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불만이라면 백만 가지는 있다.
이 책벌레 바보 녀석은 잔소리는 심하지 말은 많지 걸핏하면 장광설을 기본 두 시간으로 읊어대지 하느님과 동기동창생인 선배이자 몸소 신이기도 한 내게 존경은 표하지 않지 양미간에 잔뜩 주름 잡고 항상 우주가 깡그리 멸망한 꼬락서니로 우중충한 면상이나 짓고 있지 웬만해선 꼼짝도 안 하려 들지 매정하지 냉정하지 박정하지 책만 붙들고 나하고 놀아주지도 않지 아닌 척하면서 괜히 사람만 좋지 불평 많은 주제에 남 뒤치닥거리 하긴 좋아하지 내가 없으면 앞으로 밀어붙일 생각은 않고 주저앉아 버리지 나를 무슨 편리한 도라에몽쯤으로 아는지 은근히 턱 끝으로 부려먹지 그러면서 결국엔 남한테 기댈 생각은 추호도 않지!! 넌 대체 날 뭘로 생각하는 거냐!!
불만? 그걸 이 자리에서 일일이 열거할 만큼 난 한가하지 않네.
이 사람은 시끄럽지 남말은 안 듣지 하는 말은 의미불명이지 존재가 바보지 남의 집에 뻔질나게 굴러들어와서 뻔뻔히 낮잠은 주무시지 장지문은 허구헌날 부수지 깽판치고 싶으면 멀쩡한 나까지 끌어들이지 사방팔방으로 사고 쳐서 나한테까지 피해가 오게 하지 뒷수습은 결국 나한테 다 떠맡기지 반성은 절대 안 하지 왔으면 잠자코 잠이나 잘 것이지 놀아달라는 둥 책만 보면 바보가 된다는 둥 무릎베개 해달라는 둥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애처럼 쨍알대지 자기가 뭐든지 한 마디만 하면 내가 열 마디를 꿰뚫어볼 거라 이유도 없이 확신하고 있지 발도 못 헛디디게 뒷덜미는 붙들고 있지 일없다는데 싹 무시하고 항상 기다렸다는 듯이 손은 내밀어주지 당신이야말로 날 뭘로 보는 겁니까?
「탐탁치 못한 피보호자 말고 뭐가 있냐」
「당신 따위 손만 많이 가는 덩치 큰 남동생으로 충분합니다」
훗날 울증 기미가 있는 모 소설가(익명 희망)는 피안에 발을 반쯤 처박은 눈으로 증언했다.
서로 잡아죽일 듯이 노려보는 탐정과 고서점 주인의 등뒤로 꿈틀대는 용과 으르렁대는 호랑이가 분명히 보였노라고.
테마는 독설 반의 자각 없는 치정싸움. (폭소)
갑작스럽게 날림.
잡귀는 물러가라 | 2005/07/1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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