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날림.

잡귀는 물러가라 | 2005/07/11 12:54

불만? 불만이라면 백만 가지는 있다.
이 책벌레 바보 녀석은 잔소리는 심하지 말은 많지 걸핏하면 장광설을 기본 두 시간으로 읊어대지 하느님과 동기동창생인 선배이자 몸소 신이기도 한 내게 존경은 표하지 않지 양미간에 잔뜩 주름 잡고 항상 우주가 깡그리 멸망한 꼬락서니로 우중충한 면상이나 짓고 있지 웬만해선 꼼짝도 안 하려 들지 매정하지 냉정하지 박정하지 책만 붙들고 나하고 놀아주지도 않지 아닌 척하면서 괜히 사람만 좋지 불평 많은 주제에 남 뒤치닥거리 하긴 좋아하지 내가 없으면 앞으로 밀어붙일 생각은 않고 주저앉아 버리지 나를 무슨 편리한 도라에몽쯤으로 아는지 은근히 턱 끝으로 부려먹지 그러면서 결국엔 남한테 기댈 생각은 추호도 않지!! 넌 대체 날 뭘로 생각하는 거냐!!

불만? 그걸 이 자리에서 일일이 열거할 만큼 난 한가하지 않네.
이 사람은 시끄럽지 남말은 안 듣지 하는 말은 의미불명이지 존재가 바보지 남의 집에 뻔질나게 굴러들어와서 뻔뻔히 낮잠은 주무시지 장지문은 허구헌날 부수지 깽판치고 싶으면 멀쩡한 나까지 끌어들이지 사방팔방으로 사고 쳐서 나한테까지 피해가 오게 하지 뒷수습은 결국 나한테 다 떠맡기지 반성은 절대 안 하지 왔으면 잠자코 잠이나 잘 것이지 놀아달라는 둥 책만 보면 바보가 된다는 둥 무릎베개 해달라는 둥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애처럼 쨍알대지 자기가 뭐든지 한 마디만 하면 내가 열 마디를 꿰뚫어볼 거라 이유도 없이 확신하고 있지 발도 못 헛디디게 뒷덜미는 붙들고 있지 일없다는데 싹 무시하고 항상 기다렸다는 듯이 손은 내밀어주지 당신이야말로 날 뭘로 보는 겁니까?


「탐탁치 못한 피보호자 말고 뭐가 있냐」
「당신 따위 손만 많이 가는 덩치 큰 남동생으로 충분합니다」


훗날 울증 기미가 있는 모 소설가(익명 희망)는 피안에 발을 반쯤 처박은 눈으로 증언했다.
서로 잡아죽일 듯이 노려보는 탐정과 고서점 주인의 등뒤로 꿈틀대는 용과 으르렁대는 호랑이가 분명히 보였노라고.




테마는 독설 반의 자각 없는 치정싸움.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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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zusato 2005/07/11 17:28
자각이 없다는 점이 최고의 히트입니다.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랑과 애정의) 투닥거림이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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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lls 2005/07/11 19:31
그 울증 기미가 있는 익명 희망의 모 소설가 씨는 보는 눈이 없으시군!! 꿈틀대는 용과 으르렁대는 호랑이의 뒤에 핑크색 쉬폰 하늘하늘 반짝반짝 별빛 흩날리는 배경화면은 눈에 안 들어오시더라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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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07/13 16:54
kazusato님 / 세상에서 제일 염장인 게 자각없는 치정싸움이죠 (와하하하하하하)
중년 부부;이므로 저건 이미 일상다반사.

Hylls짱 / 어허, 이미 피안에 반쯤 발이 박혀 있는 몸, 핑크빛 배경까지 보아 버리면 그 약한 신경에 완전히 넘어가버리지 않겠나.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거요. 본 것을 못 본 것으로 치부하는 자기 세뇌는 전문이잖아 모 소설가(익명 희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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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에 2005/12/23 04:28
아니 그건 피안에 반쯤'밖에' 발이 박혀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랄까, 핑크빛 쉬폰 하늘하늘 반짝반짝 별빛 달빛 무지개빛 흩날리는 배경화면까지 보이려면 이미 피안의 경지로 다이빙 한 상태인 겁니다....이 상태로 가면 결론은 우리는 피안의 세계에 자진해서 들어갔다(자진이 중요) 인 겁니까; 근데 이거 바꿔 말하면 제로의 영역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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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12/23 11:25
시나에 님 / 거기까지 갔다간 세키구치가 못 돌아옵니다. (진지) 하지만 동인녀는 자진해서 피안에 발을 처박고도 근성으로 삼도내 건너에서도 유턴할 수 있으므로 문제는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로의 영역은 피안이 아닙니다!! ...아니 인간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는 점은 같을지도 모르겠으나...;; (필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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