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 페이지를 전부 번역으로 채우겠다는 야심찬 야망을 품고 재고를 줄줄이 방출하고 있는 S입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배째겠느냐 싶어 죠슈번과 신선조 더블 모에의 훌륭한 사이트(...) <래디컬 전고(ラディカル故実)>의 관리인 쿠루스 렌(来栖 廉) 씨의 <달의 이야기(月の物語)>를 슬그머니 쌔벼왔다. 근데 괜찮은 팬픽은 왜 다 죠슈번 쪽에서 나온담? 아, 신선조는 이미 팬픽작가 역사소설가들이 쓸 만큼 다 써 버려서 그런가(...)
Alert!! 이 팬픽은 다음 중 단 하나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분께는 무진장 위험합니다.
* 무려 사실(史實) 베이스입니다.
* 몬+신입니다.
* 끄트머리에서 이노우에 카오루가 은근슬쩍 등장합니다.
* 주역이 주역이니만치 시니네타입니다.
배는 이미 쨌고(...) 등따서 장 꺼낼 각오는 되어 있다. 문제가 되면 슥슥슥 지워버립니다.
...and less.
아니 이거 신사쿠니까. 신스케 아니니까. (...)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아줌마. 몬신 맞잖아(어이 임마)
이노우에 카오루 때문에 좀 많이 망설였는데, 죽은 자와 그를 추억하고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산 자는 언제나 모에 네타이므로 - 내가 왜 유책파고 로스+사가 추진파냔 말이지 - 양심과 리비도 사이에서 리비도가 이겼다(...). 죄, 죄죄죄죄송합니다...! ;;;
달의 이야기
Bye-bye, moon
다카스기에게서 편지가 도착한 것은, 9월도 저물어 갈 무렵이었다.
결핵에 걸렸다고, 손발이 산 자의 손발 같지 않아 스스로도 놀랐다고.
그렇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노우에가 다카스기를 찾은 것은, 해도 다 저물었을 때였다.
무엇을 보아도 놀라지 말자고 스스로를 단단히 타이르고 왔으나, 실제로 대면한 다카스기의 모습은 이노우에를 동요케 하였고, 또한 안심시켰다.
쇠약이라는 표현에 상응하면서도 모순하는 듯한, 생과는 정반대의 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는 듯한 몸. 상상을 초월했다거나 얼마간 나았다거나 하는 대신, 오로지 엄연한 현실로써 이노우에에게 성큼 다가들었다.
이 남자는 죽는다. 얼마 못 가 죽게 된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다.
「왜 그러나」
전부를 달관한 듯한 눈길은, 혼이 차안에서 얼마간 이탈한 자가 보이는 심안으로 인함일까. 그렇지 않으면 그가 날 때부터 지녔던 총명함 때문일까.
의미도 없는 문답을 홀로 되풀이하는 자신의 머리를 비웃지도 못하고, 결국 이노우에는 베개맡에 앉았다.
「늦어져서, 미안하네」
「아니, 때맞춰 왔어」
부드러운 웃음기를 머금은 다카스기의 목소리는, 갈라진 기침에 묻혀 버렸다.
아직 살아 있는 몸. 곧 죽게 될 몸.
「……미안하네」
이노우에가 다시금 토해낸 말에, 다카스기는 역시 달관한 눈으로 작게 웃었다.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빴었다. 아무리 지기라 해도, 좀처럼 문병을 올 수 없는 나날을 보냈다.
정세는 나날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마치 산 것처럼 변화를 거듭하였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당장 시세가 낳은 괴물에게 번을 통째로 먹히고 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병상에 누운 이 남자는, 틀림없이 무언가를 이룩했다고 이노우에는 생각했다.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다. 막이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이노우에의 막은 내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이 되도록 찾아올 수가 없었다.
「……」
이노우네는 무릎에 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굵고 거칠지는 않지만, 투박한 생기가 한가득 실린 손가락. 수도 없이 사선을 넘나든 몸이면서도, 이노우에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한 적이 없었다. 죽음에 그는 둔감하였다. 아니, 죽음을 지극히 평온하게 응시하였기 때문에, 도리어 저만치 멀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죽음에서 눈을 돌리지도 않고, 미화하는 일도 없이, 단지 이노우에는, 죽음이 지금 자신을 사로잡지 않고 있음을 느낄 뿐이다.
다카스기의 손은, 이불 위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막대기처럼 말라버린 손이었다.
죽음의 숨결을 귓전에서 들으면서도, 초연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을, 이노우에는 굽어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다카스기」
「이런이런, 몬타」
무어라 할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이름을 부른 이노우에의 말은, 희미하게 놀라움이 실린 다카스기의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기묘하다 싶어 입을 다물자, 쓴웃음과 흡사한 빛을 띤 다카스기의 눈이, 이노우에를 꿰뚫었다.
「……자네, 내가 죽는 게 무섭나」
「무슨 말을」
예상도 못했던 말이었다. 다카스기가 그리 말하기도, 자신이 그러한 말을 듣기도 의외인 말로, 이노우에의 눈이 가늘어졌다.
괴롭지 않을 리가 없다. 지극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지적받을 이유는 없었다. 그토록 선명하게, 지금 이 자리에서 드러내놓고 있을 리가 없었다.
「느닷없이, 무슨 말을……하나 했더니」
「별 일 다 보겠군」
투명한 목소리로 쿡쿡 웃으면서, 다카스기는, 흡사 무게라곤 없는 듯이 가뿐하게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켰다기보다는, 마치 허공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아」
황급히 지탱해주려 손을 뻗으려던 이노우에의 앞섶을, 스윽 뻗어온 다카스기의 손이 풀어헤쳤다.
무얼 하나, 고 묻기도 전에, 이노우에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자」
한 번 보게. 다카스기의 목소리는, 여전히 오싹할 정도로 의연하고 투명했다.
이노우에의 가슴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으로 단정하기에 앞서, 이노우에의 눈은 틀림없이 구멍을 포착하였다. 피도 흐르지 않고, 살도 도려내지지 않은 채, 빠끔히 입을 벌린 공간. 부지불식간에 이노우에는 숨을 한껏 들이켜, 체내의 공기의 흐름을 확인하였다. 심장은 뛰고, 손가락도 움직인다. 발끝에 이르기까지 감각도 선명하다. 살아 있다.
그렇다면, 이 구멍은 무엇인가.
「……하하하, 놀랐나」
웃음소리를 흘리며 다카스기가 거리낌없이 뻗어온 마른 나뭇가지와 같은 팔은, 이노우에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가뿐히 통과했다. 아무런 느낌도 없다. 아니, 구멍의 벽에 다카스기의 손이 닿은 순간에는, 자신의 피부가 틀림없이 그곳에 존재한다는 감각이 뇌신경으로 흘러들어왔다. 착각이 아니었다. 구멍은, 아무래도 정말로 자신의 것인 모양이었다.
공동을 빠져나간 다카스기의 손가락이, 이노우에가 입은 옷의 뒷자락을 꾸욱 밀었다. 잡아당겨진 마냥 옷자락이 뜨는 것을 느끼고, 이노우에는 가슴팍에 매몰된 다카스기의 팔에 눈길을 주고, 얼굴을 보았다.
즐거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어느 틈엔가 중천에 걸렸던지, 새어들어온 달빛에 떠올라 있었다.
「바보가 따로 없구먼.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전혀 몰랐다니」
「……이건, 환상인가」
아닌 줄을 막연하게 느끼면서도 이노우에가 혼잣말을 하자, 다카스기의 눈이 아주 조금, 쓸쓸하게 웃은 양 보였다.
「그렇다면, 환상으로 좋겠지. ……환상인 편이 나아」
말에 담긴 뜻을 이노우에는 묻지 않았다. 물어도 부질없으리란 예감도 들었고, 대답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자신은, 지금 무슨 말을 들어도 받아들지 못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소리를 죽여 웃던 다카스기의 숨결은, 마침내는 목을 잡아찢을 듯한 기침으로 변했다. 피를 토할 만큼 무거운 기침은 아니었으나, 그 소리가 가슴의 구멍을 휘잉휘잉 빠져나가는 착각에 사로잡혀 이노우에는 숨을 삼켰다.
자신의 목은 결코 강바람과 같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것이 문득, 서글프고도 성가셨다.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운데, 그런데도 가볍지 뭔가」
도로 침구에 드러누우며, 다카스기가 말했다. 일어났을 때와 비해, 동작은 느릿느릿하고 묵직했다.
휘잉. 말라붙은 바람이 빠져나갔다.
「……윽」
구멍의 안쪽으로 그것을 느끼고, 이노우에는 엉겁결에 소매에서 팔을 빼내, 웃통을 벗고 자신의 등을 더듬어보았다.
뚫렸다. 구멍은 상반신을 관통해, 등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드러난 어깨보다도 팔보다도, 무엇보다도 그곳이 싸늘하였다. 빠져나가는 바람이 참을 수 없이 불쾌했다.
「……몬타」
공기를 뒤흔들듯이 꽉 잠긴 다카스기의 목소리가, 기침과 웃음소리를 반반씩 뒤섞은 채 속삭였다.
「마침, 달이 보여」
묻지 않아도 알았다. 자리에 누운 다카스기의 시선은, 이노우에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통해, 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노우에의 눈가가 희미하게 떨렸으나, 두 사람 모두 그에 대해 침묵만을 지켰다.
「……달」
다카스기의 중얼거림이, 공포였는지 동경이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무엇이었는지.
이노우에가 알 리도 없었다.
그걸로 마지막이 되고 만 방문을, 지금도 이노우에 카오루는 기억한다.
구멍은 얼마 못 가 사라졌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진실로 존재했는지 아니었는지조차, 이노우에는 알지 못했다. 메이지로 이름을 바꾼 지금의 시대에는, 더더욱.
빠끔히 입을 벌린 구멍. 다카스기가 달을 올려다 본, 존재할 리도 없는 공간.
「……」
예복 위로 무의식 중에 가슴을 누르고 있던 자신을 깨닫고, 이노우에는 쓰게 웃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웃지 못했음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구멍은 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멀어진 도쿄의 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볼 때마다, 이노우에는 가슴 속 깊숙이 도사린 구멍의 존재를 깨닫는다. 슬프지도 괴롭지도, 그립지도 않았다. 그런 흔해빠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구멍을 채우고 휘잉휘잉하는 소리를 내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곤 한다.
닫히지 않았다. 여기에 있다. 메워지지 않는 무언가. 채 잊을 수 없는 것이.
―――환상인 편이 낫다고, 그리 말하던 웃음기 어린 목소리마저, 더는 선명히 기억해낼 수 없건만.
울었어야 했던가, 이노우에는 생각한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단지 울기만 하는 대신, 통곡하고, 땅을 치며, 스스로의 목숨마저 말라붙도록 울부짖고 탄식했더라면 좋았을까. 그리 했더라면 토해낸 감정으로 구멍은 메워졌을지도 모른다고. 적어도, 메워졌다고 자신을 납득시킬 수는 있었을 거라고. ……그의 맹우처럼.
(……인과응보로다)
이노우에의 혼잣말은, 소리조차 되지 못하고 지워졌다.
휘잉. 다시금 바람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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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게 판타지여서 죄송합니다. 본인은 몬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야 임마)
평소의 해석과 좀 다르긴 하지만, 이런 이노우에도 써보고 싶었어요.
[060803]
Bye-bye, moon
다카스기에게서 편지가 도착한 것은, 9월도 저물어 갈 무렵이었다.
결핵에 걸렸다고, 손발이 산 자의 손발 같지 않아 스스로도 놀랐다고.
그렇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노우에가 다카스기를 찾은 것은, 해도 다 저물었을 때였다.
무엇을 보아도 놀라지 말자고 스스로를 단단히 타이르고 왔으나, 실제로 대면한 다카스기의 모습은 이노우에를 동요케 하였고, 또한 안심시켰다.
쇠약이라는 표현에 상응하면서도 모순하는 듯한, 생과는 정반대의 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는 듯한 몸. 상상을 초월했다거나 얼마간 나았다거나 하는 대신, 오로지 엄연한 현실로써 이노우에에게 성큼 다가들었다.
이 남자는 죽는다. 얼마 못 가 죽게 된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다.
「왜 그러나」
전부를 달관한 듯한 눈길은, 혼이 차안에서 얼마간 이탈한 자가 보이는 심안으로 인함일까. 그렇지 않으면 그가 날 때부터 지녔던 총명함 때문일까.
의미도 없는 문답을 홀로 되풀이하는 자신의 머리를 비웃지도 못하고, 결국 이노우에는 베개맡에 앉았다.
「늦어져서, 미안하네」
「아니, 때맞춰 왔어」
부드러운 웃음기를 머금은 다카스기의 목소리는, 갈라진 기침에 묻혀 버렸다.
아직 살아 있는 몸. 곧 죽게 될 몸.
「……미안하네」
이노우에가 다시금 토해낸 말에, 다카스기는 역시 달관한 눈으로 작게 웃었다.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빴었다. 아무리 지기라 해도, 좀처럼 문병을 올 수 없는 나날을 보냈다.
정세는 나날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마치 산 것처럼 변화를 거듭하였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당장 시세가 낳은 괴물에게 번을 통째로 먹히고 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병상에 누운 이 남자는, 틀림없이 무언가를 이룩했다고 이노우에는 생각했다.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다. 막이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이노우에의 막은 내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이 되도록 찾아올 수가 없었다.
「……」
이노우네는 무릎에 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굵고 거칠지는 않지만, 투박한 생기가 한가득 실린 손가락. 수도 없이 사선을 넘나든 몸이면서도, 이노우에는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한 적이 없었다. 죽음에 그는 둔감하였다. 아니, 죽음을 지극히 평온하게 응시하였기 때문에, 도리어 저만치 멀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죽음에서 눈을 돌리지도 않고, 미화하는 일도 없이, 단지 이노우에는, 죽음이 지금 자신을 사로잡지 않고 있음을 느낄 뿐이다.
다카스기의 손은, 이불 위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막대기처럼 말라버린 손이었다.
죽음의 숨결을 귓전에서 들으면서도, 초연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을, 이노우에는 굽어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다카스기」
「이런이런, 몬타」
무어라 할지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이름을 부른 이노우에의 말은, 희미하게 놀라움이 실린 다카스기의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기묘하다 싶어 입을 다물자, 쓴웃음과 흡사한 빛을 띤 다카스기의 눈이, 이노우에를 꿰뚫었다.
「……자네, 내가 죽는 게 무섭나」
「무슨 말을」
예상도 못했던 말이었다. 다카스기가 그리 말하기도, 자신이 그러한 말을 듣기도 의외인 말로, 이노우에의 눈이 가늘어졌다.
괴롭지 않을 리가 없다. 지극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지적받을 이유는 없었다. 그토록 선명하게, 지금 이 자리에서 드러내놓고 있을 리가 없었다.
「느닷없이, 무슨 말을……하나 했더니」
「별 일 다 보겠군」
투명한 목소리로 쿡쿡 웃으면서, 다카스기는, 흡사 무게라곤 없는 듯이 가뿐하게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켰다기보다는, 마치 허공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아」
황급히 지탱해주려 손을 뻗으려던 이노우에의 앞섶을, 스윽 뻗어온 다카스기의 손이 풀어헤쳤다.
무얼 하나, 고 묻기도 전에, 이노우에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자」
한 번 보게. 다카스기의 목소리는, 여전히 오싹할 정도로 의연하고 투명했다.
이노우에의 가슴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으로 단정하기에 앞서, 이노우에의 눈은 틀림없이 구멍을 포착하였다. 피도 흐르지 않고, 살도 도려내지지 않은 채, 빠끔히 입을 벌린 공간. 부지불식간에 이노우에는 숨을 한껏 들이켜, 체내의 공기의 흐름을 확인하였다. 심장은 뛰고, 손가락도 움직인다. 발끝에 이르기까지 감각도 선명하다. 살아 있다.
그렇다면, 이 구멍은 무엇인가.
「……하하하, 놀랐나」
웃음소리를 흘리며 다카스기가 거리낌없이 뻗어온 마른 나뭇가지와 같은 팔은, 이노우에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가뿐히 통과했다. 아무런 느낌도 없다. 아니, 구멍의 벽에 다카스기의 손이 닿은 순간에는, 자신의 피부가 틀림없이 그곳에 존재한다는 감각이 뇌신경으로 흘러들어왔다. 착각이 아니었다. 구멍은, 아무래도 정말로 자신의 것인 모양이었다.
공동을 빠져나간 다카스기의 손가락이, 이노우에가 입은 옷의 뒷자락을 꾸욱 밀었다. 잡아당겨진 마냥 옷자락이 뜨는 것을 느끼고, 이노우에는 가슴팍에 매몰된 다카스기의 팔에 눈길을 주고, 얼굴을 보았다.
즐거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어느 틈엔가 중천에 걸렸던지, 새어들어온 달빛에 떠올라 있었다.
「바보가 따로 없구먼.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전혀 몰랐다니」
「……이건, 환상인가」
아닌 줄을 막연하게 느끼면서도 이노우에가 혼잣말을 하자, 다카스기의 눈이 아주 조금, 쓸쓸하게 웃은 양 보였다.
「그렇다면, 환상으로 좋겠지. ……환상인 편이 나아」
말에 담긴 뜻을 이노우에는 묻지 않았다. 물어도 부질없으리란 예감도 들었고, 대답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자신은, 지금 무슨 말을 들어도 받아들지 못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소리를 죽여 웃던 다카스기의 숨결은, 마침내는 목을 잡아찢을 듯한 기침으로 변했다. 피를 토할 만큼 무거운 기침은 아니었으나, 그 소리가 가슴의 구멍을 휘잉휘잉 빠져나가는 착각에 사로잡혀 이노우에는 숨을 삼켰다.
자신의 목은 결코 강바람과 같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것이 문득, 서글프고도 성가셨다.
「……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운데, 그런데도 가볍지 뭔가」
도로 침구에 드러누우며, 다카스기가 말했다. 일어났을 때와 비해, 동작은 느릿느릿하고 묵직했다.
휘잉. 말라붙은 바람이 빠져나갔다.
「……윽」
구멍의 안쪽으로 그것을 느끼고, 이노우에는 엉겁결에 소매에서 팔을 빼내, 웃통을 벗고 자신의 등을 더듬어보았다.
뚫렸다. 구멍은 상반신을 관통해, 등에까지 도달해 있었다. 드러난 어깨보다도 팔보다도, 무엇보다도 그곳이 싸늘하였다. 빠져나가는 바람이 참을 수 없이 불쾌했다.
「……몬타」
공기를 뒤흔들듯이 꽉 잠긴 다카스기의 목소리가, 기침과 웃음소리를 반반씩 뒤섞은 채 속삭였다.
「마침, 달이 보여」
묻지 않아도 알았다. 자리에 누운 다카스기의 시선은, 이노우에의 가슴에 뚫린 구멍을 통해, 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노우에의 눈가가 희미하게 떨렸으나, 두 사람 모두 그에 대해 침묵만을 지켰다.
「……달」
다카스기의 중얼거림이, 공포였는지 동경이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무엇이었는지.
이노우에가 알 리도 없었다.
그걸로 마지막이 되고 만 방문을, 지금도 이노우에 카오루는 기억한다.
구멍은 얼마 못 가 사라졌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진실로 존재했는지 아니었는지조차, 이노우에는 알지 못했다. 메이지로 이름을 바꾼 지금의 시대에는, 더더욱.
빠끔히 입을 벌린 구멍. 다카스기가 달을 올려다 본, 존재할 리도 없는 공간.
「……」
예복 위로 무의식 중에 가슴을 누르고 있던 자신을 깨닫고, 이노우에는 쓰게 웃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웃지 못했음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구멍은 더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멀어진 도쿄의 하늘에 걸린 달을 바라볼 때마다, 이노우에는 가슴 속 깊숙이 도사린 구멍의 존재를 깨닫는다. 슬프지도 괴롭지도, 그립지도 않았다. 그런 흔해빠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구멍을 채우고 휘잉휘잉하는 소리를 내고 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곤 한다.
닫히지 않았다. 여기에 있다. 메워지지 않는 무언가. 채 잊을 수 없는 것이.
―――환상인 편이 낫다고, 그리 말하던 웃음기 어린 목소리마저, 더는 선명히 기억해낼 수 없건만.
울었어야 했던가, 이노우에는 생각한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단지 울기만 하는 대신, 통곡하고, 땅을 치며, 스스로의 목숨마저 말라붙도록 울부짖고 탄식했더라면 좋았을까. 그리 했더라면 토해낸 감정으로 구멍은 메워졌을지도 모른다고. 적어도, 메워졌다고 자신을 납득시킬 수는 있었을 거라고. ……그의 맹우처럼.
(……인과응보로다)
이노우에의 혼잣말은, 소리조차 되지 못하고 지워졌다.
휘잉. 다시금 바람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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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하게 판타지여서 죄송합니다. 본인은 몬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야 임마)
평소의 해석과 좀 다르긴 하지만, 이런 이노우에도 써보고 싶었어요.
[060803]
아니 이거 신사쿠니까. 신스케 아니니까. (...)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아줌마. 몬신 맞잖아(어이 임마)
이노우에 카오루 때문에 좀 많이 망설였는데, 죽은 자와 그를 추억하고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산 자는 언제나 모에 네타이므로 - 내가 왜 유책파고 로스+사가 추진파냔 말이지 - 양심과 리비도 사이에서 리비도가 이겼다(...). 죄, 죄죄죄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