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오리 효과.

Still not a translation | 2005/06/30 12:40

홀리랜드 10권 라이센스 번역 난감 ② by 샐리 님
오랜만의 트랙백입니다. 가슴에 퍽 꽂혔습니다.

저 말씀이 정곡입니다. 원본 혹은 선행 번역본을 본 후에 다른 버전의 번역을 읽으면 십에 팔구는 마음에 흡족하지가 않습니다. 나중에 읽는 게 더 깔끔하고 꼼꼼한 완역 버전이라 해도 좋아했던 대목에서는 98%의 확률로 허걱, 내가 바라는 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첫사랑이 미화되는' 소위 임프린팅 효과라는 걸 머리는 알고 있지만 마음은 따로 노는 게 인지상정.
S는 죠반니노 과레스끼 作 돈 까밀로 시리즈의 열렬한 10년차 팬입니다. 자연히 최근 재발행되고 있는 돈 까밀로 시리즈도 신부님읍장님사랑해요>_<의 우하우하한 마음으로 훑어보고 있는데요, 새로 번역된 거라면 몰라도 재번역된 단편은 한 20여 년 전 김명곤 씨의 번역으로 나온 구닥다리 버전의 포스에 통 못 미치는 것 같아 참 불만스럽습니다. "그 대갈통에서 모자를 벗어라" 에서 낄낄대며 좋아했던 몸이 "당장 모자를 벗게" 에 만족할 수 없는 거야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습니다만.

그건 우부메의 여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판은 전체적으로 기쁨의 눈물이 쏟아지도록 훌륭한 퀄리티라는 게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느물대는 대화가 너무 좋단 말이죠 >_<) 이 대목, 오로지 이 대목만은 가능하면 좀 살려주지 하며 뒤에서 손수건 물어뜯으며 울고 있습니다.
원문을 보시겠습니다.

「쿄고쿠도를 괴인 부문에서 동의 요코즈나로 친다면, 에노키즈는 서의 요코즈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둘 다 펄쩍 뛰며 부정한다. 두 사람이 빡빡 우겨대길, 여기서 제일 별난 놈은 나라는 것이었다(京極堂を変わり者の東の横綱とすると、榎木津は西の横綱だ。私は能くそういうのだが、二人とも強く否定する。二人にいわせると私が一番変わっているのだそうである).」
    - 문고판 「우부메의 여름」 106page

그런데 손안의책에서 출판된 한국판에는 이 대목이 이렇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쿄고쿠도나 에노키즈, 두 사람 모두 방향은 다르지만 괴인이긴 마찬가지다.」

기억에만 의존하고 있으므로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취지인 건 틀림없습니다.

......동의 쿄고쿠도 서의 에노키즈(대폭소)는 어디로?
'동의 쿠도 서의 핫토리'를 안 떠올릴래야 안 떠올릴 수 없는 개쪽 센스에 동의 괴인 대표 쿄고쿠도와 서의 괴인 대표 에노키즈를 망상하며 배꼽잡고 웃었던 대목인데, 고작 '방향이 다르다'뇨.... 원문에 비해 임팩트가 너무 약하지 않습니까 번역자니임!!!!

예, 배부른 소리죠... 배부른 소리 맞습니다... 쓰벌, 그럼 니가 해 봐라는 말 들어도 반박 못합니다. 그치만요. 다 좋았는데 왜 하필 저기에서만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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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mic71 2005/06/30 09:46
돈 까밀로 시리즈에 대해서 절대 동감입니다. 저도 김명곤판을 최고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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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照帝 2005/06/30 12:22
...음양사 번역도 같은 분(김소연 씨던가)이 했는데 평이 좀 오락가락 하더군요. 주로 원본 리딩 파의 불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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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06/30 12:34
rumic71님 / 오오 여기에 동지분이!! 김명곤 씨 버전 읽고 나면 다른 건 맥빠져서 못 보겠더군요.

天照帝님 /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소연 씨...가 맞을 겁니다.

....쓸데없이 민감해지는 게 팬 심리죠 (먼 눈) 다빈치 코드-_-;; 같은 번역서도 나도는 이 판에 그만큼 번역 질이 좋았음 됐지 이런 것까지 일일이 물고 늘어지는 저 자신이 대략 난감하다고는 느낍니다만;;
앗, 극장판 제타 감상문 여전히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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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照帝 2005/06/30 13:13
에? 감상문 올렸는데요?
http://amateras.egloos.com/1039036
감상문이라기보단 단순 리뷰에 가깝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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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06/30 13:49
天照帝님 / 에에에에엣!! 설마, 그게 다였나요? 모에와 기쁨과 가슴벅참을 A4 용지 아홉 장 분량으로 더 써주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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