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악하다, 선라이즈!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07/05/21 20:29

은혼 애니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마 시리즈와 KANOSO와 엑셀 사가 이후로 이만큼 매 화마다 패러디가 줄줄 넘쳐흐르는 물건도 참 보기 드물다.
것도 그냥 패러디이기나 하면 말을 안 하지(적어도 KANOSO와 엑셀 사가는 나도 절반 이상은 알아볼 수 있었단 말이다;), 누가 오타쿠의 성지 선라이즈의 스태프 아니랄까 봐서 야구에 깜깜인 사람은 읽고는 있어도 내용을 알 수 없었던(...) 초기의 마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애니/만화/게임/TV/영화/예능/성우/음악/소설/시사 등등등등 다방면에서 어지간한 레벨의 오덕후가 아니고서야 20퍼센트 이상은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는 매니악한 패러디로만 그득그득그득그득한 것이다. (먼 눈)
이럴 때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친절한 이웃 위키페디아임. 이하 양쪽 모두 출처는 매니악의 정도가 절정에 달했던(...) 은혼 50화 <節目節目に気合いを入れ直せ>에서. 정말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던 물건들 딱 두 개만 골라 위키를 기반으로 하여 내 나름대로 곁다리를 조사해 본 결과이다.


긴토키 : "시청률 올린답시고 은혼에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답니다~! 라고 선전했다가 들키면 한 방에 끝장이야!"
카구라 : "맞다 해 맞다 해!" (원 대사는 あるある!)
신파치 : "맞긴 뭐가 맞아! 애니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 리가 없잖아!"


이 대화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칸사이 테레비(関西テレビ)의 간판 스타였던 건강, 신체, 레저, 뇌와 마음, 미용, 식품, 생활 등을 테마로 하는 생활 정보 프로그램 <발굴! 맞다 맞아 대사전(発掘!あるある大事典)>에서 유래한다. (카구라의 대사 역시 프로그램명에서 온 것이다) 전국적으로 널리 인기를 얻어 일본의 웰빙 붐에 크게 일조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 프로그램이었는데, 덕분에 2007년 1월 7일 낫토를 주제로 한 <먹으면서 살을 뺀다! 식품 X에 숨겨진 새로운 사실>을 방영한 후 전국 각지에서 낫토가 품절되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소동이 너무 커지자 칸사이 테레비에서는 내사를 했고, 그 결과 실제로는 혈액 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데이터를 날조해 방영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들통이 났다. 20일 이 사실이 발표된 후 25일의 시점까지 칸사이 테레비에 들어온 항의는 무려 9200여 건. 일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어 22일에는 스폰서가 강판했으며, 그 다음날 칸사이는 결국 프로그램의 중단을 발표했고 이에 관계된 임원과 제작책임자가 줄줄이 해직당했다. 이후 대량으로 발주된 낫토가 캔슬되어 어쩔 수 없이 폐기 처분을 하거나 과거 방영분을 모은 서적이 서점에서 전량 회수되는 등 후유증도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일본 방송국 사상 최악의 사례로 꼽히는 방송 사고임.
여담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2기부터 신파치 이름의 유래가 된 시무라 켄(志村けん)이 메인 캐스터 중 하나로써 <시무라 켄 프로젝트>라는 코너를 운영했다고 한다.


긴토키 : "기왕 하는 김에 확 최종화스럽게 비장감을 부추기는 건 어떠냐? '안녕(さらば)' 이라던가 '영원히' 라던가 '완결편' 이라던가 붙여서 말야. 뭘, 나중에 '새로운 여행의 시작(新たなる旅立ち)' 이라던가 하면서 폼잡아주면 문제 없다구."
신파치 : "긴상~안된다니까요. 그 점에선 아직 논란이 많단 말예요. 위험하다고요."
카구라 : "이렇게 된 거 걍 맛키(マッキー)한테 주제가를 부탁하자 해!"
신파치 : "그게 위험하다니까아아아아!!!"


맛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남성 솔로이자 작곡/작가/편곡가로도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마키하라 노리유키(槇原敬之)의 애칭. SMAP의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꽃(世界に一つだけの花)>의 작곡 및 작사가라고 하면 핑하고 올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한편 '안녕', '영원히', '완결편', '새로운 여행의 시작' 은 모두 그 유명한 <우주전함 야마토(宇宙戦艦ヤマト)>의 서브 타이틀. (극장판 <안녕 우주전함 야마토 사랑의 전사들>[1978], 극장판 <야마토여 영원히>[1980], 극장판 <우주전함 야마토 완결편>[1983], TV 스페셜 <우주전함 야마토 새로운 여행의 시작>[1979]) 물론 말할 필요도 없이 우주 전함 야마토의 감독은 쬐끔 묵은 일본 애니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마쯔모토 레이지(松本零士)다.
자 그럼 카구라의 저 발언이 왜 <부적당>한가 하면, 2006년 10월 마키하라가 CHEMISTRY에 제공한 <약속의 장소(約束の場所)>의 가사 일부가 <은하철도 999>의 도용이라고 마쯔모토 레이지가 항의한 데서 유래한다. 이에 대해 마키하라의 사무소는 도용을 부정하고 '은하철도'라는 표현부터가 미야자와 켄지(宮沢賢治)의 창작이 아니냐고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 반박했다. 마키하라 본인도 은하철도 999를 읽은 적이 없으며 가사는 100% 오리지널이고 정말 의심할 거면 기소를 해도 좋다고 발표했다. 확실히 마쯔모토가 감수한 THE ALFEE의 Brave Love~Galaxy Express 999의 가사와 약속의 장소를 놓고 비교해 보면 미심쩍은 점이 없지 않지만, 단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의 견지에서 법률적으로 보았을 때 기소했을 경우 마쯔모토에게 승산은 별로 없으리란 것이 전문가들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결국 지난 2007년 3월 22월 마키하라가 도쿄지방재판소에 저작권침해부존재확인청구 소송 및 마쯔모토 측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을 경우의 2,200만엔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사태는 점점 커져가는 중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카구라의 말이 얼마나 부적절하냔 말이지;;;
여담이지만 이에 대해 3월 26일 마쯔모토는 토크쇼에서 <사나이 된 자, 질 것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나 어쨌다나. 하록이냐? 하록인 거냐? ;;;
여담 또 하나. 마쯔모토 레이지 본인은 '은하철도'라는 표현의 사용에도 미야자와 씨의 유족에게 사전에 허락을 구했고, 은하철도 999에 등장하는 증기기관차 C62를 그리기에 앞서 국철의 허가를 얻을 정도로 저작권에 무진장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거 열받을 만하겠군.


아하 그랬구나~이제야 잘 알았어요, 라고 할 줄 알았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알 성 싶으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_-++++

최종 결론 : 선라이즈는 역시 오덕후 집단이었다. 망할 놈들 같으니.

다만 조사에는 재미들렸으므로 앞으로도 가끔씩 이런 짓을 되풀이할지도 모른다. 으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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