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친구 애원 하나 안 들어주는 매정하고 매정한 휠스짱에게 하루 이른 생일 선물. 젠장 축하한다. 자네를 세상에 내려준 이날과 만날 수 있게 된 기적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계속 축하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거 가져가서 지지든 볶든 굽든 삶든 버리든 갈아마시든 니 마음대로 하세요. (.....)
고로 내용의 부당성에 대한 태클은 받지 않는다.
SIDE B-25. 마시다(飲む)
Alles scheiße는 '이런 제기랄' 혹은 '니미럴'(...)이란 의미. 독일어권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욕이라 한다. 아무튼 왕자님이 입에 담으실 말이 아니란 건 확실하다 (먼 눈)
한국판에서 그레이슨에게 존댓말을 하는 란돌 왕자님이 매우 귀여우셨으므로 그쪽 전통을 따랐음.
"란돌──!!!"
두다다다다다. 퍼억.
14년간 무난하고 평범하게 자랐다는 본인의 주장이야 저 하늘의 노을보다 더 시뻘건 거짓말로 묵살당할 (일단은) 평생 라이벌의 기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익숙해진 지도 이미 하세월이다. (그 이전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CF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하세월인 고로, 칼 리히터 폰 란돌은 몸 돌려볼 일말의 유예도 없이 전속력으로 돌진해 기세도 좋게 등뒤에서 들이받은 하야토를 우아함을 잃지 않은 자세로 약간 비틀거리는 수준에서 무난히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근력 트레이닝의 메뉴를 좀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구석에 메모하는 것도 잊지 않고.
"─그래,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냐?"
미묘히 낮은 위치에서 말을 못 잇고 숨을 헐떡이는 녀석에게 짜증스러움을 한 겹 뒤집어쓴 어조로 최대한 매몰차게 물어보자, 숨찬 소리로 뭐라뭐라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애를 부득부득 쓰더니 결국엔 누가 뺏어갈새라 있는 힘껏 틀어쥔 통에 여태 안 찌그러진 게 용한 캔을 찢어발길 기세로 딸깍 따서 란돌의 코앞에 처억! 들이밀었다.
"마셔!"
".........호오, 그게 사람에게 뭔가를 요청하는 태도인가? 일본인은 예의범절이 투철한 국민이라 들었는데 말이지, 내가 모르는 사이 세상도 많이 변했나 보군."
"웃... 부탁이야 란돌, 제발 마셔주라~나 토마토 주스만은 도저히 무리란 말야~!"
뭐든지 주는대로 잘 먹는 잡식성 주제에 유독 토마토 주스만은 인간이 마실 물건이 못 된다며 길길이 날뛰는 것이 카자미 하야토의 운명이었다.
하여간 고압적인 태도에선 사람을 턱끝으로 부려먹는 법부터 가르친다는 란돌 공작가의 귀하디 귀한 후계자를 능가 못할 줄 깨닫자마자 당장 저자세로 돌변하여 커다란 눈에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듯한 눈물을 그렁그렁 담고 '데려가 주세요' 라 쓰인 상자에 담겨 뒷골목에 버려진 비 오는 날의 고양이 모양 끄으으으으음찍히도 애처롭고 처량하고 가련한 눈길로 SOS를 부단히 쳐대는 하야토를 정면으로 보아 버린 그 순간 란돌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Alles scheiße...'
아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어머님께서 들으시면 뒷목 부여잡고 쓰러졌을 매우 고상하지 못한 한 마디였다. 어쩌겠나. 반한 게 죄지.
쑥스러운 심정을 감추고자 헛기침을 한두 번 하고 입을 열었다.
"서민의 싸구려 음료를 기꺼이 마시는 취미는 추호도 없다만, 네가 이제껏 결핍됐던 겸양이란 미덕을 갖추고 패배견의 겸손한 자세를 고수하면서까지 절실하게 부탁한다면야 못 들어줄 요량도 아주 부재하지는 않을 듯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군."
"....여전히 재수없지만 오늘만은 무조건 좋은 녀석이라 생각해 줄게."
어린애처럼 환하게 웃는 데야 뭐 당할 장사가 없다.
이리하여 란돌 가의 도련님이 (일단은) 라이벌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9년 인생에서 난생 처음으로 용감하게 캔 음료를 한 모금 시음하셨을 때, 두 번째의 요란한 발소리가 두다다다 어지럽게 근접하더니 모터 홈 사이에서 요 몇 년 지긋지긋히도 본 녹색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얌마 하야토....에, 우왓────!!!"
뒤쪽은 캔 음료를 든 란돌을 가리키며 터뜨린 비명소리다. (주 : 삿대질은 좋지 않습니다)
하야토는 상쾌히 웃으면서 쇼크 먹고 굳은 문제의 청년에게 메~롱을 해보였다. 그리고 즉각 다리야 날 살려라 줄행랑치는 건방진 청소년의 뒤를 마음놓고 굳을 여가도 없이 카가가 분통을 있는대로 터뜨리며 쏜살같이 쫓아간다. 아마도 추격전의 재개.
"임마! 너 뭐야 나한테 유감 있어!? 사준다더니 들고 튀는 건 어드메의 법도냐! 게다가 딴 놈한테 넘겼겠다! 다 살았다고 복창해라!"
"헹! 알고 싶으면 그 잘난 머리로 한 번 열~심히 고민해 보시죠!!"
"이게!!"
"아~란돌─! 굳이 애써서 다 먹을 필요 없어─! 버려 버려!"
"거기 서! 너 오늘 죽었어!!"
열세 문장을 캐치볼로 속사포 쏴갈기듯 주고받는 데 소요된 시간 1.3초, 두 인간은 그새 까마득히 멀어져가고 있다. 재주다 재주.
호오 그러냐. 오늘도 치정 싸움이었냐. 하긴 네놈들이 세상 끝나는 날이라고 조용히 넘어갈까. 그래 잘들 놀아봐라.
뻔하다면 뻔한 결과에 이를 부득 갈아봤자 이쪽의 기력만 소모될 뿐이라는 심히 올바르고도 올바른 판단을 내린 란돌은 현명하게도 근처에 있는 토마토 주스 쪽으로 주의를 돌렸다. 시시껄렁한 치정 싸움의 부산물인 이놈의 애물단지를 어이할까. 쓰레기통에 확 처넣어버려?
실존적 문제의 해답을 고뇌하는 철학자의 동상에 그대로 갖다 옮겨놔도 손색없을 기품 철철 흐르는 포즈로 한동안 고민에 잠겼던 왕자님이 마침내 내리신 결론이란.
"도도도도도도도련님께서 캐, 캐캐캐캔 음료를!!!? 아아아아 란돌 공작가의 후계자 되시는 분께서 토마토를, 토마토 주스를, 캔 음료 따위를 입에 대시다니이이이이이이 이 그레이슨 차마 주인 어른을 뵐 낯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입 다물어요 그레이슨."
토마토 주스캔을 들고 서성대는 란돌의 사진은 팬들 사이에서 초 레어 아이템으로 숭상받았다는 후일담.
두다다다다다. 퍼억.
14년간 무난하고 평범하게 자랐다는 본인의 주장이야 저 하늘의 노을보다 더 시뻘건 거짓말로 묵살당할 (일단은) 평생 라이벌의 기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익숙해진 지도 이미 하세월이다. (그 이전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CF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하세월인 고로, 칼 리히터 폰 란돌은 몸 돌려볼 일말의 유예도 없이 전속력으로 돌진해 기세도 좋게 등뒤에서 들이받은 하야토를 우아함을 잃지 않은 자세로 약간 비틀거리는 수준에서 무난히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근력 트레이닝의 메뉴를 좀 더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구석에 메모하는 것도 잊지 않고.
"─그래,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냐?"
미묘히 낮은 위치에서 말을 못 잇고 숨을 헐떡이는 녀석에게 짜증스러움을 한 겹 뒤집어쓴 어조로 최대한 매몰차게 물어보자, 숨찬 소리로 뭐라뭐라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애를 부득부득 쓰더니 결국엔 누가 뺏어갈새라 있는 힘껏 틀어쥔 통에 여태 안 찌그러진 게 용한 캔을 찢어발길 기세로 딸깍 따서 란돌의 코앞에 처억! 들이밀었다.
"마셔!"
".........호오, 그게 사람에게 뭔가를 요청하는 태도인가? 일본인은 예의범절이 투철한 국민이라 들었는데 말이지, 내가 모르는 사이 세상도 많이 변했나 보군."
"웃... 부탁이야 란돌, 제발 마셔주라~나 토마토 주스만은 도저히 무리란 말야~!"
뭐든지 주는대로 잘 먹는 잡식성 주제에 유독 토마토 주스만은 인간이 마실 물건이 못 된다며 길길이 날뛰는 것이 카자미 하야토의 운명이었다.
하여간 고압적인 태도에선 사람을 턱끝으로 부려먹는 법부터 가르친다는 란돌 공작가의 귀하디 귀한 후계자를 능가 못할 줄 깨닫자마자 당장 저자세로 돌변하여 커다란 눈에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듯한 눈물을 그렁그렁 담고 '데려가 주세요' 라 쓰인 상자에 담겨 뒷골목에 버려진 비 오는 날의 고양이 모양 끄으으으으음찍히도 애처롭고 처량하고 가련한 눈길로 SOS를 부단히 쳐대는 하야토를 정면으로 보아 버린 그 순간 란돌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Alles scheiße...'
아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어머님께서 들으시면 뒷목 부여잡고 쓰러졌을 매우 고상하지 못한 한 마디였다. 어쩌겠나. 반한 게 죄지.
쑥스러운 심정을 감추고자 헛기침을 한두 번 하고 입을 열었다.
"서민의 싸구려 음료를 기꺼이 마시는 취미는 추호도 없다만, 네가 이제껏 결핍됐던 겸양이란 미덕을 갖추고 패배견의 겸손한 자세를 고수하면서까지 절실하게 부탁한다면야 못 들어줄 요량도 아주 부재하지는 않을 듯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군."
"....여전히 재수없지만 오늘만은 무조건 좋은 녀석이라 생각해 줄게."
어린애처럼 환하게 웃는 데야 뭐 당할 장사가 없다.
이리하여 란돌 가의 도련님이 (일단은) 라이벌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9년 인생에서 난생 처음으로 용감하게 캔 음료를 한 모금 시음하셨을 때, 두 번째의 요란한 발소리가 두다다다 어지럽게 근접하더니 모터 홈 사이에서 요 몇 년 지긋지긋히도 본 녹색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얌마 하야토....에, 우왓────!!!"
뒤쪽은 캔 음료를 든 란돌을 가리키며 터뜨린 비명소리다. (주 : 삿대질은 좋지 않습니다)
하야토는 상쾌히 웃으면서 쇼크 먹고 굳은 문제의 청년에게 메~롱을 해보였다. 그리고 즉각 다리야 날 살려라 줄행랑치는 건방진 청소년의 뒤를 마음놓고 굳을 여가도 없이 카가가 분통을 있는대로 터뜨리며 쏜살같이 쫓아간다. 아마도 추격전의 재개.
"임마! 너 뭐야 나한테 유감 있어!? 사준다더니 들고 튀는 건 어드메의 법도냐! 게다가 딴 놈한테 넘겼겠다! 다 살았다고 복창해라!"
"헹! 알고 싶으면 그 잘난 머리로 한 번 열~심히 고민해 보시죠!!"
"이게!!"
"아~란돌─! 굳이 애써서 다 먹을 필요 없어─! 버려 버려!"
"거기 서! 너 오늘 죽었어!!"
열세 문장을 캐치볼로 속사포 쏴갈기듯 주고받는 데 소요된 시간 1.3초, 두 인간은 그새 까마득히 멀어져가고 있다. 재주다 재주.
호오 그러냐. 오늘도 치정 싸움이었냐. 하긴 네놈들이 세상 끝나는 날이라고 조용히 넘어갈까. 그래 잘들 놀아봐라.
뻔하다면 뻔한 결과에 이를 부득 갈아봤자 이쪽의 기력만 소모될 뿐이라는 심히 올바르고도 올바른 판단을 내린 란돌은 현명하게도 근처에 있는 토마토 주스 쪽으로 주의를 돌렸다. 시시껄렁한 치정 싸움의 부산물인 이놈의 애물단지를 어이할까. 쓰레기통에 확 처넣어버려?
실존적 문제의 해답을 고뇌하는 철학자의 동상에 그대로 갖다 옮겨놔도 손색없을 기품 철철 흐르는 포즈로 한동안 고민에 잠겼던 왕자님이 마침내 내리신 결론이란.
"도도도도도도도련님께서 캐, 캐캐캐캔 음료를!!!? 아아아아 란돌 공작가의 후계자 되시는 분께서 토마토를, 토마토 주스를, 캔 음료 따위를 입에 대시다니이이이이이이 이 그레이슨 차마 주인 어른을 뵐 낯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입 다물어요 그레이슨."
토마토 주스캔을 들고 서성대는 란돌의 사진은 팬들 사이에서 초 레어 아이템으로 숭상받았다는 후일담.
Alles scheiße는 '이런 제기랄' 혹은 '니미럴'(...)이란 의미. 독일어권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욕이라 한다. 아무튼 왕자님이 입에 담으실 말이 아니란 건 확실하다 (먼 눈)
한국판에서 그레이슨에게 존댓말을 하는 란돌 왕자님이 매우 귀여우셨으므로 그쪽 전통을 따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