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개봉 예정인 코난 극장판 제 10탄, 10주년 기념작 올캐러물 <탐정들의 레퀴엠 >에 키드 님과 왕자님이 등장하시는 것을 경축하고자(근데 왜 카이신카이냐;), 오늘도 배 째고 등 따고 장 꺼내 줄넘기하고 덤으로 이단뛰기를 각오한 심정으로, 토마토 마치(苫戸マーチ) 님의 사이트 THE GREEN BANANA에서 제 2의 희생자 「0401」을 집어왔습니다. 짧은 글로 사람 죽이는 이 분의 스킬도 여전합니다.
문제가 되면 깨끗이 지우고자 합니다. 이런 퀄리티를 가져가실 분은 없으리라 믿지만 그래도 불상사가 일어나면 쿄고쿠도의 저주가 7대 내내 따라붙습니다. 협박 맞습니다.
다음 턴은 하쿠카이가 될 예정.
질에 태클거시면 매우 슬픕니다.
...and less.
0401
「여보세요, 나 쿠도인데. 카이토? 지금 어딨냐?」
신이치는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어두컴컴한 단독 주택 앞에 서 있었다.
알고 지낸지 1년이 되지만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어, 문자 정보만을 의지해 도착한 <쿠로바>의 문패가 눈앞에 있다. 그러나 집안에 인기척은 없었다.
왼손에 매달린 비닐봉지가 바람에 휩쓸려 부걱부걱 희미한 소리를 올린다.
도중에 들린 편의점에서 찾아온 스낵과 초콜릿은 고객의 심리를 대놓고 노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기간 한정품 일색으로, 상대는 보나마나 한참 예전에 모조리 제패했으리라 예측은 하면서도 되는 대로 바구니에 쑤셔넣고 말았다. 비닐봉지가 무겁지는 않으나 과대포장된 과자류 탓에 쓸데없이 크기만 하다. 이 크기는 이퀄 상대에게 보내는 애정의 크기. 그래그래, 애정. 신이치는 웃었다. 오늘은 만우절이라구, 마음속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
『어디냐니……마트인데?』
수화기 너머에서 주저하는 듯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배경으로 쿵짝쿵짝 발랄한 음악과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마트? 밤참이라도 사러 나갔냐. 너희 집 근처지? 언제쯤 돌아오는데?」
만우절을 핑계로, 달변도 농담으로 통하기를 기대하며 신이치는 아무도 없는 쿠로바 가의 대문에 몸을 기댔다. 이웃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도 가로등도 일상적이어서, 시커먼 하늘에 대충 갈겨 쓴 듯한 불투명하고 옅은 황색의 달은 2년 전의 오늘보다도 훨씬 유치하게 보인다.
2년 전 오늘 어느 빌딩의 옥상에서 마주친 탐정과 괴도. 그들은 1년 전 오늘, 어느 대학의 캠퍼스에서 신입생으로서 만났고 범죄와는 인연이 없는 건전하고 평범한 친구 사이를 유지해 왔다. 카이토는 물론 탐정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신이치도 새로 얻은 친구의 비밀을 감잡고 있었다.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1년이나 허비한 것은 어째서일까. 빠져들까 봐 무서웠던 걸까.
신이치는 그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오늘은 만우절이라고, 마음속으로 덧붙인 후에.
『……방글방글 마트』
「응? 새로 생겼어?」
『베이카. 신이치네 동네라구. 좀 알아둬라』
여기에서 마트가 나오는 것이 필요한 물건을 편의점에서 대충 쓸어온 신이치와 카이토의 결정적인 차이겠지만, 서로 똑같은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눈치챈 것은 쌍방이 동시에.
최초의 만남은 죽어도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해서.
학생으로서 1년간 쌓아올린 관계가 오늘을 기해 전부 무너지리라 예감하면서 신이치는 수화기를 움켜쥐었다. 설령 무너진다 한들 새로 피어나는 것은 틀림없이 더욱 클 터.
『그래, 용건은?』
「뻔뻔하다. 나도 지금 니네 동네라면 어쩔래?」
『헤에, 싱크로?』
「물론 만날 거지?」
『어디로 할래?』
「모처럼인데, 거기는 어때?」
『불꽃은?』
「준비 완료」
『최고』
「먼저 가 있으마」
『그래』
「빨리 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신이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왼손에 든 비닐봉지를 오른손으로 고쳐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캄캄한 쿠로바 가에 등을 돌리고 역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농밀하고 두툼한 달이 그 뒤를 좇는다.
목적지는 하이도 시티 호텔 옥상.
먼저 불꽃을 쏘아올리고 씨익 웃어보이고. 달콤한 과자와 술을 장난스럽게 펼치고, 연회를 벌이듯 달을 구경하고.
그리고 4월 2일로 날짜가 바뀔 때, 거짓으로 치부할 수 없는 본심을 서로에게 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