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만에 번역병이 다시 도졌습니다. (근데 정말 몇 달만인가?)
S가 어쩔 수 없이 텍스트 인간이란 게 원인 제 1호, 스파이럴 쪽에 괜찮은 텍스트 사이트가 꽤 있었던 것이 원인 제 2호 되시겠습니다. 나... 난 나쁘지 않아! 좋은 글을 써서 사람의 의욕을 부채질하는 크리에이터가 나쁜 거야--!! (히라키나오리도 이쯤 되면 예술)
오늘의 희생양(;) 「잘못된 히나마쯔리의 방법론(間違った雛祭りの祝い方)」은 「빗속의 산책(あめさんぽ)」의 마스터 쥬게쯔(じゅげつ) 상의 작품입니다. 아이아유, 즉 아이즈 러더포드×나루미 아유무니 면역 없으신 분은 알아서 피해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성향이라고 해도 한없이 건전에 가까운 엄청 발랄하고 귀여운 이야기이므로 (결말이 그 모양이니 동인이라도 발랄해야죠;;) 웬만큼만 배짱이 있으면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요 (웃음)
늘 그렇듯이 배째고 등따고 장으로 줄넘기 중이며, 문제 되면 사사삭 지워버릴 예정이고, 뭐 퍼 가실 분은 없겠지만 가져가시는 날엔 쿄고쿠도의 저주가 자자손손 7대까지 따라붙습니다. (협박 중)
번역의 질에 대해 태클거시면 매우 슬픕니다.
...and less.
어이구 발랄하다!!
일본문화를 (꽤 의도적으로) 곡해하여 아유무의 기력 게이지를 깎아먹고 있는 아이즈 러더포드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그나저나 아이아유는 성우는 아스신인데 어쩐지 분위기는 레이신 삘. 물론 보호자-피보호자 관계는 역전. (데굴데굴데굴데굴)
스파이럴 여성향 2차 창작을 보고 있자면, 아유무가 이 그룹에서 제일 연하라는 사실을 번번이 까먹습니다. 블레이드 칠드런들은 줄줄이 열 일곱이고, 히즈미는 동갑내기지만 아담 있고 이브 있었을 테니 그 애조차도 분명 아유무보다 연상일 텐데, 어째 아이아유고 히즈아유고 카논아유고 아사나루고 전부 다 연하 攻을 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에요...? (어쩌겠냐, 블레이드 칠드런들에 대한 아유무의 위치부터가 성모 마리아 삘인데;;;)
흠흠, 아무튼 개인적으로 S가 스파이럴에서 제일 선호하는 건 근친상간 커플링 키요아유입니다. 이 커플링 엄청 위험함. 병적인 집착과 애증의 냄새가 풀풀 남. 히즈미는 '아담과 이브'니 이건 뭐 날 때부터 쌍쌍이고 히즈미의 온갖 쪽팔리는 대사 열전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아이즈하고는 뭐랄까, 그냥 막 좋습니다. 비주얼도 좋고 느낌도 좋고 귀엽고. (여담이지만 14권의 "널 찾고 있었어. ...안 되나?" "안될 건 없지만." 은 그대로 동인에 갖다 써먹어도 될 것 같았음;) 뭐 카논아유나 아사나루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코우스케는 료코하고 세트로 너무 귀여워서 가능하면 좀 냅두고 싶고, 카논은... 좋긴 좋은데 너무 일찍 가 버려서...;;; 그 애 하는 폼을 봐서는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나루미 아유무 교(...)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매진했을 것 같은데 아까워요;
물론 히요아유나 리오아유도 엄청 좋아합니다. 히요노는 오피셜에서 저리 보다가 다 죽어버리라고 밀어주는데 무슨 수로 저항하겠으며, 리오도 귀여움과 시커먼 뱃속의 갭이 무지 좋아요. 이런, 그냥 아유무만 있으면 다 좋은 걸지도;;;; 하지만 역시 제일 땡기는 건 兄弟임.
커플링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다른 포스팅으로 할 예정입니다. 나는 동인녀니까... 훗. (자랑이 아냐 임마)
◇ 잘못된 히나마쯔리의 방법론
나루미 아유무는 화가 났다.
평소에도 스팀 잘 받기로 평판이 높은 그이나, 이번만은 눈살도 찌푸리지 않고, 목소리도 높이지 않고, 상대를 깔아보는 썰렁썰렁한 시선과 무표정한 얼굴로 화내고 있었다.
침대나 의자에 앉는 대신, 떠억 버티고 서서 허리에 양손을 얹고 노려보았다.
「이제 와서 무슨 낯을 들고 나타났어」
노기조차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향하는 대상은, 돌발적인 방문자 아이즈 러더포드.
아이즈는 평지풍파가 일고 있는 아유무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의무적으로 눈을 한두 번 깜박이고 살풋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은 열 일곱의 멀쩡한 남자로 두기엔 아까울 만큼 앳되고 귀엽다. 그러나 어디 속아줄 아유무인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남정네의 귀여움 따위에 눈이 멀어 멍청하게 함정으로 데굴 굴러들어갔다간 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책략가에게는 평생 가도 이기지 못한다.
그걸 온 몸으로 뼈저리게 잘 아는 이상, 현상태를 유지한 채로 입을 열었다.
「뭐야」
「항상 느끼는 거지만, 넌 언제나 박정하기 짝이 없다」
「어느 입으로 지껄이냐 원인 제 1호」
자동적으로 발이 날았다. 호되게 걷어채이고도 동요 한 번 없이, 아이즈는 표표하게 복부를 정확히 겨냥한 발을 보았다.
「통렬한 환영이군」
「환영은 얼어죽을. 액땜을 하게 되어서 기뻐하는 거다」
「그런가. 허나 미안하게도, 유감스럽지만 나로서는 '아아 매정하게도, 마이 허니-' 라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어」
「……결국 미친 거냐」
「어째서」
아이즈는 별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매도하고 온갖 폭언을 퍼부은 후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게 최근의 유행이지 않나」
요즘 커플에겐.
진심으로 반문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아이즈 러더포드의 양어깨에, 아유무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손을 얹었다.
「………………눈물로 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되는 발언은 극력 피해. 제발」
「노력은 하고 싶지만」
「싶지만, 이 뭐냐 싶지만이. 실행해」
「미안하군. 내가 배운 일본 문화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어서」
「내 일이 끝나면 손 잡고 발 잡고 내가 가르쳐 줄게, 내가」
「더구나,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농담으로 치부해도 될 말인지도 모르겠어」
「…이쪽이 할 말이다 그건」
어쩌다 이런 놈한테 반했지.
눈에 띄게 죽을 상이 된 아유무가 걱정되는지, 아이즈는 아유무의 안색을 흘끗 살폈다.
「왜 그러지」
직전까지의 어벙함은 어디로 날랐나. 겁나게 진지한 표정의 아이즈에게서 냅다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너한텐 달콤한 밀어는 일상 언어나 마찬가지 아냐」
「닭살 이는 대사를 나불댄 기억은 없다」
「……무의식?」
좋아한다는 둥 사랑한다는 둥, 너밖에 없다는 둥 기타 등등은 밀어가 아니면 붕어였나?
초장부터 맥이 빠져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신음하는 아유무에게, 알 게 뭐리의 초연한 태도로 아이즈는 당초의 목적을 알렸다.
「그보다, 이걸 회수하러 왔는데」
이것. 히나단(雛壇)이다.
일개 고등학생(더구나 남자)의 방에는 지나치게 장대하고 지나치게 기이한 7단짜리 히나단이다.
방의 3분의 1을 홀라당 집어삼켜 매우 오가는 발에 치이는 초고급 7단짜리 제단에, 기모노는 모두 수제 능라. 소도구도 전부 일류 장인의 솜씨. 인형에 이르러선 인간문화재급이 제작했다던가 어쨌다던가.
가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이즈 러더포드의 은행 이자 약 10퍼센트(추정).
고급품 냄새가 풀풀 풍기는 붉은 주단(絨毯) 위에 곱게 자리한 눈 튀어나오게 비싼 인형이, 어쩌다 나루미 가, 그것도 아유무의 방에서 위풍당당히 존재를 주장하고 있는가.
잊을 수도 없는 3월 3일. 문제의 히나단을 보디가드에게 지우고 질풍처럼 들이닥친 아이즈는, 아마도 특별히 초빙된 전문가인 듯한 여자가 숙련된 솜씨로 능란하게 장식하는 사이 이게 무슨 소동이냐고 펄펄 뛰는 아유무에게 초 태연히도 「때 되면 치운다」는 말을 남기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처럼 호쾌하게 사라졌다. 저놈은 어느 재벌가의 도련님이냐고 머리가 멍해졌던 참이다.
그 후로 1주일.
놈은 현장으로 되돌아왔다.
아마도 맨션 바깥에 1주일 전의 멤버를 고스란히 대기시키고.
「잘도 남의 방에 1주일이나 이런 걸 방치했겠다」
「불평하면서도 용케 그대로 뒀군」
「하아?」
「너라면 보나마나 하루도 못 참고 싹 쓸어버리지 않을까 위기감을 아주 안 느끼는 것도 아니어서」
「위기감 좋아하신다. 때 되면 치운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 그래서 내버려둔 거야. 그리고, 내가 무슨 수로 저걸 치워. 귀찮게」
「잘된 일이야」
「…잘되지 않았어. 하나도 잘 안 됐어!」
아유무에게는 좋지 않다. 저언혀 한 개도 좋지 않다.
따지고 보면 물건이 너무 고급이라서 차마 손을 댈 수 없었던 탓도 있다.
「네가 꾸물대는 통에, 형수한테 얼마나 쪼였는지 알기나 해!」
자칭 건전한 고등학생의 방에, 형수는 본 적도 없는 무려 7단짜리 히나단이 한 주 가까이 버티고 있었다.
의심을 사지 않는 게 신기하다. 물론 추궁당했다. 정신이 쏙 빠지도록.
변명거리로 이것저것 머리를 쥐어짰지만, 결국엔 「형이 옛날에……」라는 애매모호한 한 마디로 한 방에 납득. 그 말로 한 방에 납득하는 쪽도 문제지만, 한 마디에 납득이 될 만한 기반을 쌓아놓은 쪽은 더더욱 문제다.
당최 경시청에서 무슨 악행을 벌였던 거냐 나루미 키요타카.
대체 뭔 지랄을 쳤던 거냐 나루미 키요타카.
「우선 변명만은 들어주지, 아이즈 러더포드」
「아유무, 눈이 무서운데」
「후후후후후, 궁지에 몰린 인간은 의외로 질긴 법. 알았냐」
「아아, 명심하지」
진지하게 끄덕인다.
정작 일의 중대함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이나.
「이번의 목적은 히나마쯔리였다」
「나도 알아. 어서 이유나 불어 이유나」
「히나카자리(雛飾り)를 3월 3일이 지나도록 내버려두면, 시집가는 게 늦어진다더군. 늦어진다는 건 즉 신부로 맞아줄 상대가 없어진다는 뜻이지. 그러면 네게 추근거리는 해충들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다시 말해 널 신부로 맞아줄 사람 중에서 남는 건 나뿐이라는 이야기다」
침묵.
뭐냐 이건. 무슨 논리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틀려먹은 논리를 맨정신으로 지껄이는 이 생물은 뭐냐.
이 잡것은 뭐냐.
「자~알 들어 아이즈 러더포드」
발언할 시간도 내뺄 틈도 주지 않고, 아유무는 아이즈의 머리를 더럭 움켜잡고 정면에서 시선을 맞췄다.
「이번만은 시집이니 신부니 따위의 단어는 깨끗이 무시해 주마. 주겠는데, 그 잘나빠진 주장에 따라 추론하면 기일이 지나도록 히나단을 놓아둔 내가 재고품이 된다 이거 아니냐. 계속 가르쳐주기도 귀찮으니까 한 번에 캐치해. 생각 좀 해라.
결국 네 녀석에게 시집가는 것도 늦어진다는 얘기다」
「………………!!!!」
벼락이 내리꽂혔다. 뚜시쿵~이란 의태어가 들린 것 같기도 하다.
우아하게 비틀거리다, 벽에 손을 짚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했다.
옆에서 보기에도 명명백백하게 삽질 후회 모드로 들어간 아이즈를 기가 차다는 듯이 흘겨보며, 아유무는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눈치챘냐」
「아니, 그렇지만, 듣자하니 히나마쯔리는 히나단을 오랜 기간 장식하고 언제까지고 딸이 집에 머무르도록 저주하는 날이라고」
「뭘 어디서 어떻게 곡해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정확히는 성장한 딸을 축하하면서 노처녀가 되기 전에 빨리 시집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축제 비슷한 거야」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미신의 실체는, 기일 내로 제단을 정리할 정도로 성실하고 꼼꼼한, 지금 당장 시집을 가도 부끄럽지 않은 딸자식을 키웠다는 증거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거기에까지 딴죽은 걸지 않고, (걸었다간 여러 가지 의미로 파멸할지도 모르니까) 일종의 액땜이라고만 가르쳐 주었다.
「그렇군. 알았어」
아이즈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본인의 의사는 깡그리 씹고 아유무를 끌어당겨 껴안았다.
「우왓!? 어, 어이 이봐 아이즈!」
「그렇다면 내년에는 진작에 정리해서, 이번에야말로 아무 장애도 없이 식을 올릴 수 있도록 하지」
「………………대체 어째서」
아유무는 어깨를 푹 떨궜다.
어쩌면 아이즈의 상식 교정은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암담한 현실을 처절처절히 실감하고 있는 나루미 아유무의 어느 날이었다.
나루미 아유무는 화가 났다.
평소에도 스팀 잘 받기로 평판이 높은 그이나, 이번만은 눈살도 찌푸리지 않고, 목소리도 높이지 않고, 상대를 깔아보는 썰렁썰렁한 시선과 무표정한 얼굴로 화내고 있었다.
침대나 의자에 앉는 대신, 떠억 버티고 서서 허리에 양손을 얹고 노려보았다.
「이제 와서 무슨 낯을 들고 나타났어」
노기조차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향하는 대상은, 돌발적인 방문자 아이즈 러더포드.
아이즈는 평지풍파가 일고 있는 아유무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의무적으로 눈을 한두 번 깜박이고 살풋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은 열 일곱의 멀쩡한 남자로 두기엔 아까울 만큼 앳되고 귀엽다. 그러나 어디 속아줄 아유무인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남정네의 귀여움 따위에 눈이 멀어 멍청하게 함정으로 데굴 굴러들어갔다간 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책략가에게는 평생 가도 이기지 못한다.
그걸 온 몸으로 뼈저리게 잘 아는 이상, 현상태를 유지한 채로 입을 열었다.
「뭐야」
「항상 느끼는 거지만, 넌 언제나 박정하기 짝이 없다」
「어느 입으로 지껄이냐 원인 제 1호」
자동적으로 발이 날았다. 호되게 걷어채이고도 동요 한 번 없이, 아이즈는 표표하게 복부를 정확히 겨냥한 발을 보았다.
「통렬한 환영이군」
「환영은 얼어죽을. 액땜을 하게 되어서 기뻐하는 거다」
「그런가. 허나 미안하게도, 유감스럽지만 나로서는 '아아 매정하게도, 마이 허니-' 라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어」
「……결국 미친 거냐」
「어째서」
아이즈는 별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매도하고 온갖 폭언을 퍼부은 후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게 최근의 유행이지 않나」
요즘 커플에겐.
진심으로 반문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아이즈 러더포드의 양어깨에, 아유무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손을 얹었다.
「………………눈물로 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되는 발언은 극력 피해. 제발」
「노력은 하고 싶지만」
「싶지만, 이 뭐냐 싶지만이. 실행해」
「미안하군. 내가 배운 일본 문화의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어서」
「내 일이 끝나면 손 잡고 발 잡고 내가 가르쳐 줄게, 내가」
「더구나,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농담으로 치부해도 될 말인지도 모르겠어」
「…이쪽이 할 말이다 그건」
어쩌다 이런 놈한테 반했지.
눈에 띄게 죽을 상이 된 아유무가 걱정되는지, 아이즈는 아유무의 안색을 흘끗 살폈다.
「왜 그러지」
직전까지의 어벙함은 어디로 날랐나. 겁나게 진지한 표정의 아이즈에게서 냅다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너한텐 달콤한 밀어는 일상 언어나 마찬가지 아냐」
「닭살 이는 대사를 나불댄 기억은 없다」
「……무의식?」
좋아한다는 둥 사랑한다는 둥, 너밖에 없다는 둥 기타 등등은 밀어가 아니면 붕어였나?
초장부터 맥이 빠져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신음하는 아유무에게, 알 게 뭐리의 초연한 태도로 아이즈는 당초의 목적을 알렸다.
「그보다, 이걸 회수하러 왔는데」
이것. 히나단(雛壇)이다.
일개 고등학생(더구나 남자)의 방에는 지나치게 장대하고 지나치게 기이한 7단짜리 히나단이다.
방의 3분의 1을 홀라당 집어삼켜 매우 오가는 발에 치이는 초고급 7단짜리 제단에, 기모노는 모두 수제 능라. 소도구도 전부 일류 장인의 솜씨. 인형에 이르러선 인간문화재급이 제작했다던가 어쨌다던가.
가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이즈 러더포드의 은행 이자 약 10퍼센트(추정).
고급품 냄새가 풀풀 풍기는 붉은 주단(絨毯) 위에 곱게 자리한 눈 튀어나오게 비싼 인형이, 어쩌다 나루미 가, 그것도 아유무의 방에서 위풍당당히 존재를 주장하고 있는가.
잊을 수도 없는 3월 3일. 문제의 히나단을 보디가드에게 지우고 질풍처럼 들이닥친 아이즈는, 아마도 특별히 초빙된 전문가인 듯한 여자가 숙련된 솜씨로 능란하게 장식하는 사이 이게 무슨 소동이냐고 펄펄 뛰는 아유무에게 초 태연히도 「때 되면 치운다」는 말을 남기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바람처럼 호쾌하게 사라졌다. 저놈은 어느 재벌가의 도련님이냐고 머리가 멍해졌던 참이다.
그 후로 1주일.
놈은 현장으로 되돌아왔다.
아마도 맨션 바깥에 1주일 전의 멤버를 고스란히 대기시키고.
「잘도 남의 방에 1주일이나 이런 걸 방치했겠다」
「불평하면서도 용케 그대로 뒀군」
「하아?」
「너라면 보나마나 하루도 못 참고 싹 쓸어버리지 않을까 위기감을 아주 안 느끼는 것도 아니어서」
「위기감 좋아하신다. 때 되면 치운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 그래서 내버려둔 거야. 그리고, 내가 무슨 수로 저걸 치워. 귀찮게」
「잘된 일이야」
「…잘되지 않았어. 하나도 잘 안 됐어!」
아유무에게는 좋지 않다. 저언혀 한 개도 좋지 않다.
따지고 보면 물건이 너무 고급이라서 차마 손을 댈 수 없었던 탓도 있다.
「네가 꾸물대는 통에, 형수한테 얼마나 쪼였는지 알기나 해!」
자칭 건전한 고등학생의 방에, 형수는 본 적도 없는 무려 7단짜리 히나단이 한 주 가까이 버티고 있었다.
의심을 사지 않는 게 신기하다. 물론 추궁당했다. 정신이 쏙 빠지도록.
변명거리로 이것저것 머리를 쥐어짰지만, 결국엔 「형이 옛날에……」라는 애매모호한 한 마디로 한 방에 납득. 그 말로 한 방에 납득하는 쪽도 문제지만, 한 마디에 납득이 될 만한 기반을 쌓아놓은 쪽은 더더욱 문제다.
당최 경시청에서 무슨 악행을 벌였던 거냐 나루미 키요타카.
대체 뭔 지랄을 쳤던 거냐 나루미 키요타카.
「우선 변명만은 들어주지, 아이즈 러더포드」
「아유무, 눈이 무서운데」
「후후후후후, 궁지에 몰린 인간은 의외로 질긴 법. 알았냐」
「아아, 명심하지」
진지하게 끄덕인다.
정작 일의 중대함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이나.
「이번의 목적은 히나마쯔리였다」
「나도 알아. 어서 이유나 불어 이유나」
「히나카자리(雛飾り)를 3월 3일이 지나도록 내버려두면, 시집가는 게 늦어진다더군. 늦어진다는 건 즉 신부로 맞아줄 상대가 없어진다는 뜻이지. 그러면 네게 추근거리는 해충들은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다시 말해 널 신부로 맞아줄 사람 중에서 남는 건 나뿐이라는 이야기다」
침묵.
뭐냐 이건. 무슨 논리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틀려먹은 논리를 맨정신으로 지껄이는 이 생물은 뭐냐.
이 잡것은 뭐냐.
「자~알 들어 아이즈 러더포드」
발언할 시간도 내뺄 틈도 주지 않고, 아유무는 아이즈의 머리를 더럭 움켜잡고 정면에서 시선을 맞췄다.
「이번만은 시집이니 신부니 따위의 단어는 깨끗이 무시해 주마. 주겠는데, 그 잘나빠진 주장에 따라 추론하면 기일이 지나도록 히나단을 놓아둔 내가 재고품이 된다 이거 아니냐. 계속 가르쳐주기도 귀찮으니까 한 번에 캐치해. 생각 좀 해라.
결국 네 녀석에게 시집가는 것도 늦어진다는 얘기다」
「………………!!!!」
벼락이 내리꽂혔다. 뚜시쿵~이란 의태어가 들린 것 같기도 하다.
우아하게 비틀거리다, 벽에 손을 짚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했다.
옆에서 보기에도 명명백백하게 삽질 후회 모드로 들어간 아이즈를 기가 차다는 듯이 흘겨보며, 아유무는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었다.
「이제야 눈치챘냐」
「아니, 그렇지만, 듣자하니 히나마쯔리는 히나단을 오랜 기간 장식하고 언제까지고 딸이 집에 머무르도록 저주하는 날이라고」
「뭘 어디서 어떻게 곡해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 정확히는 성장한 딸을 축하하면서 노처녀가 되기 전에 빨리 시집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축제 비슷한 거야」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미신의 실체는, 기일 내로 제단을 정리할 정도로 성실하고 꼼꼼한, 지금 당장 시집을 가도 부끄럽지 않은 딸자식을 키웠다는 증거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거기에까지 딴죽은 걸지 않고, (걸었다간 여러 가지 의미로 파멸할지도 모르니까) 일종의 액땜이라고만 가르쳐 주었다.
「그렇군. 알았어」
아이즈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본인의 의사는 깡그리 씹고 아유무를 끌어당겨 껴안았다.
「우왓!? 어, 어이 이봐 아이즈!」
「그렇다면 내년에는 진작에 정리해서, 이번에야말로 아무 장애도 없이 식을 올릴 수 있도록 하지」
「………………대체 어째서」
아유무는 어깨를 푹 떨궜다.
어쩌면 아이즈의 상식 교정은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암담한 현실을 처절처절히 실감하고 있는 나루미 아유무의 어느 날이었다.
어이구 발랄하다!!
일본문화를 (꽤 의도적으로) 곡해하여 아유무의 기력 게이지를 깎아먹고 있는 아이즈 러더포드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그나저나 아이아유는 성우는 아스신인데 어쩐지 분위기는 레이신 삘. 물론 보호자-피보호자 관계는 역전. (데굴데굴데굴데굴)
스파이럴 여성향 2차 창작을 보고 있자면, 아유무가 이 그룹에서 제일 연하라는 사실을 번번이 까먹습니다. 블레이드 칠드런들은 줄줄이 열 일곱이고, 히즈미는 동갑내기지만 아담 있고 이브 있었을 테니 그 애조차도 분명 아유무보다 연상일 텐데, 어째 아이아유고 히즈아유고 카논아유고 아사나루고 전부 다 연하 攻을 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에요...? (어쩌겠냐, 블레이드 칠드런들에 대한 아유무의 위치부터가 성모 마리아 삘인데;;;)
흠흠, 아무튼 개인적으로 S가 스파이럴에서 제일 선호하는 건 근친상간 커플링 키요아유입니다. 이 커플링 엄청 위험함. 병적인 집착과 애증의 냄새가 풀풀 남. 히즈미는 '아담과 이브'니 이건 뭐 날 때부터 쌍쌍이고 히즈미의 온갖 쪽팔리는 대사 열전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아이즈하고는 뭐랄까, 그냥 막 좋습니다. 비주얼도 좋고 느낌도 좋고 귀엽고. (여담이지만 14권의 "널 찾고 있었어. ...안 되나?" "안될 건 없지만." 은 그대로 동인에 갖다 써먹어도 될 것 같았음;) 뭐 카논아유나 아사나루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코우스케는 료코하고 세트로 너무 귀여워서 가능하면 좀 냅두고 싶고, 카논은... 좋긴 좋은데 너무 일찍 가 버려서...;;; 그 애 하는 폼을 봐서는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나루미 아유무 교(...)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매진했을 것 같은데 아까워요;
물론 히요아유나 리오아유도 엄청 좋아합니다. 히요노는 오피셜에서 저리 보다가 다 죽어버리라고 밀어주는데 무슨 수로 저항하겠으며, 리오도 귀여움과 시커먼 뱃속의 갭이 무지 좋아요. 이런, 그냥 아유무만 있으면 다 좋은 걸지도;;;; 하지만 역시 제일 땡기는 건 兄弟임.
커플링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다른 포스팅으로 할 예정입니다. 나는 동인녀니까... 훗. (자랑이 아냐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