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토록 2차 창작의 욕구에 불탈 때가 있었던가. 아니, 없었다!! (반어법의 모범적인 용...례?)
줄줄이 이어지는 테러의 책임은 S에게 분에 넘치는 칭찬을 주시고 만 - 그리하여 왕단순한 S를 허공에 띄워주시고 만 - 지모 님께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어이어이어이어이어이;;;;)
* 꿀꿀한 네타 향연에 질려 나도 좀 발랄한 물건 한 번 써 보자는 몸부림의 발로입니다.
* 미즈모리의 바람직한(...) 선례에 따라 SIN은 물론 SAGA도 깨끗이 씹고 있습니다.
* 언제나처럼 K/H입니다.
* 늘 그렇지만(...) 둘 다 바보입니다.
오늘도 스마일 스마일.
1. 키와 체중은 완전히 임의로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함; 하야토의 키가 166~168 사이라는 것은 이미 예전 포스팅 어디선가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어댄 바 있으며, 드라마 CD SAGA II 시리즈 케이스의 녀석을 본 순간 S가 받은 충격은 내 이 조잡한 필력으로는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다. -_-;;;; "저, 저게 어디가 스물 먹은 총각 몸이냐─!!! ;;;;"
아무리 녀석이 말기천연이라도 키와 체중의 핸디캡만은 필시 기냥 씹고는 못 넘길 거라는 추측이 이번 SSS의 발단 되시겠음.
2. 마리 알베르토 루이자는 SIN에서 슈트로젝으로 이전한 CF 유일의 여성 드라이버. 그리고 여왕님의 미소에 내심 두근두근했던 맞선 상대는 물론 나 사장이다. (웃음)
(SAGA는 씹어도 역시 에로 사장은 아깝다)
3. 부부 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 :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와 '치정 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痴話喧嘩は犬も食わぬ)' 의 합성 버전. 칼로 물 벴다 하자니 개도 안 주워먹을 시시껄렁한 싸움이란 뉘앙스가 살지 않아 그냥 합성을 택한 안이한 관리인;
4. 개인적으로 카가 씨는 기본 성격은 화끈하고 행동은 거침없는 주제에 정작 본인의 솔직한 심정은 쑥스러워서 말로 영 표현을 못하는 타입이라 본다. 특히 하야토 상대로는 그 기질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음. -_-;;;; 하야토는 반대. 이 녀석은 지나치리만큼 솔직하게 말은 잘 하는데 몸빵에선 숫처녀처럼 몸 사리고 냅다 내빼기 일쑤임. (물론 한 번 발동 걸리면 광속으로 튀어나가지만;)
5. 해도 해도 호박은 너무 한 거 아니냐며 모에의 동지 H양이 깔깔대고 웃더라만, 저 카가 씬 바람맞고 단단히 삐져서 말이 거하게 헛나온 것임 (폭소) 원래 마음 넓은 척하는(...) 남자들이 한 번 각잡고 앵돌아지면 대책이 없는 법. 특히 카가 씨는 잘 나가다 가끔 아주 제대로 지뢰밭 밟을 거라는 데 브이하치 새끼들을 다 걸 수 있다. (네 맘대로!?)
스산한 침묵만이 메디컬 룸에 감돌았다.
"......................................"
카자미 하야토는 얼굴을 사정없이 구기면서 덤으로 손에 든 종이도 콰지지지지직 구겼다.
사방에 일렁이는 다크포스의 압박에 쪼인 SUGO 메디컬 팀이 열심히 시선을 외면하거나 말거나.
종이의 정체는, 바로 어제 실시된 신체검사의 결과 시트.
──그리고 무정한 기록수치 Height 167cm, Weight 54kg.
"어째서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비명은 처절했다.
인류의 평균적 체격이 열심히 위로 옆으로 쭉쭉 뻗는 21세기에도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나이 스물이 되어서 자신이 예외의 범주에 여지없이 속한다는 사실을 알고 싶지는 않았다고 하야토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
본디부터 빈말로도 키가 큰 축은 못 되었다. 해발고도 152cm는 당시 나이 열 넷을 고려해도 한참 낮은 편이었는데, 그나마 성장기에 허구헌날 비좁은 콕핏에 처박혀 산 게 화근이 됐던지 어찌어찌 여기까지는 자랐지만 2년 전부터 167cm에서 단 1밀리미터도 늘어주려 하지 않는 것이다.
드라이버 중에서 최연소였던 옛날 옛적에는 언젠가는 크겠지 라는 보살의 마음으로 그만 보면 일제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덤벼드는 연상들의 어택을 그럭저럭 참아낼 수 있었지만, 올해로 경력 6년, 짤없이 베테랑이며 더 이상은 최연소도 아닌 지금이 되도록 연상들에게 토닥토닥을 당하기 딱 좋은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은 남자로서 상당히 감당하기 힘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CF에 갓 데뷔한 신진들마저 자동적으로 올라갔던 손을 부들부들 떨며 아쉬운, 정말로 너~무나도 아쉬운 얼굴로 마지못해 내리는 광경을 본의 아니게 연속으로 보고 만 하야토는 혈관 다 터뜨리며 대폭발하고 싶은 욕구를 두들겨패 수면 밑으로 도로 집어넣느라 가진 기력을 모조리 투입해야 했다.
그 많고 많은 드라이버 중에서 목의 뻐근한 통증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단 세 명, 즉 칼 리히터 폰 란돌과 마리 알베르토 루이자와 앙리 크레이토르 뿐이라는 사실부터 무지하게 분통 터질 노릇인데, 불행히도 루이자는 168cm이고 란돌은 용케 170은 되고 (물론 순혈통 게르만계의 오기를 걸고 생애의 라이벌보다 밑으로 내려갈 수는 없다는 비장한 각오 하에 왕자님이 영양제를 얼마나 드셔댔는지는 탑 시크릿이고 극비사항이며 클래시파이드이다) 앙리조차도 최근엔 슬슬 코카서스의 의지를 발휘할 낌새를 보이고 있는 판이다. 이게 열받을 일이 아니면 뭔데?
안 그래도 쓰린 가슴에 박차를 가해 대못을 박는 게 그렇게 애를 득득 써도 좀처럼 근육이 붙지 않는 빌어먹을 체질. 대체 한창 나이의 펄펄한 총각이, 그것도 명색이 레이서가 54kg이 뭐냔 말이다 54kg이! 오사무에게 단련이 부족하다며 긁히는 것도 부쯔홀츠가 등을 팡팡 두드리며 좀 잘 먹고 많이 쪄야지~? 라고 호탕하게 웃는 것도 하이넬이 희한하게 걱정스런 표정으로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어오는 것도 구데리안이 팔목을 덥석 잡으며 오우 사무라이 보~이! 여전히 유아체형이군요~! 라 놀려대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구 제엔장!!!
그래서 2020년의 월드 그랑프리가 끝나기 무섭게 난감해 하는 메디컬 팀을 들볶아 초특급 프로그램을 뽑아낸 게 11월 초, 매년 초의 항례적인 신체검사를 대비하여 6개월간 집중 트레이닝에 열과 성을 다했건만 결과는 서두에서 보셨다시피 6개월 전과 한 치 다르지 않은 167센티미터 54킬로그램.
그야 비명도 나오고 말고.
블리드 카가는 소파에 걸터앉아 본때 있게 한숨을 푹푹 쉬었다.
제 16회 대회 개막을 한 달 앞둔 이 바쁜 시기에 교코 씨를 용케 잘 구슬러 쟁취한 사흘의 금쪽같은 휴일 중에서 이틀이 하야토의 일정과 겹친 것까진 아주 좋았다. 휴일이 겹쳤을 때는 늘 그렇듯 오랜만에 훼방꾼 없이 둘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로 상대와 꿍짝짝 합의를 본 것도 좋았다. 하야토의 요청대로 뉴저지에 있는 카자미 저택까지 단박에 날아온 것까지만 해도 아싸 좋음이었다.
문제는 활짝 웃는 낯으로 맞아들이고선 취향 맞춰 쓰디 쓴 커피만 떠안겨 주고 트레이닝 기구에만 줄창 매달려 있는 이 집의 주인장이다.
그저께 받아든 신체검사측정표가 어지간히 충격이었던지 좀체 헬스 기구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질 않는 하야토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버림받은 애완동물의 마음이 절절히 이해될 성 싶다. 게다가 기껏 부른 사람 바람맞히고 기구에게 온 사랑을 쏟고 있는(...) 장본인은 때때로 왠지 명백한 애증이 섞였지만 이유는 한 개도 짐작이 안 가는 묘한 눈길로 이쪽을 흘금거리기까지 한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딱 이렇지 않을까.
하긴 6개월 간의 피땀 어린 노력이 물거품 된 장본인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 게,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하야토 못지 않은 호리호리한 체격 같지만 카가는 붙을 데 다 붙고 각이 딱 잡힌, 전형적인 '벗으면 대단합니다' 타입인 것이다. 맘만 먹으면 하야토 정도는 한 팔로도 들어올린다는 평소의 호언장담을 훌륭히 뒷받침하는, 미술전공자용 인체화집에 그대로 갖다 얹어도 하등 손색없을 체격에 프로포션. 보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막상 마주하고 보니 하늘과 땅 차이의 현실이 실감나 괜시리 애먼 상대까지 얄미워지는 이 미묘한 심리는, 뭐 인지상정이려니.
제로의 영역으로 통하는 사이라 해도 미묘~한 심리까지 알 턱은 없으나 어쨌건 소위 연상의 여유(라고 쓰고 오기라고 읽는다)로 꼬박 세 시간을 참고 참고 또 참아준 끝에 결국 인내심이 왕창 바닥난 카가는 마침내 일곱 잔째의 커피를 탁자 위에 쿵 내려놓고 하야토를 향해 불쑥 내뱉었는데─트레이닝이야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우리 휴가는 이틀밖에 없잖아 임마, 넌 나보다 근력 트레이닝이 더 좋은 거냐, 나 앉혀놓고 구경이나 하라고 불렀냐, 무리한 운동은 몸만 상한다 쉬어가면서 해라, 줄창 매달려 있는다고 근육이 붙는 게 아니라구, 키 좀 작고 가늘면 어떠냐 귀여워서 좋기만 한데 기타 등등의 생각은 성대를 통과해 입에서 나오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변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
솔직하지 못하기도 이쯤 되면 병이다.
덤 하나. 의사는 공으로 되는 게 아닌고로 잠잘 시간도 팍팍 쪼개가며 대량의 연구 논문 속에 파묻혀 끙끙대던 중 기차 화통 삶아먹은 듯 요란스리 울려대는 전화를 씹지 않고 받아줬더니 유능한 정형외과의 소개해 달라, 수술이라도 받아야지 나 이대로는 못 산다며 다짜고짜 외쳐대는 철딱서니 없는 약혼자를 어르고 달래다 천금보다 비싼 두 시간을 그냥 까먹은 아가씨가 있었다던가 없었다던가.
덤 둘. 회담 차 도미(渡美)한 김에 얼굴이라도 좀 보려 빙빙 돌아 기껏 뉴저지까지 행차했다 덜미 콱 잡혀 종국엔 "카가 씨 바보─! 멍게! 해삼! 말미잘─!!!" 로 끝나는 불평불만을 장장 여섯 시간 논스톱으로 들어주며 '내가 왜 예까지 와서 프로일라인도 아닌 다른 놈과의 치정 싸움 중계를 들어야 하는 거냐!!!' 라 버럭 외치고픈 충동을 타고난 우아함으로 겨우겨우 억누르고 애꿎은 홍차만 열댓 잔을 작살낸 왕자님이 계셨다던가 어쨌다던가.
덤 셋. 좋다고 룰루랄라 나갈 땐 언제고 얼굴에 난데없는 반창고를 대량으로 붙이고 팩토리에 나타나 오늘 기분이 엿 같으셈 걸리면 다 죽~었어의 음울꿀꿀한 다크포스를 대놓고 무럭무럭 피워대는 톱 드라이버와 눈길을 맞추지 않으려 그날 하루 필사적으로 알아서 벌벌 기는 AOI ZIP의 크루들이 뜨거운 눈물을 자아냈다던가 뭐랬다던가.
덤 넷. 오너와의 삼자회의 자리에서 눈치 개뿔이기로 소문이 짜아한 S가 무심코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물은 직후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폭우가 회의실을 가차없이 휩쓸고 지나갔다는 보고. 문을 부서져라 쿠쾅 쳐닫고 발소리도 요란하게 회의실을 뜨는 드라이버 K와 구석에 처박혀 동그라미를 그리며 왕따놀이를 하는 드라이버 S, K보다 조금 늦게 회의실을 나와 평소의 도도하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옥상으로 향하는 여왕님이 목격됨. 이날 AOI 팩토리의 옥상에서 터져나온 의문의 숨넘어가는 대폭소는 3대 괴담으로 여지껏 인구에 회자된다던가 안 된다던가.
그날 맞선 상대와의 의례적인 저녁 식사에 얼굴을 내민 여왕님은 몹시 기분이 좋은 듯 드물게도 아낌없는 미소의 대향연으로 상대를 내심 두근두근케 했다는 여담이 하나 더.
덤 다섯. 목선이 좀 높다는 중죄를 범한 SUGO 팩토리의 크루들이 톱 드라이버의 원망스런 시선이 등에 푹푹푹푹 꽂히는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때, 조금 늦게 나타났다가 잔소리쟁이 오너의 설교가 시작되려는 찰나 눈물이 글썽한 톱 드라이버의 더럭 껴안기 공격을 당한 세컨드 드라이버가 대량의 코피를 뿜으며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던가 안 됐다던가.
덤 여섯. 관자놀이에 사거리가 뿌득뿌득 돋은 드라이버의 눈치를 봐 가며 살얼음 밟는 심정으로 AOI ZIP를 취재하던 중 동행한 모 사진기자가 심히 발랄하게 투하한 폭탄 "당신, 하야토 군한테 거하게 채였대며? 오.호.호.호." 에 거품 물고 쓰러진 기자가 한 명. 꽃도 울고 갈 화사한 미소를 날리는 파트너와 반경 5미터 내 생물을 몽땅 질식시킬 독기를 뿜어내는 드라이버의 틈바구니에 끼여 눈물을 뿌리며 전직을 고려했다던가 아니라던가.
덤 일곱. 정작 문제의 K와 H는 개막전 당일에는 언제 싸웠냐는 듯 변함없는 초닭짓을 피로하고 있어 부부 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는 옛말 하나도 그른 게 없음을 세상에 재확인시켰다던가 그랬다던가.
경사났네 경사났어.
"......................................"
카자미 하야토는 얼굴을 사정없이 구기면서 덤으로 손에 든 종이도 콰지지지지직 구겼다.
사방에 일렁이는 다크포스의 압박에 쪼인 SUGO 메디컬 팀이 열심히 시선을 외면하거나 말거나.
종이의 정체는, 바로 어제 실시된 신체검사의 결과 시트.
──그리고 무정한 기록수치 Height 167cm, Weight 54kg.
"어째서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비명은 처절했다.
인류의 평균적 체격이 열심히 위로 옆으로 쭉쭉 뻗는 21세기에도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나이 스물이 되어서 자신이 예외의 범주에 여지없이 속한다는 사실을 알고 싶지는 않았다고 하야토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
본디부터 빈말로도 키가 큰 축은 못 되었다. 해발고도 152cm는 당시 나이 열 넷을 고려해도 한참 낮은 편이었는데, 그나마 성장기에 허구헌날 비좁은 콕핏에 처박혀 산 게 화근이 됐던지 어찌어찌 여기까지는 자랐지만 2년 전부터 167cm에서 단 1밀리미터도 늘어주려 하지 않는 것이다.
드라이버 중에서 최연소였던 옛날 옛적에는 언젠가는 크겠지 라는 보살의 마음으로 그만 보면 일제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덤벼드는 연상들의 어택을 그럭저럭 참아낼 수 있었지만, 올해로 경력 6년, 짤없이 베테랑이며 더 이상은 최연소도 아닌 지금이 되도록 연상들에게 토닥토닥을 당하기 딱 좋은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은 남자로서 상당히 감당하기 힘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CF에 갓 데뷔한 신진들마저 자동적으로 올라갔던 손을 부들부들 떨며 아쉬운, 정말로 너~무나도 아쉬운 얼굴로 마지못해 내리는 광경을 본의 아니게 연속으로 보고 만 하야토는 혈관 다 터뜨리며 대폭발하고 싶은 욕구를 두들겨패 수면 밑으로 도로 집어넣느라 가진 기력을 모조리 투입해야 했다.
그 많고 많은 드라이버 중에서 목의 뻐근한 통증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단 세 명, 즉 칼 리히터 폰 란돌과 마리 알베르토 루이자와 앙리 크레이토르 뿐이라는 사실부터 무지하게 분통 터질 노릇인데, 불행히도 루이자는 168cm이고 란돌은 용케 170은 되고 (물론 순혈통 게르만계의 오기를 걸고 생애의 라이벌보다 밑으로 내려갈 수는 없다는 비장한 각오 하에 왕자님이 영양제를 얼마나 드셔댔는지는 탑 시크릿이고 극비사항이며 클래시파이드이다) 앙리조차도 최근엔 슬슬 코카서스의 의지를 발휘할 낌새를 보이고 있는 판이다. 이게 열받을 일이 아니면 뭔데?
안 그래도 쓰린 가슴에 박차를 가해 대못을 박는 게 그렇게 애를 득득 써도 좀처럼 근육이 붙지 않는 빌어먹을 체질. 대체 한창 나이의 펄펄한 총각이, 그것도 명색이 레이서가 54kg이 뭐냔 말이다 54kg이! 오사무에게 단련이 부족하다며 긁히는 것도 부쯔홀츠가 등을 팡팡 두드리며 좀 잘 먹고 많이 쪄야지~? 라고 호탕하게 웃는 것도 하이넬이 희한하게 걱정스런 표정으로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어오는 것도 구데리안이 팔목을 덥석 잡으며 오우 사무라이 보~이! 여전히 유아체형이군요~! 라 놀려대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구 제엔장!!!
그래서 2020년의 월드 그랑프리가 끝나기 무섭게 난감해 하는 메디컬 팀을 들볶아 초특급 프로그램을 뽑아낸 게 11월 초, 매년 초의 항례적인 신체검사를 대비하여 6개월간 집중 트레이닝에 열과 성을 다했건만 결과는 서두에서 보셨다시피 6개월 전과 한 치 다르지 않은 167센티미터 54킬로그램.
그야 비명도 나오고 말고.
블리드 카가는 소파에 걸터앉아 본때 있게 한숨을 푹푹 쉬었다.
제 16회 대회 개막을 한 달 앞둔 이 바쁜 시기에 교코 씨를 용케 잘 구슬러 쟁취한 사흘의 금쪽같은 휴일 중에서 이틀이 하야토의 일정과 겹친 것까진 아주 좋았다. 휴일이 겹쳤을 때는 늘 그렇듯 오랜만에 훼방꾼 없이 둘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로 상대와 꿍짝짝 합의를 본 것도 좋았다. 하야토의 요청대로 뉴저지에 있는 카자미 저택까지 단박에 날아온 것까지만 해도 아싸 좋음이었다.
문제는 활짝 웃는 낯으로 맞아들이고선 취향 맞춰 쓰디 쓴 커피만 떠안겨 주고 트레이닝 기구에만 줄창 매달려 있는 이 집의 주인장이다.
그저께 받아든 신체검사측정표가 어지간히 충격이었던지 좀체 헬스 기구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질 않는 하야토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버림받은 애완동물의 마음이 절절히 이해될 성 싶다. 게다가 기껏 부른 사람 바람맞히고 기구에게 온 사랑을 쏟고 있는(...) 장본인은 때때로 왠지 명백한 애증이 섞였지만 이유는 한 개도 짐작이 안 가는 묘한 눈길로 이쪽을 흘금거리기까지 한다.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딱 이렇지 않을까.
하긴 6개월 간의 피땀 어린 노력이 물거품 된 장본인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 게,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하야토 못지 않은 호리호리한 체격 같지만 카가는 붙을 데 다 붙고 각이 딱 잡힌, 전형적인 '벗으면 대단합니다' 타입인 것이다. 맘만 먹으면 하야토 정도는 한 팔로도 들어올린다는 평소의 호언장담을 훌륭히 뒷받침하는, 미술전공자용 인체화집에 그대로 갖다 얹어도 하등 손색없을 체격에 프로포션. 보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막상 마주하고 보니 하늘과 땅 차이의 현실이 실감나 괜시리 애먼 상대까지 얄미워지는 이 미묘한 심리는, 뭐 인지상정이려니.
제로의 영역으로 통하는 사이라 해도 미묘~한 심리까지 알 턱은 없으나 어쨌건 소위 연상의 여유(라고 쓰고 오기라고 읽는다)로 꼬박 세 시간을 참고 참고 또 참아준 끝에 결국 인내심이 왕창 바닥난 카가는 마침내 일곱 잔째의 커피를 탁자 위에 쿵 내려놓고 하야토를 향해 불쑥 내뱉었는데─트레이닝이야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우리 휴가는 이틀밖에 없잖아 임마, 넌 나보다 근력 트레이닝이 더 좋은 거냐, 나 앉혀놓고 구경이나 하라고 불렀냐, 무리한 운동은 몸만 상한다 쉬어가면서 해라, 줄창 매달려 있는다고 근육이 붙는 게 아니라구, 키 좀 작고 가늘면 어떠냐 귀여워서 좋기만 한데 기타 등등의 생각은 성대를 통과해 입에서 나오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변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
솔직하지 못하기도 이쯤 되면 병이다.
덤 하나. 의사는 공으로 되는 게 아닌고로 잠잘 시간도 팍팍 쪼개가며 대량의 연구 논문 속에 파묻혀 끙끙대던 중 기차 화통 삶아먹은 듯 요란스리 울려대는 전화를 씹지 않고 받아줬더니 유능한 정형외과의 소개해 달라, 수술이라도 받아야지 나 이대로는 못 산다며 다짜고짜 외쳐대는 철딱서니 없는 약혼자를 어르고 달래다 천금보다 비싼 두 시간을 그냥 까먹은 아가씨가 있었다던가 없었다던가.
덤 둘. 회담 차 도미(渡美)한 김에 얼굴이라도 좀 보려 빙빙 돌아 기껏 뉴저지까지 행차했다 덜미 콱 잡혀 종국엔 "카가 씨 바보─! 멍게! 해삼! 말미잘─!!!" 로 끝나는 불평불만을 장장 여섯 시간 논스톱으로 들어주며 '내가 왜 예까지 와서 프로일라인도 아닌 다른 놈과의 치정 싸움 중계를 들어야 하는 거냐!!!' 라 버럭 외치고픈 충동을 타고난 우아함으로 겨우겨우 억누르고 애꿎은 홍차만 열댓 잔을 작살낸 왕자님이 계셨다던가 어쨌다던가.
덤 셋. 좋다고 룰루랄라 나갈 땐 언제고 얼굴에 난데없는 반창고를 대량으로 붙이고 팩토리에 나타나 오늘 기분이 엿 같으셈 걸리면 다 죽~었어의 음울꿀꿀한 다크포스를 대놓고 무럭무럭 피워대는 톱 드라이버와 눈길을 맞추지 않으려 그날 하루 필사적으로 알아서 벌벌 기는 AOI ZIP의 크루들이 뜨거운 눈물을 자아냈다던가 뭐랬다던가.
덤 넷. 오너와의 삼자회의 자리에서 눈치 개뿔이기로 소문이 짜아한 S가 무심코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물은 직후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폭우가 회의실을 가차없이 휩쓸고 지나갔다는 보고. 문을 부서져라 쿠쾅 쳐닫고 발소리도 요란하게 회의실을 뜨는 드라이버 K와 구석에 처박혀 동그라미를 그리며 왕따놀이를 하는 드라이버 S, K보다 조금 늦게 회의실을 나와 평소의 도도하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옥상으로 향하는 여왕님이 목격됨. 이날 AOI 팩토리의 옥상에서 터져나온 의문의 숨넘어가는 대폭소는 3대 괴담으로 여지껏 인구에 회자된다던가 안 된다던가.
그날 맞선 상대와의 의례적인 저녁 식사에 얼굴을 내민 여왕님은 몹시 기분이 좋은 듯 드물게도 아낌없는 미소의 대향연으로 상대를 내심 두근두근케 했다는 여담이 하나 더.
덤 다섯. 목선이 좀 높다는 중죄를 범한 SUGO 팩토리의 크루들이 톱 드라이버의 원망스런 시선이 등에 푹푹푹푹 꽂히는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때, 조금 늦게 나타났다가 잔소리쟁이 오너의 설교가 시작되려는 찰나 눈물이 글썽한 톱 드라이버의 더럭 껴안기 공격을 당한 세컨드 드라이버가 대량의 코피를 뿜으며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됐다던가 안 됐다던가.
덤 여섯. 관자놀이에 사거리가 뿌득뿌득 돋은 드라이버의 눈치를 봐 가며 살얼음 밟는 심정으로 AOI ZIP를 취재하던 중 동행한 모 사진기자가 심히 발랄하게 투하한 폭탄 "당신, 하야토 군한테 거하게 채였대며? 오.호.호.호." 에 거품 물고 쓰러진 기자가 한 명. 꽃도 울고 갈 화사한 미소를 날리는 파트너와 반경 5미터 내 생물을 몽땅 질식시킬 독기를 뿜어내는 드라이버의 틈바구니에 끼여 눈물을 뿌리며 전직을 고려했다던가 아니라던가.
덤 일곱. 정작 문제의 K와 H는 개막전 당일에는 언제 싸웠냐는 듯 변함없는 초닭짓을 피로하고 있어 부부 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는 옛말 하나도 그른 게 없음을 세상에 재확인시켰다던가 그랬다던가.
경사났네 경사났어.
1. 키와 체중은 완전히 임의로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함; 하야토의 키가 166~168 사이라는 것은 이미 예전 포스팅 어디선가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어댄 바 있으며, 드라마 CD SAGA II 시리즈 케이스의 녀석을 본 순간 S가 받은 충격은 내 이 조잡한 필력으로는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다. -_-;;;; "저, 저게 어디가 스물 먹은 총각 몸이냐─!!! ;;;;"
아무리 녀석이 말기천연이라도 키와 체중의 핸디캡만은 필시 기냥 씹고는 못 넘길 거라는 추측이 이번 SSS의 발단 되시겠음.
2. 마리 알베르토 루이자는 SIN에서 슈트로젝으로 이전한 CF 유일의 여성 드라이버. 그리고 여왕님의 미소에 내심 두근두근했던 맞선 상대는 물론 나 사장이다. (웃음)
(SAGA는 씹어도 역시 에로 사장은 아깝다)
3. 부부 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 :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 와 '치정 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痴話喧嘩は犬も食わぬ)' 의 합성 버전. 칼로 물 벴다 하자니 개도 안 주워먹을 시시껄렁한 싸움이란 뉘앙스가 살지 않아 그냥 합성을 택한 안이한 관리인;
4. 개인적으로 카가 씨는 기본 성격은 화끈하고 행동은 거침없는 주제에 정작 본인의 솔직한 심정은 쑥스러워서 말로 영 표현을 못하는 타입이라 본다. 특히 하야토 상대로는 그 기질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음. -_-;;;; 하야토는 반대. 이 녀석은 지나치리만큼 솔직하게 말은 잘 하는데 몸빵에선 숫처녀처럼 몸 사리고 냅다 내빼기 일쑤임. (물론 한 번 발동 걸리면 광속으로 튀어나가지만;)
5. 해도 해도 호박은 너무 한 거 아니냐며 모에의 동지 H양이 깔깔대고 웃더라만, 저 카가 씬 바람맞고 단단히 삐져서 말이 거하게 헛나온 것임 (폭소) 원래 마음 넓은 척하는(...) 남자들이 한 번 각잡고 앵돌아지면 대책이 없는 법. 특히 카가 씨는 잘 나가다 가끔 아주 제대로 지뢰밭 밟을 거라는 데 브이하치 새끼들을 다 걸 수 있다. (네 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