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G 12/13권 충동 구매 & 세이야 주저리.

아테나께서 보고 계셔 | 2008/04/04 11:33

항례의 한 줄 감상 : 황금들은 로스 형님이 반역죄로 숙청당했다는 걸 죄다 까맣게 잊어먹은 모양이다. 작가도 잊었다(...)


1. 그러고 보면 이것도 후진에게 별 자각도 없이 무거운 짐만 덜렁 얹어놓고 훌렁 날라버린 형님 땜에 남은 인생 홀라당 조져먹은 동생 얘기라. 게다가 이놈들은 7살 차이... 어어어억;
나도 정말 수맥 따라 욕망 따라 발리는 인간이었나벼 OTL

2. 작년 가을부터 메굼이 창간 5주년 핑계로 아이올로스 외전, 것두 6화짜릴 본편과 동시 연재했다는 소식 뒤늦게 주워듣고 입이 딱 벌어졌다. 그래 그래 내가 당신 마음 다 알지. 사수사자 형제 모에만으로 그리는 줄 다 알어. 형님과 사수좌 크로스 날개 그리고파 여태까지 어찌 참았수. 5년 버틴 것만으로도 참으로 장하외다(...)
하지만 가란은 됐으니까 로스+사가 투샷이나 서비스해 달라! 캐릭터물의 기본에 충실하란 말이다 버럭! 한 장만 그려주면 나는 10년간은 자가발전이 가능하다고!

3. 누가 황금 아니랄까 봐 스케일 조낸 크다. 청동 아가들처럼 치사하게 마리너나 스펙터 상대하고 안 이런다. 목숨 건 사투는 항시 버서스 티탄족. 싸울 때는 행성 레벨(...)

4. 협동심 제로 단결력 빵점 팀워크 전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 따윈 눈씻고 봐도 없음이며 있는 거라곤 박정한 우정뿐인(...) 황금 주제에 콤비 플레이를 하더라. 그으으으으을쎄 리아랑 샤카가.
개인적으로 리아샤카리아 은근히 이뻐하는 관계로 좀 많이 행복했다. (그래봤자 전연령. 내게는 세이야도 멍석은 물론 비단금침까지 깔렸거니와 커플질 절대 안 되는 장르다;) 근데 얘들 언제 이리 사이가 좋아졌누.

5. 나라고 뭐 에피소드 G가 다 흡족한 건 아니고 특히 황금은 태어날 때부터 황금이었단 설정 채택 안 한 행위는 万死に値する지만 황금에게 포커스 맞춘 덕에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 것도 있다. 워낙 차전 대인 센스와 감성이 코스모급이고 안드로메다 저편으로 훌랄라 날아간 통에 세이야 본편은 쳐웃기에도 바빠(...) 대강 넘어간 감이 없지 않거든. 청동 꼬꼬마들이 주역이기도 했고.
본격적으로 황금이 주역 맡은 지금, 잊을 만하면 누군가가 좔좔이 읊어주는 <여신의 최측근이자 성투사의 정점인 황금이 그리하도록 요구받는 내적 기준> 훑어보자면 진짜로 정신이 아뜩해진다. 아테나에게 순종하며 모든 것을 바치고 개인 감정은 철저히 배제하고 세상 만물을, 적도 원수도 심지어는 신마저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며 유일하고 절대적인 대의를 위하여 순교는 당.연.히. 불사하는 여신의 나이트들. (참고로 세이야의 프랑스어판 제목은 <황금의 기사들>이다;) 달리 闘士가 아니고 세인트Saint가 아니라. 엄머나 롱롱어고우 파파어웨이한 갤럭시의 냄새가 물씬물씬...?

얼핏 들어도 도저히 인간에게 가능한 짓 아니고 본인들도 집착 버리라 가르치면서 실은 집착의 화-_-신들이었던 제다이들 못지 않게 열심히 위반하고는 있거니와(...) 다만 선대야 어쨌는지 몰라도 현세대 황금 중엔 이걸 살아서 체현한 엄청난 괴물이 있거든요. 사지타리우스의 아이올로스라고 -_-;

로스 형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테나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항거가 다 뭐냐 반항이 다 뭐냐 이 한 몸은 물론 그리 아끼던 동생이고 후배고 친구고 나발이고 서슴없이 죄 희생제의 제단에 올려버린 인간이고 여신 귀환 하나 바라고 13년을 무우우우려 영체 상태로 버텼으며 저 때문에 7살 이후로 인생이 조낸 우울했던 동생이 무난히 상식적인 반응 보였다고 당장 죽음으로 사죄하라 호통치는 넘이라. (형한테 혼 좀 났다고 단숨에 설설 기는 리아도 리아다만;) 간단히만 요약해도 벌써부터 후덜덜스럽기 짝이 없다. (게다가 설정 상 이 모든 걸 불과 열네 살에 해치웠...!)
이 사람이 괜히 <성투사의 거울> 소리 듣는 게 아니더란 말이지. 성투사질, 하물며 황금질 제대로 해먹으려면 이 정도쯤 인간 포기하고 제정신도 상실하고 있어야 한단 얘기다. 어, 어머니...! OTL

그리고 로스 형님이 깔끔한 얼굴로 사고치고 날아버린 사이 그쪽 가려고 애 뽀득뽀득 쓰다 인간과 성투사 가르는 경계선에서 털퍽 주저앉아 버린 사람이 사가고.
사가가 둘로 쫙 찢어진 덴 별 거창한 사연 따위 없다. 제 쌍둥이 동생 카논의 희생을 다부지게 딛고 일어날 만큼 털난 염통 타고나지 못했을 뿐이다. 또 그렇다고 뷁! 드러버서 나 성투사 안 해! 아테나 즐! (...) 을 외치며 달아날 만큼 캐배짱이 있지도 않았고. 애들 알아먹기 쉬우라고 악의 화신이다 뭐다 했지만 사실 흑사가는 TV판의 바보스런 피라미드와 술판 잊으면; 악역치곤 성역에 크게 못할 짓 하진 않았단 말이지. 악의 화신은 뭔 놈의 얼어죽을. 기실 흑사가는 사가의 한 부분이자 초 편리한 자기방어기제다. 사가가 <신과 같은 남자>가 되려 애쓰다 차마 저지르지 못한 일, 손 뻗지 못한 것, 포기하고 버렸던 모두에 대신 온 몸으로 부딪히고 마지막까지 발버둥치며 항거하는 역할인 것이다. 얼레, 알렐이 할렐이의 냄새가;;;
이렇게 보면 사가에게 <다 알면서> 가담한 3인조, 소위 중견조의 속사정도 덩달아 명백해진다. 쉽게 말해 이들은 아테나에 대한 순교, 혹은 희생, 혹은 개죽음(...)을 거부하고 산제물 되기 싫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파염을 외쳤던 친구들이라. 슈라 씬 사고치고 자포자기해 턴 못했을 가능성이 촘 농후하지만(...) 최소한 데스와 아프로는 틀림없다. 언젠가는 도래할 가차없는 희생의 칼날에 대한 공포, 앞길이 안 보이는 막막함 속에서 구원의 실낱 같은 가망을 흑사가에게서 구했던 거지. 미안하지만 사가는 절대 아니다; 근데 그런 거 바랬으면 애초에 성투사질 때려쳤어야 했고... 아니다 한 번 찍히면 죽기 전엔, 아니 죽고 나서도 미래영겁 리타이어 못하던가;;;

내가 <황금은 태어날 때부터 황금, 한 번 황금은 죽고 나서도(...) 황금>을 열렬하게 부르짖는 이유가 그거다. 그래야 이 구도가 한결 아이러니컬하고 염장스러워지거든.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여 훌훌 다 떨치고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해 버린 사람과 어차피 도망 못 갈 줄 지도 알고 내도 알면서 그래도 다 끌어안고 운명에 끝까지 항거하려다 처참하게 꺾여버린, 동시에 언젠가 꺾일 날을 체념한 채 기다렸던 사람. 표와 리. 빛과 그림자. 완벽한 대칭.
따져 보니 정말 로스+사가에 괜히 훌렁 발려버린 게 아니었더이다. 내 세이야에 처음 몸 담그었을 때 백은의 나이였건만 지금은 연장조를 바라보고 있으니 벌써 대략 10년이 가까워짐에도 여즉 발 못 빼고 있으면 다 그럴 이유가 있는 것이제. (언젠가 다시 한 번 제대로 정리할 날이 있을지도) 그래 그래 수맥 따라 욕망 따라 어디 니 맘대로 가 봐라...

그러니까 메구무 님하 투샷 좀(...)

6. 얼레 로스 형님도 녹색 눈 아니었던가. 과연 전통과 역사의 마녀 아이템 이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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