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주기로 돌아오는 불 같은 번역의 열정에 사로잡혔다. 요즘 눈에 밟히는 막말 쪽 텍스트가 좀 많긴 하지. 저거라던가 이거라던가 그거라던가 요거라던가. 그래 나는 어차피 텍스트 중독증.
시발점인 셈치고 최근에 건진 다크호스 라이카(雷華, 사이트명 Lost-heaven 또는 하느님의 행방神様の行方) 님의 <시큼한 맛(酸っぱい)>부터 들고 후딱 날랐다. 좀 엉뚱한 감이 없진 않지만, 히지카타 부장+카구라의 건전물.
늘 그렇듯 배째고 등따고 장 꺼내 줄넘기질을 할 각오는 서 있다. 못할 뿐이지(....)
번역 질을 문제삼으면 밉습니다.
...and less.
이제 와서 무엇을 숨기랴. 내심새엄마와 딸내미 부장과 카구라의 콤비에 활활 불타고 있는 S입니다. (긴히지 전제라면 더할 나위가 없음) 귀신 부장 주제에 여자와 어린애한테는 드럽게 약해서 입으로는 온갖 후욕패설을 뇌까리고 궁시렁궁시렁하면서도 카구라를 챙기고 있는 야규편의 부장에게서 새로운 모에를 발견했으므로. 아 정말 왜 이렇게 하는 짓 하나하나가 모에덩어리냐고 이 남자.
뭐 어차피 긴상에게 시집올 거라면 진작에 생떼같은 딸내미와 돈독한 관계를 쌓아놓는 게 좋지 않겠수? (어이;;) 다행히 동란편에서 거리가 한층 좁아진 모양이고.
이와 비슷한 네타로 카도마쯔(門松) 님의 단편도 있음. 언젠가는 그쪽도 도전해 보...고는 싶지만 카구라의 사이비 중국인스런 일본어를 살리기가 영 쉽지가 않구먼요. (그건 YOU의 무능)
근데 긴히지 추진이라면서 본명은 손 안 대고 뭐하고 있는 거냐 나?
변함없이 글자는 치졸하지만, 요즘엔 다소 어려운 한자도 쓸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오랜 세월 소고의 성장을 지켜본 경험 때문일까, 어린아이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은 히지카타에게 있어 조금은 기쁘고, 그립고, 안온한 감정을 품게 한다.
내용이 무진장 저속하거나 쓰는 말이 지저분할 때도 있지만, 이 정도는 눈을 감아주어야 하리라. 보호자란 놈이 그 천연파마인 이상.
장문의 편지를 다 읽어낸 히지카타가 고개를 들어보니, 잔뜩 긴장하여 지켜보고 있던 소녀가 꿀꺽 침을 삼켰다. 태도는 비딱하지만 반응은 알기 쉽다.
부슈(武州)의 도장 시절, 걸핏하면 물고 늘어지던 어린애를 떠올리고, 히지카타는 웃음을 참았다.
「…어떠냐 해」
「뭐 완벽하다곤 못해도, 예전보단 훨씬 나아졌구만.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
「진짜냐 해! 끼얏호오오오오오오!!」
「벌써부터 들뜨지 마. 아직도 순 히라가나 천지라 얼마나 읽기가 고역인지 아냐」
「켁!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초보 교사 주제에, 시건방지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려 한다 해! 열라 재수없어!!」
「아닌 밤중에 웬 학원 드라마냐아아아아아!! 어디서 쓸데없는 지식만 배워오지 말란 말이다 차이나 걸!!」
동시에 손에 든 편지지를 냅다 집어던졌다. 철썩,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져 '헉, 일났다' 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안면으로 편지지를 받은 소녀가 질세라 종이를 움켜쥐고 팔을 휘둘러 올렸다.
평범한 소녀라면 귀여운 시위에 지나지 않겠는데, 슬프게도 평범하지가 않았다. 무엇을 숨기랴 소녀의 정체는 우주 최강으로 명성도 높은 전투종족 <야토(夜兎)>의 후예, 암석도 일격에 격파하는 철권을 가진 해결사의 식객, 카구라인 것이다.
편지지 정도로 다치지야 않겠지만, 아무리 종이라도 카구라가 혼신의 힘으로 후려갈길 경우 결과는 상당히 참담해질 터. 십에 팔구는 붓는다.
그야 얼굴 좀 붓는다고 문제 될 일은 없으나, (외견만은) 가냘픈 소녀에게 편지지로 맞고 얼굴에 자국이 난다는 건, 아무래도 좀, 자존심이 부욱 긁힌다고나 할까.
타고난 감에 의해 재빨리 방어 자세를 취한 히지카타는,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카구라가 행동에 나서지 않아 김이 샜다. 편지지를 높이 쳐든 채로, 카구라는 정지해 있었다.
마침내는 천천히 팔을 내리고, 기세좋게 반쯤 일으켰던 몸을 도로 방석에 털푸덕 내려놓는다.
「…소요한테 보낼 소중한 편지를, 마요 따위의 얼굴에 처박아서 더럽히긴 싫다 해」
「어이, 그 태도 한 번 공손하시다?」
빠지직. 히지카타의 관자놀이에 시퍼런 힘줄이 돋았다.
그 말에, 여보란 듯이 이쪽을 외면하던 카구라가 흘금흘금 히지카타를 곁눈질했다.
고분고분히 사과하긴 싫지만, 내심 미안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는, 그런 눈이었다.
작게 혀를 찼다. 그로서도 진절머리나게 잘 아는 감각이다.
여기선 연장자가 꺾여주는 게 도리일 터였다.
「…하여간…이리 내, 첨삭해 주마」
「…고마워, 해」
카구라에게 도로 건네받은 편지지를 탁상에 내려놓았다. 펜을 집어들고 신중히 첨삭하는 히지카타의 손 언저리를, 카구라는 찌를 듯한 눈으로 꼼짝도 않고 바라보았다. 말이 좋아 첨삭이지, 연결사 <を>를 써야 할 곳에 <お>를 쓰는 수준의 겁나게 낮은 레벨이긴 하지만.
이러저러한 대소동 끝에, 카구라가 장군의 동생인 소요 공주와 친구가 된지 두 달이 흘렀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얼굴 보기도 힘든 나머지, 결국에 참다 못한 카구라가 의지한 게 바로 신센구미였다.
일본의 정세 따위 전혀 알 리 없는 카구라로선 <막부 측의 인간>으로 떠올릴 만한 대상은 신센구미뿐이었으리라.
오키타에게 부탁하는 일만은 죽어도 싫었던지 곤도와 히지카타가 함께 있을 때를 노리고 돌격해 온 카구라를, 히지카타는 당초 말로 달래 이해시키려고 했다. 신센구미라 해도 장군의 여동생을 함부로 면회하지는 못한다. 마쯔다이라 공이라면 모를까.
그러나 하필이면 그 자리에 곤도도 있었다. 필경 이 소녀는 이리 될 줄 예상하고 곤도가 같이 있는 타이밍을 엿본 것이리라.
뻔히 예상되는 결과로 곤도는 카구라의 요청을 승낙하고, 토시, 우리가 어떻게든 해주자, 라고 말을 꺼냈다. 이렇게 되면 히지카타에게 거부권이 있을 리도 없어서, 이날 이때까지 한 달에 한두 번의 페이스로 펜팔의 중개역을 맡고 있다. 물론 신센구미의 부장이라는 직함만으로는 공주를 직접 면회하기에 부족했으므로, 장군에게는 형 같은 존재이자 신센구미의 총수이기도 한 마쯔다이라 공의 연줄을 이용했다. 어린애들의 서신 교환이니까, 검열은 가능하면 피해 달라고.
마쯔다이라는 소요 공주에게 카구라가 정말로 친구인지의 여부만 확인하고, 별다른 참견도 없이 편지를 전해주었다. 그로서도 성밖으로의 외출이 금지된 소요 공주에게 괜찮은 자극이 되리라고 여긴 듯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중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카구라는, 글자를 쓰지 못했던 것이다. 읽을 만한 글자를.
「…여기도 <お>가 아니라 <を>를 써야 된다」
「모르겠다 해. 같은 소린데 뭐하러 다른 글자를 쓰나 해」
「단어와 단어 사이에 이런 '연결사'를 넣는 편이 문장도 정돈되고 읽기 편하니까 그렇지」
「없어도 다 알아 해」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편리. 그런 식으로 다듬어져서 지금의 형태가 된 거다. 불평할 틈이 있거든 똑똑히 외우기나 하라구」
「잔소리가 많다 해! 마요 주제에 건방지다 해!」
하는 말은 사납지만, 카구라는 편지지를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입심은 더러워도 본성은 곧바른 소녀다.
생각해 보면 뻔한 일이었다. 카구라는 일본인은커녕 지구인조차 아니다. 귀로 듣고 일본어를 배웠으니 쓰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맨 처음 카구라가 보낸 편지를 절반도 해독하지 못한 소요 공주는 몰래 히지카타를 불러 제 3자가 읽어도 문제 없을 부분을 보여주고, 카구라의 마음을 상하지 않는 선에서 무언가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청해왔다.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말은 불가능해! 였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죽어라고 내키지 않았으나 해결사를 붙들어, 카구라를 둔영에 출입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아니나다를까 너 로리콤이었냐! 라고 헛소리를 했으므로 지체없이 킥을 먹였다.
호되게 한 방 맞은 해결사는, 그래도 웬일로 순순히 히지카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 이후로 1주일에 한 번씩, 편지의 초고를 가지고 오는 카구라를 상대로 일본어 지도를 하고 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이란 불만이 없지는 않아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려 열과 성을 다하는 카구라를 보고 있자면 지도를 소홀히 할 깜냥은 들지도 않았다. 요즘 들어선 깨끗이 포기하고, 카구라의 성장을 즐겨 지켜보는 교사 노릇을 자임하고 있는 히지카타였다.
어린애는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짤막해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머리를 들었을 때, 눈앞에 카구라의 무뚝뚝한 얼굴이 있었다.
「뭐야」
「너, 마요라지만 좋은 놈이다 해」
「…고마워 죽겠군」
「보답, 하고 싶다 해」
「아아? 일 없다. 애새끼한테 받긴 뭘 받아」
「냉큼 눈은 꾹 감고 입이나 벌리라 해」
얼른 복종하지 않으면 때려죽일 기세로 카구라가 압박을 가해왔다. 이게 당최 어딜 봐서 보답이냐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이 상황에 못된 장난은 치지 않을 거라 믿고 얌전히 명령을 따랐다.
눈을 내리깔고 입을 살짝 벌렸다. 입술 틈새로 무언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입안에 확 퍼지는, 강렬한 맛.
「!!!? 뭐, 뭐야 이거, 시큼해…!」
「다시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다 해」
보답은 무슨 얼어죽을, 이딴 거 필요없다. 반사적으로 반박하고자 고개를 들었다.
허나 입천장까지 기어나왔던 악다구니는, 눈앞의 소녀를 보자마자 한 방에 날아가고 말았다.
만족스럽게, 그리고 자랑스러운 듯이. 상체를 뒤로 젖히고 당당한 포즈를 잡은 카구라는 어때, 맛있지 하며 씨익 웃고 있었다.
…그도 잘 아는 감각이다.
역시 여기선, 어른이 한 수 접어줘야 하겠지.
「마요, 고맙다 해」
「…아아, 천만의 말씀」
한숨을 애써 눌러 참고 무슨 고행을 하듯 다시마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훨씬 오래 전, 어디까지나 호의로 그의 식사를 시뻘겋게 물들였던 이를 기억해냈다.
미각은 사람마다 제각각인 법이다.
눈앞의 소녀에게 언젠가 마요네즈 우동을 먹여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히지카타는 다시마를 꿀꺽 삼켰다.
내용이 무진장 저속하거나 쓰는 말이 지저분할 때도 있지만, 이 정도는 눈을 감아주어야 하리라. 보호자란 놈이 그 천연파마인 이상.
장문의 편지를 다 읽어낸 히지카타가 고개를 들어보니, 잔뜩 긴장하여 지켜보고 있던 소녀가 꿀꺽 침을 삼켰다. 태도는 비딱하지만 반응은 알기 쉽다.
부슈(武州)의 도장 시절, 걸핏하면 물고 늘어지던 어린애를 떠올리고, 히지카타는 웃음을 참았다.
「…어떠냐 해」
「뭐 완벽하다곤 못해도, 예전보단 훨씬 나아졌구만.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
「진짜냐 해! 끼얏호오오오오오오!!」
「벌써부터 들뜨지 마. 아직도 순 히라가나 천지라 얼마나 읽기가 고역인지 아냐」
「켁!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초보 교사 주제에, 시건방지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려 한다 해! 열라 재수없어!!」
「아닌 밤중에 웬 학원 드라마냐아아아아아!! 어디서 쓸데없는 지식만 배워오지 말란 말이다 차이나 걸!!」
동시에 손에 든 편지지를 냅다 집어던졌다. 철썩,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져 '헉, 일났다' 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안면으로 편지지를 받은 소녀가 질세라 종이를 움켜쥐고 팔을 휘둘러 올렸다.
평범한 소녀라면 귀여운 시위에 지나지 않겠는데, 슬프게도 평범하지가 않았다. 무엇을 숨기랴 소녀의 정체는 우주 최강으로 명성도 높은 전투종족 <야토(夜兎)>의 후예, 암석도 일격에 격파하는 철권을 가진 해결사의 식객, 카구라인 것이다.
편지지 정도로 다치지야 않겠지만, 아무리 종이라도 카구라가 혼신의 힘으로 후려갈길 경우 결과는 상당히 참담해질 터. 십에 팔구는 붓는다.
그야 얼굴 좀 붓는다고 문제 될 일은 없으나, (외견만은) 가냘픈 소녀에게 편지지로 맞고 얼굴에 자국이 난다는 건, 아무래도 좀, 자존심이 부욱 긁힌다고나 할까.
타고난 감에 의해 재빨리 방어 자세를 취한 히지카타는,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카구라가 행동에 나서지 않아 김이 샜다. 편지지를 높이 쳐든 채로, 카구라는 정지해 있었다.
마침내는 천천히 팔을 내리고, 기세좋게 반쯤 일으켰던 몸을 도로 방석에 털푸덕 내려놓는다.
「…소요한테 보낼 소중한 편지를, 마요 따위의 얼굴에 처박아서 더럽히긴 싫다 해」
「어이, 그 태도 한 번 공손하시다?」
빠지직. 히지카타의 관자놀이에 시퍼런 힘줄이 돋았다.
그 말에, 여보란 듯이 이쪽을 외면하던 카구라가 흘금흘금 히지카타를 곁눈질했다.
고분고분히 사과하긴 싫지만, 내심 미안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는, 그런 눈이었다.
작게 혀를 찼다. 그로서도 진절머리나게 잘 아는 감각이다.
여기선 연장자가 꺾여주는 게 도리일 터였다.
「…하여간…이리 내, 첨삭해 주마」
「…고마워, 해」
카구라에게 도로 건네받은 편지지를 탁상에 내려놓았다. 펜을 집어들고 신중히 첨삭하는 히지카타의 손 언저리를, 카구라는 찌를 듯한 눈으로 꼼짝도 않고 바라보았다. 말이 좋아 첨삭이지, 연결사 <を>를 써야 할 곳에 <お>를 쓰는 수준의 겁나게 낮은 레벨이긴 하지만.
이러저러한 대소동 끝에, 카구라가 장군의 동생인 소요 공주와 친구가 된지 두 달이 흘렀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얼굴 보기도 힘든 나머지, 결국에 참다 못한 카구라가 의지한 게 바로 신센구미였다.
일본의 정세 따위 전혀 알 리 없는 카구라로선 <막부 측의 인간>으로 떠올릴 만한 대상은 신센구미뿐이었으리라.
오키타에게 부탁하는 일만은 죽어도 싫었던지 곤도와 히지카타가 함께 있을 때를 노리고 돌격해 온 카구라를, 히지카타는 당초 말로 달래 이해시키려고 했다. 신센구미라 해도 장군의 여동생을 함부로 면회하지는 못한다. 마쯔다이라 공이라면 모를까.
그러나 하필이면 그 자리에 곤도도 있었다. 필경 이 소녀는 이리 될 줄 예상하고 곤도가 같이 있는 타이밍을 엿본 것이리라.
뻔히 예상되는 결과로 곤도는 카구라의 요청을 승낙하고, 토시, 우리가 어떻게든 해주자, 라고 말을 꺼냈다. 이렇게 되면 히지카타에게 거부권이 있을 리도 없어서, 이날 이때까지 한 달에 한두 번의 페이스로 펜팔의 중개역을 맡고 있다. 물론 신센구미의 부장이라는 직함만으로는 공주를 직접 면회하기에 부족했으므로, 장군에게는 형 같은 존재이자 신센구미의 총수이기도 한 마쯔다이라 공의 연줄을 이용했다. 어린애들의 서신 교환이니까, 검열은 가능하면 피해 달라고.
마쯔다이라는 소요 공주에게 카구라가 정말로 친구인지의 여부만 확인하고, 별다른 참견도 없이 편지를 전해주었다. 그로서도 성밖으로의 외출이 금지된 소요 공주에게 괜찮은 자극이 되리라고 여긴 듯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중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카구라는, 글자를 쓰지 못했던 것이다. 읽을 만한 글자를.
「…여기도 <お>가 아니라 <を>를 써야 된다」
「모르겠다 해. 같은 소린데 뭐하러 다른 글자를 쓰나 해」
「단어와 단어 사이에 이런 '연결사'를 넣는 편이 문장도 정돈되고 읽기 편하니까 그렇지」
「없어도 다 알아 해」
「없어도 괜찮지만 있으면 편리. 그런 식으로 다듬어져서 지금의 형태가 된 거다. 불평할 틈이 있거든 똑똑히 외우기나 하라구」
「잔소리가 많다 해! 마요 주제에 건방지다 해!」
하는 말은 사납지만, 카구라는 편지지를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입심은 더러워도 본성은 곧바른 소녀다.
생각해 보면 뻔한 일이었다. 카구라는 일본인은커녕 지구인조차 아니다. 귀로 듣고 일본어를 배웠으니 쓰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맨 처음 카구라가 보낸 편지를 절반도 해독하지 못한 소요 공주는 몰래 히지카타를 불러 제 3자가 읽어도 문제 없을 부분을 보여주고, 카구라의 마음을 상하지 않는 선에서 무언가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청해왔다.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말은 불가능해! 였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죽어라고 내키지 않았으나 해결사를 붙들어, 카구라를 둔영에 출입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아니나다를까 너 로리콤이었냐! 라고 헛소리를 했으므로 지체없이 킥을 먹였다.
호되게 한 방 맞은 해결사는, 그래도 웬일로 순순히 히지카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 이후로 1주일에 한 번씩, 편지의 초고를 가지고 오는 카구라를 상대로 일본어 지도를 하고 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이란 불만이 없지는 않아도,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려 열과 성을 다하는 카구라를 보고 있자면 지도를 소홀히 할 깜냥은 들지도 않았다. 요즘 들어선 깨끗이 포기하고, 카구라의 성장을 즐겨 지켜보는 교사 노릇을 자임하고 있는 히지카타였다.
어린애는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야.
짤막해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머리를 들었을 때, 눈앞에 카구라의 무뚝뚝한 얼굴이 있었다.
「뭐야」
「너, 마요라지만 좋은 놈이다 해」
「…고마워 죽겠군」
「보답, 하고 싶다 해」
「아아? 일 없다. 애새끼한테 받긴 뭘 받아」
「냉큼 눈은 꾹 감고 입이나 벌리라 해」
얼른 복종하지 않으면 때려죽일 기세로 카구라가 압박을 가해왔다. 이게 당최 어딜 봐서 보답이냐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이 상황에 못된 장난은 치지 않을 거라 믿고 얌전히 명령을 따랐다.
눈을 내리깔고 입을 살짝 벌렸다. 입술 틈새로 무언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입안에 확 퍼지는, 강렬한 맛.
「!!!? 뭐, 뭐야 이거, 시큼해…!」
「다시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다 해」
보답은 무슨 얼어죽을, 이딴 거 필요없다. 반사적으로 반박하고자 고개를 들었다.
허나 입천장까지 기어나왔던 악다구니는, 눈앞의 소녀를 보자마자 한 방에 날아가고 말았다.
만족스럽게, 그리고 자랑스러운 듯이. 상체를 뒤로 젖히고 당당한 포즈를 잡은 카구라는 어때, 맛있지 하며 씨익 웃고 있었다.
…그도 잘 아는 감각이다.
역시 여기선, 어른이 한 수 접어줘야 하겠지.
「마요, 고맙다 해」
「…아아, 천만의 말씀」
한숨을 애써 눌러 참고 무슨 고행을 하듯 다시마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훨씬 오래 전, 어디까지나 호의로 그의 식사를 시뻘겋게 물들였던 이를 기억해냈다.
미각은 사람마다 제각각인 법이다.
눈앞의 소녀에게 언젠가 마요네즈 우동을 먹여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히지카타는 다시마를 꿀꺽 삼켰다.
이제 와서 무엇을 숨기랴. 내심
뭐 어차피 긴상에게 시집올 거라면 진작에 생떼같은 딸내미와 돈독한 관계를 쌓아놓는 게 좋지 않겠수? (어이;;) 다행히 동란편에서 거리가 한층 좁아진 모양이고.
이와 비슷한 네타로 카도마쯔(門松) 님의 단편도 있음. 언젠가는 그쪽도 도전해 보...고는 싶지만 카구라의 사이비 중국인스런 일본어를 살리기가 영 쉽지가 않구먼요. (그건 YOU의 무능)
근데 긴히지 추진이라면서 본명은 손 안 대고 뭐하고 있는 거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