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반 칼레이도스코프 7권 ~부제 : 백합의 역습~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12/14 12:54

미리니름이 미량(다수?) 포함되었지만 아무렴 어떻단 말이냐!! 쓴다! 써 버린다!!!


"러시아어라면, 내가 가르쳐줄 수도 있어."
"......응?"
음주에 얽힌 법 해석의 문제에서 느닷없이 어학으로 이야기가 비약하는 통에, 나는 미처 리아를 따라잡지 못했다.
"어째서 러시아어를?"
"타즈사가 국적을 박탈당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통은 음주로 국적까지 뺏기진 않아."

"만일의 경우엔, 내가 널 러시아 정부에 추천할 테니까...."
"아하하, 고마워."

"타즈사만 좋다면...."
"응?"
"앞으로 이틀간은 철야해도 괜찮은데."
"..........."
진심 어린 항의를 한 번만 터뜨리게 해주세요.
어디까지 농담이고 어디까지 진담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되어서야 곤란해 미치겠다.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했을 때부터,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감도 안 잡히는 대사가 줄줄줄줄줄줄줄줄.
이를테면, 이런 거라던가 저런 거라던가....
"타즈사... 얼굴이 빨개."
"수, 술 때문이야!"

게다가 여기는....
"안녕."
"히엑─────!!!!"
내 양발이 틀림없이 허공에 떴다.
여유롭게 다다미 30단은 들어갈 거대한 침실의 한 구석에 자리한 소파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침 식사하러 가자."
".....꼭두새벽부터 간 떨어지게 하지 말아줘."
말할 것도 없이 리아였다.
"타즈사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어."
"....언제부터?"
"한 시간쯤 전부터."
.....나는 말을 잃었다.
몰랐다고는 하지만 천하의 리아 가넷을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다니, 얼마나 무거운 죄가 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유비를 멀거니 세워놓은 제갈공명보다도 훨씬 무거울 거야!
"깨워줬으면 좋았을걸."
변명 비스무리하게 늘어놓으면서, 한편으로는 천벌받을 억측으로 양심을 달랬다──리아라면 까짓 하루쯤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어도 괴롭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렇지만, 막 일어난 참이라고는 해도 기척 하나 느끼지 못했다. 같은 방에 있었는데, 눈을 뜨고 나서 족히 1분 이상, 말을 걸어줄 때까지 전혀 몰랐다니.
"저쪽 방에 식사를 준비시켰어. 같이 먹자."
"고마워.... 어, 저기, 리아도 아직 안 먹었어?"
"타즈사를 기다렸으니까."
"미, 미안!"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문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리아는 어째선지 그 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꺄악...."
무언부동의 지적을 받고서야 나는, 황급히 양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자신의 무방비한 모습을 여태껏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여자니까, 별로 창피해 할 일도 없지만.....

"예쁘다....."
격렬한 색조와, 고집 센 향기.
.....왠지 나와 파장이 맞는다.
"그 꽃, 마음에 들었어?"
"응."
"그럼, 타즈사 로즈라고 하자."
"어머나, 그거 괜찮네."
웃으면서 맞장구를 치고, 휘파람을 한 번.
리아가 연달아 농담을 다 할 줄은, 의외였다. 게다가 이번 건 듣는 내 기분까지 좋고 말이지....
"기다려. 이골리를 불러올게."
"이골리?"
"정원사야. 모처럼 이름을 정했으니까."
웃는 얼굴 그대로───나는 빠직 굳었다. 진심 어린 항의를 날려도 돼요?

이리하여, 광대한 리아 가든의 한 구석에 피어난, 가운데의 핑크빛이 강렬한 신품종 장미에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다.
그 이름은───타즈사 더 프린세스 오브 아이스.

"모처럼 이렇게 멋진 배가 있는데, 한 번쯤 타 봐서 나쁠 건 없잖아?"
살짝 질책하는 어조로 리아를 놀렸더니...
"타즈사랑 같이 타고 싶었으니까."
"─────으윽!!"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으로───내 몸의 절반은 이미 석화.
"저기... 이 배는 이름이 뭐야?"
"글쎄."
가진 담력을 몽땅 긁어모아 말을 이었다.
리아와 같이 있으면, 때때로 이런 궁지에 몰린다. 요 24시간 동안 대체 몇 번이었는지.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고 때로는 굳어버리고.... 하지만, 그런 나를 앞에 두고도 리아는 평소와 전혀 변함이 없다. 그러니까 역시 생각이 지나칠 뿐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심장에 나쁜 말들. 정말이지 이래서야 내가 지레 죽겠다.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치만, 안 그래? 해석하기에 따라선───
"그럼, 프린세스 타즈사 호라고──"
"──장미로 됐어요 장미로!"

"여학생 스파이럴에서의, 그 무지무지 귀여운 동작 말인데...."
휴대폰 마임에서의 스파이럴 시퀀스는, 기술의 아름다움과 정확성, 곡의 표현과 프로그램 연출의 절묘함이 하나로 녹아든, 그 프로그램 최고의 구경거리로 손꼽혀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되었던 몇초 간.
"그거,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한 걸까 궁금해져서. 무척 근사한 표정이었거든..."
이런 걸 베거리를 친다고 하던가?
최강 여제 리아를 이런 문제로 넌즈시 떠볼 수 있는 기자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나도 참, 간만 커서...
"그래."
".....흐, 흐응....."
갑자기 대답할 말이 뾰족히 떠오르지 않아, 대신 손에 든 글라스만 움켜쥐었다. 의외다───그리고, 조금이지만 복잡하네...
그렇지만 역시 호기심은 동했다. 리아는 남자에게도 사랑에게도 흥미가 없다고 했었는걸.
"혹시, 옛날 첫사랑이라던가?"
"...그런 사람은 없어."
"그럼 누군데?"
샴페인을 입에 물고, 또다시 심술궂게 채근해 보았다.
그러나 리아는 눈길을 돌리지도 않고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타즈사."
"푸웃─────!!!!!!"
뭐...
"쿨럭! 쿨럭쿨럭....!!"
완벽하게 체했다. 새들이 일제히 머리를 이쪽으로 돌린 가운데, 코에서 역류한 샴페인을 소맷자락으로 훔쳤다.
그런 나를, 침착한 푸른 눈동자가 바라보고───
"저, 저기? 그게, 아니 이게 아니라..."
나는 대책없이 허둥거렸다.
부탁이야 리아, 보고만 있지 말고 뭐든지 말해줘!
"그때의 스파이럴...."
"스, 스파이럴이 어쨌는데!?"
"마이어는 표정도 문제없다고 했었지만, 왠지 느낌이 영 살지 않아서."
.....당혹스러움이 가까스로 끽수선 밑까지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작년, 스웨덴에서. 네게 흥미가 있어───그런 말을 들었었던가.
"그래서, 타즈사를 생각해 봤어."
"으, 응...."
"덕분에 잘된 것 같아."
"그, 그래... 아, 아하하하하....."
망가진 인형처럼 웃어제끼는 나.
...스쳐지나가는 한 컷, 스쳐지나가는 1초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이제까지도 그닥 대단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고, 아마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타즈사... 얼굴이 빨개."
"그러니까 술 때문이래도!!!"



리아×타즈사 모에.

여제께서 공주님을 쉴새없이 꼬드기고 계십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타즈사는 타즈사대로 리아의 미모를 틈만 나면 걍 숨도 안 쉬고 찬양해대는 통에 아주 읽는 이쪽이 쪽팔려 미치겠다;;;;
실은 교보에서 완결편인 9권까지 전부 훑어보고 온 터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빤히 알고 있지만 - 그리고 그건 그거대로 모에였지만 - 일단 7권에선 향후 전개에 신경 짝 끊고 순수하게 리아타즈사의 네롱내롱네니내니이챠이챠러브러브논실난실꺄아꺄아수줍수줍부끄부끄에만 버닝하기로 하였다. 그러게 얼렁 꽃가마 태워 데려가라니까? 세상의 멍청한 것들이 저 애의 가치를 못 알아보고 빌빌대는 틈에 냅다 나꿔채서 사쿠라노 타즈사 쥬이디에프로 만들라니까아아아아아아 (무리다;;;)

실은 가브리×타즈사도 좀 좋더라고는... 말 못한.... 쿨럭쿨럭쿨럭쿨럭!!! 이예이 여자뿐인 삼각관계.
(아무리 내가 애증과 견원을 사랑한다지만 도미니크나 캔디 따위에게 타즈사는 못 준다 흥 쳇 핏 -_-++++)


쓸데도 없는 덤.
그나저나 내가 좀(좀?) 책을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거니와 방 안의 상태가 심하게 안습임.
월페이퍼는 마사무네 님 3종 세트요 모니터 앞에 쌓인 것은 야마오카 선생의 다테 마사무네와 팬지랄의 결정판인 다테 마사무네 도설이요 옆을 사나다 유키무라&오사카 공방전과 세키가하라 대전 해설집이 굴러댕기고 의자는 전국 BASARA 컴플리트 웍스 - 허리가 눈부셔요 도노 하아하아하아하아;;; - 가 차지했으며 손에 들었음은 오오지(大路) 님의 92페이지짜리 BASARA 소설 동인지(드디어 입수했다 꺄아아)고 대기 중은 이케나미 쇼타로의 사나다 태평기 11권이니... 국사 공부를 그런 식으로 해봤어라 이년아!!!
(내가 원체 만사를 리비도로 사는 X이라... [외면] 성깔 드럽고 유능하긴 열라 유능한 한국 남자 한 개만 추천해 주세요 훌쩍훌쩍훌쩍훌쩍)

top
Trackback Address :: http://kisara71.cafe24.com/blog/trackback/2314703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