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쓸데없이 리비도에만 충실한 잡담s.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07/06/09 21:47

1. 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루로켄 1권인지 2권에서 사노 자식이 분명히 그랬다구. "도바・후시미의 전투야말로 당신이 천하에 명성을 떨치게 된 계기"라고.
그런데 도바/후시미 전투에 켄신이 활약할 여지가 있긴 있었나!?

도바/후시미 '전쟁'이 아니라 '전투'인 데 주의하자. 보신전쟁(戊辰戦争)의 개막으로 보통 알려진 이 전투가 벌어진 기간은 음력으로 1868년 1월 3일부터 6일까지. <불타라 검>에서 갖은 공은 다 들여 묘사한 바와 같이 실질적인 전투는 3일부터 5일까지의 불과 사흘. 3~4일에는 도바・후시미 근교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5일에는 전장이 센료마쯔(千両松)・토미노모리(富ノ森)로 이동했다. (6일에는 총대장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튀었다;)
물론 나중의 세이난 전쟁(西南戦争)에서 발도대를 활용했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후지타 고로로 이름을 바꾼 사이토 하지메도 저기 소속이었대고) 어느 책을 읽어봐도 사츠마/죠슈 측은 아주 죽어라고 총질하고 대포질해댔다는 인상밖에 없거든. 오죽하면 당시 최강 검술집단의 장(長)이었던 히지카타 부장 - 곤도는 당시 어깨에 총을 맞고 오사카로 후송되어 있었으므로 - 이 "칼과 창의 시대는 갔다" 고 솔직하게 감상을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제 1차 죠슈정벌전쟁(금문의 변), 시모노세키 전쟁, 제 2차 죠슈정벌전쟁(사경전쟁) 등등 막말 일본에서 제일 진절머리나게 싸움 겪고 사츠마와 더불어 가장 먼저 근대화된 군대를 갖추었던 죠슈에, 설령 발도대가 있었다 해도 불과 사흘 사이에 검사 하나가 천하에 명성 떨칠 만큼 활약할 자리가 있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보신전쟁 끝까지 눌러붙어 있었다면 또 모를까.
혹여 다른 번 쪽에 파견나가 있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봤으나 도바/후시미 전투에서 생난리치며 싸웠던 건 사츠마와 죠슈 양번(兩藩)뿐이라고 분명히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그쪽 발상도 제껴놓을 수밖에 없겠고...

내가 뭐 일본사에 빠삭한 것도 아니니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이건 와츠키의 설정 실수인 것 같음. 걍 암살자와 유격검사질만 했어도 그만한 실력이라면 천하에 명성 떨치긴 충분했을 텐데 말이지. 모델인 가와카미 겐사이처럼 사경전쟁에 참전했다는 설정에서 끝냈던들 무리가 없었을걸, 뭘 도바 후시미 전투에까지 끼워넣으려고 해서 -_-;;

2. 엉뚱하게도 슬슬 19세기 말 한국사로 회귀할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리비도가 아니라 이래봬도 꽤 순수한 지식욕임. 이게 다 신사쿠 때문이다(....). (남의 나라 남자 땜에 자국의 역사를 알고자 하지 마라 이년아;)
부장님에 대해서는 마침 시대의 패자 측이시고 하니 그저 꺄아아아아아 부장님 최고에염 >_< 하고 불타면 그만이지만 시대의 승자의 중심지에서 갖은 깽판은 다 치고 다녔던; 신사쿠 붙들고 낄낄거리자니 어쩔 수 없이 사츠마와 죠슈 건드릴 수밖에 없고, 게다가 하필이면 이 인간이 권력과 태풍의 한가운데 있었던 탓에 정신없는 인생에 가장 깊게 관여한 놈들을 셋만 꼽아도 카츠라 코고로(= 키도 다카요시) 앤-드 이노우에 몬타와 이토 슌스케, 즉 훗날의 이노우에 카오루와 이토 히로부미란 말이지. 그럼 가다가다 나오는 게 결국 세이난 전쟁이고 메이지 정부란 말이지;;; 젠장.
19세기 일본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한국과도 얽히고 하니 슬슬 여러 가지가 궁금해서 도저히 참지를 못하겠다. 다만 시대가 시대니만치 하도 민감한 대목이 되어놔서... (긁적긁적) 일본애들의 역사인식은 어이 여보세요? ;;; 싶은 점이 한둘이 아니고 메이지 무렵에 대해선 반성 없기로 유명한데다 시바탱 말마따나 책임 회피에는 참으로 능한 친구들이라(...) 아무 책이나 주워보자니 내 치킨의 심장이 삐걱거리고, 한국 쪽은 또 피해자다 보니 입에서 불 뿜기에도 바쁘기 십상이고, 누군가 제 3자의 관점에서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기술해 준 19세기 말 한국사 & 일본사 같은 거 없을까나. (結局は他力本願かよてめえ)

3. 시바 료타로 영감탱이의 <열한 번째의 지사(十一番目の志士)> 상권 입수.
칸노 아야(菅野 文)의 <얼어붙은 칼날의 꽃(凍鉄の花)>과 <북주신선조(北走新選組)> 입수.
나카쯔 후미히코(中津文彦)의 IF 소설(...) <마사무네의 천하(政宗の天下)> 입수.
기타가타 겐조의 <흑룡의 관(黒竜の柩)> 주문.
히로세 니키(広瀬仁紀)의 <히지카타 토시조 산화(土方歳三散華) 주문.
야마오카 소하치의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 주문.
아키야마 카노의 <신선조포획첩 겐 씨의 사건부(新撰組捕物帖 源さんの事件簿)> 대기 중.
이케미야 쇼이치로의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 대기 중.
토가시 린타로(富樫倫太郎)의 <하코다테 팝니다~막말 가르트넬 사건 이문록(箱館売ります―幕末ガルトネル事件異聞)> 대기 중.

난리났군 난리났어. 이걸 어느 세월에 다 읽는담;

4. 아무 생각없이 혹시 있을지도? 아하하하하하! 라는 기분으로(...)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더니 아아주 상태가 좋은 역사군상 다카스기 신사쿠 편이 떡하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 산) 물론 구매를 '당하고' 말았다 orz

어흐흑 죄송해요 부장님! 그치만 광화문 교보문고의 역사군상 히지카타 토시조 편은 상태가 너무 황이었어...! 새 걸로 주문할 테니 부디 용서를...!

5. 「이 청년은 훗날 메이지 정부의 대장성을 좌지우지할 때, 사업가 및 금융가와 지나치게 밀착한 나머지 사법경(司法卿) 에토 신페이(江藤新平)에게 비리를 적발당하거나, 사이고 다카모리에게 <미쯔이 상점의 우두머리(三井の番頭さん)>라 조소를 당하기도 했지만, 그 점을 동정적인 시선에서 해석해 보자면, 아무래도 성격적으로 공사의 구별이 뚜렷해지기 어려운 체질인 모양이다」 (<세상을 사는 나날 신장판 3권 189~190page)

당신이 몬타를 이뻐하는 건 알겠지만 그건 정말 아니다 시바탱!
일개 개인일 때는 공사를 구분 못해도 귀엽게나 봐줄 수 있지만 정치가, 하물며 일국을 쥐고 흔들만한 유력한 위치에 앉은 자로서 공사 구별이 안 되는 건 이미 크나큰 죄악이라구. 그 점에 대해선 누가 뭐래도 틈만 나면 이노우에를 걸고 넘어졌던 에토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커헉.

아 역시 누구 말마따나 이노우에 몬타였을 때, 그리고 1861년부터 64년까지가 짱이었어. 삼인당(신사쿠를 가운데 낀 몬타와 슌스케)은 정말 수치스러울 정도로 귀엽다. 줴기랄.

6. 보신전쟁의 궤적을 검토하면 검토할수록 시바탱의 부장에 대한 정념(...)의 깊이가 엿보여서 쪽팔려 살 수가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아예 다른 포스팅으로 빼겠지만 하여간 선구자인 당신이 그 모양이니 후세 역사소설가들이 모두 팬픽 작가(...)의 본분에만 열라 절라 충실한 거닷!!!

7. 역시 전쟁 나면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소시민에겐 평화적으로 해결하자 부르짖는 사카모토 료마가 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S. 나중에 혹여 <료마가 간다!>에 헐떡대고 있으면 뭐 그러려니 해주시길...

8. 신사쿠가 생전에 남긴 서간 중 무려 37통의 수신자가 카츠라 코고로. 평생 고갤 못 드셨다는 양친 앞으로 보낸 편지(20통)보다 거의 두 배나 많다.
본인 입으로 '진정한 지기 카츠라 코고로'(...)라고 하질 않나 문면에서 카츠라를 마치 '친형님'처럼 존경하는 마음이 펄펄 우러나오질 않나 하여간 공경할 만한 연장자로 받들어 모신 건 사실인가 본데 실은 그 짧디 짧은 27년 8개월의 평생 다들 미쳐돌아가는 죠슈에서 혼자 상식인인 죄로 뒷감당은 다 뒤집어써야 했던 카츠라의 가엾은 위에 구멍을 뻥뻥 뚫은 일등공신이 누군가 하면 그것도 역시 기병대 총독이라.


그래서 나는 이젠 이 장면도 동생의 비행을 꾸짖는 큰 누나 큰엉아와 코끝으로도 안 듣는 막내로밖에 보이지 않고 있다...! orz

카츠라 코타로 : 지분지분 잔소리도 많고 걱정도 절라게 많은 장남 (그러나 그의 설교는 항상 어딘가 잘못되었다)
사카모토 타츠마 : 너무 자유분방해 코빼기도 안 보이는 차남
사카타 긴토키 : 초(超) 마이페이스의 노라리쿠라리 삼남 (이웃집의 흑발 페로몬 장남[...]과 유사연애질 중이면 바랄 바가 없...쿨럭커헉!!!)
다카스기 신스케 : 엄마(쇼요 선생)가 돌아가신 후로 단단히 비뚤어진 막내 (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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