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정신 상태를 봐서 필경 이놈의 후편도 쓰고 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강력하게 엄습하였으므로 후진을 위하여 기존의 물건을 약간만 손질해서 도로 업하는 뻔뻔한 S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로지 자기 만족만을 위한 (언제는 안 그랬냐?) 프로토 타입 오키히지 1탄. 1탄이랜다 아주 작심을 했구나야. 프로토 타입이 뭔지 모르시겠다는 분은 은혼 6권을 참조하시라.
현재 버전과 차별화하기 위해 이름은 오리지널 그대로 히지카타 토시조와 오키타 소우지.
SIDE B-31. 기다리다(待つ)
"두고 봐요."
칼날처럼 세운 검은 코트깃 사이로 뻗은 하얀 목울대에 무수한 사선을 함께 넘나든 우산의 총구를 똑바로 겨누었다.
여자라면 엄마와 누이 빼고 애초에 인연이 없는 신선조에서 홀로 치사하게 시마바라(島原)에 찾아주길 고대하는 단골이 수두룩한 귀신 부장이 설푸리한 백단향을 풍기며 기어들어온 쉰새벽의 일이었다.
최소한 한 번은 벗었다가 도로 걸쳤을 코트에는 거 희한하게도 주름 하나 잡혀 있지 않았다. 수습이 원래부터 불가능한 꾸불텅한 허연 머리칼 말고는 몸가짐에 유독 시끄러운 남자였다.
붉은 눈동자가 대략 16센티미터 아래에 위치한 몸만 홍일점인 1번대 대장을 주시했다.
각막에 잡힌, 꼴에 제법 처녀티가 나기 시작한 한 쌍의 귀여운 얼굴이 입술을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가까운 시일 안에 자비심없이 따먹어 버릴 테니까."
양이지사를 무자비하게 베어넘길 때와도 닮은 기묘한 고양감이 척추를 타고 짜릿하게 흘렀다.
소녀는 9살 연상의 상관을 도전적으로 응시하며 사납게 을러매었다.
"──거시기나 잘 보존하고 기다리시지 히지카타야."
박정함이 줄줄 흐르는 모양 좋은 입술의 한 켠이 마치 비웃듯이 치켜올라갔다.
"할 테면 어디 해봐라."
사시사철 검을 쥐어서 바깥쪽으로 비틀린 길다란 검지와 중지로 뽑아낸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연기를 후욱 날린다.
도발마저도 저주스러우리만치 그림이 되는 남자였다.
"빌어먹을 꼬맹이 아가씨."
그 얄밉도록 단정한 얼굴을 벌집으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
"곤도 씨."
국장 인가가 필요한 서류를 한 무더기 집어들고 집무실로 쳐들어온 그의 오른팔이 불쑥 입을 열었다.
도합 일흔 여덟 번째가 되는 맞선자리를 들먹이며 변명해봤자 까칠하기 짝이 없는 귀신 부장에겐 어차피 씨알도 안 먹힐 게 빤했으므로, 그저 제시간에 대기만을 기도하면서 읽는 둥 마는 둥 결재인을 일사불란히 찍어나가던 동작을 잠시 멈추고 머리를 들었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친우 겸 심복은 양팔을 뒤로 짚고 고개를 젖힌 매우 칠칠치 못한, 그러나 충분히 그림은 되는 포즈로 천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담배를 꼬나문, 여자들이 죽고 못 사는 단정한 얼굴은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귀신과 야차를 믹스한 듯 인정도 사정도 없는 부장이 이토록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유일무이한 친우인 - 입만 열면 구박과 갈굼밖에 나오지 않아도 - 곤도 국장 앞에서도 지극 드물었다.
그래서, 당연스럽게도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냐, 토시?"
표정이 현저하게 굳어지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맞선도 망각하고 긴장으로 사지를 굳힌 곤도에게, 흡연자가 상주하는 통에 니코틴으로 누렇게 뜬 천장을 향해 굴뚝같이 연기를 뿜어대며 히지카타는 절박함이 절절이 묻어나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조만간 소우지한테 강간당할지도."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는 주제에 속으론 잔뜩 쫄아서 진땀 줄줄 흘리고 있다는 게 포인트(...).
생각 같아선 キレイな顔라고 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흑흑흑. 난 긴상한테는 (쪽팔려서) 대놓고 미형이라 못해도 초기 버전 부장은 아낌없이 미모를 찬사할 수 있다. 이것이 히지카타 매직. 미인 아닌 부장님은 부장님이 아니라니까?
(실은 사랑에 빠진[....] 소녀의 시선이라 저 지경이라는 설이 제일 유력... 읍읍읍!)
여담이지만 초기 부장은 국장한테 무진장 까칠하리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딱 모에켄과 삐까삐까한 수준으로. 사실 긴상 얼굴로 남자한테 살갑게 굴 리가 없잖아. 그건 토시로나 할 짓입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