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더블오 세컨드 시즌 노벨라이즈 4권 아뉴 리턴, 발췌 번역 Part 4

Banishing from Heaven | 2010/01/02 01:14

Under the Violet Moon을 찾아주시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미 2일이 된 것도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뭐 임마!?)

빅토리안조에서 길을 잃으신 L모 님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새해 벽두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건 말건 우선 한 개의 번역부터 올리고 보는 S. 예 그렇습니다. 2010년 한 해도 여전히 하찮은 빠질을 할 것입니다. 진정한 오덕은 세파 따위에 지지 않습니다. 내용이 죽도록 쪽팔려서 번역하다 대략 열 번쯤 지레 죽는 줄 알았지만 아무튼 지지 않습니다. 빌어먹을 OTL
지난 번의 Part 3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4권 269page~275page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에 감싸인 세계에서, 라일은 아뉴를 껴안고 있었다.
마치 그녀를 제 손 안에 붙잡아 두려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소중한 여성을 끌어안고 있었다.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아뉴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조그맣게 몸을 떨었다.
라일은 그녀의 연보랏빛 머리칼에 손을 얹고, 감촉을 느끼려는 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품안에 그녀가 있다.
감촉이 느껴진다.
온기가 가까웠다.
익숙한 향기가 풍겼다.
피부에 닿은 손끝으로 심장의 고동마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어째선지 지금은 그것이 너무나 아팠다.
「……라일……」
속삭임에 가까운 아뉴의 목소리가 들려와, 라일은 신중하게 팔의 힘을 천천히 빼고,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시선과 시선이 맞닿고, 소중한 사람이 작게 미소지었다.
「……난, 이노베이터여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어째서……?」
「이노베이터가 아니었으면, 당신을 만나지 못했어……당신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세상 어느 한 모퉁이에서 스쳐 지나쳤겠지……」
「그걸로, 됐잖아」
라일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한 번은 거의 삼켰던 말을 내뱉었다.
「사, 살아만 있다면」
고개를 숙여버린 라일의 얼굴을, 아뉴가 상냥하게 들어올렸다.
붉은 눈으로 라일의 녹색을 띤 눈동자를 마주보며, 미처 쓴웃음이 되지 못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나긋나긋한 손가락이, 라일의 입술에 닿았다.
「당신이 없으면, 살 보람도 없어」
「……아뉴……」
그녀의 손끝이 입술을 지나 뺨을 스치고, 턱선을 따라, 눈썹을 더듬고, 짙은 갈색의 머리칼을 쓸어올려, 드러난 라일의 얼굴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아뉴의 손이 머무른 이마 언저리의 조그마한 흉터는, 어린 시절, 공원의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의 상처였다. 아는 것은 프톨레마이오스 2의 크루 중에서도 아뉴뿐이었다.
그녀는 미소짓고, 그러나 곧 울어버릴 듯한 얼굴이 되어, 서글프게 고개를 숙이고, 마침내 입술을 떨면서 머리를 들어, 다시금 웃어보였다.
「……라일, 우리들……」
아뉴가 안타깝게 속삭였다.
「……서로를 이해했었지……?」
라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할 여지도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물론이야……」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안심한 듯 환하게 웃었다.
바람 한 점 느낄 수 없음에도 두 사람의 머리칼이 살포시 흔들리는 가운데, 난무하는 빛의 입자 속에서 그녀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선연하게 빛났다.
라일이 살아 있는 한, 결코 잊을 수 없을, 소중한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미소.
「……다행이다……」
두연히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고,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아 간다.
지탱해 주려 팔에 힘을 주었지만, 아뉴의 몸은 단지 품안에서 빠져나갈 따름이었다.
기다려!
라일은 필사적으로 아뉴를 껴안으려 했으나, 팔은 다만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기다려!
라일은 소리없이 외쳤다.
기다려, 아뉴!
널 만나기 전까지, 나는 계속 공허하고.
외톨이고.
텅 비어 있었어!
무엇에도 애착을 품지 못하고, 무엇에도 집착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동생이 죽었다고 들었을 때도.
형이 죽었다고 전해들었을 때도.
슬프기는 했으되,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
스스로를 한없이 차가운 인간으로 여겼다.
당연하게도, 가족에게조차 이 지경이니, 타인에게는 오죽하겠나 싶었더랬다.
나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지독한 결함을 안은 인간에 불과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어쩌면, 그런 자신을 견딜 수 없어서, 어떻게든 타파하고 싶어서, 미약하나마 충족감을 느끼고자, 카타론에 참가했는지도 모른다.
지구연방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에 의분을 느낀 것도, 반정부세력의 사상에 경도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되돌이켜보면 볼수록 전부가 얄팍했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퉁기기도만 해도 간단히 부서져버릴 듯이 얄팍했었다.
셀레스티얼 비잉에 들어온 이후로도,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고 힘겨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줄곧 마음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럴 때, 너를 만났지.
「록온이라고 불리는 거, 사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죠?」
어째서일까. 어깨가 한층 가벼워졌다.
비명도 멎었다.
난생 처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네게는 내가 얼마나 약한지 숨김없이 보일 수 있었어.
나는, 처음으로.
내가 살아 있음을 실감했다.
세계가 일변한마냥, 살아서,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있음을, 실감했어.
그걸 네가, 내게 주었지, 아뉴.
그러니까.
그러니까.
두고 가지 마.
날 두고 가지 마.
널 잃으면, 나는 삶의 보람을 잃고 만다.
살아 있는 의미마저 잃어버려.
그러니까.
제발.
아뉴.
「가지 마────!!!」
문득.
가슴팍을 떠밀린 듯한 느낌에, 라일은 시선을 떨구었다.
케루딤의 콕핏 안이고, 아뉴의 기체가 케루딤을 밀어냈음을 깨달았을 때, 새하얀 세계는 사라졌다.
황급히 정면에 시선을 향했다.
모니터에 비치는 그녀의 기체는, 칼끝이 아닌, 손을 이쪽에 뻗고 있었다.
최후의 힘을 쥐어짜, 케루딤이 폭발이 말려들지 않도록 밀쳐낸 것이다.
라일은 즉각 아뉴를 구하고자 기체를 반전시키려 했다. 그 순간, 광점이 일거에 부풀어올라 그의 시야를 태웠다.
눈앞에 붉은빛이 펼쳐진다.
아뉴의 기체가, 폭발했다.
그녀가 타고 있던 기체가, 무수한 파편으로 부서져간다.
그걸 보며.
더는 닿지 않는 줄 알면서도.
그는 팔을 뻗었다.
「아뉴────────!!!!!」
그 손도.
비통한 절규도.
모두.
허공으로 사라지고.
그 뒤에는.
우주가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이건 즉...

...스물 아홉이나 쳐먹도록 자신과 인간관계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불신감을 한가득 그러안고 살다가 서른 줄 다 되어 전장에서 흔들다리 효과 덕 좀 봐서 연애 한 번 해보고야 겨우 신뢰가 뭔지 알았다는 거냐 라일 디란디...? ;;;

아 놔 이놈아 대체 흑역사를 얼마나 까발려야 속이 시원하겠....!!!! orz orz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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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2 01:45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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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라 2010/01/02 16:50
조용히 발췌번역 쭉 읽어왔지만, 이건 아무리봐도 노벨라이즈 작가가 다메라일 모에로밖엔 안 보입니다. 아니 그 다메한 남자가 참 모에로운건 동감인데 이건 편애가 너무....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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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N 2010/01/02 21:37
지금 머리속에서 트러스트 유가 울려퍼진 거 같긴 한데, 애니로 볼 때 보다 더한 막함이 느껴지네요orz. 야이 다메남....!!!!! 정초부터 이런 하름답고 막한 번역 하시면 곤란하지 말입니다;ㅁ;

아 이게 아니라 키사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해도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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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 2010/01/03 18:03
이건 뭐... 정말 애니로 본 것 보다 울적한 느낌... 디란디즈는 역시 다메쌍둥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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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 2010/01/06 14:22
애니팀에게 감사해야할것 같아요...저 라일의 소리없는 외침을 깡그리 컷트해줘서ㅠㅠ 애니에서 저부분이 어떻게든 연출되었다면 슬프면서 뿜었을꺼라 생각해요ㅠㅠㅠㅠㅠ
늦은감이있지만 키사라님 새해복 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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