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양에게 우부메의 여름을 읽히는데 성공했습니다. (앗싸 갓츠)
그리고 약발이 너무 잘 들어버린 그녀는 현재 쿄고쿠도와 에노키즈 사이의 행간만 보여... 라며 털푸덕 좌절하던가 네가 감히 에노키즈를 쫓아내다니 간덩이가 부었구나 세키구치!! 라며 씩씩대는 중입니다. 멋지게 세뇌당했구나, 친구여. (지나치게 많은 것을 주입했나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간덩이 부은 거 맞죠 뭐)
자, 이리 와라 라키시스가 아니라 Hylls짱!! 어서 망량의 상자를 읽어라!!! <-물귀신
Hylls양의 완독 기념으로 이제까지 꾸욱 눌러 참고 있었던 '행간 읽기의 달인' 야쿠모야 상의, 우부메의 여름을 배경으로 한 단편 「雲隠レ」를 날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런 벌 받을...;;;) 출처는 여전히 眩暈小路이고 관리인은 배 째고 등 따고 장 꺼내 줄넘기 중(후략)
퍼 가시는 분에게는 7대에 걸쳐 우부메와 후지마키가 등에 쩔꺽 달라붙습니다 >_< (어이어이)
문제가 되면 싸악 지웁니다.
...and less.
◇ 구름 속의 달
수라장이란 이런 광경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풍경을 울린다. 넘어지는 칸막이.
돌입하는 경관들. 뒤를 따르는 구급반.
웃는 료코. 피투성이로 쓰러지는 교코.
멀거니 선 의사. 동요하는 사무장.
광란하는 나이토. 태아 같은 모습의 후지마키.
그리고.
엇갈리는 등 뒤로 의식을 놓아버린 세키구치를 느꼈다.
모두, 처음부터 이렇게 될 일이었다―――.
추젠지는 험악한 얼굴로 새까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다.
입을 다물고 지우산을 펼쳐, 암흑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투둑투둑투둑.
지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시끄럽다.
벽돌담까지 왔을 때, 느닷없이 섬광이 추젠지를 덮쳤다.
망막을 찌를 듯한 빛은 금세 가라앉았다. 추젠지는 반사적으로 감았던 눈을 다시 뜨고 빛이 나오는 쪽으로 걸어갔다.
희미하게 켜진 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의 궤적을 비추고 있다.
바로 옆까지 가자 차창이 부드럽게 열렸다.
운전석에 앉은 에노키즈가 추젠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추젠지는 살짝 허리를 숙였다.
「불러놓고 뭐하지만, 이래서야 도저히 못 탈 것 같습니다. 미안하군요」
추젠지의 얼굴에는 한눈에 봐도 피가 분명한 액체가 점점이 튀어 있었다.
에노키즈는 사정을 파악했는지, 손수건 여러 장을 겹쳐서 조수석에 펼쳐놓았다.
「이제 됐겠지. 타라」
「당신치고는 준비성이 좋군요」
추젠지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렇게 말하고, 조수석 쪽으로 돌아갔다.
받고 있던 지우산을 접고, 거의 젖지 않도록 요령 좋게 차에 올라탔다.
「나카노로?」
「예」
시트를 더럽히지 않도록 기모노 자락을 무릎 위로 접는 추젠지를 곁눈질하고, 에노키즈는 잠자코 시동을 걸었다.
쿠온지 가로 향하는 지프에 타기 직전에, 추젠지는 칸다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밤 쿠온지 가의 저주를 풀 생각입니다』
『흥. 이 참견꾼. 내버려두어도 어차피 금방 끝난다』
『글쎄요. 하지만 의지박약한 세키구치가 빗속에서 세 시간이나 분발했으니까. 도리가 없습니다』
『…생각해 냈어?』
주어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다소 어폐는 있지만요. 그래서 말인데, 에노 상―――』
『됐어』
에노키즈는 추젠지의 말을 가로막았다.
『새삼스럽게 12년도 더 지난 일이 보여 봤자 나는 기억 못해』
추젠지는 눈을 감았다.
그날 밤의 수수께끼.
당사자와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과거의 진실.
아무도, 그런 건―――.
『그렇, 군요』
추젠지는 눈을 떴다.
『미안하지만 에노 상, 만약을 대비해서 오늘 밤 쿠온지 가로 마중나와 주지 않겠습니까?』
나카노까지 걸어가지 못할지도―――.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예상하고 추젠지는 그렇게 부탁했다.
에노키즈는 별스럽게 불평 한 마디 없이 되물었다.
『언제?』
『전화만 끊으면 키바슈의 지프로 쿠온지 가에 갈 겁니다』
『알았어. 문 앞에 차를 대기시켜 놓을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이드카만은 제발 몰고 오지 마시죠』
전화 건너편의 에노키즈는, 아아 그거, 지금쯤 어느 놈이 가져갔을까, 라고 중얼거렸다.
『친구한테 적당히 빌려서 가마. 그보다도―――』
에노키즈는 거기서 잠시 말을 끊었다.
『세키는 바보야』
추젠지는 작게 숨을 토해냈다.
『아아――동감입니다』
그 직후, 추젠지는 현기증 언덕을 내려갔다.
「자, 얼굴도 좀 닦고」
에노키즈는 한 손으로 운전하며 다른 손으로 추젠지에게 손수건을 내밀었다.
손수건은 축축했다.
비에 적신 모양이다. 얼굴을 닦자 새빨갛게 물들었다.
방향지시등에서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차가 우회전했다.
와이퍼가 네모난 앞 유리에서 물방울을 사방으로 쳐낸다.
에노키즈는 줄곧 한 마디도 없이 운전했다.
추젠지도 잠자코 창밖의 풍경만을 바라보고 있다.
마침내 차는 나카노로 들어가, 현기증 언덕 밑에 도착했다.
차를 세워 사이드브레이크를 걸고, 에노키즈가 입을 열었다.
「세키는?」
「지금쯤은 기절해서 뻗었겠죠. 사정 청취를 못해서 키바슈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테고」
할 수 없는 놈이라고 에노키즈가 중얼거렸다.
「그 녀석, 보게 된 거냐」
「지각할 수는 있게 됐습니다. 증언이 가능할지는 의심스럽군요. 신빙성까지 포함해서」
「세키는 뭘 시켜도 믿음이 안 가」
추젠지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럼 에노 상, 내일 아침에 맞으러 가겠습니다. 당신의 증언도 필요하니까요」
「괜찮은 거냐?」
역시 주어는 말하지 않는다.
모자라는 말을 보충할 필요는 없다.
추젠지는 아주 조금 눈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예」
「정말 괜찮은 거지」
곧바른 시선이 추젠지를 붙들었다.
「난 프로입니다」
에노키즈는 핸들에 팔을 얹고 그 위에 턱을 올리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꼭두새벽에 들이닥치진 마라」
「기모노를 빨아서 널어놓고 가겠습니다. 그때까지는 탐정 의상을 골라놓기를 빌죠」
추젠지는 문을 열어, 지우산을 펼치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돌아서서는 몸을 숙이고,
「한 눈에 알아보게 하기 쉽지 않지요?」
그렇게 말하고 희미하게 웃었다.
바로 그거야!! 라고 외치는 에노키즈에게 눈인사를 던지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
사건의 개막은―――이제부터다.
저 안 내키면 추젠지만큼이나 움직이기 싫어하는 에노키즈를 어떻게 아침에 침대에서 끌어내 데려왔는지에 대해선 팬들 사이에서 온갖 의견(이라 쓰고 망상이라 읽는다)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게 참 마음에 듭니다. 나 맞으러 오라는 전화 한 통에 가타부타 불평 없이 도도도도; 달려오는 에노키즈 좋지 않습니까 >_<
우부메의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단편은 앞으로 두 편이 더 있습니다.
어쩐지 요즘 번역만 하는 기분이군요. (텍스트!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