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웹사이트에서 가장 S의 이상에 부합하는 카이신카이와 하쿠카이를 쓰신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는 토마토 마치(苫戸マーチ) 님의 사이트 THE GREEN BANANA에서 참다 참다 결국 못 참고 주워 온 오늘의 희생자, 「우선은 젖혀두고(何はさておき)」입니다. 왜 갑자기 카이신카이가 그리워졌는지는 대충 생략합니다. S의 사랑은 제국보다 광대하고 계단식(후략)
예? 그야 배 째고 등 따고 장 꺼내 줄넘기하다 못해 이단뛰기 시도 중입니다. 새삼스럽군요. 훗. (....)
문제가 되면 깨끗이 지울 예정입니다. 이런 퀄리티를 가져가실 분은 없으리라 믿지만 그래도 불상사가 일어나면 쿄고쿠도의 저주가 7대 내내 따라붙습니다. 협박 맞습니다.
질에 태클거시면 여전히 슬픕니다.
...and less.
우선은 젖혀두고.
일단 냉장고부터 열어봤더니.
「우와! 여봐요 거기! 우유 상했어!!」
「하아? 니가 지맘대로 넣어둔 주제에」
억지스런 반문은 분연히 씹었다. 새 것처럼 반짝반짝반들반들 빛나는 싱크대에 기분 나쁜 허여멀건한 액체를 기세좋게 들이붓고, 수도꼭지를 힘차게 끝까지 돌려 콰르륵 쏟아지는 물과 더불어 안녕 바이바이. 쿠로바가 친절한 마음으로 사서 냉장고에 넣었던 우유는, 유통 기한을 1개월도 더 초과한 오늘에 와서야 가까스로 처분당했다.
「핫케이크는 우율 써야지 맛있는데─. 또 사러 가야잖아……」
「핫케이크? 우에─난 패스」
「알아! 내가 먹을 거야!」
마켓의 비닐봉투에 산더미처럼 쑤셔박아 온 먹거리를 찬장과 냉장고에 옮기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내용물을 싹 비워낸 봉투는 잘 접어서 서랍에 갈무리한다.
몸은 소파에 붙이고, 마음은 공상의 세계에 담그고, 쿠도는 나 몰라라 제 갈길을 폭진 중이다. 여상스런 모습에 안도했는지 어이가 그냥 날아갔는지 본인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쿠로바는 요란하게 콧김을 내뿜었다.
몸을 일으켜, 방을 두리번두리번 훑어본다.
「도대체, 밥은 먹고 살았어?」
「하이바라랑 란이랑 나랑 메구레 경감님이 4:3:2:1의 비율로 로테이션」
「자취는 고작 2할? 내가 못 살아, 경감님 주머니까지 털지 말라구……」
신문은 다행히 깔끔하게 차곡차곡 쌓여 있지만, 문제는 그 근처에 화려하게 널브러진 광고무더기다. 여긴 나중에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식기건조대의 돌기에는 두 달분의 먼지가 소복히 덮이고, 언제 내렸는지도 모를 빗자국이 식당의 돌출창에 허옇게 말라붙어 있다. 여기도 나중에 닦아주어야 한다. 일거리를 닥치는 대로 늘려가며, 쿠로바는 하는 일도 없이 그저 식당과 거실을 어정어정 배회했다.
「우와, 위험. 안경 밟을 뻔했다」
「아, 거기 있었냐. 어쩐지 안 뵈더라」
「여보세요오」
돌아가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돌아와 보니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차고 넘쳐서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까마득해서, 무얼 하고 싶었는지조차 망각하고. 까닭도 없이 초조감에 몸이 달았다.
「……있지, 건강했어?」
쿠로바가 겨우 내뱉은 새삼스럽기 이를 데 없는 인사는, 넓은 거실을 한순간 뒤흔들었다. 바닥에서 주워든 안경을 넘겨주면서 쿠도의 눈앞에 섰다.
쿠도는 한 줌 망설임 없이 책을 탕 덮고, 쿠로바의 질문에 잠자코 끄덕였다. 쿠도 역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전부 뒤로 미뤄두고, 먼저 한 마디.
「어서 와. 무사했냐」
눈이 마주쳤다. 어느 쪽도 외면하지 않는다. 작은 전장에서 귀환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 냉장고에 먹거리를 쑤셔넣는 것도, 창을 닦는 것도 아니었다.
「다녀왔습니다. 살아 있어요」
받아온 약을 전부 써 버렸다고 이웃집의 소녀에게 보고해야 하고, 오래도록 신세를 진 잘 아는 경감님께 은퇴선언서도 제출해야 한다는 게 문득 뇌리에 번득였지만, 뻗어온 손을 잡아 끌어안는 것 외에 지금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