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모노가타리.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11/02 17:57

하드 한 구석에서 S가 아직 그럭저럭 파릇파릇했던 대학생 시절 작성했던 옛날 고리짝 겐지모노가타리 독후감 리포트가 기어나왔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몇 년 전의 수치 플레이냐;;;

.......읽어본다.

...........읽어본다.

.................열받는다. (빠드드득)


그때도 풋풋한 마음에 그 남자가 너무나 재수없어서 리포트에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컷 욕지거릴 해댔지만 나이 먹고 다시 봐도 히카루 겐지는 정말로 재수없음. 아니 나이를 먹고 머리가 쪼끔 굵었더니 더더욱 재수없어 보인다. 작가의 애정을 독점하는 밥맛 없는 메리 주인공이란 게 뭔지 아주 온 몸으로 실증해 보이시는 저런 덩치만 이따시만하게 크고 나이는 헛쳐먹은 겉포장만 근사한 남자 따위 난 트럭으로 퍼다줘도 싫수다. 흥!
랄까 겐지모노가타리 자체가 전체적으로 무지하게 재수없다. 여자를 강간하고 사랑에 미쳐 그랬다고 주장하는 골빈 쉐이들이 너무 많단 말이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피해자만 헤아려도 (으음 이러다 틀리면 그게 웬 쪽이냐;;;;) 무라사키, 아오이, 로쿠죠인노미야스도코로, 오보로즈키요, 다마카즈라, 온나산노미야까지 무려 6명!! ;;; 암만 여자의 인권이 싸그리 무시당하고 흔히 여자가 인간 취급 못 받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라지만 이거 너무하지 않수? ;;; 거기 하반신 간수 못하는 사내 여러분, 똑같이 강간할 거면 사랑이다 뭐다 설탕으로 처발라 감추려 들지 말고 차라리 그 잘나빠진 주둥이에 지퍼 채우고 입 쳐다물고 있으시지?

남자의 '싫다 싫다 발악해도 결국은 좋으면서 빼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환상으로 '너무 사랑해서 강간했다'를 꼽는다. 이봐요 이봐, 정말 사랑하면 그런 짓 안 하거든? 헛소리 늘어놓는 초딩은 당장 가드를 올려라, 굴다리 밑에서 쳐두들겨 주겠다. 따져 보면 저 피해자 리스트 중에서 무려 4명이 히카루 겐지의 피해자다. 약 67퍼센트의 비율. 현 정권 지지율보다 훠얼씬 높음. 저런 강간범 따위가 사랑받는 일본인의 취향 참으로 알아볼쪼구먼.
(다시 말해 '강간이 화간으로 발전하는' 꼴같잖은 설정의 순정만화와 BL의 무수한 범람은 이미 헤이안 시대부터 싹수가 보였다는 얘기 되겠다. 될성그른 나무는 떡잎부터 엇자란다는 옛말 하나도 그른 거 없다)

그러고 보니 겐지모노가타리의 작가는 무라사키 시키부(女)였지. 당신, 현대에 태어났으면 할리퀸으로 열라 성공했을 거다. 어째 감성이 이렇게 할리퀸에 순정만화일 수가 있냐;;;


잠깐, 근데 무라사키...? 무라사키노우에?

....이거 드림 소설이었던 거냐!!!!! -_-;;;


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무라사키노우에가 되고 싶을라나? 후지쯔보 대신으로 11살 때 팔려;와서 세상에 사내가 별보다 더 많구먼 연애 한 번 변변히 못해보고 겐지 취향대로 자라며 청춘을 썩히다가(...인형 놀이하냐 지금?) 14살 때 강간;당해,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려보고 살던 겐지 놈 끝간 데를 모르고 이번엔 - 하필이면 또 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 고키덴의 동생 오보로즈키요를 집적여서 귀향가, 불쌍한 무라사키가 그 시절 성행하던 불륜질도 한 번 못해보고 얌전히 썩을 놈의 남편만 기다리는 사이 그 인간은 또 스만지 어딘지에서 여자 하나 만들어서 마눌님 눈에서 눈물이나 뽑아, 겨우 돌아와서 좀 조용히 사나 싶었더니 얼마 가지도 못해 이번엔 (후지쯔보와 좀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온나산노미야를 정처로 맞아들여선 내가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데 참아주오 어쩌고 잘도 지껄여, 마음 좀 가라앉혔나 싶더니 미야스도코로의 저주로 병에 걸려 - 이것도 겐지가 입 잘못 놀린 탓임 - 파리하게 앓다가 세상을 떠 버려! 세상 지저분한 팔자는 다 모아놓은 것 같은 이 기박한 처지의 여자가 정말 되고 싶은 거냐!!!? ;;;; 취향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 시키부가 워낙 남편의 염문으로 고생했대니까 자기 자신의 과거를 투영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럼 그거구먼, 착하고 순진한 히로인을 마구 모욕하고 짓밟으면서 감정 이입하여 눈물을 쏟으며 자기도취하는 한국 드라마로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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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bkk 2006/11/02 23:10
저게 세계 최초의 소설이라면서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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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11/09 17:52
필경 할리퀸은 세상이 끝나는 그날까지 끈질기게 존속하리란 확신을 가졌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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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iel 2006/11/06 05:16
전 그래서 한 번 제대로 사고치고나서 죽을 때까지 겐지를 거부한 후지쯔보를 아주 좋아합니다... 저도 읽으면서 왜 여주인공을 굳이 무라사키로 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심했더라죠...
겐지모노가타리와 마쿠라노소시를 둘 다 읽어본 후 세이쇼나곤 파가 되었습니다. (물론 겐지같은 경우는 번역본들때문에 고생했다는 것도 한 몫했겠지만요...)KISARA님은 세이쇼나곤을 좋아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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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11/09 18:00
뭐 사고를 안 쳤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면 소설이 진행이 안 되니까(...) 그건 별 수 없었겠지요. 실컷 욕질하고 나서 이건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히카루 겐지라는 인물의 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품었습니다. 시드 데스티니의 전례가 있어서 말이죠, 요즘은 뭐든지 의심스럽습니다. (웃음)
무라사키 시키부와 세이 쇼나곤이라면 저도 세이 쇼나곤 파입니다. 일본고전문학은 대학 시절에 하도 원문에 시달린 경험이 있어서 솔직히 치는 좀 떨립니다만 (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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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chg 2007/03/11 03:35
헛헛헛 공감합니다 하긴 무라사키 노우에가 제일 불쌍한듯 <특히, 팔려온[?]시점 부터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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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2013/10/06 00:22
안녕하셔요 KISARA 님. 이제 날이 춥네요. 저는 겐지모노가타리를 한길사 역으로 읽었는데, 솔직히 무라사키 아씨가 겐지랑 첫날 밤 보낸 후에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서 겐지 님 밉다고 우는 게 귀여워 보였습니다....그렇습니다 제 취향 중 하나인 키잡/역키잡 키워드가 맞았던 겁니다(...) 같은 여자 주제에 여성 인권이라곤 생각 안 하는군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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