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Mister Harris.

불타는 전국의 밤 | 2007/03/12 21:28

한니발 라이징이란 괴악한 물건이 세상이 나왔다는 풍문을 들었을 때의 나의 감상은 덜도 말고 더도 말고 그거였다.
아 이 작가님아.... 쫌!!!

나의 마음속에서 렉터 박사님의 이야기는 양들의 침묵으로 끝났다. "친구와 저녁식사를 먹기로 했지" 라는 말만을 남기고 군중들 사이로 유유히 사라져가는 그 분의 이미지로 이미 넉다운이고 꼴깍 죽어버린지 오래더라 이 말이다. 클라리스와 열라 알콩달콩로맨틱하게 잘 먹고 잘 사는 엔딩이 상당히 로망 아니었다면 난 거짓말쟁이지만 참으로 난감하신 중간 과정을 생각하자면 사실 한니발도 필요없다. 그런데 이제는 한니발 라이징? 렉터 박사의 어린 시절? 오 마이 갓, 헛소리 집어치워 박사님은 태어날 때부터 안소니 홉킨스였다구!! 과거도 미래도 없고 그 모습 그대로 영원을 사는 아름다운 괴물이시란 말야 제발 나의 박사님을 그냥 내버려둬 망할 놈의 작가야 악악악악악악악 (이하 생략)
내 사고회로가 대략 이 지경이었는데 무슨 관심이 있었겠는가? 소설이 출간됐다니 그런가 보다, 영화가 나왔다는데 그런가 보다 하고 그저 시큰둥이었다. 영화평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그런데 어젯밤 문제의 한니발 라이징에 관하여 내 눈과 귀와 정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네타를 주워듣고 말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죽자는 생각에 일이 끝나자마자 교보문고로 미친듯이 내달렸다.

.....그리고 난 보고 말았던 것이다..... orz


한니발 렉터의 숙모이자 첫사랑이고 그에게 영감을 준 장본인이고 황홀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일본인 여인이며 영화에선 대륙의 슴-_-가를 가지신 공리 누님께서 연기하셨으며 이름에 대해서 많은 걸 따지면 안 되는 레이디 무라사키 시키부는,
소설판에선 다테 마사무네의 후손이다.

..............어째서!!!!?

그 레이디 무라사키가 다테 마사무네의 갑주 풀세트를 방에다 모셔놓고 1년에 한 번씩 동백기름과 정향유로 공들여 소제한다는 대목에서부터 이미 반 죽어나가는 S였지만 그보다 더더욱 결정적이고도 치명적이고도 팜므파탈(?)하고도 Kiss of death하며 내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사실을 공개하겠다. 나 혼자는 절대로 못 죽는다!!!

기념할 만한 렉터 박사의 첫 번째 살인은 무려 마사무네 님의 칼로 저질러졌다.

...............................정말 어째서!!!!!???

숙모를 모욕한 자의 머리를 댕겅 베어 도노의 갑주 앞에 바쳐놓고 기가 막혀 하는 숙모에게 담담하게 "마사무네 도노의 칼이야말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그 칼을 썼어요... 전 마사무네 도노께서 사용을 허락해 주신 거라고 믿어요. (I used Masamune-dono's sword because it seemed so appropriate... I think Masamune-dono permitted the use of his sword.)" 라고 뇌까리는 열세 살의 한니발 렉터라니 아니 이게 웬 부조리 코미디란 말인가...
렉터 박사님의 소년 시절 영웅은 도노였던 거야...? 그런 거야....? OTL

아니 근데 왜 정말 도노냐고!!!! 말 좀 해 봐 토머스 해리스!! (양키 소설에서 도노의 성함을 뵈는 내 기분이 대체 어떨 것 같냐!!!?)

(전략)
"이건 오사카성 공방전 이후를 묘사한 것이란다." 그녀가 말했다. "좀 더 네게 어울릴 만한 흥미로운 두루마리가 더 있어. 한니발 네가 너희 아버지처럼, 너희 삼촌처럼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준다면 너희 삼촌과 나는 무척 기쁠 거야."
한니발은 무언가를 묻는 시선으로 갑옷을 쳐다보았다.
레이디 무라사키는 한니발의 얼굴에서 질문을 읽었다. "저 분처럼 말이니? 그래, 어떤 면에선 그것도 좋겠지만, 좀 더 인정이 많으면 좋겠구나." 그녀는 마치 갑주가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흘끗 바라보고 한니발에게 미소지었다. "저 분 앞에서 일본어로는 말할 수 없겠지만."

(후략)

영어로 말하는 한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해요. (외면)
좀 더 인정... 인정이 많아야 된다고라아...;;;; 그야 그 악명 높은 나데키리 사건도 있고 오다 노부나가와 성정이 닮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도노는 기본적으로 유혈낭자한 폭군은커녕 못돼쳐먹은 악동에 가깝단 말이여. 당대의 권력자인 태합한테 툭툭 개기고 낄낄대면서 좋아하는 남자라고! 제육천마왕의 잔인함과 살벌함에 비하면 도노의 행적이야 귀엽기 짝이 없는데, 노부나가 공이었으면 납득이나 갔을 걸 왜 희대의 살인마 렉터 박사에게 영감을 제공하는 첫 번째 계기가 도노냔 말야!!!? 어쩔 수 없는 일본사의 아이돌♥(...) 다테 마사무네 파슨희는 어디 가지 않으므로 싫다고 아우성친다면 난 시뻘건 거짓말쟁이겠으나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 문제 아니냣!!!

도대체 무어가 잘못되어 하필 다테 마사무네였나 머리를 감싸안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후기에서 실마리를 잡았다. 미야모토 노리코라는 여성이 일본 문화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구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 이 여자가 도노 파슨희였군...! (아냐!!!) 수수께끼는 풀렸다! 할아버지의 이름 아래! (틀려!!)

하지만 당신도 어지간히 골수 오타쿠일세. 이런 데서 자기 기호를 스리슬쩍 주장하다니 (아니라니까!!)

양키놈들의 어설픈 일본 문화 취향에 대해선 논하기도 피곤하므로 걍 넘어가겠다. 걔네들이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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