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의 모에 로드에서 촉발된 온갖 망상과 잡스런 절규입니다.
안 보시는 게 무방하리라 사료됩니다;;;;
말릴 수야 없지요;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아직 한참 병아리인 내 동인 인생에서 '딸내미가 있었으면 당장 시집보냈을 죽여주게 좋은 남자가 단 한순간에 쳐죽일; 놈으로 급전직락한 케이스'는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유일한 영광-_-에 빛나는 장본인은 언젠가의 포스팅에서도 울며 불며 언급했던 요시다 모에기 상 作 러브송 시리즈의 키쿠마루 에이지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가 박박 갈림; 에이지 이 망할 놈....)
그리고 2005년 12월 5일, <공멸의 모에 로드>를 헐떡이며 달려가던 나는 무려 8년간 굳건히 쌓아온 '좋은 남자'의 아성이 두 처자의 잡담 끝에 재앙의 탑 무너지듯 우르르쾅쾅 꼴아박히는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말았으니 아 이게 웬 엘리제의 우울이란 말인가;;; 그나마 요시다 상의 러브송 시리즈는 아무리 잘됐어도 결국 팬픽이라는 마지노선이나 있었지 말 되어서 댑다 무서운 원작 분석 끝에 나쁜 놈 된 건 대체 뭐라고 변명을 해줘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나려나, 제기랄 발랄한 레이스물에서 무의식 중에 염장물을 찍어댄 후쿠다 감독 당신이 원흉이오-_-;;;
그를 좋은 남자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S와 H양의 가슴에 왕따시만한 상처를 남긴 장본인은,
물론 현재 자기가 카가 죠타로라 아무도 안 믿어줄 주장'만' 하고 계신 블리드 카가 씨다.
(젠장 우리가 부르다 죽을 이름 같으니-_-;;;;)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아직 한참 병아리인 내 동인 인생에서 '딸내미가 있었으면 당장 시집보냈을 죽여주게 좋은 남자가 단 한순간에 쳐죽일; 놈으로 급전직락한 케이스'는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유일한 영광-_-에 빛나는 장본인은 언젠가의 포스팅에서도 울며 불며 언급했던 요시다 모에기 상 作 러브송 시리즈의 키쿠마루 에이지였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가 박박 갈림; 에이지 이 망할 놈....)
그리고 2005년 12월 5일, <공멸의 모에 로드>를 헐떡이며 달려가던 나는 무려 8년간 굳건히 쌓아온 '좋은 남자'의 아성이 두 처자의 잡담 끝에 재앙의 탑 무너지듯 우르르쾅쾅 꼴아박히는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말았으니 아 이게 웬 엘리제의 우울이란 말인가;;; 그나마 요시다 상의 러브송 시리즈는 아무리 잘됐어도 결국 팬픽이라는 마지노선이나 있었지 말 되어서 댑다 무서운 원작 분석 끝에 나쁜 놈 된 건 대체 뭐라고 변명을 해줘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나려나, 제기랄 발랄한 레이스물에서 무의식 중에 염장물을 찍어댄 후쿠다 감독 당신이 원흉이오-_-;;;
그를 좋은 남자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S와 H양의 가슴에 왕따시만한 상처를 남긴 장본인은,
물론 현재 자기가 카가 죠타로라 아무도 안 믿어줄 주장'만' 하고 계신 블리드 카가 씨다.
(젠장 우리가 부르다 죽을 이름 같으니-_-;;;;)
S와 H양 아우성의 기록-_-;;;
[KISARA] 피 마르기 싫어서 토낀 카가 씨에게 뭔가 할 말은 없냐!!!
[Hylls] 날 배신했어!!!!! (오가타 메구미 보이스<)
[KISARA] 아니 뭐... 엄청 현명한 선택이긴 한데 말야... (나라도 저런 인성 버린 놈 옆에서 피 마르기 싫다;) 왜 이렇게 얄밉지? (삐질삐질)
[Hylls] 냅다 인류의 진화니 뭐니 하며 튀어버린
[Hylls] 이시다 보이스의 모 씨도 떠올라!
[Hylls] ........뭐랄까, 그러니까.
[Hylls] 마지막 가는 길에 쌈박하게 하룻밤... ...아니,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아니, 패배의 추억이랄까 각인을 남겨놓고
[Hylls] 평생 못 잊게 해놓고 튀었잖아 ㅍ_ㅍ
[KISARA] 웃으며 튀는 놈들은 다 나쁜 놈이얏!!!
[KISARA]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저건 하야토가 나쁘다. 누가 인간이 갈 수 없는 그런 데로 가 버리래?
[Hylls] 응. 나쁘지.
[Hylls] 랄까,
[Hylls] ...그 옆에서 계속 달려주기를 선택한 란돌이 대단하지...;;;
[KISARA] 왕자니이이이이이이이임!!!!!
[Hylls]손 한 번 못 잡아보는데도!!
[KISARA] 뭐냐 이거, 뭐냐 이 시추에이션, 마음의 일부분은 떠나간 그이 옆에, 몸은 왕자님 곁에냐!?
[KISARA] (마음 전부가 가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쪽도 충분히 나쁜 놈)
[Hylls] ...게다가 왕자님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영역으로는 못 가!
[Hylls] (가시면 안 되지;)
* 중간에 한참 쓸데없는; 잡담 후
[KISARA] ....근데, 하야토와 아스라다의 관계에서 무지하게 불타는 걸 느낀 나는 나쁜 애인 걸까요 휠스짱?
[Hylls] ...머신과 파일럿의 관계란 영원의 로망이야.
[Hylls] (내가 왜 선라이즈 용자물을 좋아하는데)
[Hylls] 아스라다 인간 버전이라던가가 있으면
[Hylls] 난 카가하야를 버리고 달려갈 수 있... <-탕
[KISARA] ........실은 나도!!! <-탕탕탕
[Hylls] ...하지만 아스라다...
[Hylls] 쫙 빠진 블루와 화이트의 바디에...
[Hylls] 입 열면 독설에 만담에...
[Hylls] ...
[Hylls] ...취향이잖아. <-
[KISARA] .........무지하게. <-
[KISARA] 내가 뭐랬어! 저 소년은 앞날 창창한 열넷에 왕수다 인공지능 포뮬러 머신에 코 꿰인 거라구!!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거야!
[Hylls] 게다가 그 놈은 '너 아니면 나 못 타 ㅍ_ㅍ' 하고 배짱을 튕기지!!!
[KISARA] '나 아님 너도 안 돼' 식으로 땡깡을 부리기도 해!!
[KISARA] .....히로유키 씨... 대체 뭘 물려주신 겁니까아.....
[Hylls] 잘빠진 미청... ...아니, 미머신(...)
[KISARA] 하나뿐인 아들내미가 사련이 백 배 더 나을 위험한 길로 들어가 버렸잖아! 어떡할 거야 저걸!!
[KISARA] 근데 정말 무기물과 사랑에 빠져 버린(...아니 이건 차라리 정말로 사랑이 나을 동일화 관계-_-;;) 아들내미 누가 건져준다냐
[Hylls] 양다리를 용납할 마음 넓은 남자 말고는 없지 않을까 <
[Hylls] (카가 씨는 아스라다와의 양다리를 용납 못해 하야토를 떠난 거야!!!)
[KISARA] 무시기라!! 그런 거였냐!!!! (...아니 그 전에 보통은 아스카와의 양다리 아니었나)
[KISARA] ...그럼 왕자님은 양다리도 삼각대도 탁자도 문어발도 용납할 수 있으니까 굳이 서킷에 남으신 거고!!!?
[Hylls] ...왕자님은 하해와 같이 넓으신 아량으로
[Hylls] 내가 아니면 누가 저 나르시시즘을 거둬먹이리...!! 랄까! <-...오너인 아스카는.
[KISARA] (...헉, 내추럴하게 왕자님이라고 불러버렸다!! ∑-o-!!!)
[KISARA]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아아주 문제 있는 형태의 파더콤이겠지!!! ;;;
[Hylls] ...파더콤을 넘어서서 아빠의 화신을 자신과 동일시했잖아!
[Hylls] 이미 나르시시즘의 영역에... 랄까 왕자님이라니! ORZ
[KISARA] .........아니, 혈통상 진짜 왕자님 맞지만.... OTL
[KISARA] 세상의 왕자님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징크스가 여기서도!!?
[Hylls] ...아아, 내가 말했지만 인증되는 걸 보고 싶진 않았어! <-악어의 눈물
* 역시 계속; 쓸데없는 잡담 후
[KISARA] 그러나 저 빌어먹을 메모 때문에 마녀도 죽고 없고 저언혀 나오실 생각이 없는 탑 위의 라푼젤과 한 번 들어갔다 포기하고 나온 기사님과 밑에서 기다리는 왕자님이 내 머리를 꽉 휘어잡고 있으니 아아 미묘한 여심이여.
[Hylls] ...그런데 말야 난 솔직히 카가하야 지망이긴 한데
[Hylls] ...그건 제로까지(그리고 넓게 봐서 사가까지)를 인정하는 마음에서고
[Hylls] 신까지 가면 인정 못해... ...버렸어 <-
[KISARA] ..........나도 SIN은 무시 때리자는 파였다고!!!
[KISARA] (내 사포 시계는 ZERO에서 멎었다고 주장하던 여자였어!)
[Hylls] 저걸 보고 신이 보고 싶긴 한데...
[Hylls] ...신을 인정하면 카가하야를 인정할 수 없어져 ㅍ_ㅍ;
[KISARA] ........................딜레마냐.
[Hylls] 아스라다하야토나 란돌하야토로 가겠어... ㅍ_ㅍ
[Hylls] 플라토닉이면 어떠냐 공이 버리는 건 인정못해
[KISARA] 버리고 간 남자는 밉지 (훗)
[Hylls] 그것도 그냥 포기한 것도 아니고
[Hylls] 거기까지 갈 수 있는 데도 버렸잖아 ㅍ_ㅍ
[Hylls] (...라이벌의 기본원칙을 배반했어 저 남자는!!!!!!!!!!!)
[KISARA] .....허헉, 갑자기 카가 씨가 신이치 버금가는 절라 나쁜 인간이 되어 버렸다!!!!
[KISARA] 애 꼬시고 책임도 안 지고 웃으면서 튀었어!
[KISARA] ....이런 망할....-_-;;;
[Hylls] 하야토로서는 그야말로 입맛만 버린 셈 아니냐!!! <-
[Hylls] 아예 아무도 안 올라왔으면 고고히 왕좌를 지키고 있을 것을!!!!!
[KISARA] .......이거 혹시, 전설의 못 삼킬 감 깨물어나 보자의 심보냐!!!?
[Hylls] 그러니 인정 못해!!!!!!
[KISARA] (...근데 혹시 저 라푼젤[....] 모드에 그대 동의하는가)
[KISARA] .....그 마음 이해한다 (훌쩍훌쩍)
[Hylls] (머리 부여잡고 올라갔다가 냅다 뛰어내린 나쁜 놈 말이지 <-폭언)
[KISARA] 결국 못 구하고 실패한 남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솔직히 불타긴 엄청 불타는데... 홀랑 떠나버린 건 역시 용서가 안 돼애애애애애 OTL
[Hylls] (...카가 씨는 내 마음의 좋은 사람 리스트업이었던 것 같은데...)
[Hylls] ...실패하고 장절히 산화하면 몰라
[Hylls]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놓고 튀었잖아!!!!!!!!!!!!
[KISARA] ........아아아... 좋은 사람에서 나쁜 놈으로 폴른하는 거 순식간이구나...
아우성의 결과 1 : 카가 씨, 그냥 튄 게 아니라 '버리고' 튀었음이 입증되어 소녀 한 마리를 마음 속에 키우는 처자들에게 성대히 점수가 깎임.
아우성의 결과 2 : 란돌의 호칭이 '왕자님'으로 굳어짐. (= 빼도 박도 못함;)
나와 H양은 본디 SIN은 그냥 생까자 파였다. 상당수의 쯔바사 팬이 월드유스 편 이하를 기냥 나는 모르쇠 알 수가 엄써로 개무시하듯 하야토 삽질은 뭐 그러려니 하여도 여윳스-! 모드가 아닌 카가 씨는 도저히 눈 뜨고 못 보겠다는 기본 신념이 투철하여 그런 물건도 있었남? 난 모르것슈-_-의 포지션을 이날 이때까지 철저하게 유지해왔던 바.
"그럼 장에 꽂힌 저 DVD는 뭡니까?"
"나도 몰라. 젊은 시절의 과오?"
나오토 상의 일격 한 방에 푸슬푸슬 무너져 무조건 항복을 외쳤으니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동인녀일진대, 차라리 이런 감정 모르고 살았으면 더 행복하다고 우리는 실로 심각한 딜레마에 맞닥뜨리게 되었던 것이다.
──SIN을 인정하면 카가 씨가 토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아니 뭐 인간적으로 이해가 안 가지는 않는다구. 현명한 선택 맞다니까. 인간이 범접해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영영 달아나 버린 녀석 붙들기란 사람으로서 당최 할 짓이 못 된다. 정기를 좍좍 빨아먹는 필드에서 같이 죽던가 냅다 도망가던가, 선택지가 저거 두 놈뿐이라면 까놓고 말해 나라도 튀고 싶을 거다; 꺼내준다는 세 번째 대안 따윈 존재하지도 않는걸. 자각도 없거니와 나올 의사도 없는 애를 뭔 수로 꺼내주는데.
하야토는 말 그대로 초장부터 스텝을 잘못 디뎠다. 카가 씨처럼 아예 아버지와 의사소통에서 확 실패해버렸음 모르는데 얜 사춘기의 질풍노도로 좀 반항도 하고 개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빠가 좋고 아빠한테 인정받고 싶은 평범한 애라서 아빠가 뭣 좀 대단한 걸 한다니까 혹해서 줄줄 따라가버린 게 화근이었고 꿈만 먹어도 살 듯한 부모 세대의 스고 씨와 쿠루마다 감독이 아빠와 떨어져 자란 이 애의 희미한 카자미 히로유키 상(象)에 바람을 좍좍 불어넣은데다 허파에 바람 좀 들어갔어도 실물과 부대끼면서 아웅다웅했으면 문제가 좀 적었을 텐데 제대로 대면하기 전에 아빠란 인간이 홀랑 타계해 버렸으니 오노 지저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가 너무 어렸다;; 자아가 완전히 확립이 안 된 열 넷에 기냥 머신도 아니고 아스라다를 떠안아 버렸으니 결과가 이리 대참사인 거라. 카가 씨처럼 자아가 좀 지나칠 정도로 확고한 타입이거나 하다못해 열 예닐곱만 됐더라도 아스라다와 투닥투닥 아옹다옹하면서 건전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을, 다시 말하지만 애가 너무 어렸다.
아무튼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머신 - 더구나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마가 낀 물건; - 과 일체화된 성장을 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하야토에게 아스라다는 그저 파트너 정도가 아니라 죽은 아버지가 투영된 의사 부친이고 친우고 동지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분신이다. (생각해 보면 TV판 후반부에서 오오토모 씨가 사고로 재기불능 판정을 받았을 때 패스너 들고 아스라다에게 덤벼든 것에서부터 일체화의 징조가 슬슬 보이고 있었다. 사실 패고 싶은 건 저 자신인데 그럴 수가 없으니 또 하나의 자신=아스라다를 박살내려 설쳐댄 거다. 아아 될성그른 나무는 떡잎부터 엇자랐다;) 연인보다 더욱 감질나고 단순한 사랑을 아득히 초월한 그 질기디 질긴 인연은 ZERO 때 이미 아스카와 헤어질 각오까지 하고 아스라다에 도로 오른 것으로 입증이 됐다. 그때 아스카는 감 잡았던 거겠지. 그녀가 (그리고 다른 누구든) 설령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하야토에게 있어 아스라다 이상의 존재는 결코 될 수 없고 떼어낼 수도 없다는 걸 말이다. 당신의 경쟁상대는 왕수다 인공지능 포뮬러 머신! by O모 님. 웃을 수 없다!! ;;; 아스카가 ZERO 이후로 유난히 마더 어스; 삘이 공고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SAGA 초반에 아스라다에게서의 분리를 시도한답시고 뒤늦게 삽질한 반동에다 카자미 히로유키의 이상에 목 매달고 덤벼드는 또 하나의 남자 나구모 쿄시로의 등장이 촉매질을 하는 통에 SIN에 이르러 놈들의 관계는 오히려 한층 더 끈끈하고 끈적끈적해져 버려, 차라리 사련(邪戀)에 빠지는 게 천만 배는 나을 인간과 기계의 동일화, 즉 정신적인 레벨에서의 완전한 융합으로 발전함으로써 카자미 하야토는 진정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한 마디로 전쟁 통에 맛이 간(.....) 어딘가의 K모 군보다 한 걸음 앞서 인간 진입 금지! 도장 꽝의 팻말이 걸린 신(神)의 영역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럴 바에는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인간에게 육체적인 면의 융합만을 강요하는 알자드가 훠얼씬 인도적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 기분 탓만은 아니리라;;;
그래서 SAGA 이후부터 SIN에 들어 하야토는 레이스를 하고는 있는데 뭔가 레이스를 하고 있지 않은 괴상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까 뭐랄까, 영광을 잡고 싶다거나 달리는 게 좋다거나 저놈에게 지고 싶지 않다거나 비지니스라거나 뭐 기타 등등의 아아주 인간적인 이유로 출전하는 여타 레이서들과는 반대로 이 녀석은 그냥 거기에 코스가 있고 달리는 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 이유이자 의의이고 또 주행이야말로 카자미 히로유키가 남긴 이상을 체현하는 길이기 때문에 서킷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우승은 그 상태가 하필 신의 영역이라서 얻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고 그야 이겨서 좋기는 하겠지만 막상 본인은 거기에 대단히 큰 의미는 두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거의 아, 또 1등했다 잘됐네 수준이니 포인트에 목숨 거는 딴 레이서들이 보면 몰매 맞을 일이며 운대가리도 없게 이런 괴물과 동시대에 태어난 여타 레이서들이 가여울 뿐이다;;;
다만 세상에 딱 하나 이 상태의 하야토에게서 무려 인간적인 투쟁심을 이끌어내는 엄청난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블리드 카가다.
'영혼적 쌍둥이'라는 타이핑하기도 민-_-망한 캐치프레이즈를 앞이마에 떡 달고 있는 그는 현존하는 레이서 중에서는 유일하게 (SIN 초반에서 자기 입으로 인정했듯) 하야토를 가로막을 수 있는 사람이고 하야토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2022년 제 17회 대회에서 그는 하야토와 '제대로' 싸우기 위해 나구모의 조력을 받아 라이벌 중에선 가히 최초로 '인간과 머신의 융합'이라는 필드에 겁도 없이 발을 성큼 들였고 그 결과는 모두 아심지롱이다; 그러나 이미 정신이 허공으로 우화등선해 버린 누구 씨와는 달라서 철저하게 인간적인 카가 씨는 한 번은 이겼지만 두 번 이상 이 짓 하라면 내가 기력 소모로 죽어버리겠다=도저히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17회 대회가 끝나자마자 오우가를 내려서 CF에서 토-_-꼈다. 사이버에 머물러서 하야토와 진검 승부하는 한은 죽으나 사나 그 마의 지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전제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비난할 수 없다. 안다. 나라도 꽁지 빠지게 내뺀다니까. 종족부터 다른 애 앞길이 시커먼 도로 폭진하는 걸 죽어라 쫓아가는 짓을 두 글자로 뭐라 그러더라. 자뻑. -_-
그러나 인간은 정론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법이라. 자고로 불세출의 라이벌이란 치고받으며 지옥 끝까지 나락 끝까지 죽어라고 동행하는 게 정석 중의 정석이요 로망이거늘 카가 씨는 그걸 정면으로 위반 때리고 나른 터 아닌 밤중에 처자 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땅을 갈랐나니-_-;;;
사실 구해주는 데 (혹은 동참하는 데) 결국 실패한 남자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건 이거대로 무지하게 모에이긴 한데 결국 핵심은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발 빼고 튀었고 그것도 곱게 안 가고 '평생 못 잊을 각인까지 꾹 찍어주고' 내뺐다는 것이다. (이때 삼키지도 못할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냐며 펄펄 뛰는 S의 얼굴 표정은 아주 볼 만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더구나 하필이면 바로 옆에 영역에 접근하기는 불가능하지만 - 재능이 아니라 성향의 문제다 - 대충 감은 잡고 끝까지 지켜봐 주기로 결정을 내리신, H양과 S의 기준에서 끝내주게 바람직한 왕자님 속성의 란돌 도련님이 떡하니 존재하시는 통에 바로 그저께까지 둘이 손 잡고 좋은 남자라 꺅꺅대던 카가 씨의 점수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없는 수준으로 성대히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신이치한테 빗댔다고 땀 삐질대며 미안미안해하던 걸 이 빠득 갈며 당장 취소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더란 말이지;;; 아아 젠장 올라가긴 어렵고 좋은 남자에서 나쁜 놈으로 Fallen Angel은 순식간이다;;;;
(그렇다고 애정이 식었느냐면 그건 절대 아님. 나쁜 놈=싫은 놈이 아니라는 미묘한 여심에 주의하자)
특히 왕자님이 딱해 죽겠는게, 그나마 하야토에게 남아 있던 인성은 카가 씨가 CF를 떠나면서 같이 갖고 간 거나 마찬가지고 이제 여기 남아 있는 건 신의 영역에 머리부터 처박은 카자미 하야토지만 카자미 하야토가 아닌 다른 무엇이란 말이지. 주절대는 나도 슬슬 헷갈리기 시작하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의 성질도 부리고 가끔 좀 난감하게 삽질도 하고 귀엽게 버벅버벅대기도 하고 제법 잘난 척도 하던 딱 지 나이다운 '인간'으로서의 카자미 하야토는 영영 소멸해 버린 것이다. 레이스와는 상관없는 제 3자의 입장에 선 아스카와는 달리 적어도 레이서라는 입장을 공유하고 14살 때부터 라이벌이라는 썩은 인연을 지긋지긋하게 지속시켜 온 (이 사람은 CF 뛰어든 계기부터가 빌어먹게도; 하야토였기 때문에 더더욱 각별하다) 왕자님은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유일하게 가능성 좀 있어 뵈던 마지막 오프 스위치(= 카가 씨)도 사라져 버린 판에 저 녀석은 이미 되돌아오긴 글렀으며 혼자서 저 종착점이 있기나 한지 모를 길 갈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걸 대략적으로나마 느끼고는 있겠지. 그런데도 그 꼴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건, 그리고 끝까지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건 어떤 의미 지독한 정신적 고문이고 피가 짝짝 마르는 일이다. 근데도 감수하겠단다. 거기까지 왕자님 속성 아니어도 되는데 말이지 T.T
농담 아니라 진짜로 왕자님은 열 넷에 저 인간을 상관한 순간부터 이미 인생 처절히 말아먹은 거라. 당신 뭐하러 아스카의 키슬 걸고 내기 따윌 하셨나; 젊은 혈기에 나대면 필히 몸 버린다고 그레이슨이 안 가르쳐줍디까. 자폭을 해도 유분수지-_-;;;;
이 세 사람의 관계도를 싸잡아 '내려올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 라푼젤과 한 번 들어갔다 포기한 기사님과 밑에서 기다리는 왕자님'(.....)이라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것도 더 이상 웃을 수 없게 됐음. 사이버 포뮬러로 이렇게 (말 되고) 꿀꿀한 앵스트를 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능력 있는 팬은 무서븐 존재다.
그러니까, 한 편 써라 휠스 양. (위협)
[KISARA] 피 마르기 싫어서 토낀 카가 씨에게 뭔가 할 말은 없냐!!!
[Hylls] 날 배신했어!!!!! (오가타 메구미 보이스<)
[KISARA] 아니 뭐... 엄청 현명한 선택이긴 한데 말야... (나라도 저런 인성 버린 놈 옆에서 피 마르기 싫다;) 왜 이렇게 얄밉지? (삐질삐질)
[Hylls] 냅다 인류의 진화니 뭐니 하며 튀어버린
[Hylls] 이시다 보이스의 모 씨도 떠올라!
[Hylls] ........뭐랄까, 그러니까.
[Hylls] 마지막 가는 길에 쌈박하게 하룻밤... ...아니,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아니, 패배의 추억이랄까 각인을 남겨놓고
[Hylls] 평생 못 잊게 해놓고 튀었잖아 ㅍ_ㅍ
[KISARA] 웃으며 튀는 놈들은 다 나쁜 놈이얏!!!
[KISARA]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저건 하야토가 나쁘다. 누가 인간이 갈 수 없는 그런 데로 가 버리래?
[Hylls] 응. 나쁘지.
[Hylls] 랄까,
[Hylls] ...그 옆에서 계속 달려주기를 선택한 란돌이 대단하지...;;;
[KISARA] 왕자니이이이이이이이임!!!!!
[Hylls]
[KISARA] 뭐냐 이거, 뭐냐 이 시추에이션, 마음의 일부분은 떠나간 그이 옆에, 몸은 왕자님 곁에냐!?
[KISARA] (마음 전부가 가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쪽도 충분히 나쁜 놈)
[Hylls] ...게다가 왕자님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영역으로는 못 가!
[Hylls] (가시면 안 되지;)
* 중간에 한참 쓸데없는; 잡담 후
[KISARA] ....근데, 하야토와 아스라다의 관계에서 무지하게 불타는 걸 느낀 나는 나쁜 애인 걸까요 휠스짱?
[Hylls] ...머신과 파일럿의 관계란 영원의 로망이야.
[Hylls] (내가 왜 선라이즈 용자물을 좋아하는데)
[Hylls] 아스라다 인간 버전이라던가가 있으면
[Hylls] 난 카가하야를 버리고 달려갈 수 있... <-탕
[KISARA] ........실은 나도!!! <-탕탕탕
[Hylls] ...하지만 아스라다...
[Hylls] 쫙 빠진 블루와 화이트의 바디에...
[Hylls] 입 열면 독설에 만담에...
[Hylls] ...
[Hylls] ...취향이잖아. <-
[KISARA] .........무지하게. <-
[KISARA] 내가 뭐랬어! 저 소년은 앞날 창창한 열넷에 왕수다 인공지능 포뮬러 머신에 코 꿰인 거라구!!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거야!
[Hylls] 게다가 그 놈은 '너 아니면 나 못 타 ㅍ_ㅍ' 하고 배짱을 튕기지!!!
[KISARA] '나 아님 너도 안 돼' 식으로 땡깡을 부리기도 해!!
[KISARA] .....히로유키 씨... 대체 뭘 물려주신 겁니까아.....
[Hylls] 잘빠진 미청... ...아니, 미머신(...)
[KISARA] 하나뿐인 아들내미가 사련이 백 배 더 나을 위험한 길로 들어가 버렸잖아! 어떡할 거야 저걸!!
[KISARA] 근데 정말 무기물과 사랑에 빠져 버린(...아니 이건 차라리 정말로 사랑이 나을 동일화 관계-_-;;) 아들내미 누가 건져준다냐
[Hylls] 양다리를 용납할 마음 넓은 남자 말고는 없지 않을까 <
[Hylls] (카가 씨는 아스라다와의 양다리를 용납 못해 하야토를 떠난 거야!!!)
[KISARA] 무시기라!! 그런 거였냐!!!! (...아니 그 전에 보통은 아스카와의 양다리 아니었나)
[KISARA] ...그럼 왕자님은 양다리도 삼각대도 탁자도 문어발도 용납할 수 있으니까 굳이 서킷에 남으신 거고!!!?
[Hylls] ...왕자님은 하해와 같이 넓으신 아량으로
[Hylls] 내가 아니면 누가 저 나르시시즘을 거둬먹이리...!! 랄까! <-...오너인 아스카는.
[KISARA] (...헉, 내추럴하게 왕자님이라고 불러버렸다!! ∑-o-!!!)
[KISARA]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아아주 문제 있는 형태의 파더콤이겠지!!! ;;;
[Hylls] ...파더콤을 넘어서서 아빠의 화신을 자신과 동일시했잖아!
[Hylls] 이미 나르시시즘의 영역에... 랄까 왕자님이라니! ORZ
[KISARA] .........아니, 혈통상 진짜 왕자님 맞지만.... OTL
[KISARA] 세상의 왕자님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징크스가 여기서도!!?
[Hylls] ...아아, 내가 말했지만 인증되는 걸 보고 싶진 않았어! <-악어의 눈물
* 역시 계속; 쓸데없는 잡담 후
[KISARA] 그러나 저 빌어먹을 메모 때문에 마녀도 죽고 없고 저언혀 나오실 생각이 없는 탑 위의 라푼젤과 한 번 들어갔다 포기하고 나온 기사님과 밑에서 기다리는 왕자님이 내 머리를 꽉 휘어잡고 있으니 아아 미묘한 여심이여.
[Hylls] ...그런데 말야 난 솔직히 카가하야 지망이긴 한데
[Hylls] ...그건 제로까지(그리고 넓게 봐서 사가까지)를 인정하는 마음에서고
[Hylls] 신까지 가면 인정 못해... ...버렸어 <-
[KISARA] ..........나도 SIN은 무시 때리자는 파였다고!!!
[KISARA] (내 사포 시계는 ZERO에서 멎었다고 주장하던 여자였어!)
[Hylls] 저걸 보고 신이 보고 싶긴 한데...
[Hylls] ...신을 인정하면 카가하야를 인정할 수 없어져 ㅍ_ㅍ;
[KISARA] ........................딜레마냐.
[Hylls] 아스라다하야토나 란돌하야토로 가겠어... ㅍ_ㅍ
[Hylls] 플라토닉이면 어떠냐 공이 버리는 건 인정못해
[KISARA] 버리고 간 남자는 밉지 (훗)
[Hylls] 그것도 그냥 포기한 것도 아니고
[Hylls] 거기까지 갈 수 있는 데도 버렸잖아 ㅍ_ㅍ
[Hylls] (...라이벌의 기본원칙을 배반했어 저 남자는!!!!!!!!!!!)
[KISARA] .....허헉, 갑자기 카가 씨가 신이치 버금가는 절라 나쁜 인간이 되어 버렸다!!!!
[KISARA] 애 꼬시고 책임도 안 지고 웃으면서 튀었어!
[KISARA] ....이런 망할....-_-;;;
[Hylls] 하야토로서는 그야말로 입맛만 버린 셈 아니냐!!! <-
[Hylls] 아예 아무도 안 올라왔으면 고고히 왕좌를 지키고 있을 것을!!!!!
[KISARA] .......이거 혹시, 전설의 못 삼킬 감 깨물어나 보자의 심보냐!!!?
[Hylls] 그러니 인정 못해!!!!!!
[KISARA] (...근데 혹시 저 라푼젤[....] 모드에 그대 동의하는가)
[KISARA] .....그 마음 이해한다 (훌쩍훌쩍)
[Hylls] (머리 부여잡고 올라갔다가 냅다 뛰어내린 나쁜 놈 말이지 <-폭언)
[KISARA] 결국 못 구하고 실패한 남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솔직히 불타긴 엄청 불타는데... 홀랑 떠나버린 건 역시 용서가 안 돼애애애애애 OTL
[Hylls] (...카가 씨는 내 마음의 좋은 사람 리스트업이었던 것 같은데...)
[Hylls] ...실패하고 장절히 산화하면 몰라
[Hylls]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놓고 튀었잖아!!!!!!!!!!!!
[KISARA] ........아아아... 좋은 사람에서 나쁜 놈으로 폴른하는 거 순식간이구나...
아우성의 결과 1 : 카가 씨, 그냥 튄 게 아니라 '버리고' 튀었음이 입증되어 소녀 한 마리를 마음 속에 키우는 처자들에게 성대히 점수가 깎임.
아우성의 결과 2 : 란돌의 호칭이 '왕자님'으로 굳어짐. (= 빼도 박도 못함;)
나와 H양은 본디 SIN은 그냥 생까자 파였다. 상당수의 쯔바사 팬이 월드유스 편 이하를 기냥 나는 모르쇠 알 수가 엄써로 개무시하듯 하야토 삽질은 뭐 그러려니 하여도 여윳스-! 모드가 아닌 카가 씨는 도저히 눈 뜨고 못 보겠다는 기본 신념이 투철하여 그런 물건도 있었남? 난 모르것슈-_-의 포지션을 이날 이때까지 철저하게 유지해왔던 바.
"그럼 장에 꽂힌 저 DVD는 뭡니까?"
"나도 몰라. 젊은 시절의 과오?"
나오토 상의 일격 한 방에 푸슬푸슬 무너져 무조건 항복을 외쳤으니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동인녀일진대, 차라리 이런 감정 모르고 살았으면 더 행복하다고 우리는 실로 심각한 딜레마에 맞닥뜨리게 되었던 것이다.
──SIN을 인정하면 카가 씨가 토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아니 뭐 인간적으로 이해가 안 가지는 않는다구. 현명한 선택 맞다니까. 인간이 범접해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영영 달아나 버린 녀석 붙들기란 사람으로서 당최 할 짓이 못 된다. 정기를 좍좍 빨아먹는 필드에서 같이 죽던가 냅다 도망가던가, 선택지가 저거 두 놈뿐이라면 까놓고 말해 나라도 튀고 싶을 거다; 꺼내준다는 세 번째 대안 따윈 존재하지도 않는걸. 자각도 없거니와 나올 의사도 없는 애를 뭔 수로 꺼내주는데.
하야토는 말 그대로 초장부터 스텝을 잘못 디뎠다. 카가 씨처럼 아예 아버지와 의사소통에서 확 실패해버렸음 모르는데 얜 사춘기의 질풍노도로 좀 반항도 하고 개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빠가 좋고 아빠한테 인정받고 싶은 평범한 애라서 아빠가 뭣 좀 대단한 걸 한다니까 혹해서 줄줄 따라가버린 게 화근이었고 꿈만 먹어도 살 듯한 부모 세대의 스고 씨와 쿠루마다 감독이 아빠와 떨어져 자란 이 애의 희미한 카자미 히로유키 상(象)에 바람을 좍좍 불어넣은데다 허파에 바람 좀 들어갔어도 실물과 부대끼면서 아웅다웅했으면 문제가 좀 적었을 텐데 제대로 대면하기 전에 아빠란 인간이 홀랑 타계해 버렸으니 오노 지저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가 너무 어렸다;; 자아가 완전히 확립이 안 된 열 넷에 기냥 머신도 아니고 아스라다를 떠안아 버렸으니 결과가 이리 대참사인 거라. 카가 씨처럼 자아가 좀 지나칠 정도로 확고한 타입이거나 하다못해 열 예닐곱만 됐더라도 아스라다와 투닥투닥 아옹다옹하면서 건전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을, 다시 말하지만 애가 너무 어렸다.
아무튼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머신 - 더구나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마가 낀 물건; - 과 일체화된 성장을 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하야토에게 아스라다는 그저 파트너 정도가 아니라 죽은 아버지가 투영된 의사 부친이고 친우고 동지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분신이다. (생각해 보면 TV판 후반부에서 오오토모 씨가 사고로 재기불능 판정을 받았을 때 패스너 들고 아스라다에게 덤벼든 것에서부터 일체화의 징조가 슬슬 보이고 있었다. 사실 패고 싶은 건 저 자신인데 그럴 수가 없으니 또 하나의 자신=아스라다를 박살내려 설쳐댄 거다. 아아 될성그른 나무는 떡잎부터 엇자랐다;) 연인보다 더욱 감질나고 단순한 사랑을 아득히 초월한 그 질기디 질긴 인연은 ZERO 때 이미 아스카와 헤어질 각오까지 하고 아스라다에 도로 오른 것으로 입증이 됐다. 그때 아스카는 감 잡았던 거겠지. 그녀가 (그리고 다른 누구든) 설령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하야토에게 있어 아스라다 이상의 존재는 결코 될 수 없고 떼어낼 수도 없다는 걸 말이다. 당신의 경쟁상대는 왕수다 인공지능 포뮬러 머신! by O모 님. 웃을 수 없다!! ;;; 아스카가 ZERO 이후로 유난히 마더 어스; 삘이 공고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SAGA 초반에 아스라다에게서의 분리를 시도한답시고 뒤늦게 삽질한 반동에다 카자미 히로유키의 이상에 목 매달고 덤벼드는 또 하나의 남자 나구모 쿄시로의 등장이 촉매질을 하는 통에 SIN에 이르러 놈들의 관계는 오히려 한층 더 끈끈하고 끈적끈적해져 버려, 차라리 사련(邪戀)에 빠지는 게 천만 배는 나을 인간과 기계의 동일화, 즉 정신적인 레벨에서의 완전한 융합으로 발전함으로써 카자미 하야토는 진정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한 마디로 전쟁 통에 맛이 간(.....) 어딘가의 K모 군보다 한 걸음 앞서 인간 진입 금지! 도장 꽝의 팻말이 걸린 신(神)의 영역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럴 바에는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인간에게 육체적인 면의 융합만을 강요하는 알자드가 훠얼씬 인도적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 기분 탓만은 아니리라;;;
그래서 SAGA 이후부터 SIN에 들어 하야토는 레이스를 하고는 있는데 뭔가 레이스를 하고 있지 않은 괴상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까 뭐랄까, 영광을 잡고 싶다거나 달리는 게 좋다거나 저놈에게 지고 싶지 않다거나 비지니스라거나 뭐 기타 등등의 아아주 인간적인 이유로 출전하는 여타 레이서들과는 반대로 이 녀석은 그냥 거기에 코스가 있고 달리는 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 이유이자 의의이고 또 주행이야말로 카자미 히로유키가 남긴 이상을 체현하는 길이기 때문에 서킷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우승은 그 상태가 하필 신의 영역이라서 얻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고 그야 이겨서 좋기는 하겠지만 막상 본인은 거기에 대단히 큰 의미는 두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거의 아, 또 1등했다 잘됐네 수준이니 포인트에 목숨 거는 딴 레이서들이 보면 몰매 맞을 일이며 운대가리도 없게 이런 괴물과 동시대에 태어난 여타 레이서들이 가여울 뿐이다;;;
다만 세상에 딱 하나 이 상태의 하야토에게서 무려 인간적인 투쟁심을 이끌어내는 엄청난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블리드 카가다.
'영혼적 쌍둥이'라는 타이핑하기도 민-_-망한 캐치프레이즈를 앞이마에 떡 달고 있는 그는 현존하는 레이서 중에서는 유일하게 (SIN 초반에서 자기 입으로 인정했듯) 하야토를 가로막을 수 있는 사람이고 하야토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2022년 제 17회 대회에서 그는 하야토와 '제대로' 싸우기 위해 나구모의 조력을 받아 라이벌 중에선 가히 최초로 '인간과 머신의 융합'이라는 필드에 겁도 없이 발을 성큼 들였고 그 결과는 모두 아심지롱이다; 그러나 이미 정신이 허공으로 우화등선해 버린 누구 씨와는 달라서 철저하게 인간적인 카가 씨는 한 번은 이겼지만 두 번 이상 이 짓 하라면 내가 기력 소모로 죽어버리겠다=도저히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17회 대회가 끝나자마자 오우가를 내려서 CF에서 토-_-꼈다. 사이버에 머물러서 하야토와 진검 승부하는 한은 죽으나 사나 그 마의 지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전제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비난할 수 없다. 안다. 나라도 꽁지 빠지게 내뺀다니까. 종족부터 다른 애 앞길이 시커먼 도로 폭진하는 걸 죽어라 쫓아가는 짓을 두 글자로 뭐라 그러더라. 자뻑. -_-
그러나 인간은 정론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법이라. 자고로 불세출의 라이벌이란 치고받으며 지옥 끝까지 나락 끝까지 죽어라고 동행하는 게 정석 중의 정석이요 로망이거늘 카가 씨는 그걸 정면으로 위반 때리고 나른 터 아닌 밤중에 처자 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땅을 갈랐나니-_-;;;
사실 구해주는 데 (혹은 동참하는 데) 결국 실패한 남자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건 이거대로 무지하게 모에이긴 한데 결국 핵심은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발 빼고 튀었고 그것도 곱게 안 가고 '평생 못 잊을 각인까지 꾹 찍어주고' 내뺐다는 것이다. (이때 삼키지도 못할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냐며 펄펄 뛰는 S의 얼굴 표정은 아주 볼 만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더구나 하필이면 바로 옆에 영역에 접근하기는 불가능하지만 - 재능이 아니라 성향의 문제다 - 대충 감은 잡고 끝까지 지켜봐 주기로 결정을 내리신, H양과 S의 기준에서 끝내주게 바람직한 왕자님 속성의 란돌 도련님이 떡하니 존재하시는 통에 바로 그저께까지 둘이 손 잡고 좋은 남자라 꺅꺅대던 카가 씨의 점수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없는 수준으로 성대히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신이치한테 빗댔다고 땀 삐질대며 미안미안해하던 걸 이 빠득 갈며 당장 취소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더란 말이지;;; 아아 젠장 올라가긴 어렵고 좋은 남자에서 나쁜 놈으로 Fallen Angel은 순식간이다;;;;
(그렇다고 애정이 식었느냐면 그건 절대 아님. 나쁜 놈=싫은 놈이 아니라는 미묘한 여심에 주의하자)
특히 왕자님이 딱해 죽겠는게, 그나마 하야토에게 남아 있던 인성은 카가 씨가 CF를 떠나면서 같이 갖고 간 거나 마찬가지고 이제 여기 남아 있는 건 신의 영역에 머리부터 처박은 카자미 하야토지만 카자미 하야토가 아닌 다른 무엇이란 말이지. 주절대는 나도 슬슬 헷갈리기 시작하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의 성질도 부리고 가끔 좀 난감하게 삽질도 하고 귀엽게 버벅버벅대기도 하고 제법 잘난 척도 하던 딱 지 나이다운 '인간'으로서의 카자미 하야토는 영영 소멸해 버린 것이다. 레이스와는 상관없는 제 3자의 입장에 선 아스카와는 달리 적어도 레이서라는 입장을 공유하고 14살 때부터 라이벌이라는 썩은 인연을 지긋지긋하게 지속시켜 온 (이 사람은 CF 뛰어든 계기부터가 빌어먹게도; 하야토였기 때문에 더더욱 각별하다) 왕자님은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유일하게 가능성 좀 있어 뵈던 마지막 오프 스위치(= 카가 씨)도 사라져 버린 판에 저 녀석은 이미 되돌아오긴 글렀으며 혼자서 저 종착점이 있기나 한지 모를 길 갈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걸 대략적으로나마 느끼고는 있겠지. 그런데도 그 꼴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건, 그리고 끝까지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건 어떤 의미 지독한 정신적 고문이고 피가 짝짝 마르는 일이다. 근데도 감수하겠단다. 거기까지 왕자님 속성 아니어도 되는데 말이지 T.T
농담 아니라 진짜로 왕자님은 열 넷에 저 인간을 상관한 순간부터 이미 인생 처절히 말아먹은 거라. 당신 뭐하러 아스카의 키슬 걸고 내기 따윌 하셨나; 젊은 혈기에 나대면 필히 몸 버린다고 그레이슨이 안 가르쳐줍디까. 자폭을 해도 유분수지-_-;;;;
이 세 사람의 관계도를 싸잡아 '내려올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 라푼젤과 한 번 들어갔다 포기한 기사님과 밑에서 기다리는 왕자님'(.....)이라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것도 더 이상 웃을 수 없게 됐음. 사이버 포뮬러로 이렇게 (말 되고) 꿀꿀한 앵스트를 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능력 있는 팬은 무서븐 존재다.
그러니까, 한 편 써라 휠스 양.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