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꾹꾹이는 세상을 구원한다.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1/01/01 11:31

Under the Violet Moon을 찾아주시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 해는 제발 좀 뜨뜻미지근하길 기대하며 (그럴 리가 있나) 훈훈한 포스팅으로 2011년을 시작하는 KISARA입니다.
다음은 학대받거나 방치당하고 있거나 멋진 털가죽이 벗겨지기 직전의 거대한 고양이들(즉 사자, 호랑이, 표범 기타 등등;)을 구출해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빅캣레스큐(Big Cat Rescue)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한 동영상 중 하나다. 내가 아직 영어 히어링이 심각하게 딸려서 (식은땀) 대충 땜빵하고 뭉갠 곳이 몇 군데... 아니 촘 많은데 걍 저 푸른 눈의 서양인이 대체 뭔 소리 떠들어대나 참고용 정도로 생각하고 그 점에 대해서는 어지간하면 좀 봐주시길 (폭풍 같은 식은땀)


우리는 캐머론과 자부를 햄프셔의 순회동물원에서 구출했습니다. 이들은 그곳에서 함께 살았죠. 캐머론은 아프리카 숫사자고, 자부는 흰 암호랑이입니다. 사람들은 캐머론과 자부를 '종을 뛰어넘은 희한한 커플'이라 부르며 신기해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자와 호랑이는 야생에서건 동물원에서건 어울릴 수 없는 게 보통이니까요. 캐머론과 자부는 순회동물원에서 태어났고, 주인은 하얀 라이거 새끼를 얻기를 기대하며 이들을 같이 길렀습니다. 라이거는 야생 상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잡종이고, 종종 여러 가지 선천적 장애로 크게 고통받습니다. 라이거는 실존하는 종이 아니기 때문에 면밀한 보존계획 없이는 번식시켜서는 안됩니다.
백호는 야생에서 살아남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사실상 숨고 사냥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보는 백호는 보통 동물원에서 근친교배를 통해 태어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백호 역시 수많은 유전적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자부도 예외는 아니지요. 자부는 구순구개열을 앓고 있으니까요. 불행히도 백호가 세간에 널리 알려진 까닭에, 이익을 바라고 근교배번식을 시도하는 이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습니다. 백호는 뭇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렇게 되면 돈이 들어오니까요.
우리가 캐머론과 자부를 데려온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성역에 도착했을 때, 이들은 장거리 여행과 스트레스로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자부는 끔찍하게 더러웠고, 캐머론은 요즘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자를 보는 듯합니다. 캐머론의 옛 사육담당자의 말로는, 캐머론은 고생을 몹시 했을 뿐더러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체중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자부는 곧바로 풀에 뛰어들어 몸부터 씻었고, 캐머론은 새로운 환경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출한 거대한 고양이들을 함께 살도록 한 우리에 넣어줄 때마다, 성역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합니다. 캐머론과 자부는 진정한 한 쌍이고 서로의 동반자였습니다. 빅캣레스큐는 어떠한 종류의 교배도 허용치 않으므로, 우리는 이들이 아무 근심도 없이 편히 살 수 있도록 캐머론에게 정관절제술을 실시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처음 성역에 왔을 무렵의 캐머론은 지독히 마르고 체력이 바닥을 친 나머지 정관절제술조차 버텨낼 수 없는 상태였지요. 그래서 우리는 캐머론이 충분히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단순한 중성화수술이라면 훨씬 쉽지만, 그 대신 캐머론이 갈기 대부분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특별한 한 쌍을 위해 커다란 우리를 지었고, 캐머론과 자부는 마침내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이들은 이곳에서도 가장 유명한 거주민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자부는 매우 활기 넘치는 호랑이입니다. 캐머론은 사자무리가 그러하듯 낮잠을 자려고 하고, 자부는 캐머론에게 놀아달라고 달려들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캐머론이 행복하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때도, 자부는 거대한 붉은 공을 굴리고 바닥을 구르고 장난감을 흔들고 물 속에 몸을 푹 담그고 혼자서도 잘 놀곤 합니다. 한편으로 자부는 보호관리자들에게 몰래 접근하는 놀이에도 푹 빠져 있지만, 아무래도 흰색이 눈에 확 뜨이기 때문에 어디에 있어도 찾아내기 쉽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지요.
캐머론은 빅캣월드의 브래드 피트입니다. 자주 그루밍을 하고 좋은 음식을 잔뜩 먹은 결과, 캐머론은 매우 잘생긴 사자로 탈바꿈했습니다. 배까지 길게 늘어진 캐머론의 멋진 갈기는 정말로 인상적입니다. 색깔도 다양해서 언제 보아도 근사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말이죠. 성역에 오시는 분들은 거의 날마다 캐머론의 포효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 사는 또다른 숫사자 조셉이 종종 캐머론의 포효에 응답합니다.
캐머론은 자부와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뛰어놉니다. 또한 캐머론은 자기 꼬리를 잡는 놀이를 좋아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고, 바닥에 몸을 쭉 뻗고 뒹굴기를 좋아합니다. 1년 중에서 캐머론이 가장 좋아하는 날은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우리에 넣어주자 캐머론은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물론, 그가 야생동물임을 보는 이에게 각인시키기도 잊지 않지만요.
캐머론과 자부에게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해준 것을 우리는 진심으로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한편 거대한 고양이 사촌들의 실상을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고양이들을 구출하는 일에 도움을 보태주고 싶으신 분은, 휴대폰으로 20222에 TIGER를 포함한 문자를 보내주세요.

캐머론에게 정관절제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임신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떼어놨더니 서로를 너무나 그리워하고 매일같이 펜스를 사이에 두고 몸을 붙이고 잤다지요. 진심으로 찡했다.

아이고 훈훈타 (출처는 Big Cat Rescue 홈페이지)

....헌데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보다 말고, 함께 자라온 소꿉친구, 역경을 함께 견뎌낸 동지, 백호와 사자 커플이라는데 무언가가 불끈 반응한 당신은 저의 동지입니다. 뭐가 반응했냐고? 제기랄 날 그렇게 모릅니까. 일단 카테고리를 봐요. 내가 이걸 올린 진짜 속셈이 뭐겠어!?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흰 호랑이와 사자란 말입니다!!!
하지만 배 깔고 엎드려서 귀찮아하는 신짱 사자(은혼 별자리 참조)에게 놀아줘 놀아줘 들이대는 긴상 백호(은혼 십이지 참조)까지 망상하고 나니 스스로가 심각한 변태 겸 몹쓸 인간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캐머론아 자부야 미안타. 저런 구원이라고는 한 털만큼도 없는 씨발놈들에게 니네들을 갖다대서 ㅠㅠ

괜시리 덤 하나. 일단의 열렬한 요청에 따라 빅캣레스큐가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개묘차;는 있지만 거대 고양이들 역시 캣닙과 상자라면 환장을 하고 들덤빈다고 한다.... 특히 캣닙은 정말 보는 쪽이 민망하게 온 몸을 비비 꼬고 쥐어비틀고 온 바닥을 지들 몸으로 청소하며 미친듯이 좋아하더만요. 보다가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지 말입니다.
어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궁디팡팡을 하면 사랑을 느낀다고 하지 않았....
긴상은 스팽킹 매니아 아니었.....
(스톱스톱스톱스톱!!!!! 거기까지! 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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