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오카 소하치 VS 이케나미 쇼타로.

불타는 전국의 밤 | 2007/02/09 11:45

야마오카 선생의 유키무라는 굉장히 파워풀하고 힘이 넘친다. 14년이나 쿠도산에서 진진하게 썩다가 나온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여기서 그냥 확 죽어버리자고 덤벙대는 다른 서군 무장들과는 달리, 완전히 전세를 뒤집을 순 없어도 지금의 동군이 의욕이 바닥을 치는 걸 잘 이용해 전격작전을 성공시켜서 이에야스를 죽일 경우 동군이 쭉쭉 분열할 가능성이 있을 테고 - 특히 다테 마사무네가 제일 먼저 이탈할 거라고 점치고 있음 (개폭) - 그래서 다시 개싸움판만 되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랄까 그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긴 하지. 실제로 세 번 돌격에서 최소한 한 번은 너구리님의 목이 댕겅할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말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저 동군 분열 시나리오는 현재의 동군이 역심을 뱃속에 품은 놈놈들을 이에야스의 강력한 개인적 카리스마로 억눌러서 생성된 집단이라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는 건데, 글쎄 설령 이에야스가 정말 거기서 목숨을 잃었다 하더라도 정말 단숨에 쫙 찢어졌을지는... 역사에 if는 없다니까 그냥 넘어가자. 하여간 진짜 죽을 작정만 하고 패색이 짙은 서군에 붙었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그는 지금 생애 최대의 도박을 목전에 두고 의욕과 흥분으로 이글지글 끓어오르는 도박사다.

이케나미 선생의 유키무라가 심신 모두 지칠 대로 지쳐빠져 축축 늘어져 있는 것과는 심히 대조적임. 이케나미 유키무라는 그야말로 왜국 것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파멸을 목전에 둔 비극적 영웅'이다.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으니 전쟁이 있는 동안에 이에야스에게 거품이나 물게 하고 확 죽어버리자 결심한 남자. 아니 뭐 그게 모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난 양치기 소년이고, 내가 실컷 씨부려댄 '가라앉는 배를 붙들고 같이 침몰한' '잃을 것도 없어서 미련도 없는 남자' 상에는 이쪽이 더 잘 맞는달까 퍼펙트지만... 역시 이케나미 유키무라가 아버님으로 힘든 꿈이나 꾸면서 기력을 마구 소모하고 열 여섯 나이에 님하 매너염;의 대사나 읊어대 부하들 가심에 대못을 뚜들겨 박는 동안 꿈은 나발이고 진영을 발랄하게 룰루랄라 뛰어댕기며 전투 준비에 열 올릴 것 같은 야마오카 유키무라 쪽이 훨 귀엽긴 하지. 으하하하하.


덤 1. 생각해 보면 야마오카 선생이 확실히 악동 묘사하는 데는 뭐가 있다. 그냥 둬도 악동인데 주인공의 짐이 없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선 백만 배쯤 더 악동이고 개쉐이고 못돼쳐먹은 도노라던가 도노라던가 도노라던가... (하아하아)

덤 2. 왜 갑자기 태평기 타령인가 하면, 실은 모님의 모처에서 바사라 비주얼로 사나다태평기 일러스트를 시리즈로 보고 가슴에 왕따시만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かっこよすぎる男前すぎるおまけに美中年すぎるよあんた!! 유키유키 주제에 유키유키 주제에 유키유키 주제에! 俺のトキメキを返せバカヤロー!!!

덤 3. 따로 뽑아 쓸 배짱이 현재로선 전혀 없는 관계로 여기에 슬쩍 덧붙이는 치사한 S. 구린 색지정과 앗스흐랄한 전개로 일각에서 심하게 악명높은 OVA 사나다 십용사(眞田十勇士) 1편 세키가하라편을 자학의 마음과 호기심(...)에 사로잡혀 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그래 자학인 줄 나도 안대도!?

감상 : 아니 이 진지한 역사물의 어디에 외계인과 러시아인 망명객이 낄 데가 있단 말이냐!? ;;;;

1편뿐인지도 모르지만 진짜로 당혹스럽게 열라절라 진지하닷. 밋치는 여기서도 쯘쯘이었다던가 굉장히 초상화와 닮은 깐깐한 얼굴을 하고 등장했다던가 아는 이름 나올 때마다 웃겨서 죽어간다거나 의미도 없이 히야마가 마쯔다이라 타다요시(이에야스 사남)였다던가 사카키바라 야스마사가 와카모토 상이었다던가 이에야스 할부지가 의외로 꽤 어그레시브하고 귀여웠다던가♡ 하는 지엽적인 문제들은 이미 은하를 넘고 넘어 저 멀리 아득한 이스칸달로...;;;;

다행스럽게도(?) 1편에선 유키무라(아직 노부시게인 걸 보면 이게 얼마나 진지한 역사물인지 알 수가 있다;;)는 이름 몇 번 언급되고 회상씬에서 얼굴 비치는 수준으로 끝났지만 사에몬노스케 님 - 카즈사노스케만큼이나 발음하기 더러움; - 이라는 말 한 번 나올 때마다 거품 물고 죽어가는 바, 실물이 등장하면 심장이 버틸지 나도 알 수가 엄따;; 제법 상큼한 미중년(!)이어서 더더욱 괴로워 어흑흑흑흑흑 T.T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사루토비 사스케는 나의 쪼매난 간장을 하늘이 배려해줬는지 그닥 많이 나오지 않아 한숨 돌....렸을 리가 있냐아아아아아아!!! 첫 3분에서 이미 내 오장육부는 통렬한 타격을 받았다! OTL
이 인간 성우가 별군인 줄은 이미 삼만 번도 더 떠들었고, 지금 당장은 별반 꽥꽥댈 일도 없고 숨어댕기는 게 일인 시노비가 악악대면 곤란한 관계로 목소리는 꽤 듣기 좋지만(글쎄 호시는 소리만 안 지르면 된다니까;), 좋지마아아아아아아아아안.....

문제는 유키유키와 말투는 무진장 흡사한데 텐션이 바닥이란 것이다.

오 하느님, 이 위화감을 당최 우짜면 좋노....;;;;;;
(그러면서 2편을 열심히 받고 있는 S;)

top
Trackback Address :: http://kisara71.cafe24.com/blog/trackback/2314737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