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난 짤막한 스케치 하나.

불타는 전국의 밤 | 2006/11/21 16:11

"난 여기서 죽을 수 없어."
"헷, 그래야지 너답지. 그럼그럼, 아직───"
"내일부터 기말시험이란 말이다."
"그쪽이냐!!!?"
"이날을 위해 교재 전부를 세 번씩 통독했단 말이다."
"그쪽이었냐!!!?"
"뭐야 바보치카. 옆에서 시끄럽다."
"야, 야야야야, 내가 이런 말하기도 웃기지만, 데이트가 있다던가 그 레스토랑의 스페셜 메뉴를 아직 못 먹어봤다던가, 그 가수의 신곡이 오늘 발매된다거나, 아직 XXX에게 고백도 못해봤다거나, 뭐 좀 산뜻하고 파릇파릇한 젊은이다운 이윤 없는 거냐!!?"
"Shut up you bloody hell bastard! 모르면 닥치고 있어, 그게 어떻게 들어간 대학인데! 알바도 인정 안 되는 학교에서 낮에는 학교 가고 밤에는 무덤에서 뛰는 말 그대로 주독야경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장학금도 놓칠 수 없지 출석일수는 채워야하지 의심 사도 곤란하지, 정 급하면 위세척을 받을 각오로 진통제를 한계치까지 삼켜가며 출석하고 그 와중에 전교 수석 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생지옥의 3년을 이겨내고 쟁취한 대학 입학 자격이라구! 기껏 출석일수는 생까도 되는 과목으로만 세심하게 시간표를 짜놨는데, 이제 와서 내가 시험 당일 미출석으로 F를 받을까 보냐─────!!!!"


".......넌 역시 대단한 놈이다. 응, 그래. 그럴 거야. 그렇고 말고. 내 눈이 잘못됐을 리가 없다구...."
"사람 귓전에서 꿍얼꿍얼대지 말고 말로 할 때 저리 꺼져라, 응?"



여전히 애니타 블레이크 패러디. (어디가;)
도노는 사실 생긴 것보다(...) 백만 배는 성실한 노력가란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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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삭제 댓글
Cab" 2006/11/27 23:01
안구에 습기가 도는 성실노력가 도노orz
저도 저 반의반의반 만큼만 성실해 봤으면 좋겠어요orz

교재 한 번만이라도 통독할 수 있을까요, 이번엔. <-!!!!!
수정/삭제
KISARA 2006/11/30 13:25
안구에 습기가 도셨다면 대성공입니다.
도노는 성실하세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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