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ILIUS CAESAR.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11/06 17:43

아드리안 골즈워디의 로마전쟁영웅사를 뒤적이던 중 좀 개기는 척하다 '시민 여러분' 한 마디에 퇴역이 뭐냐 승급이 웬말이냐 장군 밑에 돌아가게만 해달라고 울고 불고 애원하는 제 10군단 애들과 그 앞에서 어쩔끄나 시침 딱 떼고 딴전 피우시는 카이사르가 어찌나 쳐웃기는지 간만에 불이 붙어 주말을 이용, 배 깔고 드러누워 시오노의 로마인 이야기를 펼쳤다.

물론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이다.
예전 정신없이 읽을 때는 영 몰랐는데 나이 쬐금 더 먹고 다시 보니 에? ....에엣? 응? 어이 여보세요? ;;; 싶은 대목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 이러니까 이 여자가 사상에 문제 있단 소릴 듣지;;; - 나의 영원한 마음의 아이돌 카이사르 님에 대한 S의 맹목적인 헌신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어쩜 머리털 끝부터 성격적 결함까지 몽조리 내 취향이삼. 그러니 카이사르에 대해 무언가 비판을 하시려 마음 잡수신 분은 부디 나 없는 데서 해주오. L.O.V.E. 카이사르─!!!

하여간 이제 좀 시오노의 성향이 보일락말락 한다. 시오노가 원래 좀 뱃심 두둑하고, 성격 절라 나쁘고, 청렴결백하지도 않고, 빚을 지고도 태연하고, 정치를 해도 전쟁을 해도 항상 이기고, 속은 시커먼데 지지자들은 발길에 채여 넘어질 지경으로 쌓였고, 모든 걸 거침없이 추진해 버리는 카이사르 계열의 남자들과 현실적 합리주의자들의 열렬한 파슨희라는 건 알고 있었으되 내 몸과 마음이 속속들이 썩은 지금 행간에서 콸콸콸콸콸콸콸콸콸콸콸(곱하기 무한대) 흘러넘치는 불타는 정념과 사모의 념이 빤히 보이는지라 아주 쪽팔려서 살질 못하겠다. 천 페이지가 훌쩍 넘는 빠순질. 그렇게 좋냐!? 그렇게 좋아!!!?
솔직히 불어라. 당신,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 쓰고 싶어서 로마인 이야기 시작한 거지? (타레메)

(농담이 아니라 카이사르 편을 넘기고 나면 차츰 책의 포스가 떨어짐.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 백과 결투해서 이길 자신도 있으니 반박할 자 전부 앞으로 나와라!!!)
(....해본 소립니다;;;)

그리고 또 확실히 알겠는 것이, 이 여자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엄청 싫어하고 - 후자는 쬐금 질투도 섞인 것 같다. 아닛 감히 나의 카이사르와 러브러브를 하다닛!! ...이라던가; 이거 연예인 결혼기사에 바르르 떠는 팬도 아니고; - 소 카토도 좋게 생각하지 않고 마르쿠스 브루투스는 아예 논외임. 특히 사정없이 까내리기에 여념없는 브루투스에 이르러선 ('그런 브루투스가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이란 문장을 보라! 그녀는 숫제 셰익스피어까지 싸잡아 투덜대고 있다!) 좀 불쌍해지기까지 한다. 아니 나도 미워하지만. 절망에 빠져서 우왕좌왕하는 꼬락서닐 보면 속이 씨원하지만. 폼페이우스와 키케로는 좀 맹한 구석이 있어서 밉지까지는 않은 모양이다.
한 마디로 위대하시고 고명하시고 훌륭하신 카이사르 님께 개긴 자들을 곱게 봐 줄 생각은 벼룩 간의 반절만큼도 없다는 얘기임. 우리 오빠가 최고예염 딴놈들 다 꺼져 >_< 하는 빠순이들과 근본적으로 뭐가 달라...?!

...뭐 도노 찬양질이 하고 싶어서 8권이나 써제껴댄 야마오카 선생이라던가 조조 님 찬양으로 36권을 지샌 창천항로에서도 알겠거니와 언제나 빠순질보다 빠돌질이 무서운 법이고 팬질 스케일도 이쯤 되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상관 없...을라나? ;;;; 어쨌든 L.O.V.E. 카이사르--!!! (결국 너도 빠순이면서 뭘;;;)


덤 1. 딱 카이사르 편까지만 갖춰놓은 문고판과 (하드커버는 너무 비싸다;) 쌍방 비교를 하며 읽은 결과 민음사판의 번역이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다는 걸 확인했다. 다만 알레시아 공방전 당시 로마군이 세운 일곱 겹 방벽 구조에서 물 끌어들인 참호의 위치가 틀렸다!! ;;; 아니 혹시 문고판에서 가필/수정된 부분인가?

덤 2. 브레히트가 쓴 미완 소설 <율리우스 카이사르 씨의 사업(Die Geschäfte des Herrn Julius Cäsar)>이 땡겨 아마존을 이리리 뒤져본 S, 단지 좌절만을 맛보았다. 설마 이걸 읽으려거든 독일어를 공부해야 하는 거냐...!? orz
혹시나 해서 아마존 저팬으로 갔다.
....있다! 일본놈들이란!! ;;;;

ユリウス・カエサル氏の商売라는 제목으로 1973년 출간. 1973녀언!?
물론 재고는 오래 전에 동이 났다. 이걸 대체 어디 가서 구하지...?

덤 3. 땡길 뻔했다가 번역이 너무 황이라 - 아부지 스키피오인지 아들 스키피오인지는 확실하게 해 달란 말이야!! - 포기한 <임페리움>(인지 어딘지)에서 최근 과학적인 수사로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 님의 유언장을 저한테 유리하게 위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구절을 발견. 뭣이 어드래!!! 그럼 '역사에 남을 후계자 선정의 걸작'으로 만고에 칭송받은 카이사르-옥타비아누스 노선이 모두 황이었다는 거냣!!!?
근데 유언장은 옥타비아누스가 귀국하기 '전'에 안토니우스가 증인들 '앞'에서 개봉하지 않았던가...? 언제 위조했다는 거야? ;;;

...몰라. 난 그냥 카이사르 님이 반딱반딱 어린 것의 재질을 알아보고 찍은 셈 칠래. 나의 영원한 아이돌은 사람 보는 눈도 뛰어나시다고 믿을 거다!!

(그러고 보니 어느 대학 어느 연구소의 누가 조사해서 알아냈다는 말도 없었던 것 같다. 보통 학술서적이라면 2005년 하버드 대학 고고학과의 린스윈드 교수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카이사르의 유언장은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라던가 하지 않나? 뭐냐 너. 설마 네시의 시체가 인양됐대요 식의 '카더라 통신'을 학술서적에서 써먹는 거냐!!!? 니가 한국 인터넷 바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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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루리 2006/11/08 20:53
안녕하세요. 우연히 들렀다가 반가운 이름(예, 저도 카이사르 파슨희입니다...)을 보고 신나서 글을 남깁니다. 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그...문제의 <로마인 이야기> 찍어내는 회사에 입사해서 들은 얘기인데, 시오노 여사, 카이사르 팬질하고 싶어서 책 시작한 거 맞다고 합니다. 카이사르 사후로는 기력이 떨어져서 "이 뒤부터는 이제 어떻게 쓰죠?"라고 낙담한 투로 묻기까지 했다네요. 그러니까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 백이 나오면 제가 KISARA님 측에 기꺼이 합류하겠습니다 하하핫.

초면에 실례를 범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만 가련한 팬심의 소치라 너그러이 보아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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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6/11/09 18:16
........................... (눈을 비빈다)

................................. (다시 읽는다)

........................................... (재차 확인한다)

루, 루루루루루루루루리루리 님!!!? (경악)

죄송합니다 시작부터 동요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대략 3년 전부터 그늘 속에 숨어 줄창 스토커해 온 분을 이 변경의 난감한 블로그에서 뵙게 될 줄은....!!! 이제 와서 수줍게 고백드립니다만 저 줄곧 루리루리 님의 팬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꼭 루리루리 님의 블로그를 방문하여 독서 라이프를 따라가면서 엄청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유르스나르의 팬이 된 것은 순전히 루리루리 님의 책임이심을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립니다 <-이봐) 스토킹하는 데만 만족해서 - 범죄야; - 링크 신고도 못 드렸는데 이런... 이런... (덜덜덜덜덜덜)

숨 좀 돌리고;
루리루리 님도 카이사르 님의 팬이셨습니까 >_< 초면에 실례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로마의 유일한 천재를 마음깊이 사랑하시는 분은 모두 저의 동지십니다! 우오 역시 그랬군요 시오노 여사. 로마인 이야기 뒷편에서 틈만 나면 카이사르 님의 성함을 들먹이는 폼이 이역만리 저편의 연인의 사진을 부비적대며 외로움을 달래는 여인 같더라니 과연 앞으로 남은 10권을 그 분 없이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던 거로군요! 그 심정 아프게 이해합니요. (<- 카이사르 사후 로마인 이야기는 대충대충 넘기고 있는 여자;) 루리루리 님이 '로마인 이야기는 결국 카이사르 팬북이다'(뭣)의 원군으로 가세해 주신다면 백 아니라 만과도 싸울 수 있습니다. 다 덤비라지요.
이 누추한 곳에서나마 뵐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앞으로도 다채로운 독서일기로 무지몽매한 중생의 앞길을 밝혀주세요 ^^ ....흥분할 대로 흥분한 두서없는 답글이 결례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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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 2007/02/15 18:40
안녕하세요, 아르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xarkasiel이라는 이름으로 인사드렸었는데, 이번에 이글루에 둥지를 틀게 되어 이 닉으로 다시 인사드립니다.
..음, 원래는 덧글도 한번밖에 남기지 않았으니 이글루 열었다고 광고할 목적으로 왔던 게 아닌데, 홈을 둘러보다가 카이사르 포스팅을 하신 것을 보고 화르륵 불타올라버리는 바람에 인사를 다시 드리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양해해주시길.

카이사르는 정말 너무너무 멋있지 않습니까?_< 이제까지 제가 알아왔던 어떤 남자보다도 매력적입니다+_+ 천재적인 재능도 재능이지만 잊을만하면 터지는 쇼 덕분에 눈이 즐겁죠. 그야말로 쇼맨십과 팬서비스를 300%정도 체득하셨던 분입니다♡ 덕분에 4,5권을 제외한 다른 로마인 시리즈는 설렁설렁..; 4,5권 앞머리에 '카이사르 멋있는 부분(갈리아에서 포위당한 군단 구하러 달려가기)', '카이사르 미치도록 매력적인 부분(카토 앞에서 상콤하게 연애편지 날리기♥)'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놓고 읽고읽고읽고또읽다 보니 다른 권수가 눈에 차지 않더군요; 뭐랄까 6권부터도 읽으려고 부단 노력을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에 비해 조용한 맛이 있어서 높아질대로 높아진 눈에 성이 차질 않더군요. 카이사르 뒷권부터는 (나름대로 귀여웠던) 키케로나 어벙해서 귀여웠던 크라수스, 나름 영웅이었던 폼페이우스도 죽어버려서 스타군단이 사라졌다는 느낌이고요. 카이사르와 그 주변사람들의 광채가 다른 권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ㅠㅠ

아이고, 너무 불타버렸군요.^^; 거의 초면이나 마찬가지인데 실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카이사르 포스팅하신 것 정말 너무나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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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07/02/16 21:36
물론 기억하고 있습지요, 前 라지엘 님. 환영합니다. 링크해 놓으신 이글루도 스리슬쩍 들여다보고 왔습니다. 살아가자 님의 지인이셨군요 우후후후후후. 리나를 사랑하신다던가 카이토를 귀애하신다던가 저와 취향이 흡사하셔서 몹시 기쁩니다.

아 동지님! 여기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분이 또 계십니다! 전 실은 시오노 나나미 이전부터 막연하게나마 그 분을 경애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마인 이야기에서 완전히 강타 맞고 쓰러졌지요. 로마인 이야기가 완결을 맞은 지금에도 카이사르 님은 지금도 저의 영원한 아이돌(...)이시며 첫사랑이시고 오지콤의 기원이시며 기회만 되면 시집가고 싶다고 우엉대는 0순위의 남성이십니다. 카이사르 님의 매력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계시는 분을 또 한 분 뵙게 되어서 기쁘기 그지없어요.
통하는 모에 이야기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바보같은 블로그지만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시면 그 또한 기쁨이겠습니다. 좋은 밤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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