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젤라즈니에 대한 피눈물나는 결론.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5/20 12:48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를 완독한 후의 한 줄 감상 :

젠장, 젤라즈니 거 다시는 안 사.... (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좌절)


설정만은 뭘 봐도 그저 숨이 깜빡 넘어가게 모에모에입니다만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결정적으로 코드가 안 맞습니다. 뱃속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처럼 불편해 죽겠습니다. 크아악. 딱 꼬집어서 말하라면 절-_-대 못하지만 뭔가가 심각하게 좋지 않아요. 제일 마음에 드는 단편이 여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완만한 대왕들'과 '수집열', 그리고 막판에야 살짝 나오는 '성스러운 광기'라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아아아아....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같은 제목을 붙일 줄 알고 '그녀의 손가락이 꿈틀거리자, 그 하나하나가 돌풍이 되었다' 라던가, '그 푸른 모습은 사라스바티였고, 마리아였고, 로라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어딘가에서 시타르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앞의 조상이 살아나는 것을 보았으며, 성스러운 영감을 들이마셨다. 또다시 나는 해시시에 탐닉하는 랭보였고, 아편에 취한 보들레르였고, 포, 드 퀸시, 와일드, 말라르메, 알레이스터 크롤리였다' 라는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를 버리기 정말 싫은데 역시 안 되겠습니다. 안녕 젤라즈니 영감님. 난 르 귄 여사한테 갈래요. 우에엥. (꿈을 꾸었소. ...달콤한 꿈이었소. by 아서 왕 from 카멜롯의 전설)


"그런데 왜 손에는 앰버 연대기 2권이 들려 있는 겁니까?"
"묻지 마 묻지 마 묻지 마!!!!!"

인간은 언제나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존재랍디다... 훗.


여담입니다만 젤라즈니 영감(예순도 못 되고 승천해 버린 사람을 영감이라 해도 되나;), 혹여 책 자체의 제목을 짓는 센스는 영 황인 거 아닙니까? ;;; 제목 하나만으로 S의 뇌세포를 기대로 진동케 하였던 「신들의 사회」의 원제가 무려;; Lord of Light래서 댑다 좌절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며(번역자에게 만세삼창), The Immortals라는 멋대가리 없는 타이틀도 슬퍼 죽겠건만 문제의 단편집의 원제가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제목을 냅두고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과 다른 이야기들The Doors of His Face, the Lamps of His Mouth and Other Stories」임을 알았을 때 S는 순간적으로 심신허탈 상태에 빠졌습니다-_-;;; 세, 센스 없어..... OTL
(A Rose for Ecclesiastes는 영국판 제목이라더군요. Viva British!!!)

그리고 이건 번역상의 문젭니다만, 거기 사내놈들, 왜 하나같이 여자한테 툭툭대고 반말지-_-랄인 게냐?
(하긴 젤라즈니 작품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존대를 하거나 서로 말을 놓는다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꼴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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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mic71 2005/05/21 00:51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수정/삭제 댓글
KISARA 2005/05/24 15:37
rumic71님 / 그럴 겁니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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