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 잡상 다시 한 번.

Road to Infinity/끝없는 주절주절 | 2005/12/10 12:14

1. DVD 박스에 수록된 ZERO 한국어 더빙판을 무심코 돌려봤다 꽥 죽었음. 수진 님! 지환 님! 김일 님! 정구 님! 정아 님! 도영 님! 우워어어어어어어어 한국 성우진은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
(신죠 국내 성우분이 누구셨는지 기억이 안 나 데굴데굴 구르고 있다. 아 이 분도 무지하게 좋으신데 말이지)

사포 SBS판은 슬레이어즈와 더불어 더빙도 번역도 덧칠(.....)도 실로 손꼽히는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정말이지 봐도봐도 무지무지하게 즐거움. 개인적으로 강진우(창씨개명도 참 이쁘게 잘됐다)는 수진 님 필생의 연기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바다. 지환 님의 블리드 카일 역시 두말할 필요도 없는 바, 이 분의 ZERO에서의 노가다는 가히 눈에 습기가 차 오르는 것이 있음이다. 세상에 카가 씨에 아스라다에 아나운서를 두름으로 맡으시다니이;; (얼마나들 주절주절 말이 많은가 말이다;;;;)

사실 아스라다는 지환 님 버전이 훨씬 좋았음 (수군)


2. "그만둬 진우야! 그 감각 앞에는... 제로의 영역 앞에는 아무 것도 없단 말이야...."
....아아 한국어는 정말로 다정한 언어다. 지환 님 목소리로 진우야, 라고 불러주면 녹아내릴 것 같으면서 또 닭살이 뭉클뭉클....;;;;; (그건 김일 님도 마찬가지셈. 살려줘요 제발;)


3. 내가 의외로 SAGA에서 완전히 안전권으로 진입한 신죠-미키를 별로 내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왠지 곰곰이 생각해 보다 알았음. 난 미키를 열심히 짝사랑하며 온갖 궁상 삽질은 다 해대는 신죠가 귀여웠던 것이다. (푸하하하하하)
ZERO에서 질투에 눈멀어 별별 자뻑을 혼자 다 저지르며 길길이 날뛰는 신죠를 옛날에는 "어이 총각, 남자 질투는 추해-_-" 라며 흰눈으로 봤는데 나이 좀 먹고 나서 다시 보니 열라 귀여움. 으하하하하하하.
모 앤솔로지에서, 신죠가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쥐어짜 미키에게 청혼을 했더니 그게 떡하니 통과가 되어버린 거라, 날 듯한 기분으로 키스를 시도한 것까진 좋았는데 눈감은 사이 목소리가 변해서 헐레벌떡 떠보니 방금 전까지 미키가 있었던 자리에서 슈마하가 양손을 부여잡고 "사랑해, 나.오.키♥" 라 하매 아악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단편이 있었더랬다. 나, 올핸 안될지도 몰라... 하며 궁상이 철철 흐르는 폼으로 훌쩍거리는 신죠가 진짜로 좋았는데, 아 이제 미키랑 골인해 버렸으니 저런 꼴도 못 볼 거 아냐! 젠장 깨져라깨져라깨져라깨져라... (모처럼 잘 사는 사람에게 악담을 하쇼;;;)

따지고 보면 신죠는 정말 운대가리도 없는 친구다. 하필이면 카자미 하야토와 동시대를 산 거야 지금 CF의 톱을 달리는 드라이버 전원에게 해당되는 문제지만 그 외에도 카가 씨니 란돌이니 슈마하니 노력과 근성만으로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들이 드글드글하니 거 참;; 그나마 챔피언을 딴 2017년에는 하야토 은퇴, 란돌 은퇴, 슈마하 작년 은퇴, 카가 씨 아직 없음이었고-_-;;;;;
(호랑이 없는 굴의 슬픈 여우왕이라고 대체 누가 그랬더라.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다;)

그러게 신죠의 창씨개명은 김준영이 아니라 남궁상민이 좋을 뻔했다니까. 갈갈갈.


4. 카가 씨는 4월 1일 생, 하야토는 3월 28일 생. 두 사람 모두 양자리 A형이다.
.....별자리 주간도 같다. (호기심과 신선한 에너지로 가득찬 '어린이의 주간'? ;;;)

알어 알어, 어지간히 소녀 취향이 아니고서야 그 많은 캐릭터 생일에까지 일일이 의미 부여하지 않는다. 대충 찍어서 설정한 거지. (대충 찍어서 했는데 이 지경이 됐단 말인가 OTL)
.....하지만 거기에서 행간을 읽어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게 팬심이란 말이다!!!!


5. 나구모와 하야토의 이념 싸움이 왜 이렇게 애먼 사람들(카가 씨, 여왕님, 그리고 필도)까지 되는 대로 끌어들여 사방팔방에 민폐를 마구 끼쳐대는 괴멸적 형태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그 의문이 풀렸다.

나구모는 '죽은' 형의 이론을, 하야토는 '죽은' 아버지의 신념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침묵할 따름이므로, 형이 원했던 게 정말 이런 형태였는지 나구모로서는 알 도리가 없고, 자신이 진짜로 아버지의 진정한 신념에 부합하는 길을 가고 있는지 하야토 역시 알 방법이 없다. 그저 남은 청사진을 부여잡고 이랬을 것이다, 아마도 이 방향일 것이라며 짐작하고 가늠하고 숙고하고 고뇌하고 쉴새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퍼부어 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메아리조차 기대 못하는 파멸적인 짝사랑의 끝없는 러브 콜.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묻고 싶은 게 많았어" 라던 하야토의 말이 심상치 않은 요즘이다.

(이래서 죽은 자는 못 이기고 파더콤과 브라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6. 내 이러다 사포 카테고리를 개설하고야 말지... (너무 현실성이 있어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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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mic71 2005/12/10 12:50
사포와는 별 관계 없지만, 자이언트로보의 다이사쿠에 한해서는 한국어 더빙이 그 캐릭터에 내제된 찌질함을 너무 잘 표현해줘서 감격하고 말았더랬습니다. 그 이후는 원판이 밋밋하게 들릴 정도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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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12/10 13:11
rumic71님 / 전 그 애가 뭐가 그리 찌질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늘 관심 가져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포스팅과 거의 상관없는 답글은 가능하면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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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2005/12/10 16:16
...개설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왠지 요즘 사포가 엄청 대단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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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레이스 2005/12/10 21:17
정말로 사포의 한국 더빙판 성우들은 좋았습니다. 어려서인지도 모르겠지만, 강수진님의 연기는 주인공과의 일체감과 몰입도가 뛰어났지요. 그리하여 그분은 한명의 어린 중생을 이차원 세계와 삼차원 세계간 피아구분을 불분명하게 하도록 만드셨습니다.(...그시절 일기장의 발광의 흔적들은...;) 그리고, 이런. 아스라다와 카가씨와 아나운서가 같은 성우분이었습니까! 그건 또 몰랐습니다. 대사가 주인공보다 많으셨겠군요.
요즈음도 가끔 SBS 더빙판 주제가인 '영광의 레이서'를 흥얼흥얼 불러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난감한(...) 노래지만 그래도 추억이 덧칠이 되어 아련함만 남는군요. SBS 더빙판을 보면서 화르륵 불타오르는 것도 즐거울것 같습니다. 그시절의 첫 느낌과 지금의 감흥을 비교해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즐겁게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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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12/13 16:18
개발부장 님 / 사포가 엄청 대단해 보이죠 (먼 눈)
결국 그 말씀에 힘입어 개설하고 말았습니다. 으하하하하하;

시엘레이스 님 / 강진우는 제가 강수진 님께 홀랑 넘어간 계기이기도 합니다. (웃음) ZERO 시절 안지환 님의 눈물겨운; 노가다는 팬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됐었습니다. 더블원 때 카가 씨의 비중이 그렇게까진 크지 않았던 까닭이겠는데, 덕분에 ZERO에선 아나운서로 목이 터져라 중계하다 홱 아스라다로 돌아와 농담따먹기 하고 잽싸게 카가 씨로 돌아가 무게 잡고... 그나마 SAGA에선 아나운서가 체커 스기모토에서 딴 사람으로 바뀌는 통에 한숨 좀 돌리셨다고 합니다. (웃음)
국내판은 정말이지 정성이 담뿍 어려서 봐도 봐도 즐겁죠. 한계까지 썩은 눈으로 다시 보니 참 그 기분이 오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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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힐 2005/12/14 17:50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가끔씩 들러 즐겁게 글 읽고 가다가 처음으로 덧글 남깁니다. ...랄까, kisara님 덕분에 사포가 다시 보고싶어서 벽을 박박 긁고 있습니다;ㅂ; 제 인생에서 슬레이어즈 다음으로 큰 영향을 끼친 애니지요. SBS판 사포 정말 좋았어요. 특히 김일 님의 란돌과 안지환 님의 카가는 최고였죠. (참고로 신죠 나오키의 성우는 김환진 님이십니다. 이분도 좋아해요.)
종종 들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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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5/12/15 08:09
나이힐 님 / 와아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덧글 감사합니다.
후후후, 전 이런 식으로 이런 저런 분들을 늪으로 끌고 들어가는 물귀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일까요. 제가 좀 딴 분들 타천시키는 걸 좋아합니다(....). 다시 한 번 보시면 옛날의 그 사포가 아닐 거라는데 츄파춥스를 하나 걸겠습니다. (쪼잔하긴;)
그렇죠!! 김준영 씨 성우는 김환진 님이셨어요! 왜 잊어먹었을까;;
바보 같은 블로그지만 앞으로도 자주 놀러와 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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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림 2013/04/07 09:40
재미있네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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