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g-class Playwright.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1/02/08 21:51

포스팅과 함께 S의 하찮은 일일일몬도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스케치는 지벨 님의 리퀘에 따라 2화 '섹스와 폭력(Sex and Violence)'의 '노동자 계급 극작가(Working-class Playwright)'. 늘 하는 얘기지만 명백한 오역에 대한 지적을 제외한 항의는 일절 허용하지 않습니다. 나 섬세한 여자라니까. 정말로.


엄마(테리 존스) : 오 여보, 좀 보세요……우리 켄이 왔어요.
아빠(그레이엄 채프먼) : 오 그래, 그놈의 꼴보기 싫은 면상 왔냐.
켄(에릭 아이들) : 제가 보고 싶지 않으셨나요, 아버지?
엄마 : 물론 아빠는 널 많이 보고 싶어하셨단다. 얘야, 아빠는…….
아빠 : 입 다물어 마누라, 조용히 하라고. 나한테도 혀가 있고 입이 있어. (켄을 혐오스럽게 노려본다) 얼씨구……그놈의 새끈한 양복 참으로 멋지구먼. 요즘 요크셔에선 그렇게들 입고 다니나 보지?
켄 : 그냥 평범한 양복이에요, 아버지……작업복 말고 제가 가진 옷은 이게 전부인걸요.
엄마 : 탄광에선 어쩌고 있니, 켄?
켄 : 나쁘지 않아요, 엄마. 사전석탄표면정련작업에서 신형 텅스텐 카바이드 드릴을 쓰기 시작했어요.
엄마 : 참 멋진 일이구나, 얘야…….
아빠 : 텅스텐 카바이드 드릴!? 벼락맞을 텅스텐 카바이드 드릴은 또 뭐야!
켄 : 탄광에서 쓰는 기계예요, 아버지.
아빠 : '탄광에서 쓰이는 기계예요, 아버지'. 런던에서 기어나가더니 말뽄새 한 번 예쁘장하네그려!
켄 : 아, 또 그 이야기야.
엄마 : 오늘 힘든 하루를 보내셨단다……아빠의 새 연극이 국립극장에서 내일부터 개막하거든.
켄 : 그것 참 잘됐네요.
아빠 : 잘돼!? 잘되긴 개뿔이 잘돼! 니깟 녀석이 알긴 뭘 알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파리로 날아갔다가 12시에 올드 빅에서 한 잔 꺾고 기자회견에다 TV 인터뷰에 하루종일 이리저리 치이고 10시에 기껏 여기로 돌아왔더니 이번엔 수상쩍은 의식의 제물로 찍혀 살해당한 유명한 스코틀랜드 축구 선수 사건에 말려든 색정광 동성애자 마약쟁이 문제와 씨름해야 하는 기분을 안다고! 죽을 맛이다, 이놈아! 아주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겠구먼!
엄마 : 오, 그렇게 화만 내지 말아요, 여보!
아빠 : 햄스테드로는 성이 안 차셨나 보지? 반즐리 구석에서 네놈의 잘나빠진 탄광 친구놈들하고 흘레붙으니 아주 좋기도 하겠다. (침을 뱉는다)
켄 : 채탄은 훌륭한 일이에요. 아버지가 결코 이해하지 못할 일이고요!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엄마 : 얘야, 제발 그러지 말렴! 아빠가 소설 집필을 마친 직후엔 어떤지 너도 알잖니!
아빠 : 그래, 어디 잘난 의견 좀 들어보자! 토해보라구. 내가 뭘 잘못했냐? ……병신 같은 놈!
켄 : 뭘 잘못하고 계신지 말씀드리죠. 아버지의 머리는 온통 소설과 시로만 꽉 차 있고요, 매일같이 밤이면 밤마다 샤또라뚜르에 푹 절어서 오잖아요!
엄마 : 오, 제발! 제발!
켄 : 게다가 어머니를 보세요. 엄마는 스타들을 접대하고 초연(初演)에 참석하고 축하오찬을 주최하느라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리셨다고요!
아빠 : 축하오찬이 뭐 어쨌다는 거냐, 이놈아! 니깐 놈이 오찬의 맛을 알아!?
엄마 : 제발 이러지 말자꾸나!
아빠 : 으악! 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악! (손목을 움켜쥐고 주저앉는다)
엄마 : 오 안돼!
켄 : 무슨 일이에요?
엄마 : 아빠의 서경(書痙)이 도졌단다!
켄 : 제겐 한 마디도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잖아요…….
엄마 : 무슨 경사스런 일이라고 얘길 하겠니.
아빠 : 괜찮아! 괜찮으니 호들갑 떨지 마, 이 여편네야! 저놈이나 당장 쫓아내.
엄마 : 오 얘야, 오늘은 가보는 게 좋겠구나.
켄 : 알았어요. 갈게요.
아빠 : 우리가 저놈 새끼를 키운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켄 : 언젠가는 아버지도 깨달으실 날이 있겠죠. 세상엔 문화보다 더욱 가치 있는 삶도 있다는 걸……먼지와, 연기와, 정직한 땀이 있는 삶 말이에요!
아빠 : 꺼져! 꺼져! 꺼져버려!! 이……프롤레타리아 노동자 새끼!

(아빠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가 무언가를 깨닫는다)

아빠 : 이보게 마누라, 이걸로 괜찮은 극 한 편 나오지 싶단 말야. 에이전트한테 전화 한 통 걸어주려오?
엄마 : 그러게요 여보. 우리 세대가, (밑에서 바닥 두드리는 소리) 우리 세대가 맞닥뜨린 문제를 생생하게 표현한 극이 될 거예요.
아빠 : 으흠.

(아래층의 남자가 빗자루로 천장을 두들겨대고 있다)

남자(마이클 페일린) : 오 닥쳐요! (쿵쿵!) 닥치라고! (위층의 대화가 끊긴다) 아, 좀 낫군. 이제부터 완전히 다른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엉덩이가 셋 있는 남자입니다.
엄마/아빠 : 벌써 했어요!
남자 : 아, 알았어! 알았다고! 아홉 다리가 달린 남자입니다.
목소리(존 클리즈) : 도망갔는데요.
남자 : 이런 젠장맞을! 어……에……마상의 스코틀랜드인입니다!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올드 빅(Old Vic) : 런던 워털루역 남동쪽에 위치한 전통과 역사의 연극 상연 극장. 건물은 무려 1818년에 오픈했다고.
(註 2) 샤또라뚜르(Château Latour) :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1855년 공식 보르도 포도주 분류법에 따르면 프르미에 크뤼(Premiers Cru) 즉 제 1등급에 해당하는 무지막지한 고급 와인이다.
(註 3) 니깐 놈이 오찬의 맛을 알아 : 원문은 'I've had more gala luncheons than you've had hot dinners'. 본래 more often than ~ has had hot dinners는 '매우 자주 해봤다' 정도를 의미하는 관용어구. gala lunchoen(축하오찬)과 hot dinner(뜨거운 저녁식사[dinner는 supper보다 가벼운 식단이다])를 대비시킨 말장난인데, 옮길 재간이 없어 걍 '~맛을 알어!?' 로 대체했다.....
(註 4) 서경(書痙) : 영어로는 writer's cramp. 직역하면 '작가의 경련'이다(.....)
(註 5) 이제부터 완전히 다른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 And now for something completely different. 본래는 존 클리즈가 읊어대는 비행 서커스 시리즈 전통의 오프닝 멘트.


이놈들이 대책없는 거야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어쨌든 소원은 성취했으니 오케이오케이. 다음 일일일몬은 Spam, Crunchy Frog, Four Yorkshiremen, Falling from Building, Hell's Grannies, The Funniest Joke in the World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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