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레야마의 악몽.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07/08/21 02:23

지금 카네사다처럼 불타고 계시는 y...모 님께 촉발되어 역시 포스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S입니다. 이 단순빵.

<불타라 검>을 읽으면서 곤도 국장에 대한 살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게 어디였느냐 하면 카시타로 끼고 뻘짓할 때도 아니고 코후진무대로 삽질할 때도 아니고 바로 나가레야마에서였다. 물론 지랄뻘짓이야 앞에서도 얼마든지 쳤지만(나는 시바탱 곤도에겐 털끝만큼의 호의도 품고 있지 않다) 나가레야마는 좀 특별하다. 이제까지 국장한테 갖은 짜증은 다 내던 부장이 거기서 처음으로 곤도한테 매달렸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라고. 내가 꼭 데리고 가겠다고. 가지 말라고. 도바 후시미 전투에서 제대로 박살나고 발 질질 끌며 패퇴할 때도 얼굴 근육 하나 안 움직였던 무쇠 간과 털난 심장의 부장이 정말로 처절하게 애원한다. 그러나 국장의 대답은 가차없었다.

"넌 신선조를 만들었고 더불어 국장 곤도 이사미도 만들었다. 쿄에 온 이후로의 나는 네가 만든 허상이었을 뿐 진정한 내가 아니었던 것 같아. 나는 이제 지쳤다. 가게 해줘."

지금 당장 옆에 책이 없어서 문장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 기억력을 걸고 맹세하건대 취지는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나는 물론 아키야마 여사도 꽤나 좋아한다. 하지만 딴 거 다 제쳐놓더라도 저 대목은, 저 대목만은 어디까지나 열세인 상황에서 오로지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투항한 국장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국장 사랑이었던 부장의 <토시조 살아서 다시>로선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경지다. 언제 어디서든 표표함을 잃어본 적이 없는 티타늄 합금의 안면을 자랑하는 부장이 불타라 검 다 통틀어 딱 한 번 평정을 잃는 모습이, 담담한 문장으로 인해 한층 무섭게 가슴을 친다. 역시 시바 료타로는 시바 료타로랄까.

임프린팅이란 무서운 거라서, 그 이후 곤도 이사미는 호감을 가질 수 없는 인물로 낙인이 콱 찍혔고 나가레야마는 내 뇌리에 거의 트라우마급으로 각인되었다. 지금 역시 그에서 한 치 변함도 없다.
다만 은혼의 곤도 이사오는 상당히 좋아하고 귀여워도 한다. 그 퓨어하고 차밍한 고릴라의 요정;을 어찌 미워하겠수. 그야 동란편의 홍역을 단단히 앓으면서 곤도 성 가진 자에 대한 해묵은 분노가 되살아나 이도 좀 많이 갈았지만, 페어리 오브 고릴라(...)의 숙명이려니 그럭저럭 납득하고 넘어가려 애썼거늘 그만 얼마 전에 솔라 레이급의 초 강력한 치명타를 맞아버렸다. 미러를 깨기도 전에.

말이 구구절절이 길어졌는데, 요는 보고 말았던 것이다. 무려 은혼 버전으로 재현한 나가레야마를.
왜 그렇게 삽질만 하고 댕기냔 소린 듣지 않겠다.

가지 마.
가봤자 목이 떨어지는 게 고작이야.
달리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제발 기다려.
지금 생각할 테니까.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가지 말아줘.
....지쳤다니 무슨 말이야.
지쳤으면 쉬면 되잖아.
그래, 피곤한 거야.
좀 쉬도록 해.
그러고 나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고.

........
........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뭐든지 사과할, 테니까.
가지 마.
당신이 없으면 신센구미는... 나는...
안돼.
그런 말은 하지 마.
왜 당신이 죽어야만 하는데.
.....안돼.
아무리 당신 말이라도 그것만은 따를 수 없어.
그래, 난 못된 놈이야.

당신이 지친 줄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알면서도 모른 척 외면했었어.
내게 당신과 신센구미는 동등하고 절대적이었어.
소중했어.
조직 같은 게 없어도, 모두가 함께라면 충분하다고 당신은 말했었지만, 조직이었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었던 거야.
물론 조직과는 별개로, 나는 당신이 원한다면 어디까지라도 따라갔겠지만.
그저, 필요했던 거야.
당신 옆에 있을 구실이 필요했어.
당신을 대장으로 만들고 싶었어.
당신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었을 뿐이야.

전부, 내 이기심이야.
알고 있어.
이게 그 대가인 거야?
부탁해.
부탁이야.
내 말 좀 들어줘.
지금까지 당신의 부탁이라면 설령 하찮은 일이라도 전부 들어줬잖아.
이럴 때만이라도 내 부탁을 들어줘.
곤도 씨.
안돼. 절대로 안돼.
당신이 한 번 말을 꺼내면 굽히지 않는 줄은 알아.
그래도 이번만은 안돼.
가지 마.
제발......









『토시, 작별이다』


- Written by 요시무네(ヨシムネ, 사이트명 동일)

걍 조건반사적으로 클릭했더니 무표정하게 선 국장과 그 뒤에서 옷자락 붙들고 울고 있는 부장이 느닷없이 튀어나올 때의 미칠듯한 쇼크를 그대는 아는가. 제기랄. 무려 유키유키 버전의 사나다태평기만큼이나 가슴에 생으로 스크래치가 났다. 1년 분의 트라우마는 족히 쌓였다. 빌어먹을. 다 벼락이나 맞으라지.

그래, 동란편에서 가장 절실히 느낀 건 국장은 부장을 '신뢰'는 하지만 결코 '이해'는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그 신뢰라는 놈은 부장 온리도 아니고 국장의 품에 들어간 자들은 모두 공평하게 얻어가는 선물이라서... (담배 뻑뻑) 그 사람이 딱 부장을 신뢰하는 만큼 참모도 신뢰했기 때문에 부장은 여지없이 신센구미에서 추방당하지 않았던가. 국장과 부장의 관계는 실상 무정한 등을 붙들고 애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기가 딱하리만치 철저한 부장의 일방통행이다. 그걸 새삼 자각하고 오밤중에 진심으로 서러워졌다.
다시 말해 곤도 이사오는 절대로 히지카타 토시로를 구해주지 못한다는 얘기. 랄까 신센구미에 부장을 구해줄 수 있는 놈은 애시당초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지. 아 제기랄 이런 막장스런 결론을 하필이면 나가레야마의 형태로 떡하니 눈앞에 들이대지 말란 말이다 이 망할 여자야.

물론 부장이야 그걸로 충분할 테고, 애초에 이해해주길 바라지도 않고, 거기에 곤도 씨가 있다는 것만으로 족하다지만 보는 이쪽은 속이 터져서 미칠 지경인 것이다. 그렇게 부장 바보를 외치며 베개를 눈물로 적시던 와중에 안 그래도 가슴에 상처가 북북 그어졌구먼 다른 데서 주워온 뇌내상성분포도 한 장이 나를 완전히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어떡해... 이런 거 싫어 울고 싶어 부정하고 싶어 그런데 너무 딱이잖아아아아아아아 orz
내 아무리 국장에게 목 매고 절절히 짝사랑하는 부장에게 모에모에라지만 너무해. 너무한다구. 부장에게 있어 곤도 국장이란 도움은 안 되고 고생이랑 수절만 열라 시키는 천하의 못난 남편인 줄 나도 안단 말이야 근본적으로 논케에다 스트레이트라서 정말 급할 때 아니면 숫놈이라는 이유 하나로 쳐다도 안 볼 줄은 뼈저리게 잘 안다고 근데 그걸 왜 이런 식으로 재확인해야 하는 거야!? 아아 나의 고릴라 요정에 대한 호감도가 무저갱을 향해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OTL

한편 이 안구에 쓰나미가 밀려오는 결과에 함께 오티엘해주신 뮤즈 님이 절규하셨다. 저 인간을 긴상의 이불 속에 처박아 버려요. 결국 중요한 순간엔 고릴라에게 달려가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진 처박아 두자고요!
그렇다. 우리에겐 긴상이 있었다. 부장을 이해하고 건져줄 수 있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페어리;가 기적적으로 존재하긴 하는 것이다. 내가 근본이 긴히지 파인 터라 그를 두고 논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길어질지 짐작도 할 수 없으니 부장의 두 번째 남자(...) 파르페의 요정(...) 사카타 긴토키 씨에 대한 잡상은 뒤로 좀 미루겠음. 에라이 이 만연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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