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t Decide.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1/04/12 21:46

내게 있어 좋은 노래의 기준은 첫 번째도 가사 두 번째도 가사 세 번째 네 번째 없고 다섯 번째도 가사 여섯 번째도 가사다. 막귀와 음치의 저주를 타고나 음감 따위와는 애초에 담 쌓고 뼛속까지 인문계로 쩔어버린 인간이 음악을 평가하면 이렇게 됩니다. 이러니 90년대 중반 이후 대부분의 한국 가요와 무슨 수로 친해질 수 있겠는가.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세기의 명곡으로 꼽히는 Cats의 Memory를 가사가 졸라 감상적이고 거지같다고 디스하는 인간이다(....). 어쩔 수 없지 않소 다른 가사는 전부 몸은 양키샛기되 마음은 철저하게 냉정한 영국놈인 엘리엇이 썼지만 Memory는 아니란 말입니다(트레버 누넌도 영국놈이라는 지적은 받지 않겠음). 아니 실은 약간 간지러운 가사를 일레인 페이지가 감정을 너무 실어 불러댄 탓이 제일 크긴 하지만;;
하여간 내가 요즘 바글바글 넘쳐흐르는 아이돌 그룹의 팬이 결코 될 수 없기 이전에 죄다 싸잡아서 저주하는 이유는 음악의 다양성 수준 그딴 거 하등 상관없고 그냥 가사가 하나같이 눈뜨고 봐줄 수가 없는 꼬라지라서다. 한 번은 티아라의 Bo Peep Bo Peep의 음률이 나름 취향이다 싶었다. 벅스에서 받아서 이틀간은 잘 들었다. 왜냐하면 가사를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거든.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어쨌든 한국인이므로 아무리 웅얼웅얼대도 이틀 정도 들으면 대충 뭐라 지껄이는지 파악이 된다. 그리고 파악한 순간 피 토하며 하드와 머릿속에서 싸그리 지워버렸다(....). 아 시발 H.O.T. 때만 해도 그럭저럭 버틸 만했던 것 같은데 대체 누가 원흉이냐, 어쩌다 한국 대중가요는 사랑하네 이별하네 죽네 사네 너 좋네 나 좋네 끝에서 끝까지 연애질 타령만 하게 된 거냐. 역시 SM 샛기들이지? -_- 한편 내가 아이언 메이든 하악하악 메탈 하악 락 하악거리는 건 역시 수준 어쩌고 그딴 게 전혀 아니라 순전히 이쪽 계열 가사가 대부분 죽을 만큼 취향이기 때문이다. 하는 김에 Hollowed Be Thy Name 한 번 땡겨주고 스티브 해리스에게 모자 벗어 경배.
하여간 짐작하셨겠다시피 여러모로 적절한 곡을 찾아내 이리저리 맞춰보며 혼자 즐거워하는 뻘짓이 내 덕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그리고 많은 경우 작곡작사가가 이거 보고 했나 진지하게 의심스러운 곡이 적어도 한 개는 튀어나온다. 로스+사가의 맞춤곡 수준인 이나바의 Overture라던가), 나름 부장 팬질에 밤낮을 새운 한 지난 몇 년간 박정운의 '먼 훗날에'(to 미쯔바 씨[...])와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to 고릴라[.........])은 그럭저럭 갖다 붙였거니와 어째 긴히지는 내 취향의 범주에서는 거의 한 곡도 찾아내지 못했다 -_-; 네타곡으로 3년째의 바람기 정도? 그때는 왜 이리 안 나오냐 당황하고 그걸로 끝이었지만 안티에 무한대로 근접하는 팬으로 손바닥 뒤집은 요즘 다시 돌이켜보니 졸라 클래시컬;하고 할리퀸;스럽고 한드; 삘 나는 이놈들 조합과 자타가 공인하는 더러운 내 취향에 들어맞는 가사 사이에 무슨 공통분모가 존재할 턱이 없었던 것이다.... 그 증거로 '너-죽고-나-죽으면-세상-평안이다-시발-샛갸'인 긴신 플러스 어느 지대로 미친년에게 한 다리를 걸쳤더니 이거 뭐 감당이 안 되고 포스팅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수준으로 쏟아지고 쏟아지고 또 쏟아집니다그려;;;;

하지만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포스팅하고 넘어가야겠지 말입니다. Scissor Sisters의 I Can't Decide. 가사 번역은 뭐 너무 믿으시면 곤란하고요(....) 듀게의 영험하신 모님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번역어 선정에서 사심을 자아아아아아아안뜩 섞긴 했지만 원전 그대로라능. 진짜라니까.



기분 좀 내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판돈을 키우고 한 몫 두둑히 챙기려면
우선은 입놀림부터 조심해야지
니년한테 박으면서 키스하는 건 말야
내가 까맣게 잊고 산 무언가의 냄새를 떠올리게 해
잔뜩 웅크리고 뒈져서 이젠 썩어버린 무언가

깡패처럼 굴 마음은 없어, 오늘밤은 아니지
날 나쁜 놈으로 만들지 마
난 그냥 한 마리 외로운 늑대일 뿐이야, 자기
근데 지금 니년이 내 앞에서 깔짝대고 있다고

니년을 살려둬야 할지 쳐죽여야 할지 모르겠네
자긴 아마 천국에 갈 거야
고개 떨구고 훌쩍이지 말라구
이유를 꼭 물어야겠냐
내 심장은 안에서 죽어버렸어
차갑고 단단한 화석처럼 굳어버렸지
자, 문 잠그고 블라인드 내려
우리 갈 데까지 가 보자고

아주 이놈저놈 잘도 꼬리치고 댕기는구나
하긴 니가 썅년인 게 어제오늘 일이니
여기서 관둔다면 난 밸도 없는 놈이지
거짓말이 고양이라면 니년이 바로 모래일 거다
언제부터 니가 모두를 만족시키는 착한 애였냐
내 발이 꼬일 때까지 춤이나 땡기자고
빌어먹을 독한 술을 연거푸 쳐마셨는데 취기도 안 도네

이쯤 되면 진짜 니가 존경스럽다
어쩜 뻔한 수법으로 잘도 갖고 놀았냐
날 속이려거든 최소한의 진심은 보여봐라
나 이번엔 정말 열받았거든

어떻게 할까
니년을 살려둘까 아니면 쳐죽여 버릴까
자긴 죽어서 아마 천국에 갈 텐데
뭘 고개 숙이고 징징거리냐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해?
그야 내 심장이 죽어버렸거든
차갑고 단단한 돌이 됐거든
문 잠그고 블라인드 내려라
갈 데까지 가보자

니년을 호수에 던져버릴까
아니면 독을 넣은 케이크를 목구멍에 쑤셔박아 줄까
그래, 자기가 뒈져버리면 난 자기가 더럽게 그리울 거야
그냥 산 채로 묻어버릴까
하지만 니년은 보나마나 칼 쥐고 무덤에서 기어나오겠지
내가 잠든 틈을 타서 날 썰어버리겠지
그래서 이런다

덕분에 니년을 살려둘지 쳐죽일지
이렇게 고민 중이란다
자긴 필경 천국에 갈 거라니까
고개 박고 구슬프게 질질 짤 거 없어
뭐 별 이유 있겠니
내 심장이 죽어버렸을 뿐이야
심장 대신 차갑고 단단한 돌이 들었어
문 잠그고 블라인드 내리랬지
갈 데까지 가보자니까

음률은 나름 상큼발랄한데 가사 꼬라지 좀 봐라; 무엇 땜에 막말 카테고리에다 이 곡을 넣었는지는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고 걍 넘어가겠음. 꼭 말을 해야 압니까 왜 이래요 아마추어같이(....)
참고로 이 곡을 듣고도 뭔가 핑 오지 않은 닥터 후 팬은 스스로의 팬심을 제고해 보시기 바랍니다(야!!!). 시리즈 3의 마지막 에피소드 Last of the Time Lords에서 마스터가 닥터를 조롱하는 양 따라불렀던 곡이라고(....) 야이 빌어쳐먹을 매니악한 호모 영국 샛기들아;; (원래 가위언니들이 영국에서 인기가 더 많다지만) 그래서 이놈의 곡은 싱글로 정식 발매된 적도 없는데 영국 싱글 차트에서 데뷔 64위나 해쳐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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