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런 저런 사이트를 한없이 유영하고 있는 S.
젠장 남자 같은 거 다 필요없어! 나는 사쿠라에게 깔리는 샤오란 군이 보고 싶단 말이닷! (포효)
실은 중 3까지 일본에서 버티고 홍콩으로 돌아가기 직전 POWER 카드로 무장하고 덤벼드는 사쿠라한테 어버버하는 사이 홀랑 따먹혔기를 강력히 희망함. ...뭐야 설마, 목마른 자 우물을 파나니 내가 직접 써야 하는 거냐? (창백)
하여간 그런 이유로 - 무슨 이유인지는 묻지 말고 - 오늘도 존경하옵는 JeGiRal님(사이트명 JEGiRAL)의 S/X 시리즈 중 한 편인 <blind touch>를 들고 튀었다. 지난 번에 올린 <사쿠라>의 연장선상의 이야기임. 배째서 등따서 줄넘기하다 2단 뛰기 할 각오는 서 있다. 다 덤벼!!
질에 대해 태클 걸면 늘 그렇듯 슬프다.
...and less.
연애질에선 단적으로 숫기없는 - 과거 곰인형만 보고도 시뻘개진 전력이 있는 - 남자친구 사귀기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고 냅두면 대체 뭔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어그렛시브한 여자친구 맞춰주기도 보통 중노동이 아니다. 니네들은 진짜로 천생연분이여...
blind touch
"S!"
톡!
고무재질의 커버를 씌운 키보드는 타이핑 소리도 부드러웠다.
"A!"
톡!
"케이...K!"
톡!
"U!"
톡!
"R이... 어? 아, 저기다! 읏차... R! A!"
톡톡!!
"변환!"
사쿠라는 키보드에서 가장 길이가 긴 발치의 스페이스바를 손목보호대에서 스텝을 밟듯이 오른쪽 발꿈치로 꾸욱 눌렀다.
톡!!
"나왔다!"
데스크탑 모니터에 <桜(사쿠라)>의 글자.
키보드를 누르는 데 사용한 샤오란의 만년필은 사쿠라보다도 키가 크다.
그 만년필을 버팀대 삼고, 컴퓨터 데스크의 굴곡진 부분을 돌아보면서 사쿠라가 달뜨게 외쳤다.
"저기 저기, 한 번에 내 이름자가 나왔어!"
"그야 그렇겠지."
이쪽을 향해 살짝 돌린 의자를, 사쿠라가 서 있는 키보드 쪽으로 슬쩍 미끄러뜨리며 샤오란이 대꾸했다.
"다 했어?"
──오늘은 LITTLE을 써서 샤오란 군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잘못했어요. 사쿠라
자그마한 사쿠라에게는 제법 힘겨울 묵직한 만년필을 사용한 반성문.
샤오란은 한눈에 들어오는 짧은 문장을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짚어가면서, 얕게 경사진 손목보호대 위의 사쿠라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작은 팔로 꼬옥 껴안고 있는 만년필을 조심스럽게 수직으로 빼냈다.
"근데 이것도 나쁘진 않네."
"뭐!?"
어차피 아직 혼이 덜났으려니 짐작은 했었지만, 반성문을 제출하기 무섭게 폭탄 발언부터 때릴 줄은 몰랐으므로 키보드에서 내려주려고 뻗었던 샤오란의 왼손이 사쿠라에게 닿기 직전에 빠직 굳었다.
"어휴, 소스라치지 좀 마. 약속했잖아. 다신 안 해. 그치만 이 모습이면 샤오란 군이 손을 내밀어주는걸."
"아?"
"그치만 그치만, 샤오란 군 쪽에선 먼저 손 잡아주거나 팔짱 껴준 적도 없구, 여름만 되면 덥다고 거리를 두구."
"웃..."
"하긴 그래서 샤오란 군이지만. 영차!"
주저하듯이 뻗어온 샤오란의 손가락을 자그마한 손으로 붙잡아 끌어당긴 사쿠라는 손바닥 위에 낑낑대며 기어올랐다.
"이제 원래 몸으로 돌아가도 될까? 이거, 역시 힘들어."
□ □
"!"
호텔 파티장에서 느닷없이 출연한 기척. 샤오란은 짤막하게 양해를 구하고 담소의 자리를 벗어났다.
딱 한 번 입을 댔을 뿐인 유리잔을 지나가는 웨이터의 쟁반에 도로 얹고,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테이블 클로스의 희미한 떨림에 내심 확신을 품으며 출입구 근처의 테이블에 접근했다.
'그럼 그렇지.'
테이블 클로스 사이와 융단의 작은 틈새에, 융단의 긴 보푸라기에 발이 걸려 엉겁결에 테이블 클로스를 붙잡은 사쿠라가 있었다.
손가락만한 크기의 사쿠라도, 샤오란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샤오란은 떨어뜨린 물건을 줍기라도 하듯 가만히 왼손을 뻗었다.
오른손을 비워두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평소 쓰지 않는 왼손이라면 힘이 지나치게 들어갈 염려는 없다.
왼손바닥으로 사쿠라를 살며시 감쌌다.
"무슨 일인가?"
불시에 등뒤에서 목소리가 날아와, 샤오란은 황급히 일어나 몸을 돌렸다.
사람들이 쉴새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뷔페 형식의 파티장은, 그 틈바구니에 섞여 동작을 위장할 수 있는 대신 스스로의 사각도 노출시킨다.
하물며 이 자리의 유일한 미성년 출석자인 샤오란은 잠자코 있어도 시선을 끈다.
그래도 어지간한 돌발 행동이 아닌 다음에야 괜찮으려니 짚었는데, 웅크리고 앉은 건 역시 도를 넘었던 모양이었다.
"아뇨."
부자연스럽게 등뒤로 돌린 오른손에 의혹을 사기보다 앞서, 샤오란은 손가락으로 사쿠라의 등을 쿡쿡 찔렀다.
사쿠라가 샤오란의 소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조그마한 사쿠라가 곰실곰실 움직이는 게 무척 간지러웠지만, 샤오란은 얼굴만은 멀쩡히 양손을 벌려보였다.
"별 일 아닙니다."
□
수상쩍은 행동에 대한 관심을 최저한으로 줄이고자 답지도 않게 갖은 사교 예절을 다 차리고 나서야 로비로 내려온 샤오란은, 한 칸에 한 대씩 분리된 전화 부스로 단숨에 뛰어들었다.
"그 꼴이 뭐야!"
두꺼운 유리문짝을 닫고, 소매에서 상의 주머니 속에 떨구었던 사쿠라를 회색 전화기 위에 앉히고, 입을 열자마자 터진 말은 불호령.
"LITTLE을 썼어."
"나도 알아! 내 말은, 왜 마법을 썼느냐고!"
"이러면 안 들킬 것 같애서..."
"......"
"...그럴 리가 없네, 샤오란 군은 마력의 흐름을 읽으니까..."
샤오란의 '화났으니 말 걸지 마' 모드가 발동 걸린 표정에 움츠러든 사쿠라는 작게 변명했다.
"하지만, 오늘은 줄곧 같이 있어줄 줄 알았는데..."
예기치 못한 호출을 거부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느긋하게 외출할 여가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두 사람의 귀중하고 귀중한 시간을, 바로 직전이 다 되어 망친 장본인은 샤오란이다.
샤오란은 숨죽여 탄식했다.
"마음 먹은 대로 융단 위를 걸을 수가 없었지?"
목소리만은 상냥하지만, 낀 팔짱도 표정도 그대로였다.
"...응."
사쿠라는 노호성보다 샤오란의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가 무섭다.
전화기 앞의 경사진 패널에 걸친 발 끝에 눈을 떨구고 온순하게 대답했다.
"야트막한 턱도 넘기 힘들었지?"
"...응."
"하찮은 물건도 장애물이 되지?"
"...응."
"위에서 뭔가 떨어지거나 밟히면 어쩌려고 그래. 파티장에서 앞만 보고 똑바로 걷는 놈이 있을 것 같아? 불에서 갓 내려온 뜨거운 요리도 한둘이 아니고, 그 몸으로는 초콜릿마저도 충분히 흉기가 된단 말야."
그쯤에서 한 번 말을 끊는 샤오란을, 사쿠라가 올려다보았다.
사쿠라 앞에선 대책없이 약해지는 자신에게 짤막한 한숨을 토해내고, 복잡했던 표정을 완화시켰다.
"끝날 때까지 주머니 속에 얌전히 있어."
"응."
사쿠라가 조그마한 양손을 내밀었다.
보통은 팔을 뻗으면 손끝이 닿을 거리에 있는 샤오란이 오늘은 멀기만 하다.
"거 봐. 작으니까 손해잖아."
샤오란이 핀잔을 주고 눈높이를 맞추려 몸을 조금 숙인 찰나, 사쿠라는 아슬아슬하게 손끝에 잡힌 샤오란의 앞머리칼을 작은 손으로 꼬옥 움켜쥐었다.
"아,"
놀라서 한층 커진 샤오란의 눈을 들여다보며, 사쿠라는 조그마한 몸으로 있는 힘껏 샤오란을 끌어당겼다.
"그렇지도 않아. 이렇게 가까이에서 샤오란 군을 볼 수 있는걸."
"그럼, 집까지 그대로 있어."
"어라? 왠지 관대하네?"
□ □
뽁.
고무 재질의 커버가 키의 메마른 음향을 흡수해, 본디 몸으로 돌아온 사쿠라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를 냈다.
엔터 키를 만져보고, 평소에는 커버가 씌워져 있지 않았음을 눈치챈 사쿠라는 쿡쿡 웃었다.
"샤오란 군다워~."
미끄럼 방지가 된 키를 손가락의 기억으로 더듬으면서, 샤오란이 방을 비운 사이 방금 전의 반성문에 장난을 쳤다.
"응? 설정 온도 낮췄어?"
아이스티가 담긴 유리잔을 들고 돌아온 샤오란은, 거실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수준에 맞추어놓았을 온도가 반팔로는 감당하기 힘들게 하강해 있음을 깨닫고, 의자째로 이쪽을 향해 빙글 돈 사쿠라에게 물었다.
"아니."
사쿠라는 몸을 일으켜 팔이 닿을 거리까지 온 샤오란의 손에서 유리잔을 두 개 모두 강탈했다.
"?"
"거실보다 방이 좁아서 그런 거 아냐?"
샤오란이 어리둥절하건 말건 잔을 옆으로 치운 사쿠라는 다시 한 번 팔을 뻗었다.
"이러면 덥다는 소린 안 나오겠지?"
그렇게 말하고, 사쿠라는 샤오란을 꼬옥 끌어안았다.
사쿠라의 뒤편, 데스크탑의 반성문에 한 줄이 더.
───FREEZE도 살짝 썼어요. 샤오란 군은 추위 많이 타는데. 미안해.
샤오란이, 사쿠라의 어깨에서 웃었다.
by JeGiRal
"S!"
톡!
고무재질의 커버를 씌운 키보드는 타이핑 소리도 부드러웠다.
"A!"
톡!
"케이...K!"
톡!
"U!"
톡!
"R이... 어? 아, 저기다! 읏차... R! A!"
톡톡!!
"변환!"
사쿠라는 키보드에서 가장 길이가 긴 발치의 스페이스바를 손목보호대에서 스텝을 밟듯이 오른쪽 발꿈치로 꾸욱 눌렀다.
톡!!
"나왔다!"
데스크탑 모니터에 <桜(사쿠라)>의 글자.
키보드를 누르는 데 사용한 샤오란의 만년필은 사쿠라보다도 키가 크다.
그 만년필을 버팀대 삼고, 컴퓨터 데스크의 굴곡진 부분을 돌아보면서 사쿠라가 달뜨게 외쳤다.
"저기 저기, 한 번에 내 이름자가 나왔어!"
"그야 그렇겠지."
이쪽을 향해 살짝 돌린 의자를, 사쿠라가 서 있는 키보드 쪽으로 슬쩍 미끄러뜨리며 샤오란이 대꾸했다.
"다 했어?"
──오늘은 LITTLE을 써서 샤오란 군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잘못했어요. 사쿠라
자그마한 사쿠라에게는 제법 힘겨울 묵직한 만년필을 사용한 반성문.
샤오란은 한눈에 들어오는 짧은 문장을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짚어가면서, 얕게 경사진 손목보호대 위의 사쿠라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작은 팔로 꼬옥 껴안고 있는 만년필을 조심스럽게 수직으로 빼냈다.
"근데 이것도 나쁘진 않네."
"뭐!?"
어차피 아직 혼이 덜났으려니 짐작은 했었지만, 반성문을 제출하기 무섭게 폭탄 발언부터 때릴 줄은 몰랐으므로 키보드에서 내려주려고 뻗었던 샤오란의 왼손이 사쿠라에게 닿기 직전에 빠직 굳었다.
"어휴, 소스라치지 좀 마. 약속했잖아. 다신 안 해. 그치만 이 모습이면 샤오란 군이 손을 내밀어주는걸."
"아?"
"그치만 그치만, 샤오란 군 쪽에선 먼저 손 잡아주거나 팔짱 껴준 적도 없구, 여름만 되면 덥다고 거리를 두구."
"웃..."
"하긴 그래서 샤오란 군이지만. 영차!"
주저하듯이 뻗어온 샤오란의 손가락을 자그마한 손으로 붙잡아 끌어당긴 사쿠라는 손바닥 위에 낑낑대며 기어올랐다.
"이제 원래 몸으로 돌아가도 될까? 이거, 역시 힘들어."
□ □
"!"
호텔 파티장에서 느닷없이 출연한 기척. 샤오란은 짤막하게 양해를 구하고 담소의 자리를 벗어났다.
딱 한 번 입을 댔을 뿐인 유리잔을 지나가는 웨이터의 쟁반에 도로 얹고,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테이블 클로스의 희미한 떨림에 내심 확신을 품으며 출입구 근처의 테이블에 접근했다.
'그럼 그렇지.'
테이블 클로스 사이와 융단의 작은 틈새에, 융단의 긴 보푸라기에 발이 걸려 엉겁결에 테이블 클로스를 붙잡은 사쿠라가 있었다.
손가락만한 크기의 사쿠라도, 샤오란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샤오란은 떨어뜨린 물건을 줍기라도 하듯 가만히 왼손을 뻗었다.
오른손을 비워두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평소 쓰지 않는 왼손이라면 힘이 지나치게 들어갈 염려는 없다.
왼손바닥으로 사쿠라를 살며시 감쌌다.
"무슨 일인가?"
불시에 등뒤에서 목소리가 날아와, 샤오란은 황급히 일어나 몸을 돌렸다.
사람들이 쉴새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뷔페 형식의 파티장은, 그 틈바구니에 섞여 동작을 위장할 수 있는 대신 스스로의 사각도 노출시킨다.
하물며 이 자리의 유일한 미성년 출석자인 샤오란은 잠자코 있어도 시선을 끈다.
그래도 어지간한 돌발 행동이 아닌 다음에야 괜찮으려니 짚었는데, 웅크리고 앉은 건 역시 도를 넘었던 모양이었다.
"아뇨."
부자연스럽게 등뒤로 돌린 오른손에 의혹을 사기보다 앞서, 샤오란은 손가락으로 사쿠라의 등을 쿡쿡 찔렀다.
사쿠라가 샤오란의 소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조그마한 사쿠라가 곰실곰실 움직이는 게 무척 간지러웠지만, 샤오란은 얼굴만은 멀쩡히 양손을 벌려보였다.
"별 일 아닙니다."
□
수상쩍은 행동에 대한 관심을 최저한으로 줄이고자 답지도 않게 갖은 사교 예절을 다 차리고 나서야 로비로 내려온 샤오란은, 한 칸에 한 대씩 분리된 전화 부스로 단숨에 뛰어들었다.
"그 꼴이 뭐야!"
두꺼운 유리문짝을 닫고, 소매에서 상의 주머니 속에 떨구었던 사쿠라를 회색 전화기 위에 앉히고, 입을 열자마자 터진 말은 불호령.
"LITTLE을 썼어."
"나도 알아! 내 말은, 왜 마법을 썼느냐고!"
"이러면 안 들킬 것 같애서..."
"......"
"...그럴 리가 없네, 샤오란 군은 마력의 흐름을 읽으니까..."
샤오란의 '화났으니 말 걸지 마' 모드가 발동 걸린 표정에 움츠러든 사쿠라는 작게 변명했다.
"하지만, 오늘은 줄곧 같이 있어줄 줄 알았는데..."
예기치 못한 호출을 거부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느긋하게 외출할 여가도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두 사람의 귀중하고 귀중한 시간을, 바로 직전이 다 되어 망친 장본인은 샤오란이다.
샤오란은 숨죽여 탄식했다.
"마음 먹은 대로 융단 위를 걸을 수가 없었지?"
목소리만은 상냥하지만, 낀 팔짱도 표정도 그대로였다.
"...응."
사쿠라는 노호성보다 샤오란의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가 무섭다.
전화기 앞의 경사진 패널에 걸친 발 끝에 눈을 떨구고 온순하게 대답했다.
"야트막한 턱도 넘기 힘들었지?"
"...응."
"하찮은 물건도 장애물이 되지?"
"...응."
"위에서 뭔가 떨어지거나 밟히면 어쩌려고 그래. 파티장에서 앞만 보고 똑바로 걷는 놈이 있을 것 같아? 불에서 갓 내려온 뜨거운 요리도 한둘이 아니고, 그 몸으로는 초콜릿마저도 충분히 흉기가 된단 말야."
그쯤에서 한 번 말을 끊는 샤오란을, 사쿠라가 올려다보았다.
사쿠라 앞에선 대책없이 약해지는 자신에게 짤막한 한숨을 토해내고, 복잡했던 표정을 완화시켰다.
"끝날 때까지 주머니 속에 얌전히 있어."
"응."
사쿠라가 조그마한 양손을 내밀었다.
보통은 팔을 뻗으면 손끝이 닿을 거리에 있는 샤오란이 오늘은 멀기만 하다.
"거 봐. 작으니까 손해잖아."
샤오란이 핀잔을 주고 눈높이를 맞추려 몸을 조금 숙인 찰나, 사쿠라는 아슬아슬하게 손끝에 잡힌 샤오란의 앞머리칼을 작은 손으로 꼬옥 움켜쥐었다.
"아,"
놀라서 한층 커진 샤오란의 눈을 들여다보며, 사쿠라는 조그마한 몸으로 있는 힘껏 샤오란을 끌어당겼다.
"그렇지도 않아. 이렇게 가까이에서 샤오란 군을 볼 수 있는걸."
"그럼, 집까지 그대로 있어."
"어라? 왠지 관대하네?"
□ □
뽁.
고무 재질의 커버가 키의 메마른 음향을 흡수해, 본디 몸으로 돌아온 사쿠라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를 냈다.
엔터 키를 만져보고, 평소에는 커버가 씌워져 있지 않았음을 눈치챈 사쿠라는 쿡쿡 웃었다.
"샤오란 군다워~."
미끄럼 방지가 된 키를 손가락의 기억으로 더듬으면서, 샤오란이 방을 비운 사이 방금 전의 반성문에 장난을 쳤다.
"응? 설정 온도 낮췄어?"
아이스티가 담긴 유리잔을 들고 돌아온 샤오란은, 거실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수준에 맞추어놓았을 온도가 반팔로는 감당하기 힘들게 하강해 있음을 깨닫고, 의자째로 이쪽을 향해 빙글 돈 사쿠라에게 물었다.
"아니."
사쿠라는 몸을 일으켜 팔이 닿을 거리까지 온 샤오란의 손에서 유리잔을 두 개 모두 강탈했다.
"?"
"거실보다 방이 좁아서 그런 거 아냐?"
샤오란이 어리둥절하건 말건 잔을 옆으로 치운 사쿠라는 다시 한 번 팔을 뻗었다.
"이러면 덥다는 소린 안 나오겠지?"
그렇게 말하고, 사쿠라는 샤오란을 꼬옥 끌어안았다.
사쿠라의 뒤편, 데스크탑의 반성문에 한 줄이 더.
───FREEZE도 살짝 썼어요. 샤오란 군은 추위 많이 타는데. 미안해.
샤오란이, 사쿠라의 어깨에서 웃었다.
연애질에선 단적으로 숫기없는 - 과거 곰인형만 보고도 시뻘개진 전력이 있는 - 남자친구 사귀기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고 냅두면 대체 뭔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어그렛시브한 여자친구 맞춰주기도 보통 중노동이 아니다. 니네들은 진짜로 천생연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