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의 번역이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내 마음의 다크호스이신 <꿈의 상인(夢買人足)>의 마스터 플래시 하루노(フラッシュ春野) 님의 동적감각 10가지(動的感覚10のお題)에서 사나다테인 8편 사라지다(消える)를 슬그머니 집어왔다. 이 시리즈는 유키무라가 제대로 변태라서(...) 무진장 좋아한다.
여전히 내 배 째고 등 따고 줄넘기도 할 각오는 되어 있다. 문제가 되면 싹싹 문질러 지워버릴 예정이고. 우부메와 후지마키의 저주가 7대 내내 등에 달라붙어도 기쁘다는 사람만 신나게 퍼가시오. 뭐 여기에 그렇게 상식없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지만.
아무튼, アムロ行きまーす! (...아무로?)
...and less.
(註 1) 충격(소격笑撃?) : 일본어로 충격衝撃과 소격笑撃은 발음이 같다.
(註 2) T모 그룹의 모 곡의 전주 : 말할 것도 없는 BASARA 무인 OP인 T.M.Revolution의 명곡 <crosswise>.
(註 3) 디지 소울 차지 오버 드라이브 : 출처 디지몬 세이버즈. 주인공 DATS 대원들은 스스로 발산하든 상대 디지몬이나 디지털로 구성된 물질을 후려패든(...) 해서 디지 바이스ic(현재는 디지 바이스 버스트)에 디지 소울을 일정 이상 채우면 파트너 디지몬을 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오버 드라이브에서는 궁극체로 진화하게 됨. 그러나 똑같이 진화시켜도 이 개쪽팔리는 대사를 읊는 사람은 주인공 다이몬 마사루뿐인 듯...;; 말할 것도 없이 사나다 유키무라 = 호시 소이치로 = 다이몬 마사루다. 이 포스팅을 참조하라.
(註 4) 검정콩 : 검은색은 악귀와 역병을 쫓아내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지)고, 일본어로 콩(まめ)은 '성실하다(まめに)'와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올 한해 아무런 근심없이 성실하게 살아보자는 의미로 정월에는 검정콩을 먹는 풍습이 있다.
(註 5) 더블 크레센트 미라쥬 : 출처 디지몬 세이버즈. 주인공 마사루의 라이벌(이라 쓰고 진 히로인;이라 읽는다) 토마 H. 노르슈타인의 파트너(정확히는 주종-_-관계) 가오몽이 디지 소울 차지 오버 드라이브;로 궁극체 진화를 하면 미라쥬 가오가몽(미라쥬 야크트냐 가오가이가냐;;)이 되는데, 이때의 필살기 중 하나가 더블 크레센트 미라쥬다. 물론 註 3에서 밝힌 대로 다테 마사무네 = 나카이 카즈야 = 가오몽. 참고로 말하자면 미라쥬 가오가몽도 육조류-_-다....
(註 6) 투혼절창 : 원문은 とうこんぜっしょう. 사나다 유키무라의 전극 드라이브 발동 대사. とうこん은 대충 闘魂이라 치고, ぜっしょう의 정체는 현재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음; 絶唱일 수도 있고 絶勝일 수도 있고 絶焼-_-일 수도 있어서 천패절창을 따라 대충 얼버무렸다. 알 게 뭐냐. 하여간 별군의 뒤집어지는 목소리는 필청임.
사실은 이걸 하고 싶어서 뜬금없는 디지몬 세이버즈 포스팅을 했다고는 저어어어어어얼대로 말 못하지. (외면)
천연인데 뻔뻔하고, 착한 앤데 제대로 변태인 유키유키와 그에 신나게 휘둘리면서 내심 싫지 않은 도노와 상식인이라 너무나 슬픈 다케다의 시노비의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응?)
◇ 동적감각 10가지 - 08. 사라지다
「죽어도 안됩니다」
수하 시노비의 시선이야 절대영도까지 추락하건 말건 주인의 텐션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명령이다!」
사나다 유키무라의 노호성을 사루토비 사스케는 태연히 받아넘겼다.
「그 명령엔 따를 수 없습니다」
「어째서!」
「어째서어?」
꿈틀. 한쪽 눈썹만을 치켜올리는 재주를 선보인 사나다 시노비대의 대장은, 있는 한껏 숨을 후욱 들이마셨다.
「뼛골까지 얼어붙는 이 날씨에! 하반신 간수도 못해먹는 멍텅구리를!! 일부러 오슈까지 모셔다 드릴 한가한 비행연도 까마귀도 우리한텐 존재하지 않아욧!!」
「하반신 간수를 못한다니! 실례가 아닌가 사스케! 보나마나 마사무네 님도 지금쯤 밤이면 밤마다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실 걸세!!!」
「화낼 데가 거기뿐이냐 인간아!!!!!」
매서운 한풍이 몰아닥치는 한겨울.
폭설로 고립되는 오슈의 독안룡을 몰래 찾아들기란 거의 불가능한 급수의 난제임을 유키무라라고 모르지는 않았다.
초겨울의 어느 날. 나풀나풀 내리는 눈송이를 동이 터오는 창으로 내다보던 마사무네가, 다음에 볼 때는 봄이겠다고 한숨을 섞어 슬몃 토해낸 것은 다름 아닌 유키무라의 품속에서였다.
그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가련함에 현기증이 일어, 이런 짓도 저런 짓도 그런 짓도 모모한 짓도 해치워버린 일은 여기선 잠시 잊도록 하고. 하여간 그때 우에다로 향하는 항로(귀갓길)의 강설량에 실시간으로 혼쭐이 난 이후, 한겨울에 오슈까지 하늘로 왕복하는 일은 무모한 줄 유키무라 역시 납득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월의 행사를 제외하면 합전이 극히 적은 겨울은 한가한 게 보통이다. 정인(情人)과의 밀회에 지금처럼 좋은 시기가 있겠는가?
마지막 밀회 이후 어언 두 달.
본디 각기 타국에 매여 있는 몸, 서너 달 가량 얼굴 한 번 마주치지 못하여도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런 시기에는 대개 유키무라는 쌍창을 쥐고 전장을 누비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므로, 짤막한 휴식 틈틈이 터무니없는 망상이 절반인 꿈을 꾸어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덧붙여.
하룻밤 불장난으로 땜빵하는 제일 손쉬운 방법과는 인연이 없는 유키무라의 발산 수단은 오로지 자가발전 뿐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올해 겨울은 카이고 우에다 성 주변이고 대책도 없이 평온무사한 까닭에, 유키무라는 내부에서 용솟음치는 무언가를 통 감당치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한가하다.
↓
전쟁도 없고... 마사무네 님도 한가하시겠지...
↓
보고 싶다. 실은, 하고 싶어... (눈물)
↓
그러나, 아무리 한가한들 오슈까지 고지식하게 도보로 왕복할 여가는 없다... 눈보라가 매서운 오슈를 정공법으로 돌파하면 열흘에서 2주일은 걸리고 만다. 비상시 어르신께로 한달음에 달려오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큰일...!
↓
날아가면 반나절. 이 경우, 추위는 인내하자!
↓
「사스케! 잠시 와 보게!!」
「그으러어니까아!! 그 연상 게임이 틀려먹었다고요! 특히 맨 마지막이!!」
삐짐.
진작에 가실 채비는 다 하셨는지 평소보다 행장을 두툼하게 껴입고 퉁퉁 부은 얼굴로 종알대는 주인의 뺨을 당신 애새끼냐(분노), 고 쥐어비틀고픈 충동을 꼭꼭 눌러참은 사스케는, 허리에 양손을 얹고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불가능이 없는 불가사의한 BASARA의 세계. 뭐든지 All OK의 만능 해결사 직종 시노비의 명칭이야 달고 있지만, 어차피 보통 사람은 보통 사람일 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지만, 못하는 일은 누가 뭐래도 못하는 것이다. 새빠지게 추운 한겨울에 오슈까지 왕복 비행을 할 바엔 차라리 혀 깨물고 죽어버릴란다. 내 새끼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귀여운 까마귀들의 목숨을 나 아니면 누가 지키랴, 힘내라 사루토비 사스케!
「이걸 쓰는 인간이 BASARA 2부터 입문해서 몰랐던 모양인데 말이지, 유키무라 님도 날 수 있잖아요, 혼자서! 불꽃을 이렇게, 부우우웅 뿜으면서!」
「응?」
충격(소격笑撃?)의 BASARA 무인 오프닝. 쌍창에 올라타 팔짱까지 끼고 하늘을 날던 사람은 분명...
「암만 봐도 내가 타는 연보다 그쪽이 훠얼씬 빠르다고요! 가고 싶음 혼자 알아서 맘대로 가세요!」
「헤?」
커다란 눈을 둥글게 든 카이의 새끼호랑이는 어째선지 맹한 표정이다.
드디어 말해줬다고 달성감에 부르르 떨던 시노비는 예상을 한참 벗어난 반응이 이상하여 고개를 갸웃했다.
「뭡니까 유키무라 님, 그 바보 같은 얼굴은」
「내가... 스스로 난 적이 있었던가?」
「하아?」
「부우우웅이라니... 무슨 말이지?」
기억 못하는 거냐!!! (혼의 절규)
이 애새끼의 메모리를 누가 좀 갈아줘!! 아하 그러냐, 그래서 지금까지 날 이동 수단으로 실컷 부려먹었구나!!
아이고 내 팔자야───!!!
「....듣고 보면, 그런 일도 가능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정도가 아니라, 했어요! 실제로!!」
오오, 그런가! 유키무라는 사스케의 설명에 무언가 물색없이 감탄하고, 몸을 빙글 돌려 도코노마에 둔 예의 쌍창을 집어들었다.
「그럼, 다녀오겠네」
「예?」
예고도 없이 울려퍼지는 T모 그룹 모 곡의 전주.
「어? 뭐야!!? 어디서 나는 소리야 이거!?」
다다미 위에 가지런히 놓은 쌍창 위에 부랴부랴 올라탄 총각은 물론 그 질문에 답해 줄 만큼 상식적인 주인이 못되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퍼엉!!
쌍창의 끄트머리가 점화했다. 움켜쥔 주먹을 들어올린 유키무라는 정면을 노려보며 일갈대성했다.
「디지 소울 차지!! 오버 드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이브!!!!!」
부아아아아아아아앙.....!!!!!
발사 완료.
뒤에는, 박살이 난 우에다 성 유키무라의 내실과, 이젠 뭘 어떻게 꼬집어야 할지 몰라 눈물짓는 시노비의 잔해만이 남았다.
「....뭐가 어째!?」
새해 준비에 이래저래 쫓기는 다테 저택의 한가운데. 화급히 날아든 전갈에 다테 마사무네의 모양 좋은 눈썹이 거꾸로 치솟았다.
「이 시기에 눈사태라니, 말도 안돼!!」
초특급폭설지대인 오슈의 눈은 장난이 아니다. 산간지방쯤 되고 보면 적설량이 집 한 채의 높이를 거뜬히 추월하는 일도 흔해빠졌다. 습기가 많고 무거운 눈은 착실하게 쌓여서 무게를 더하고, 겹겹이 겹쳐서는 마침내는 견고한 얼음의 장벽을 이룬다.
때문에 추위가 슬슬 누그러지기 시작하면 영지의 사방팔방에서 눈사태가 줄지어 발생하는 일도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무렵의 일이다. 극한기가 한창인 이때 대규모의 눈사태가 발생할 이유가 짚히지 않았지만, 당장 산이 울리고 눈이 갈라지며, 사냥꾼과 초부들이 앞다투어 상소를 올려서야 엄연한 현실로밖에 판단할 도리가 없었다.
「Shit!」
새해를 앞둔 마당에 백성들이 눈 뻔히 뜨고 눈사태를 당하도록 내팽개쳐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 시도치고는 꽤나 멋지게 삶긴 검정콩이 가득 담긴 냄비를 불에서 내린 오슈 필두는, 머릿수건과 소매를 고정한 띠를 풀어던지고 몸소 출진을 선언했다.
바깥은 눈보라였다.
「왜 이런 날씨에 눈이 느슨해지는데!!!?」
의문에 대답해 줄 목소리는 없었다.
다테 저(邸)에서 바로 근방인 산에서 보이는 눈사태의 전조를 확인하러 출동한 다테군 정예부대 일행 여러분은, 폭풍우처럼 불어닥치는 눈덩이 사이로 표층 눈사태의 전조를 확인하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가타쿠라 코쥬로 이하에게 산기슭 마을 주민들의 안전확보를 명하고, 스스로는 사냥꾼 노인을 길라잡이 삼아 좀 더 위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갈라지는 눈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까지 왔을 때 도롱이・멱신・삿갓의 설산 대책 3종 세트를 단단히 갖춰입은 마사무네는 길라잡이 노인도 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시야에 성큼 뛰어든 물체는.
「이게 뭐냐」
눈이 살짝 입을 벌린 경사면의 한가운데가 커다랗게 움푹 꺼져 있었다. 상공에서 무언가가 추락해 처박힌 듯한 둥그런 자국.
자국이 생긴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자국이야말로 눈이 갈라지기 시작한 원인임은 명백했다. 둥그렇게 파인 커다란 구멍 가장자리부터 사방팔방으로 주욱죽 뻗어나간 균열을 보면 보나마나이다.
「....응?」
균열에 섞여, 여타의 것들과는 현저하게 다른 선명한 줄기가 옆으로 곧게 뻗어 있음을 마사무네는 문득 깨달았다.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요리에 쓰는 올챙이 국자... 와 비슷한 모양....?
흠칫하며 등골을 관통하는 기묘한 감각에, 눈앞의 어처구니없는 현실과는 다른 이유로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 이건.
찰랑.
눈보라가 몰아치는 극한의 산속. 피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냉기 사이로 엄청난 열의 존재를 느꼈다. 말도 안돼.
뚝... 뚝... 뚝...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계. 매섭게 불어닥치는 눈과 바람. 그렇다면, 이 기묘한 물소리는 대체.
................
오싹했다. 잠깐, 잠깐 잠깐, 왜 이래 나!?
쁘띠 패닉에 빠진 마사무네의 눈앞에서, 국자 모양으로 뻗은 눈더미의 맨끝 부분에 예고도 없이 구멍이 뻥 뚫렸다.
「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돌연 허공으로 튀어오른 불꽃에 감싸인 흰 덩어리를 향해 반사적으로 허리에 찬 육조를 뽑아든 마사무네가 외쳤다.
「더블 크레센트 미라쥬!!!!」
새 기술이다. ※딴죽맨 부재.
육조에서 뻗어나온 초승달 모양의 충격파를 맞고 산산이 흩어지는 하얀 얼음. 그 밑에서 나타난 붉은색...
「에에에에엣!!?」
휘이이익 낙하하는 얼어붙은 물체의 정체를 깨닫고 넋이 나간 마사무네의 앞에 쿵 떨어진 덩어리는 다음 순간에 알아서 해동했다.
「마─사─무─네─니이이이이이이이이임」
덥석!
「우왓 차거! 앗뜨뜨뜨뜨!! 아니아니, 여기서 뭐하냐, 사나다 유키무라!」
꽁꽁 얼어붙은 듯한 (실제로 방금 전까지 얼어붙긴 했다) 싸늘한 체온과 여전히 잘도 불타는 쌍창의 주인에게 대뜸 끌어안긴 청년의 매우 당연한 질문에, 자칭 일본 제일의 병사는 얼굴 가득 환히도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마사무네 님을 찾아뵈러 왔소이다!!」
카이의 우에다에서 일직선으로 날아온 유키무라였지만 역시 오슈의 눈보라는 장난이 아니어서, 다테의 거성(居城)을 목전에 두고 강설음이 BGM의 음량을 능가하여 별 수 없이 추락. 그러나 망집에 사로잡힌 유키무라도 만만치 않았으므로 대차륜을 남발하며 설벽을 뚫고 전진. 허나 역시 막강한 오슈의 강설량이 그를 능가한 결과 눈에 파묻히고 말았던 것이다.
「마사무네 님께서 몸소 와주시지 않았던들, 얼어붙은 채로 봄을 맞이했을지 모르는 일이었소!」
「........」
....우와아, 이거 좀 기쁠지도... 어쩌고 내심 마음 한켠으로 뺨을 붉혀버린 사춘기 소녀보다 더한 감성의 남자는 그러나, 귀를 관통한 소리에 반응하여 날쌔게 제정신을 되찾았다.
삐걱.
「....이상한 소리로군요」
마사무네에게 들러붙은 채로 유키무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어깨 너머로 홍련의 청년이 저질러놓은 참상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마사무네는 눈살을 한껏 찌푸렸다.
유키무라가 뿜어내는 불꽃이 얼마나 엄청난 열을 발하는지는 몸으로 뼈저리게 체험했다. 두껍고 육중한 설벽의 한가운데 어마어마한 열원을 갖다 박으면 과연 어찌될 것인가.
삐걱삐걱.
「Shit!!」
무너진다. 예상을 한참 초월하는 대규모의 눈사태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이대로는, 산기슭의 민가도, 코쥬로 녀석들도 위험해...!
여기서 무얼 해도 어차피 일시적인 땜빵에 불과함을 뼈저리게 잘 아는 오슈 필두는, 다음 순간 최선의 수를 때렸다.
「사나다! 어떻게 해봐!」「예엣?」「어떻게든 해보라고 하잖아!!」
빠직.
저거 말이다! 저거! 뒤쪽으로 손가락질까지 해주고 나서야 겨우 상황을 이해한 유키무라는, 머리를 돌리자마자 새파랗게 질렸다.
「우왓, 눈사태가 일어나려 하고 있사오만!!」
「아까부터 한 내 말은 콧등으로 들었냐!」
「아니, 지금 들은 말이 처음이오나... 여하간에, 어서 피하지 않으면....!」
「이 멍텅구리! 도망치기만 하면 장땡이냐! 어떻게든 해봐, 얼간아!」
「어, 어, 어, 어떻게든!!?!!!!」
「빨리! 어떻게 좀 해봐!!!!」
빠직빠직빠직빠직빠직빠직!!!!!
얼빠진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균열은 점점 크게 벌어져만 가고 있었다. 혼이 빠지기 일보 직전이 된 마사무네는 일순 금단의 말을 입에 담고 말았다.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
사나다 유키무라. 돌아서는 찰나에 예고도 절차도 없이 전극 드라이브 발동.
「투혼! 절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합이 너무 들어가 갈라진 목소리도 그대로요 뭔 말인지 모르겠긴 여전하다고 묘하게 냉정한 머리로 생각한 마사무네의 눈앞에서, 지표면의 설벽이 소실했다.
오슈의 굳건한 눈은 잠시나마 드러났던 검은 지표면을 한순간에 새하얗게 물들였다.
「.....휴우....」
위기는 넘겼다고 안도하면서 우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은 마사무네는, 조임쇠 같은 엄청난 힘으로 품안에 끌려들어가 숨이 터억 막혔다.
「마사무네 님♡」
뵙고 싶었습니다─♡ 무진장 행복한 얼굴로 지껄이고는, 도롱이 틈새로 드러난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청년은, 등골을 확 내달린 한기의 출처를 잘못 판단했다.
실로 오슈는 우에다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추운 곳이로군. 킁킁킁. ←정인의 향기를 신나게 만끽 중.
아─정말─, 역시 인내가 불가하외다─. 만질만질. 굼실굼실. 주물주물.
「OK. 네 녀석 주장은 자알 알아들었다...」
「냉큼 우에다로 꺼져────!!!!!」
예고도 전조도 없이 발동한 다테 마사무네 전극 드라이브 모드에 퉁겨날아간 사나다 유키무라의 행방을 아는 것은, 오슈의 장난 아닌 새하얀 눈보라뿐이었다.
「죽어도 안됩니다」
수하 시노비의 시선이야 절대영도까지 추락하건 말건 주인의 텐션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명령이다!」
사나다 유키무라의 노호성을 사루토비 사스케는 태연히 받아넘겼다.
「그 명령엔 따를 수 없습니다」
「어째서!」
「어째서어?」
꿈틀. 한쪽 눈썹만을 치켜올리는 재주를 선보인 사나다 시노비대의 대장은, 있는 한껏 숨을 후욱 들이마셨다.
「뼛골까지 얼어붙는 이 날씨에! 하반신 간수도 못해먹는 멍텅구리를!! 일부러 오슈까지 모셔다 드릴 한가한 비행연도 까마귀도 우리한텐 존재하지 않아욧!!」
「하반신 간수를 못한다니! 실례가 아닌가 사스케! 보나마나 마사무네 님도 지금쯤 밤이면 밤마다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실 걸세!!!」
「화낼 데가 거기뿐이냐 인간아!!!!!」
매서운 한풍이 몰아닥치는 한겨울.
폭설로 고립되는 오슈의 독안룡을 몰래 찾아들기란 거의 불가능한 급수의 난제임을 유키무라라고 모르지는 않았다.
초겨울의 어느 날. 나풀나풀 내리는 눈송이를 동이 터오는 창으로 내다보던 마사무네가, 다음에 볼 때는 봄이겠다고 한숨을 섞어 슬몃 토해낸 것은 다름 아닌 유키무라의 품속에서였다.
그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가련함에 현기증이 일어, 이런 짓도 저런 짓도 그런 짓도 모모한 짓도 해치워버린 일은 여기선 잠시 잊도록 하고. 하여간 그때 우에다로 향하는 항로(귀갓길)의 강설량에 실시간으로 혼쭐이 난 이후, 한겨울에 오슈까지 하늘로 왕복하는 일은 무모한 줄 유키무라 역시 납득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월의 행사를 제외하면 합전이 극히 적은 겨울은 한가한 게 보통이다. 정인(情人)과의 밀회에 지금처럼 좋은 시기가 있겠는가?
마지막 밀회 이후 어언 두 달.
본디 각기 타국에 매여 있는 몸, 서너 달 가량 얼굴 한 번 마주치지 못하여도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런 시기에는 대개 유키무라는 쌍창을 쥐고 전장을 누비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므로, 짤막한 휴식 틈틈이 터무니없는 망상이 절반인 꿈을 꾸어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덧붙여.
하룻밤 불장난으로 땜빵하는 제일 손쉬운 방법과는 인연이 없는 유키무라의 발산 수단은 오로지 자가발전 뿐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올해 겨울은 카이고 우에다 성 주변이고 대책도 없이 평온무사한 까닭에, 유키무라는 내부에서 용솟음치는 무언가를 통 감당치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한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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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없고... 마사무네 님도 한가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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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 실은, 하고 싶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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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한가한들 오슈까지 고지식하게 도보로 왕복할 여가는 없다... 눈보라가 매서운 오슈를 정공법으로 돌파하면 열흘에서 2주일은 걸리고 만다. 비상시 어르신께로 한달음에 달려오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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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면 반나절. 이 경우, 추위는 인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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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케! 잠시 와 보게!!」
「그으러어니까아!! 그 연상 게임이 틀려먹었다고요! 특히 맨 마지막이!!」
삐짐.
진작에 가실 채비는 다 하셨는지 평소보다 행장을 두툼하게 껴입고 퉁퉁 부은 얼굴로 종알대는 주인의 뺨을 당신 애새끼냐(분노), 고 쥐어비틀고픈 충동을 꼭꼭 눌러참은 사스케는, 허리에 양손을 얹고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불가능이 없는 불가사의한 BASARA의 세계. 뭐든지 All OK의 만능 해결사 직종 시노비의 명칭이야 달고 있지만, 어차피 보통 사람은 보통 사람일 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지만, 못하는 일은 누가 뭐래도 못하는 것이다. 새빠지게 추운 한겨울에 오슈까지 왕복 비행을 할 바엔 차라리 혀 깨물고 죽어버릴란다. 내 새끼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귀여운 까마귀들의 목숨을 나 아니면 누가 지키랴, 힘내라 사루토비 사스케!
「이걸 쓰는 인간이 BASARA 2부터 입문해서 몰랐던 모양인데 말이지, 유키무라 님도 날 수 있잖아요, 혼자서! 불꽃을 이렇게, 부우우웅 뿜으면서!」
「응?」
충격(소격笑撃?)의 BASARA 무인 오프닝. 쌍창에 올라타 팔짱까지 끼고 하늘을 날던 사람은 분명...
「암만 봐도 내가 타는 연보다 그쪽이 훠얼씬 빠르다고요! 가고 싶음 혼자 알아서 맘대로 가세요!」
「헤?」
커다란 눈을 둥글게 든 카이의 새끼호랑이는 어째선지 맹한 표정이다.
드디어 말해줬다고 달성감에 부르르 떨던 시노비는 예상을 한참 벗어난 반응이 이상하여 고개를 갸웃했다.
「뭡니까 유키무라 님, 그 바보 같은 얼굴은」
「내가... 스스로 난 적이 있었던가?」
「하아?」
「부우우웅이라니... 무슨 말이지?」
기억 못하는 거냐!!! (혼의 절규)
이 애새끼의 메모리를 누가 좀 갈아줘!! 아하 그러냐, 그래서 지금까지 날 이동 수단으로 실컷 부려먹었구나!!
아이고 내 팔자야───!!!
「....듣고 보면, 그런 일도 가능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정도가 아니라, 했어요! 실제로!!」
오오, 그런가! 유키무라는 사스케의 설명에 무언가 물색없이 감탄하고, 몸을 빙글 돌려 도코노마에 둔 예의 쌍창을 집어들었다.
「그럼, 다녀오겠네」
「예?」
예고도 없이 울려퍼지는 T모 그룹 모 곡의 전주.
「어? 뭐야!!? 어디서 나는 소리야 이거!?」
다다미 위에 가지런히 놓은 쌍창 위에 부랴부랴 올라탄 총각은 물론 그 질문에 답해 줄 만큼 상식적인 주인이 못되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퍼엉!!
쌍창의 끄트머리가 점화했다. 움켜쥔 주먹을 들어올린 유키무라는 정면을 노려보며 일갈대성했다.
「디지 소울 차지!! 오버 드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이브!!!!!」
부아아아아아아아앙.....!!!!!
발사 완료.
뒤에는, 박살이 난 우에다 성 유키무라의 내실과, 이젠 뭘 어떻게 꼬집어야 할지 몰라 눈물짓는 시노비의 잔해만이 남았다.
「....뭐가 어째!?」
새해 준비에 이래저래 쫓기는 다테 저택의 한가운데. 화급히 날아든 전갈에 다테 마사무네의 모양 좋은 눈썹이 거꾸로 치솟았다.
「이 시기에 눈사태라니, 말도 안돼!!」
초특급폭설지대인 오슈의 눈은 장난이 아니다. 산간지방쯤 되고 보면 적설량이 집 한 채의 높이를 거뜬히 추월하는 일도 흔해빠졌다. 습기가 많고 무거운 눈은 착실하게 쌓여서 무게를 더하고, 겹겹이 겹쳐서는 마침내는 견고한 얼음의 장벽을 이룬다.
때문에 추위가 슬슬 누그러지기 시작하면 영지의 사방팔방에서 눈사태가 줄지어 발생하는 일도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무렵의 일이다. 극한기가 한창인 이때 대규모의 눈사태가 발생할 이유가 짚히지 않았지만, 당장 산이 울리고 눈이 갈라지며, 사냥꾼과 초부들이 앞다투어 상소를 올려서야 엄연한 현실로밖에 판단할 도리가 없었다.
「Shit!」
새해를 앞둔 마당에 백성들이 눈 뻔히 뜨고 눈사태를 당하도록 내팽개쳐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 시도치고는 꽤나 멋지게 삶긴 검정콩이 가득 담긴 냄비를 불에서 내린 오슈 필두는, 머릿수건과 소매를 고정한 띠를 풀어던지고 몸소 출진을 선언했다.
바깥은 눈보라였다.
「왜 이런 날씨에 눈이 느슨해지는데!!!?」
의문에 대답해 줄 목소리는 없었다.
다테 저(邸)에서 바로 근방인 산에서 보이는 눈사태의 전조를 확인하러 출동한 다테군 정예부대 일행 여러분은, 폭풍우처럼 불어닥치는 눈덩이 사이로 표층 눈사태의 전조를 확인하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가타쿠라 코쥬로 이하에게 산기슭 마을 주민들의 안전확보를 명하고, 스스로는 사냥꾼 노인을 길라잡이 삼아 좀 더 위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갈라지는 눈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까지 왔을 때 도롱이・멱신・삿갓의 설산 대책 3종 세트를 단단히 갖춰입은 마사무네는 길라잡이 노인도 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시야에 성큼 뛰어든 물체는.
「이게 뭐냐」
눈이 살짝 입을 벌린 경사면의 한가운데가 커다랗게 움푹 꺼져 있었다. 상공에서 무언가가 추락해 처박힌 듯한 둥그런 자국.
자국이 생긴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자국이야말로 눈이 갈라지기 시작한 원인임은 명백했다. 둥그렇게 파인 커다란 구멍 가장자리부터 사방팔방으로 주욱죽 뻗어나간 균열을 보면 보나마나이다.
「....응?」
균열에 섞여, 여타의 것들과는 현저하게 다른 선명한 줄기가 옆으로 곧게 뻗어 있음을 마사무네는 문득 깨달았다. 뭐라 표현해야 좋을지... 요리에 쓰는 올챙이 국자... 와 비슷한 모양....?
흠칫하며 등골을 관통하는 기묘한 감각에, 눈앞의 어처구니없는 현실과는 다른 이유로 눈살을 찌푸렸다.
뭐냐, 이건.
찰랑.
눈보라가 몰아치는 극한의 산속. 피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냉기 사이로 엄청난 열의 존재를 느꼈다. 말도 안돼.
뚝... 뚝... 뚝...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계. 매섭게 불어닥치는 눈과 바람. 그렇다면, 이 기묘한 물소리는 대체.
................
오싹했다. 잠깐, 잠깐 잠깐, 왜 이래 나!?
쁘띠 패닉에 빠진 마사무네의 눈앞에서, 국자 모양으로 뻗은 눈더미의 맨끝 부분에 예고도 없이 구멍이 뻥 뚫렸다.
「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돌연 허공으로 튀어오른 불꽃에 감싸인 흰 덩어리를 향해 반사적으로 허리에 찬 육조를 뽑아든 마사무네가 외쳤다.
「더블 크레센트 미라쥬!!!!」
새 기술이다. ※딴죽맨 부재.
육조에서 뻗어나온 초승달 모양의 충격파를 맞고 산산이 흩어지는 하얀 얼음. 그 밑에서 나타난 붉은색...
「에에에에엣!!?」
휘이이익 낙하하는 얼어붙은 물체의 정체를 깨닫고 넋이 나간 마사무네의 앞에 쿵 떨어진 덩어리는 다음 순간에 알아서 해동했다.
「마─사─무─네─니이이이이이이이이임」
덥석!
「우왓 차거! 앗뜨뜨뜨뜨!! 아니아니, 여기서 뭐하냐, 사나다 유키무라!」
꽁꽁 얼어붙은 듯한 (실제로 방금 전까지 얼어붙긴 했다) 싸늘한 체온과 여전히 잘도 불타는 쌍창의 주인에게 대뜸 끌어안긴 청년의 매우 당연한 질문에, 자칭 일본 제일의 병사는 얼굴 가득 환히도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마사무네 님을 찾아뵈러 왔소이다!!」
카이의 우에다에서 일직선으로 날아온 유키무라였지만 역시 오슈의 눈보라는 장난이 아니어서, 다테의 거성(居城)을 목전에 두고 강설음이 BGM의 음량을 능가하여 별 수 없이 추락. 그러나 망집에 사로잡힌 유키무라도 만만치 않았으므로 대차륜을 남발하며 설벽을 뚫고 전진. 허나 역시 막강한 오슈의 강설량이 그를 능가한 결과 눈에 파묻히고 말았던 것이다.
「마사무네 님께서 몸소 와주시지 않았던들, 얼어붙은 채로 봄을 맞이했을지 모르는 일이었소!」
「........」
....우와아, 이거 좀 기쁠지도... 어쩌고 내심 마음 한켠으로 뺨을 붉혀버린 사춘기 소녀보다 더한 감성의 남자는 그러나, 귀를 관통한 소리에 반응하여 날쌔게 제정신을 되찾았다.
삐걱.
「....이상한 소리로군요」
마사무네에게 들러붙은 채로 유키무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어깨 너머로 홍련의 청년이 저질러놓은 참상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마사무네는 눈살을 한껏 찌푸렸다.
유키무라가 뿜어내는 불꽃이 얼마나 엄청난 열을 발하는지는 몸으로 뼈저리게 체험했다. 두껍고 육중한 설벽의 한가운데 어마어마한 열원을 갖다 박으면 과연 어찌될 것인가.
삐걱삐걱.
「Shit!!」
무너진다. 예상을 한참 초월하는 대규모의 눈사태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이대로는, 산기슭의 민가도, 코쥬로 녀석들도 위험해...!
여기서 무얼 해도 어차피 일시적인 땜빵에 불과함을 뼈저리게 잘 아는 오슈 필두는, 다음 순간 최선의 수를 때렸다.
「사나다! 어떻게 해봐!」「예엣?」「어떻게든 해보라고 하잖아!!」
빠직.
저거 말이다! 저거! 뒤쪽으로 손가락질까지 해주고 나서야 겨우 상황을 이해한 유키무라는, 머리를 돌리자마자 새파랗게 질렸다.
「우왓, 눈사태가 일어나려 하고 있사오만!!」
「아까부터 한 내 말은 콧등으로 들었냐!」
「아니, 지금 들은 말이 처음이오나... 여하간에, 어서 피하지 않으면....!」
「이 멍텅구리! 도망치기만 하면 장땡이냐! 어떻게든 해봐, 얼간아!」
「어, 어, 어, 어떻게든!!?!!!!」
「빨리! 어떻게 좀 해봐!!!!」
빠직빠직빠직빠직빠직빠직!!!!!
얼빠진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균열은 점점 크게 벌어져만 가고 있었다. 혼이 빠지기 일보 직전이 된 마사무네는 일순 금단의 말을 입에 담고 말았다.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
사나다 유키무라. 돌아서는 찰나에 예고도 절차도 없이 전극 드라이브 발동.
「투혼! 절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합이 너무 들어가 갈라진 목소리도 그대로요 뭔 말인지 모르겠긴 여전하다고 묘하게 냉정한 머리로 생각한 마사무네의 눈앞에서, 지표면의 설벽이 소실했다.
오슈의 굳건한 눈은 잠시나마 드러났던 검은 지표면을 한순간에 새하얗게 물들였다.
「.....휴우....」
위기는 넘겼다고 안도하면서 우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은 마사무네는, 조임쇠 같은 엄청난 힘으로 품안에 끌려들어가 숨이 터억 막혔다.
「마사무네 님♡」
뵙고 싶었습니다─♡ 무진장 행복한 얼굴로 지껄이고는, 도롱이 틈새로 드러난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청년은, 등골을 확 내달린 한기의 출처를 잘못 판단했다.
실로 오슈는 우에다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추운 곳이로군. 킁킁킁. ←정인의 향기를 신나게 만끽 중.
아─정말─, 역시 인내가 불가하외다─. 만질만질. 굼실굼실. 주물주물.
「OK. 네 녀석 주장은 자알 알아들었다...」
「냉큼 우에다로 꺼져────!!!!!」
예고도 전조도 없이 발동한 다테 마사무네 전극 드라이브 모드에 퉁겨날아간 사나다 유키무라의 행방을 아는 것은, 오슈의 장난 아닌 새하얀 눈보라뿐이었다.
2006.12.31.
(註 1) 충격(소격笑撃?) : 일본어로 충격衝撃과 소격笑撃은 발음이 같다.
(註 2) T모 그룹의 모 곡의 전주 : 말할 것도 없는 BASARA 무인 OP인 T.M.Revolution의 명곡 <crosswise>.
(註 3) 디지 소울 차지 오버 드라이브 : 출처 디지몬 세이버즈. 주인공 DATS 대원들은 스스로 발산하든 상대 디지몬이나 디지털로 구성된 물질을 후려패든(...) 해서 디지 바이스ic(현재는 디지 바이스 버스트)에 디지 소울을 일정 이상 채우면 파트너 디지몬을 진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오버 드라이브에서는 궁극체로 진화하게 됨. 그러나 똑같이 진화시켜도 이 개쪽팔리는 대사를 읊는 사람은 주인공 다이몬 마사루뿐인 듯...;; 말할 것도 없이 사나다 유키무라 = 호시 소이치로 = 다이몬 마사루다. 이 포스팅을 참조하라.
(註 4) 검정콩 : 검은색은 악귀와 역병을 쫓아내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지)고, 일본어로 콩(まめ)은 '성실하다(まめに)'와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올 한해 아무런 근심없이 성실하게 살아보자는 의미로 정월에는 검정콩을 먹는 풍습이 있다.
(註 5) 더블 크레센트 미라쥬 : 출처 디지몬 세이버즈. 주인공 마사루의 라이벌(이라 쓰고 진 히로인;이라 읽는다) 토마 H. 노르슈타인의 파트너(정확히는 주종-_-관계) 가오몽이 디지 소울 차지 오버 드라이브;로 궁극체 진화를 하면 미라쥬 가오가몽(미라쥬 야크트냐 가오가이가냐;;)이 되는데, 이때의 필살기 중 하나가 더블 크레센트 미라쥬다. 물론 註 3에서 밝힌 대로 다테 마사무네 = 나카이 카즈야 = 가오몽. 참고로 말하자면 미라쥬 가오가몽도 육조류-_-다....
(註 6) 투혼절창 : 원문은 とうこんぜっしょう. 사나다 유키무라의 전극 드라이브 발동 대사. とうこん은 대충 闘魂이라 치고, ぜっしょう의 정체는 현재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음; 絶唱일 수도 있고 絶勝일 수도 있고 絶焼-_-일 수도 있어서 천패절창을 따라 대충 얼버무렸다. 알 게 뭐냐. 하여간 별군의 뒤집어지는 목소리는 필청임.
사실은 이걸 하고 싶어서 뜬금없는 디지몬 세이버즈 포스팅을 했다고는 저어어어어어얼대로 말 못하지. (외면)
천연인데 뻔뻔하고, 착한 앤데 제대로 변태인 유키유키와 그에 신나게 휘둘리면서 내심 싫지 않은 도노와 상식인이라 너무나 슬픈 다케다의 시노비의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