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페이스대로라면 조만간 50*2제를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부지런하게 팬질해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이지....? ;;;;
그나저나 요즘 계속 SAGA도 SIN도 강인하게 무시한 달달한 물건만 들이팠더니 슬슬 앵스트를 좀 건드리고픈 이 간사한 마음. 그래, 지금 실컷 러브러브해라, 그것도 앞으로 얼마 안 남았다... 우후후후후후후...... (어이어이)
SIDE A-31. 맡겨주세요(まかせなさい)
블리드 카가. 올해 26세. 레이스 경력 약 13년. 그 중 4년은 비공식 뒷골목 레이스에서 오만 험악한 놈들과 부대껴가며 단련된 백전노장.
4년간의 피와 살이 춤추는 혹독한 경험으로 인해 웬만한 압박은 씹고 웬만한 위기는 코로 비웃는 좋게 말해 뱃심 까놓아서 티타늄 합금 안면을 획득, 이후 비교적 스무~스하게 룰루랄라 인생을 구가해 온 그가, 바로 이 순간 최대의 시련을 맞으려 하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야 적전의 수치를 불사하고 내빼고 싶어지는 끔찍한 시련이다.
"카가 씨, 여기요 여기, 여기."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상대는 이미 완전무장하고 들뜬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며 마루에 다소곳이 앉아 준비 완료하고 있다. 찾아 입기 귀찮았는지 달랑 한 장 걸친 자락 긴 셔츠 밑으로 드러난, 각선미를 위해 이 한 몸 불질러 다이어트에 바치는 여성 제군에게 질시의 험악한 시선을 받아 마땅할 매끈하게 쪽 빠진 가느다란 다리가 매우 불순한 욕구를 자극하지만 그쪽은 좀 있다가.
에라 모르겠다고 시키는 대로 벌렁 드러눕고 보니 생각보다 감촉이 훨씬 괜찮아서 내심 약간 놀랐다. 여성도 아니며 스포츠 선수인 이상 결코 부드럽지는 않지만 장작개비를 벤 것처럼 뒤통수가 욱신거리지도 않는다. 뭐 특별한 상대의 무릎베개란 그 자체로 이미 로망인 법이지만. 장난삼아 좀 더듬거려 봤다 손등에 한 대 호되게 얻어맞았다.
자연히 무릎 위에 손을 둘 뻔했다 후다닥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벌써부터 긴장과 불안과 조마조마함이 뒤범벅되어 피부 안쪽에서 무언가 스물스물 일어나는 감촉에 기분 나빠 죽을 지경인데 도중에 손에 힘이 팍 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죽으면 죽었지 이 녀석에게 그 따위 추태는 보일 수 없다. 5년 빨리 태어난 게 뭐 그리 대수냐 해도 남자에게서 자존심을 빼면 남는 건 시체일 따름이다.
문득 흘끗 올려다 본 상대는 당장 콧노래를 불러도 하나 이상할 게 없으리만치 너무나 즐거워 보여서, 따라서 긴장도 조금은 스르륵 풀렸다. 그래, 네가 좋다면야 까짓 몸 한 번 못 내주겠냐.
"자, 그럼 움직이시면 안 돼요. 고막이라도 다치면 큰일이니까."
젠장. 사람 살려.
이 어설픈 놈이 하다가 쑤시지는 않을까 두근두근조마조마초조불안한 카가 씨와 카가 씨에게 뭔가 해주는 게 무지 즐거운 하야토.
SIDE B-10. 목소리(声)
"카가 씨 카가 씨."
"아~? 무슨 일 있어?"
"제 이름, 불러주세요."
".....하아? 갑자기 무슨..."
"불러주세요~네?"
"........하야토."
"음.. 저 있죠, 한 톤만 낮춰보시겠어요?"
"....하야토."
"아, 조금만 딱딱하게요. 기계적으로."
"그러니까 이게 갑자기 무슨..."
"카가 씨~"
"체, 알았다 알았어. ─하야토."
"아, 혹시나 했더니 역시."
"뭐가 역시야?"
"닮았어요."
".....그러게 뭐가."
"목소리가요."
하야토는 웃었다.
"모르셨죠? 카가 씨랑 아스라다, 목소리가 굉장히 비슷해요."
─내 인생을 뿌리부터 뒤엎은 운명의 상대 둘은, 닮은 목소리.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SBS판 사포에서 카가(카일이지만)와 아스라다는 성우가 안지환 님으로 같다. 이런 죽여주는 네타를 안 써먹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당연히 없다.
하여간 PD의 멋지구리한 농간에 만세 삼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