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ange World of Edward Gorey.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02/13 14:47

가끔 이십(삐-) 년 내가 이이에게 무지한 채로 당최 이날 이때까지 어이 살았을꼬 하며 땅을 치게 만드는 사람을 조우하는 수가 있는데, 오늘 내게 알게 된 기쁨과 모르고 산 슬픔을 함께 안겨준 사람은 그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에드워드 고리(Edward Gorey). 오오 할아버님 존안마저 소첩의 취향이올시다. (어이)
조나단 님의 블로그(감사!)에서 늘 그렇듯이 얼쩡대다 어찌어찌 The Curious Sofa를 훔쳐보고 단숨에 홀딱 반했음. 3P 4P는 기본이요 수간에 도구질에 SM에 난교에 심지어 ヤり殺し;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게 한 개도 없으면서 아닌 척 안 그런 척 시치미 딱 떼고 멀쩡한 시늉만 하는 절라 엄한 감성이 내 하트에 불을 붙였다제 베이비(....). 헌데 이 기묘한 소파;가 애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좋다니 저 동네는 대체...;;; 얼라들아 대체 이게 뭔 내용이라 생각하고 보는 게냐 니들은? ;;;; (뭐 그러다 훗날 나이 먹을 만큼 먹고 눈 좀 뜨여서 다시 보면 허걱! 비명 꽥 지르며 대오각성하게 되는 것이고) 아니, 그보다 난 소파의 정체가 궁금하다! 당최 얼마나 숭악한 물건이길래 began to scream uncontrollably인지 작가는 정체를 밝혀라!! >_<
(확실히 The Story of O의 좀 더 우아하고 의뭉스러운 버전. 다만 이쪽은 모든 걸 상상에 맡기므로 어떤 의미 더욱 위험하고 변태스러움. 꺄아♥) <-....

하여간 Gashlycrumb Tinies도 그렇고 The Willowdale Handcar도 그렇고, 우울하고 음침하고 불길하고 때론 잔인하며 냉혹하고 차갑고 삐딱 노선을 기차게 타고 있고 다소 병적인 꿀꿀한 블랙 유머가 S의 못돼먹은 취향을 아주 제대로 자극했으므로 그 즉시 지름신이 강림하사 고리의 그림책이 갖고파 몸을 비비 틀며 저절로 마우스로 뻗으려는 손을 키보드로 두들겨패고 있음(...). 특히 Gashlycrumb Tinies에서 스물 여섯의 아이들을 찌르고 찍고 물어뜯고 굶기고 빠뜨리고 후려치고 태우고 밟는 등등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각운 딱딱 맞춰가며 가차없이 척살하는 폼에는 그야말로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알았습니다. 냉큼 팬의 대열에 합류할게요. 사랑하게 해 주세요. (넙죽)

그런고로 두들겨 패주고 싶을 때도 많지만 꽤 예쁜 짓도 많이 하는 우리의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시리즈부터 한 번 찔러보기로 결심했음. 난 어서 재벌이 되어야 해... OTL


덤 1. 뮤지컬 캣츠의 원작인 엘리엇의 <노련한 고양이에 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 삽화도 고리가 그렸다는 사실도 주워들음. 전혀 깜깜이던 시절에도 참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라 생각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덤 2. 근데! 왜! 영국인이 아닌 거냐!!!!
(내가 첫눈에 홀랑 반한 저 음울꿀쩍한 감성이 영국인의 그것이 아니라니 믿을 수 없어! 무언가의 잘못인 게야!) (<-사랑에 빠지고 보면 십에 팔구는 Damn Hot British더라는 경험에서 기인한 지독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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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lls 2006/02/14 10:14
에드워드 고리 좋지~ 국내 출간도 제법 되었으니 질러라 질러~ <-물귀신용 압박
...난 개인적으로 '아직도 그는 우리집에 있다' 라는 마지막 구절을 잊지 못해 orz (퍼스트 임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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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2/14 10:58
조나단 님 / 죄송합니다!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남겨놓았습니다! (도주)

Hylls짱 / 하여간 자네의 물귀신 스킬은 여전히 건재하구먼. 충실히 지름신 사도 노릇 안 해도 지른다 임마. 저리 가라 (훠이훠이)
'아직도 그는 우리집에 있다'... 허허헉 너무 무서웠어 부들부들부들부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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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zhen 2006/02/17 20:54
안녕하세요. 덕분에 간만에 재미있는 거 봤습니다.
The Doubtful Guest, 이거 마치 미네르바에 온 누군가를 이야기 하는 거 같아서 혼자 막 웃었네요.
<그리고 벽에 코를 붙인 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뭐라고 해도 그것은 귀가 먹은 듯 했습니다.>
<그것은 툭하면 화를 내며 변덕을 부렸는데 > 라던가도 그렇지만 특히
<그것은 수심에 잠겨 하필이면 불편하게 거실 문 앞에 드러누워 있곤 했습니다.>
이 부분이 제방도 아니고 꼭 다들 있는 라운지에서 ㅈㄹ하던 그 누군가를 몹시 생각나게 했습니다(...)
덧붙여서, 이런 삶의 음울함을 건조하고 산뜻(?)하게 표현하는 사조는 20세기 초중반 미국문학의 커다란 특징이고 또 이땐 영국하곤 맛이 상당히 다른 다크한 천재양키들이 펑펑 양산되던 때라 이런 풍을 좋아하시면 당시 미국문학 쪽을 찾아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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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02/19 06:51
lizhen님 / 어서 오세요. (꾸벅) The Doubtful Guest와 미네르바의 누군가! 모니터 앞에서 웃음을 참다가 숨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진짜로 '수심에 잠겨' 하필이면 '라운지에서' 발광하던 A.Z.씨 그대로가 아닙니까. 이런이런;
다크한 천재양키들이라니 벌써부터 식지가 동합니다. 좋은 조언에 감사드리며 20세기 초중반의 미국문학의 세계로 용감하게 여행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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