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우리에게도 치유계가 필요해요 - 공중전화보다 by 나쯔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1/03/10 10:35

이번 달에는 반드시 두 자리 수를 넘기겠다는 사명감으로 활활 불타는 나머지 일과 일 사이의 틈을 타고(야이 월급도둑아) 나쯔(ナツ, 사이트명 O2) 씨의 미니미니 단편 <공중전화보다(公衆電話より)>를 납치해 온 S입니다. 이젠 말하기도 슬슬 지겨워지지만 Under the Violet Moon은 번역의 질을 결.코. 보장하지 않습니다. 치명적인 오역 이외엔 지적도 받지 않아요 도에스는 유리심장의 에이스거든.
덤으로 오늘은 웬일로 치유계다. 마도마기가 입증했듯 설령 앵스트가 세계를 구원한다 해도 때로는 초콜릿이 필요한 법이지 말입니다. 암은요.


공중전화보다




「요즘 들어선 공중전화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네요」
간만에 부자 동반으로 외출한 길, 문득 길가에 선 전화박스를 보고 아버지가 감개무량하게 중얼거렸다.
「예전엔 어디에나 다 있었는데 말이지요. 역시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어서일까요」
「아빤 휴대폰 없잖아요」
「응, 그래서 공중전화를 찾지 못하면 무척 곤란하답니다. 최근엔 전화 찾기도 보통 노동이 아니에요」

보나마나 그러고 전화를 찾다가 길을 잃겠지. 단순히 그뿐만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그게 문제가 아니지만. 왜냐하면 지금 당장 우리부터가 헤매고 있거든요.
실로 오랜만에 귀가한 아버지가 난데없이 <단란한 가족상>에 사명감을 활활 불태우는 이유는 내가 알 턱이 없고, 아무튼 전골이 끝내주게 맛있는 식당에 데려가준다 하길래 졸래졸래 집을 나섰다. 뼈까지 얼어붙는 추위를 뚫고. 까놓고 말해 귀찮아서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간 울어버릴 게 불 보듯 빤한지라 차마 거절하지도 못했다.
전철에서 내려서 10분만 걸으면 된다길래 택시도 잡지 않았다. 응, 새삼스럽지만 이 사람을 믿은 내가 바보였지. 아 진짜 새삼스러워서 눈물이 나려 한다. 한두 해 부자 노릇 해봤냔 말이죠. ……5년, 아니 6년인가? 생각보다 짧은 기간이었다.

「아, 저길 봐요 긴토키. 무언가 노점이 잇달아 늘어서 있네요. 무슨 일이지」

근데 왜 이 사람은 요렇게 여유가 자적하신 걸까요오. 벌써 한 시간은 정처없이 헤매고 다녔는데요. 향토연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1년 365일 전국 각지에서 조난당하고 있는 아버지로선 이쯤이야 길 잃은 걸로 느껴지지도 않는 게다. 때때로 아버지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부러워질……리가 없는 스스로의 정상적인 감각에 나는 매일같이 감사드리고 있다.
휴대폰에서 문자 착신음이 나길래 확인해 봤더니 다카스기였다.
《오늘 니네 집에서 한 잔 하지 않을래?》
《오늘밤 알바 있어. 글고 당분간 우리 집은 안됨》
《왜》
《아빠가 와 있거든》
《오늘밤 간다. 이의는 안 받아》

「나느으으으으으으으으은!!!!?」

이게 애인한테 보일 태도입니까. 이 안 보이게 솔직한 쯘데레 샛기. 얼라, 그러고 보니 걔가 나긋나긋했던 적이 있었나? 없지 않아? 틱틱거림 100% 아냐?
슬슬 슬퍼지기 시작했으므로 그 생각을 접기로 했다. 아무튼 배고파 디지겠다고.

「아빠, 걍 포기하고 이 근처에서 뭐 적당히 사서 집에 가――」

그러면서 옆을 봤더니 방금 전까지 있었던 사람이 홀연히 사라졌다. 아마도 줄지어 선 노점에 갔으려니 하고 느긋하게 뒤를 쫓았지만, 사람이 예상 이상으로 바글바글했다. 무슨 축제라도 있는지 차량 통행 금지까지 실시 중이었다. 아버지가 당최 보이지를 않는다.
어째서 부자가 기껏 재회한 마당에 나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월리를 찾아라나 찍고 있는 걸까요. 더구나 한 시간 이상 헤맨 다음이다. 배도 고프거니와 피로도 한계치지 말입니다.
《긴급사태 발생. 아빠가 실종됐다》
《반드시 찾아내. 안 그러면 너부터 죽는다 (ノω・、)》

「이모티콘이랑 내용이 따로 노는뎁쇼오오오오오오오오오!!!!!!」

우째서 나한테 이런 재난이……오오 정말 저놈은 언제쯤 나긋나긋해지나요 하느님.
숨 좀 돌리려고 일단 인파에서 벗어나자, 바로 앞에 녹색의 공중전화 박스가 보였다. 방금 전 얘기에서도 나왔던 공중전화. 그렇지 전화를 걸자. 한순간 둥둥 떠올랐던 마음은 한순간에 꺾여 바닥으로 일직선 추락했다.

아빠한텐 휴대폰도 없잖아.

우울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공중전화보다 찾기 힘든 게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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