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돌았나 보다... 오늘 하루만 포스팅 다섯 개라니..... OTL)
(에라이 배째자. 버닝버닝도 불 탈 때 해야 한다더라;;;)
일의 발단은 PICTURELAND 시리즈 (ZERO 초반 시점의 외전 드라마 CD) 제 1편 '바람을 타고'와 제 2편 '백은의 대결'을 듣다 힉겁한 데서 시작된다. 허걱 어머니. 와, 와와와왕자님이 이렇게까지 전형적으로 재수없는(....) 타입이었단 말인가!!!? 내 기억하던 이상으로 열라 밸꼴리지 않나!! ;;; 어떻게 하면 저 소년이 ZERO/SAGA의 백마 타신 왕자님 칼 리히터 폰 란돌이 되는 거냐!!! Somebody tell me what happened to him!! 버럭!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고(흠흠;) 차분히 생각해 보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사고 이전과 사고 이후의 란돌은 이미 동일인물이 아니었음. 자, 그간 카가/하야토에 대해서 입이 바짝 마르도록 주절주절나불나불 잘도 떠들어댔으니 이제부턴 S와 H양의 정념을 불사르고 계시는 왕자님 스페셜로 들어가보자. (....'이제'부터?)
시동 걸어 시동!!
얘기를 잠깐 바꿔서, 내 예전부터 참 의아했던 게 한 가지 있으니 아스카가 어째 묘할 정도로 왕자님께 무심하다는 거였다. 쌀쌀맞은 것도 아니고,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상당히 아리까리한데, 아무튼 그냥 무심무심무반응함. 저만큼 미모에다 머리 좋고 능력 있고 집안은 초거대재벌명문이고 성격... 은 빈말로도 좋다고는 못하지만; 같이 못 살 정도는 아니고 또 여성에게는 상당히 정중하고 매너 있는 소년이 걸핏하면 작업을 걸어오는데 아무리 일편단심이라 한들 여심이 조금쯤은 동요도 하련만 그녀는 그저 설렁설렁 어서 소쩍새가 우짖나-_-로 받아넘긴다.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Teach me please!!
(소꿉친구에 대한 남자의 비뚤어진 환상 탓이라 지적하면 못 쓴다; 너무 현실적으로 따지고 들면 팬질 못하심;;)
(주변의 인간 관계를 더 이상 이리 꼬고 저리 비틀면 더럽게 귀찮아지므로 노멀한 연애질은 그 정도로 대충 뭉개고남정네들의 뜨거운 띠질레이스에만 열 올리고픈 후쿠탕의 꼼수가 안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넘어가자니까 글쎄;)
─혹여 여자의 본능 또는 여자의 육감으로 왕자님이 사실은 전혀 진심이 아니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어서 어차피 건질 게 없으니 저리 무심~~~모드는 아닌가 싶음.
그러고 보면 왕자님이 처음에 아스카한테 눈도장 찍은 것도 요즘은 여중생 넷소설에서 너무 쓰인 나머지 농담거리밖에 안 되는 '훗... 내게 이렇게 건방진 태도를 취한 건 네가 처음이야. 마음에 들었어' 였다;;; (...크윽... 이것이 바로 젊은 날의 과오인가...!! OTL) 내 비록 최근 왕자님 모에에 화락화락 불타고는 있으나 까놓고 말해 저건 한 번도 좌절이나 거절 겪어본 적 없고 모두가 자신에게 굽신거리는 게 아아주 당연한 삶을 살아온 미숙한 정신에서 나오는 치;기다. 이보세요 왕자님;;;
그리고 하야토와 충돌했다 놀랍게도 난생 처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져 버리면서 애초의 아스카에 대한 관심에는 '저놈에게 질까 보냐'의 오기가 한꺼풀 덧씌워졌다. 아─뭐랄까, 뭐에 비유하면 가장 적당할려나... 그렇지, 보르헤스의 단편 중에 그런 게 있었다. A와 B는 눈만 마주쳐도 증오의 불꽃이 튀는 철천지 원수다. 그런데 A가 여자 C를 집적대기 시작했다. B는 라이벌을 물먹이고자 사실 전혀 관심도 없으면서 갖은 수를 다 동원해 C를 유혹하여 자기 여자로 만들어 버린다. 뭐 당연히 이렇게 피와 살이 난무하게 살벌하지야 않고 본인이 의식하고 있었을 거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지 않지만 왕자님이 걸핏하면 키스가 어쩌고 장미가 어쩌고 아스카에게 숨도 안 쉬고 작업 걸던 건 그와 비슷한 경쟁 심리란 얘기. Do you understand? 아 물론 이성적인 관심이 아주 없었다는 얘기는 저얼대 아님. '프로일라인 아스카'는 사실상 왕자님의 첫사랑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허나 그건 더블원, 잘해봤자 ZERO 초반까지다. 저기 섬나라 감성은 소꿉친구와 첫사랑과 첫남자 순으로 승률이 떨어진다던데 그건 그 친구들이 쬐끄만 순정 소녀 한 마리를 품고 살아서 그렇고-_-; 첫사랑은 달콤쌉싸름한 추억을 남기고 언젠가 끝나기 때문에 첫사랑인 법.
왕자님이 진정한 왕자님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장담할 수 있는 ZERO에서부터, 정확히는 예의 그 사고 이후로 이 벡터는 미묘하게... 아니 동인녀 눈으로 보기에는 아주 노골적;으로 달라졌다. 그걸 단적으로 표현하는 게 바로 ZERO 죽빵 닭살스런 대사 2위의 영예에 빛나는 (1위는 물론 타이핑하는 것조차 창피한 예의 8편에서의 카가 씨 모놀로그임;) 다음의 말이다.
란돌 : "하지만, 나처럼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인간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은 있더군." (僕ほど何不自由ない人間でも、どうにもならない事はあるな。)
하야토 : "............?"
"...내게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역시 하야토 너와 같이 서킷을 달리고 있을 때였던 모양이다." (どうやら僕が一番楽しかった時間は、お前と一緒にサーキットを走っていた時らしい。)
"그런 순간은, 달리 무얼 가지고 있어도 손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지." (ああいう気分というのは、何を持っていてもそう手に入るものじゃないようだな。)
듣는 여자는 뎀프시 롤로 후들겨맞는 기분(....)이다. 물론 마무리 일격도 완벽!
"언젠가 다시 한 번, 너와 같은 서킷을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 (いつかまた、お前と走れたらいいなと、僕もときどき思う事がある。)
과연 괜히 키자의 화신이라 불리시는 게 아니었다. (부들부들부들부들부들;;;)
아아 몇 번을 다시 들어도 죽빵으로 닭살스런 대사임. ZERO는 진짜로 커플질의 보고라니까;;
흠흠, 흩어진 정신부터 수습하자.
....들었나 당신. 무려 왕자님께서, 본인의 옥음(...)으로, 자신에게도 '불가능한 일이 있음'을 몸소 인정하셨다. 실컷 천재 천재 떠받들리고 실제로도 각 방면에 엄청난 재능을 발휘하며 거칠 것도 없고 못할 것도 없고, 'NO IMPOSSIBLE'을 머리에 철꺽 붙이고 살아오신 이 분이!! 프라이드가 마리아나 해구를 뒤집어엎은 것보다 높고 또 높아 그게 뭐든 자기가 좀 꿀리거나 버벅대는 걸 곧 죽어도 인정하고 싶어하시지 않는 이 분이!! 그것도 평생의 라이벌로 도장 꾹 찍은 놈 앞에서!!
아 이거만으로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아주 맘 잡고 연속으로 대형 기술 들어오심. 너와 서킷에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웠댄다. 그런 순간은 달리 무얼 가져도 다시는 얻을 수 없을 거랜다. 아니 이 분이 TV 화면 앞의 멀쩡한 처자들을 다 때려잡으려고 작정하셨나!? (제대로 못 알아듣는 건 바로 옆의 악성천연뿐;)
아버님 어머님께 실컷 쪼이고 은퇴를 결심했을 때 얼핏 비쳤던 심각한 표정을 보면 이미 어느 정도는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약 1년 동안 레이스에서 떠나보고 나서야, 잃어버려야지 그 소중함도 깨닫는다고 진실로 절절하게 실감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정말로 원했던 건 CF의 승리는 애초에 아니고 그렇다고 이제까지 믿었던 대로 그 녀석에게 이기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프로일라인 아스카도 아니었고 그저 그 녀석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고.
"그때부터 왕자님은 같이 '달리기'에서 '같이' 달리기로 중점을 옮기신 것 같지?"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친절한 모에의 이웃(....) Hylls양이 정확하게 핵심을 짚었다. (에라이 이 공력 높은 여인네 같으니...)
더블원에서는 아직 "나는 네게만은 지고 싶지 않아. 오로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CF를 계속해 온 거다!" 였다면 ZERO에서는 더 이상의 이기고 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칼 리히터 폰 란돌의 레이스 인생에, 아니 비단 레이스뿐만이 아닐지도; 아무튼 카자미 하야토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로 단단히 뿌리를 박아 버렸다. 그야 물론 이젠 이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절대, 결코, 누가 뭐래도, NEVER로 아님. 다만, 하야토가 서킷에 존재하지 않으면 왕자님의 레이스는 시작부터 성립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카자미 하야토가 없는 서킷은 처음부터 칼 리히터 폰 란돌에게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왕자님의 이 말은 무게가 장난이 아님. 앙리의 배짼 무모한 블로킹으로 리타이어당하고도 우아하게 상큼한 미소를 보이시는 그 무서운 여유가 이제야 완벽히 이해됐다. 설령 여기서 서킷을 영영 떠나 다시는 직접 달리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잊지 말자. 왕자님은 그럴 생각이었다) 하야토가 그곳에 있고 불패의 천마(天馬)로 군림하는 한 왕자님의 레이스도 숨막히는 고양의 시간도 결코 끝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의미 내가 예전에 악악댄 대로 정말 '그 녀석만 잘하고 있으면 만사가 장땡'인 것임. 크흑 나 정말로 미치겠다.
그러니까 B.A.(BEFORE THE ACCIDENT)가 아직까지 치기가 덜 빠진 란돌 '도련님'이었다면 A.A.(AFTER THE ACCIDENT)는 완벽한 란돌 '왕자님'. 이후론 손해 보는 남자의 길 일직선이고 이야미가 더 이상 이야미가 아니게 됨. 일단은 분류상 똑같은 이야미지만 "후후후후, 너의 더블원은 단순히 운이었다는 걸 이번에야말로 증명해 주마."(PICTURELAND I) 와 "흥, 당연히 널 비웃어 주러 왔지!"(ZERO 7편) 가 정녕 같은 레벨로 들리는가? 진짜 인생 말아드신 것은 바로 이 순간부터임. 하야토... 너 정말 남의 인생 물말아 비벼먹는 덴 천부적인 재능 있구나... OTL
ZERO 이후의 왕자님이 여전히 아스카에게 작업은 걸고 있지만 어쩐지 진심으로 그녀의 마음을 겟토(...)하겠다기보다는 그저 아름다운 여인은 세상의 보배(....)라거나 심지어는 하야토와 아스카 사이의 큐피드(....) 삘마저 콸콸 넘쳐 흐르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생각함. 즉 사고당한 후 심사숙고 끝에 내 갈 길은 사실 이쪽이 아니라 판단하고 첫사랑을 완전히 정리하신 것이다. 그럼 작업은 왜 거냐고? 아 진짜 몰라서 묻나. 아름다운 여성은 칭송하고 에스코트하고 대우하는 게 유럽 상류사회 사교계의 예의이심. 잊으면 안 된다. 왕자님은 혈통상으로도 진짜 왕자님이거든. 아무튼 더블원까지는 왕자님의 이야미 어택에 본인보다 더 열뻗쳐가며 화르륵이글이글하던 아스카가 ZERO부터는 호호호 란돌 농담도 참★으로 스무~스하게 이리 메치고 저리 메쳐 넘길 수 있게 된 건 먼저 그녀 자신의 공력도 올랐거니와 이런 사정을 무의식적에나마 대충 감 잡고 있는 까닭이라 여겨진다. 대개 사랑에 빠진 여자가 그런 문제엔 유독 민감함.
때문에 <캡쳐놀이 - 스고 아스카 혹은 그와 그녀의 사정>에서도 언급했듯 진작 란돌에게 갔으면 행복했을 거냐 질문받을 경우 당연히 대답은 NO임. 네 눈에 필터 끼여 그렇다고 하면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으나(....) 왕자님이나 아스카나 벡터는 달라도 결국 마음들은 똑같은 놈한테 주고 있기 때문에... 아 정말 카자미 하야토 이 죄업만 많은 놈... 너 나중에 죽으면 보나마나 지옥행이겠다 (한숨)
마음 아파서 사실 그다지 말하고 싶지도 않지만 이 관계가 왕자님 인생 작살내는 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아주 간단명백하다. 일방적이니까.
오해하지 마라. 별로 하야토가 왕자님께 무심하다는 얘긴 아니다. 싸울 맛이 나는 뛰어난 라이벌이고 말은 좀 얄밉지만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연상들 틈바구니에 끼여서 번번이 애 취급당하던 하야토에게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생긴 동년배 호적수라는 점에서 신죠나 구데리안 기타 등등보다 오히려 훨씬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건 확실함. 실제로도 아직 사람 냄새 좀 나던(....) ZERO 직전까지 구데리안에게 하이넬, 오사무에게 부쯔홀츠라면 하야토에게 있어 '정상적인 의미의 숙적'은 란돌이었다. PICTURELAND II에서 얼마나 오기 부려가며 서로 뷁뷁거리는지 아주 귀여워서 죽을 지경....이었으나 하야토가 제로의 영역에 뛰어든 것이 스위치가 되어 녀석의 레이스관이 뿌리부터 뒤집히면서 모든 게 변해 버렸음.
ZERO/SAGA를 통해 완벽한 인비인(...)으로 거듭나 버린 현재의 하야토의 레이스를 구성하는 최대의 요소는 단 세 가지다. 즉 아버지가 제창한 이상(목표)-아스라다(파트너 혹은 자기 자신)-블리드 카가(데스;티니). 하야토의 의식 속에선 이 셋이 유기적으로 너무나 치밀하게 결합되어 있어 사실 제 3자가 끼여들 여지가 전혀 없다. 진짜로 바늘 하나 찔러박을 틈도 없음. 그러니 SIN에서 이 둘이 작심하고 붙었을 때 다른 드라이버들은 어처구니없게도 개밥의 도토리 신세를 피하지 못할 수밖에.
다시 말해 하야토에게 있어 왕자님은 좋은 친구면서 또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대신 그 선은 한 발짝도 넘지 못한단 이야기.
.......후, 후후후..... 역시 세상의 왕자님들은 행복해질 수 없는 거야!!! 빌어먹을!!!!! OTZ
(그런데 어딘가의 누구는 바로 이래서 모에가 자글자글 끓어오르기도 한다.... 으하하하하하하;;;;;)
덤.
대체 얼마나 왕자님이 하야토 복귀 이후로 나 정말 서킷 돌아가고 싶네 아 저 녀석 왜 이리 빌빌대냐 가서 정신 반짝 들게 줘패주고 싶다 젠장 빌어먹을(....) 티를 더럭더럭 내셨으면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그토록 레이스 집어치우라 펄펄팔팔 뛰시던 부모님이 무려 미복(...어디가?)하고 잠행(...농담이지?)을 나오셨는지 눈앞이 다 아찔함. 당신 절대 물밑공작은 무리시죠...;
아 거기 부모님, 제발 레이스 관전이고 뭐고 다 관두고 사련에 빠진 아들내미나 얼렁 건져가시랑께...;;; 단 하나뿐인 귀하디 귀한 란돌 가문 후계자가 남자, 그것도 쳐죽일 잡것의 악성천연(...)한테 목을 매도 좋단 말입니까!!?
"하지만 그 아버님은 남자의 로-_-망을 이해하실 분 같고, 어머님은 여자의 로-_-망을 이해하실 분 같단 말야..."
"........오 포스여."
얘기를 잠깐 바꿔서, 내 예전부터 참 의아했던 게 한 가지 있으니 아스카가 어째 묘할 정도로 왕자님께 무심하다는 거였다. 쌀쌀맞은 것도 아니고,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상당히 아리까리한데, 아무튼 그냥 무심무심무반응함. 저만큼 미모에다 머리 좋고 능력 있고 집안은 초거대재벌명문이고 성격... 은 빈말로도 좋다고는 못하지만; 같이 못 살 정도는 아니고 또 여성에게는 상당히 정중하고 매너 있는 소년이 걸핏하면 작업을 걸어오는데 아무리 일편단심이라 한들 여심이 조금쯤은 동요도 하련만 그녀는 그저 설렁설렁 어서 소쩍새가 우짖나-_-로 받아넘긴다.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Teach me please!!
(소꿉친구에 대한 남자의 비뚤어진 환상 탓이라 지적하면 못 쓴다; 너무 현실적으로 따지고 들면 팬질 못하심;;)
(주변의 인간 관계를 더 이상 이리 꼬고 저리 비틀면 더럽게 귀찮아지므로 노멀한 연애질은 그 정도로 대충 뭉개고
─혹여 여자의 본능 또는 여자의 육감으로 왕자님이 사실은 전혀 진심이 아니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어서 어차피 건질 게 없으니 저리 무심~~~모드는 아닌가 싶음.
그러고 보면 왕자님이 처음에 아스카한테 눈도장 찍은 것도 요즘은 여중생 넷소설에서 너무 쓰인 나머지 농담거리밖에 안 되는 '훗... 내게 이렇게 건방진 태도를 취한 건 네가 처음이야. 마음에 들었어' 였다;;; (...크윽... 이것이 바로 젊은 날의 과오인가...!! OTL) 내 비록 최근 왕자님 모에에 화락화락 불타고는 있으나 까놓고 말해 저건 한 번도 좌절이나 거절 겪어본 적 없고 모두가 자신에게 굽신거리는 게 아아주 당연한 삶을 살아온 미숙한 정신에서 나오는 치;기다. 이보세요 왕자님;;;
그리고 하야토와 충돌했다 놀랍게도 난생 처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져 버리면서 애초의 아스카에 대한 관심에는 '저놈에게 질까 보냐'의 오기가 한꺼풀 덧씌워졌다. 아─뭐랄까, 뭐에 비유하면 가장 적당할려나... 그렇지, 보르헤스의 단편 중에 그런 게 있었다. A와 B는 눈만 마주쳐도 증오의 불꽃이 튀는 철천지 원수다. 그런데 A가 여자 C를 집적대기 시작했다. B는 라이벌을 물먹이고자 사실 전혀 관심도 없으면서 갖은 수를 다 동원해 C를 유혹하여 자기 여자로 만들어 버린다. 뭐 당연히 이렇게 피와 살이 난무하게 살벌하지야 않고 본인이 의식하고 있었을 거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지 않지만 왕자님이 걸핏하면 키스가 어쩌고 장미가 어쩌고 아스카에게 숨도 안 쉬고 작업 걸던 건 그와 비슷한 경쟁 심리란 얘기. Do you understand? 아 물론 이성적인 관심이 아주 없었다는 얘기는 저얼대 아님. '프로일라인 아스카'는 사실상 왕자님의 첫사랑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허나 그건 더블원, 잘해봤자 ZERO 초반까지다. 저기 섬나라 감성은 소꿉친구와 첫사랑과 첫남자 순으로 승률이 떨어진다던데 그건 그 친구들이 쬐끄만 순정 소녀 한 마리를 품고 살아서 그렇고-_-; 첫사랑은 달콤쌉싸름한 추억을 남기고 언젠가 끝나기 때문에 첫사랑인 법.
왕자님이 진정한 왕자님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장담할 수 있는 ZERO에서부터, 정확히는 예의 그 사고 이후로 이 벡터는 미묘하게... 아니 동인녀 눈으로 보기에는 아주 노골적;으로 달라졌다. 그걸 단적으로 표현하는 게 바로 ZERO 죽빵 닭살스런 대사 2위의 영예에 빛나는 (1위는 물론 타이핑하는 것조차 창피한 예의 8편에서의 카가 씨 모놀로그임;) 다음의 말이다.
란돌 : "하지만, 나처럼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인간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은 있더군." (僕ほど何不自由ない人間でも、どうにもならない事はあるな。)
하야토 : "............?"
"...내게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역시 하야토 너와 같이 서킷을 달리고 있을 때였던 모양이다." (どうやら僕が一番楽しかった時間は、お前と一緒にサーキットを走っていた時らしい。)
"그런 순간은, 달리 무얼 가지고 있어도 손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지." (ああいう気分というのは、何を持っていてもそう手に入るものじゃないようだな。)
듣는 여자는 뎀프시 롤로 후들겨맞는 기분(....)이다. 물론 마무리 일격도 완벽!
"언젠가 다시 한 번, 너와 같은 서킷을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 (いつかまた、お前と走れたらいいなと、僕もときどき思う事がある。)
과연 괜히 키자의 화신이라 불리시는 게 아니었다. (부들부들부들부들부들;;;)
아아 몇 번을 다시 들어도 죽빵으로 닭살스런 대사임. ZERO는 진짜로 커플질의 보고라니까;;
흠흠, 흩어진 정신부터 수습하자.
....들었나 당신. 무려 왕자님께서, 본인의 옥음(...)으로, 자신에게도 '불가능한 일이 있음'을 몸소 인정하셨다. 실컷 천재 천재 떠받들리고 실제로도 각 방면에 엄청난 재능을 발휘하며 거칠 것도 없고 못할 것도 없고, 'NO IMPOSSIBLE'을 머리에 철꺽 붙이고 살아오신 이 분이!! 프라이드가 마리아나 해구를 뒤집어엎은 것보다 높고 또 높아 그게 뭐든 자기가 좀 꿀리거나 버벅대는 걸 곧 죽어도 인정하고 싶어하시지 않는 이 분이!! 그것도 평생의 라이벌로 도장 꾹 찍은 놈 앞에서!!
아 이거만으로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아주 맘 잡고 연속으로 대형 기술 들어오심. 너와 서킷에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웠댄다. 그런 순간은 달리 무얼 가져도 다시는 얻을 수 없을 거랜다. 아니 이 분이 TV 화면 앞의 멀쩡한 처자들을 다 때려잡으려고 작정하셨나!? (제대로 못 알아듣는 건 바로 옆의 악성천연뿐;)
아버님 어머님께 실컷 쪼이고 은퇴를 결심했을 때 얼핏 비쳤던 심각한 표정을 보면 이미 어느 정도는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약 1년 동안 레이스에서 떠나보고 나서야, 잃어버려야지 그 소중함도 깨닫는다고 진실로 절절하게 실감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정말로 원했던 건 CF의 승리는 애초에 아니고 그렇다고 이제까지 믿었던 대로 그 녀석에게 이기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프로일라인 아스카도 아니었고 그저 그 녀석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고.
"그때부터 왕자님은 같이 '달리기'에서 '같이' 달리기로 중점을 옮기신 것 같지?"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친절한 모에의 이웃(....) Hylls양이 정확하게 핵심을 짚었다. (에라이 이 공력 높은 여인네 같으니...)
더블원에서는 아직 "나는 네게만은 지고 싶지 않아. 오로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CF를 계속해 온 거다!" 였다면 ZERO에서는 더 이상의 이기고 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칼 리히터 폰 란돌의 레이스 인생에, 아니 비단 레이스뿐만이 아닐지도; 아무튼 카자미 하야토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로 단단히 뿌리를 박아 버렸다. 그야 물론 이젠 이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절대, 결코, 누가 뭐래도, NEVER로 아님. 다만, 하야토가 서킷에 존재하지 않으면 왕자님의 레이스는 시작부터 성립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카자미 하야토가 없는 서킷은 처음부터 칼 리히터 폰 란돌에게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왕자님의 이 말은 무게가 장난이 아님. 앙리의 배짼 무모한 블로킹으로 리타이어당하고도 우아하게 상큼한 미소를 보이시는 그 무서운 여유가 이제야 완벽히 이해됐다. 설령 여기서 서킷을 영영 떠나 다시는 직접 달리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잊지 말자. 왕자님은 그럴 생각이었다) 하야토가 그곳에 있고 불패의 천마(天馬)로 군림하는 한 왕자님의 레이스도 숨막히는 고양의 시간도 결코 끝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의미 내가 예전에 악악댄 대로 정말 '그 녀석만 잘하고 있으면 만사가 장땡'인 것임. 크흑 나 정말로 미치겠다.
그러니까 B.A.(BEFORE THE ACCIDENT)가 아직까지 치기가 덜 빠진 란돌 '도련님'이었다면 A.A.(AFTER THE ACCIDENT)는 완벽한 란돌 '왕자님'. 이후론 손해 보는 남자의 길 일직선이고 이야미가 더 이상 이야미가 아니게 됨. 일단은 분류상 똑같은 이야미지만 "후후후후, 너의 더블원은 단순히 운이었다는 걸 이번에야말로 증명해 주마."(PICTURELAND I) 와 "흥, 당연히 널 비웃어 주러 왔지!"(ZERO 7편) 가 정녕 같은 레벨로 들리는가? 진짜 인생 말아드신 것은 바로 이 순간부터임. 하야토... 너 정말 남의 인생 물말아 비벼먹는 덴 천부적인 재능 있구나... OTL
ZERO 이후의 왕자님이 여전히 아스카에게 작업은 걸고 있지만 어쩐지 진심으로 그녀의 마음을 겟토(...)하겠다기보다는 그저 아름다운 여인은 세상의 보배(....)라거나 심지어는 하야토와 아스카 사이의 큐피드(....) 삘마저 콸콸 넘쳐 흐르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생각함. 즉 사고당한 후 심사숙고 끝에 내 갈 길은 사실 이쪽이 아니라 판단하고 첫사랑을 완전히 정리하신 것이다. 그럼 작업은 왜 거냐고? 아 진짜 몰라서 묻나. 아름다운 여성은 칭송하고 에스코트하고 대우하는 게 유럽 상류사회 사교계의 예의이심. 잊으면 안 된다. 왕자님은 혈통상으로도 진짜 왕자님이거든. 아무튼 더블원까지는 왕자님의 이야미 어택에 본인보다 더 열뻗쳐가며 화르륵이글이글하던 아스카가 ZERO부터는 호호호 란돌 농담도 참★으로 스무~스하게 이리 메치고 저리 메쳐 넘길 수 있게 된 건 먼저 그녀 자신의 공력도 올랐거니와 이런 사정을 무의식적에나마 대충 감 잡고 있는 까닭이라 여겨진다. 대개 사랑에 빠진 여자가 그런 문제엔 유독 민감함.
때문에 <캡쳐놀이 - 스고 아스카 혹은 그와 그녀의 사정>에서도 언급했듯 진작 란돌에게 갔으면 행복했을 거냐 질문받을 경우 당연히 대답은 NO임. 네 눈에 필터 끼여 그렇다고 하면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으나(....) 왕자님이나 아스카나 벡터는 달라도 결국 마음들은 똑같은 놈한테 주고 있기 때문에... 아 정말 카자미 하야토 이 죄업만 많은 놈... 너 나중에 죽으면 보나마나 지옥행이겠다 (한숨)
마음 아파서 사실 그다지 말하고 싶지도 않지만 이 관계가 왕자님 인생 작살내는 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아주 간단명백하다. 일방적이니까.
오해하지 마라. 별로 하야토가 왕자님께 무심하다는 얘긴 아니다. 싸울 맛이 나는 뛰어난 라이벌이고 말은 좀 얄밉지만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연상들 틈바구니에 끼여서 번번이 애 취급당하던 하야토에게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생긴 동년배 호적수라는 점에서 신죠나 구데리안 기타 등등보다 오히려 훨씬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건 확실함. 실제로도 아직 사람 냄새 좀 나던(....) ZERO 직전까지 구데리안에게 하이넬, 오사무에게 부쯔홀츠라면 하야토에게 있어 '정상적인 의미의 숙적'은 란돌이었다. PICTURELAND II에서 얼마나 오기 부려가며 서로 뷁뷁거리는지 아주 귀여워서 죽을 지경....이었으나 하야토가 제로의 영역에 뛰어든 것이 스위치가 되어 녀석의 레이스관이 뿌리부터 뒤집히면서 모든 게 변해 버렸음.
ZERO/SAGA를 통해 완벽한 인비인(...)으로 거듭나 버린 현재의 하야토의 레이스를 구성하는 최대의 요소는 단 세 가지다. 즉 아버지가 제창한 이상(목표)-아스라다(파트너 혹은 자기 자신)-블리드 카가(데스;티니). 하야토의 의식 속에선 이 셋이 유기적으로 너무나 치밀하게 결합되어 있어 사실 제 3자가 끼여들 여지가 전혀 없다. 진짜로 바늘 하나 찔러박을 틈도 없음. 그러니 SIN에서 이 둘이 작심하고 붙었을 때 다른 드라이버들은 어처구니없게도 개밥의 도토리 신세를 피하지 못할 수밖에.
다시 말해 하야토에게 있어 왕자님은 좋은 친구면서 또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대신 그 선은 한 발짝도 넘지 못한단 이야기.
.......후, 후후후..... 역시 세상의 왕자님들은 행복해질 수 없는 거야!!! 빌어먹을!!!!! OTZ
(그런데 어딘가의 누구는 바로 이래서 모에가 자글자글 끓어오르기도 한다.... 으하하하하하하;;;;;)
덤.
대체 얼마나 왕자님이 하야토 복귀 이후로 나 정말 서킷 돌아가고 싶네 아 저 녀석 왜 이리 빌빌대냐 가서 정신 반짝 들게 줘패주고 싶다 젠장 빌어먹을(....) 티를 더럭더럭 내셨으면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그토록 레이스 집어치우라 펄펄팔팔 뛰시던 부모님이 무려 미복(...어디가?)하고 잠행(...농담이지?)을 나오셨는지 눈앞이 다 아찔함. 당신 절대 물밑공작은 무리시죠...;
아 거기 부모님, 제발 레이스 관전이고 뭐고 다 관두고 사련에 빠진 아들내미나 얼렁 건져가시랑께...;;; 단 하나뿐인 귀하디 귀한 란돌 가문 후계자가 남자, 그것도 쳐죽일 잡것의 악성천연(...)한테 목을 매도 좋단 말입니까!!?
"하지만 그 아버님은 남자의 로-_-망을 이해하실 분 같고, 어머님은 여자의 로-_-망을 이해하실 분 같단 말야..."
"........오 포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