이 맞아죽겠어!!」
샤카「여기가 저승이고 우리는 이미 죽어 한 줌 재가 된 처지. 무얼 허둥대고 있나」
미로「웃, 하긴 그렇지만, 그게 아니잖아 박정한 놈들!!」
카뮤「미로, 하는 말이 지리멸렬하다」
므우「무얼, 마땅찮다고는 하나 카논 또한 골드 세인트,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아이올리아「응? 카논은 마리너가 아니었나?」
미로「바보 같긴! 카논은 과거의 죄를 참회하고, 이제는 훌륭한 제미니의 골드 세인트가 되었어! 아테나께서도 인정하신 일이다!」
카논을 강렬한 어퍼컷으로 녹다운시키고, 사가는 대뜸 필살기 포즈를 잡았다.
사가가 작정하고 갤럭시안 익스플로전을 발동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카논의 얼굴이 단숨에 시퍼렇게 질렸다.
카논「친동생을 또 골로 보내 버릴 작정이냐아아아악!?」
사가「그 왜곡률 무한대의 근성을 형님이 몸소 수정해 주마, 카논!!」
카논「근성을 고쳐야 할 건 오히려 네 쪽……우오오오오오오오오!!!!!!!」
카운터 어택은 불발로 끝나고, 형의 필살기에 직격당한 카논이 절규하며 기세 좋게 날려가 처박혔다.
역시 동생이 상대인지라 사가도 다소는 힘을 조절한 듯, GE를 정통으로 맞고도 별이 부서져 흩어지는 일은 없이, 카논은 동공을 허옇게 드러내고 큰 대자로 뻐드러져 있었다. 거품을 물고 혼절한 동생에게 황급히 달려간 사가는, 카논을 안아 일으켰다.
사가「카논, 카논 정신 차려라! 살아 있는 거겠지!?」
아프로「……제 손으로 복날 개 패듯 패 놓고, 그런 식으로 나오기냐」
데스마스크「만담이 따로 없구먼」
사가「카논, 어째서 죽어버렸나! 너를 구하려고 애쓴 내 피땀 어린 노력을 쓸모없게 하다니! 이런 곳에서 재회한들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단 말이다!」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고 기절한 카논을 덜컥덜컥 흔들어대는 사가의 눈에서는 눈물이 끝없이 용솟음친다.
<통곡의 벽>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골드 크로스 12체와 그 주인인 골드 세인트가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거기에 가세하면, 끝내는 파괴 때의 어마어마한 에너지에 말려들어, 십에 팔구는 죽음을 면할 수 없다.
본디라면 제미니의 골드 크로스를 계승한 카논이 참가했어야 하지만, 사가는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을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가는 동생에게서 크로스를 강탈해, 스스로 통곡의 벽의 파괴에 나선 것이다. 맨 몸으로 라다만티스와 싸우게 될지언정, 카논의 힘이라면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그렇게 믿었는데.
허나 실제로는, 카논은 더할 나위 없이 죽어 있었다.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사가「지은 죄를 참회하고, 아테나의 세인트로서 새로이 출발하려던 게 아니었나!!!」
혼자 알아서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사가는 끓도록 내버려두고, 일동은 사정권 바깥까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사가「네가 나를 대신하여 쌍아궁을 지키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가슴이 터지도록 기뻤는지, 알고는 있나!? 알기나 하는 거냐, 카논!!!」
눈을 까뒤집고 뻗은 동생을 품안에 쓸어안고, 뼈가 으드드득 비명을 올리도록 부서져라 끌어안으며 사가는 울고 있었다.
데스마스크「뭔 수로 알라고……?」
므우「저렇게 보여도 사가는 무척 동생을 아끼는 모양입니다. 일단은. 그 나름대로 동생의 안전을 염려했던 것이겠지요, 나름대로는」
슈라「분명, 성전 당시에도 쌍아궁에서 개심한 동생을 발견하고 몹시 감동하더라만……. 그렇지만, 무슨 애정 표현이 저 따위일 수가……」
알데바란「동생이 귀여우면, 솔직히 그렇다 말하고 껴안아 주면 좋을 텐데. 왜 그걸 못 하는 건지」
므우「그럴 수 있으면 그게 사가겠습니까」
미로「카논이 어쩌다 불량이 됐는지, 조금쯤은 알 것도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