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조에 대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다 엄청 우울해져 버린 김에, 이 블로그의 유일한 볼거리인 번역을 요즘 다소 소홀히 했음을 깨닫고 냉큼 본직으로 복귀하는 S. (어-이)
오늘의 희생자는 언제나 불타는 읽을거리를 제공해주시는 나의 여신님 mine(사이트명 가시뽑힌 선인장とげぬきさぼてん) 님의 SS <어릿광대의 자전거(道化者のチャーリー)>. 늘 그렇듯이 배 째고 등 따고 장 꺼내 이단뜀뛰기를 할 각오는 서 있다. 서지 않고서야 이런 짓 못한대도요.
문제 되면 슥삭슥삭 지워버린다.
...and less.
다정다감한 틴에이저에게 모범은 못될망정 가슴에 스크래치나 내고 있는 한심한 어른 2인조를 어쩜 좋은가. 아, 반면교사로 보면 모든 게 해결되겠구먼. 응응. (그래도 결국엔 좋아죽는 욕망에 충실한 어둠의 자매여;)
어릿광대의 자전거
나 여기서 뭐하는 거지. 신파치는 몇 번이 되는지 본인도 까먹고 만 자문자답을 되풀이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였고, 거리의 공기는 상쾌하고, 행인들의 얼굴에는 바쁜 와중에도 활기가 넘쳐흘렸다. 그뿐이랴 눈앞에는 당고와 녹차가 있고, 시간대는 느긋이 보내기 가장 좋은 화창한 오후.
그럼에도.
「신파치, 사양말고 더 밀어넣어라. 어차피 통 하나 지참했지? 카구라 몫 챙겨가지 않으면 보나마나 죽을 테고, 한 열 접시 더 한꺼번에 추가할까?」
옆자리에는 고용주 긴토키가, 그리고 그 옆자리엔 신센구미 부장 히지카타가 앉아 있었다.
그렇다. 이 두 사람이야말로 신파치의 기분이 바닥을 뚫고 하염없이 추락하는 원인이었다.
건성으로 대답하고, 녹차를 홀짝이며 신파치는 한숨을 쉬었다.
「남의 돈이라고 아주 물쓰듯 하는구나. 대체 뭣 때문에 내가 니놈들한테 한 턱 쏴야 하는 거야? 뭔가 잘못됐어 이거」
「그야 뻔하지. 어젯밤의 니가 나빠. 까짓 당고로 죄 용서해주려는 긴상의 바다같이 넓은 마음에 감사해라」
「기다렷! 이의 있다! 내가 아니잖아!! 너 혼자 신나서 살판났다고 날뛴 거잖아!!」
「웬 말이셔. 어젯밤의 그건 합의상의 행위였어. 막판엔 너도 박자 잘 맞춘 주제에 새삼 내 탓을 하냐? 너 말이다, 그거지, 그때의 그거도 다 내 탓이라고 주장할 셈이지!」
「그때의 그건 어디서 어떻게 봐도 니 책임이다! 덕분에 둔영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
「그으러어니이까아아! 결국 동의한 이상 너도 공범!!」
「내가 언제 동의했냐아아아아! 난 돌아가려고 했어! 니가 뒤에서 목 졸랐잖아!」
「신파치, 정말 더 안 먹어? 내가 이거랑 헤어지면 배터지게 당고 먹기도 힘들다? 기회는 지금뿐일지도 모른다?」
반박하기 곤란해지면 냅다 이쪽으로 화살을 돌리지 말아주길 기원하며 신파치는 잠자코 당고를 꿀꺽 삼켰다. 본디 태클 전담이 침묵을 고집하는 것은 만담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나, 어차피 오늘은 태클 전담이 하나 더 있다. 별반 문제는 없었다.
「내 존재의의는 네놈 지갑이냐?」
「무슨 섭한 말씀을. 당연히 아니죠. 자기비하는 건강에 이롭지 않아. 지갑이 있어도 안에 돈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구. 넌 이를테면 봉입니다」
「더 나빠!!! 하아……난 대체 뭘 얼마나 잘못 먹고 이런 놈이랑 사귀는 거야」
「그야 내가 고맙게도 쫓아다니고 잠복하고 꼬드기고 올라타기까지 해준 덕이지」
「조금도 고맙지 않아. 하여간,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었길래 주변에 곤도 씨나 네놈 같은 부류만……」
「이의 있습니다아아아아!!! 날 그 악질 스토커랑 같은 무리로 분류했냐 지금!? 우와, 우와, 좀 참아줘요!? 나는 상호상애, 그쪽은 일방통행, 하늘과 땅 차이!!」
「결과는 둘째치고 과정이 오십보백보다」
「오십보백보 아냐! 긴상은! 니가 딱 잘라 거절하면 깨끗이 포기할 각오였습니다! 니네 고릴라처럼 죽어라고 치근치근 쫓아다니길 했냐 뭘 했냐!」
「그 대신 내 방에 짱박고 있었던 놈 누구야! 이불 깔려고 벽장을 열었더니 난데없이 인간이 튀어나오는 충격을 니놈한테도 맛 좀 보여줬음 원이 없겠다!」
「오우요, 난 오히려 환영이다. 시대착오적인 어딘가의 누군가 씬 자진해서 움직일 생각은 요만큼도 없으시구 말야. 벽장 조오치. 얼마든지 리턴 매치 받아주마. 그래, 언제로 할래?」
「세상에 미리 알려주고 찍는 몰래 카메라 봤냐. 의미가 없잖아. 난 니놈이 거품 물고 기절하는 꼴을 보고 싶다고」
「천지가 열 번 뒤집혀도 니가 볼 날은 없네요. 벽장에서 의기양양하게 튀어나온 니놈을 카운터 먹히고 깔아눕혀서 치욕에 물들이는 편이 훨씬 재밌다구」
「재밌긴 뭐가 재밌어어어어어어어! 결국 손해보는 쪽은 나잖아!」
「미안하지만 난 죽어도 손해는 보기 싫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긴 있냐?」
「손톱만큼도 눈곱만큼도 미안하지 않지만, 죽어도 손해는 보기 싫어」
「굳이 정정하지 마! 더 열받아!!」
「새삼스런 얘길 하니까 그렇지. 게다가 그건, 네 시선을 잡아보려고 애 좀 쓴 결과란 말이다.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될 땐 사랑에 빠지기 쉽다고 적혀 있었는걸. 긴상 나름대로 머리 쥐어짠 베스트 플랜이라고」
주루룩. 차를 홀짝이며 신파치는 공허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만났을 무렵의 긴토키는, 애교도 있고 서글서글하고, 곤란한 사람을 보면 즉각 발벗고 나서고, 길을 가면 말을 걸어오는 이도 수두룩했어도, 어딘지 모르게 선을 긋고 타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지금은 달라졌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러나 히지카타에 대해서만은, 무언가가 다르다. 긴토키 자신 알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아마, 본인마저도 깨닫지 못하고 있으리라.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일까, 신파치는 생각했다.
전력을 다해 참고하고 싶지 않은 사랑이지만.
「꺾인 환갑이 다 된 주제에 여지껏 잡지에 실린 연애강좌나 참조하는 거냐. ……살면서 얼─마나 인기가 없었으면」
「어이, 동정조로 절실히 말하지 말아줄래? 엄청 울컥했거든. ……뭐 그래도, 결과적으로 논실난실해졌겠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냐?」
「……뚫린 입이라고」
인간은, 스스로의 변화는 의외로 좀처럼 눈치채지 못하는 생물인지도 모른다.
「거기 두 분, 여긴 공공장소입니다. ……긴상, 저 오늘은 반휴 낼래요. 집에 가도 됩니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그러나 이 인간들처럼 골때리는 맹목만은 되지 않겠노라 신파치는 굳게 맹세하며, 당고를 들고 자리를 떴다.
나 여기서 뭐하는 거지. 신파치는 몇 번이 되는지 본인도 까먹고 만 자문자답을 되풀이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탁 트였고, 거리의 공기는 상쾌하고, 행인들의 얼굴에는 바쁜 와중에도 활기가 넘쳐흘렸다. 그뿐이랴 눈앞에는 당고와 녹차가 있고, 시간대는 느긋이 보내기 가장 좋은 화창한 오후.
그럼에도.
「신파치, 사양말고 더 밀어넣어라. 어차피 통 하나 지참했지? 카구라 몫 챙겨가지 않으면 보나마나 죽을 테고, 한 열 접시 더 한꺼번에 추가할까?」
옆자리에는 고용주 긴토키가, 그리고 그 옆자리엔 신센구미 부장 히지카타가 앉아 있었다.
그렇다. 이 두 사람이야말로 신파치의 기분이 바닥을 뚫고 하염없이 추락하는 원인이었다.
건성으로 대답하고, 녹차를 홀짝이며 신파치는 한숨을 쉬었다.
「남의 돈이라고 아주 물쓰듯 하는구나. 대체 뭣 때문에 내가 니놈들한테 한 턱 쏴야 하는 거야? 뭔가 잘못됐어 이거」
「그야 뻔하지. 어젯밤의 니가 나빠. 까짓 당고로 죄 용서해주려는 긴상의 바다같이 넓은 마음에 감사해라」
「기다렷! 이의 있다! 내가 아니잖아!! 너 혼자 신나서 살판났다고 날뛴 거잖아!!」
「웬 말이셔. 어젯밤의 그건 합의상의 행위였어. 막판엔 너도 박자 잘 맞춘 주제에 새삼 내 탓을 하냐? 너 말이다, 그거지, 그때의 그거도 다 내 탓이라고 주장할 셈이지!」
「그때의 그건 어디서 어떻게 봐도 니 책임이다! 덕분에 둔영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
「그으러어니이까아아! 결국 동의한 이상 너도 공범!!」
「내가 언제 동의했냐아아아아! 난 돌아가려고 했어! 니가 뒤에서 목 졸랐잖아!」
「신파치, 정말 더 안 먹어? 내가 이거랑 헤어지면 배터지게 당고 먹기도 힘들다? 기회는 지금뿐일지도 모른다?」
반박하기 곤란해지면 냅다 이쪽으로 화살을 돌리지 말아주길 기원하며 신파치는 잠자코 당고를 꿀꺽 삼켰다. 본디 태클 전담이 침묵을 고집하는 것은 만담에서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나, 어차피 오늘은 태클 전담이 하나 더 있다. 별반 문제는 없었다.
「내 존재의의는 네놈 지갑이냐?」
「무슨 섭한 말씀을. 당연히 아니죠. 자기비하는 건강에 이롭지 않아. 지갑이 있어도 안에 돈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냐구. 넌 이를테면 봉입니다」
「더 나빠!!! 하아……난 대체 뭘 얼마나 잘못 먹고 이런 놈이랑 사귀는 거야」
「그야 내가 고맙게도 쫓아다니고 잠복하고 꼬드기고 올라타기까지 해준 덕이지」
「조금도 고맙지 않아. 하여간,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었길래 주변에 곤도 씨나 네놈 같은 부류만……」
「이의 있습니다아아아아!!! 날 그 악질 스토커랑 같은 무리로 분류했냐 지금!? 우와, 우와, 좀 참아줘요!? 나는 상호상애, 그쪽은 일방통행, 하늘과 땅 차이!!」
「결과는 둘째치고 과정이 오십보백보다」
「오십보백보 아냐! 긴상은! 니가 딱 잘라 거절하면 깨끗이 포기할 각오였습니다! 니네 고릴라처럼 죽어라고 치근치근 쫓아다니길 했냐 뭘 했냐!」
「그 대신 내 방에 짱박고 있었던 놈 누구야! 이불 깔려고 벽장을 열었더니 난데없이 인간이 튀어나오는 충격을 니놈한테도 맛 좀 보여줬음 원이 없겠다!」
「오우요, 난 오히려 환영이다. 시대착오적인 어딘가의 누군가 씬 자진해서 움직일 생각은 요만큼도 없으시구 말야. 벽장 조오치. 얼마든지 리턴 매치 받아주마. 그래, 언제로 할래?」
「세상에 미리 알려주고 찍는 몰래 카메라 봤냐. 의미가 없잖아. 난 니놈이 거품 물고 기절하는 꼴을 보고 싶다고」
「천지가 열 번 뒤집혀도 니가 볼 날은 없네요. 벽장에서 의기양양하게 튀어나온 니놈을 카운터 먹히고 깔아눕혀서 치욕에 물들이는 편이 훨씬 재밌다구」
「재밌긴 뭐가 재밌어어어어어어어! 결국 손해보는 쪽은 나잖아!」
「미안하지만 난 죽어도 손해는 보기 싫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긴 있냐?」
「손톱만큼도 눈곱만큼도 미안하지 않지만, 죽어도 손해는 보기 싫어」
「굳이 정정하지 마! 더 열받아!!」
「새삼스런 얘길 하니까 그렇지. 게다가 그건, 네 시선을 잡아보려고 애 좀 쓴 결과란 말이다.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될 땐 사랑에 빠지기 쉽다고 적혀 있었는걸. 긴상 나름대로 머리 쥐어짠 베스트 플랜이라고」
주루룩. 차를 홀짝이며 신파치는 공허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만났을 무렵의 긴토키는, 애교도 있고 서글서글하고, 곤란한 사람을 보면 즉각 발벗고 나서고, 길을 가면 말을 걸어오는 이도 수두룩했어도, 어딘지 모르게 선을 긋고 타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지금은 달라졌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러나 히지카타에 대해서만은, 무언가가 다르다. 긴토키 자신 알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아마, 본인마저도 깨닫지 못하고 있으리라.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일까, 신파치는 생각했다.
전력을 다해 참고하고 싶지 않은 사랑이지만.
「꺾인 환갑이 다 된 주제에 여지껏 잡지에 실린 연애강좌나 참조하는 거냐. ……살면서 얼─마나 인기가 없었으면」
「어이, 동정조로 절실히 말하지 말아줄래? 엄청 울컥했거든. ……뭐 그래도, 결과적으로 논실난실해졌겠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냐?」
「……뚫린 입이라고」
인간은, 스스로의 변화는 의외로 좀처럼 눈치채지 못하는 생물인지도 모른다.
「거기 두 분, 여긴 공공장소입니다. ……긴상, 저 오늘은 반휴 낼래요. 집에 가도 됩니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그러나 이 인간들처럼 골때리는 맹목만은 되지 않겠노라 신파치는 굳게 맹세하며, 당고를 들고 자리를 떴다.
다정다감한 틴에이저에게 모범은 못될망정 가슴에 스크래치나 내고 있는 한심한 어른 2인조를 어쩜 좋은가. 아, 반면교사로 보면 모든 게 해결되겠구먼. 응응. (그래도 결국엔 좋아죽는 욕망에 충실한 어둠의 자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