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릿단.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1/05/25 17:33

원고 기간 핑계로 절찬 블로그를 잘도 방치 중이지만 정작 원고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냐 물어보시면 싫지 말입니다. (야!)
나는 역시 편집기자 노릇이 체질에 맞음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 모종의 이유에서 발로(...) 번역한 지우타(地歌) 검은 머릿단(黒髪)이 약간 아까워서 때마침 블로그도 썰렁하니 발라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번역의 질은 결코 보장하지 않으며 심각한 오역 이외의 지적도 거부합니다. 나는 유리심장의 에이스지 말입니다.

黒髪の 結ぼほれたる 思いには とけて寝た夜の 枕とて 一人寝る夜の 仇枕
袖は片敷く つまじゃというて 愚痴な女子の 心も知らず しんと更けたる 鐘の声 
昨夜の夢の 今朝覚めて ゆかし 懐かし やるせなや 積もると知らで 積もる白雪

검은 머릿단처럼 뒤엉킨 마음으로 머리채 풀고 함께 잠들었던 베개에서 홀로 지새는 긴긴 밤
소매를 베고 누워 가신 임 그리는 어리석은 여인을 뒤로 하고 고즈넉히 울리는 종소리
간밤의 꿈에서 허망하게 눈을 뜨니 한숨과 원망만이 창밖의 흰눈과 함께 쌓여갑니다

좀 더 산문적으로 한역하자면.

뒤엉켜 풀리지 않는 검은 머릿단과도 같이 내 마음은 괴롭기만 합니다. 머리채를 풀어 늘어뜨려 님과 나란히 베고 누웠던 베개를 지금은 홀로 눈물로 적시고 있습니다. 한쪽 소매를 펴고 누워 님이 계신 듯 말을 걸어봅니다. 이토록 어리석은 여자를 돌아보는 일 없이 밤은 깊어만 갑니다. 고즈넉한 종소리가 들려오니 온 세상에 단지 저만이 남겨진 양 한없이 적막하군요. 님과 함께 했던 옛날을 꿈꾸다 문득 깨어나니 님이 그립고 흘러간 나날이 그리워 가슴이 찢어집니다. 동틀녘 바깥을 내다보니 어느 틈엔가 눈이 쌓였습니다. 홀몸이 되어도 시간만은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흐미 이게 웬 청승이래

검은 머릿단(黒髪)은 지우타(地歌) 이로모노(艶物)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지우타(地歌)인지 나가우타(長唄)인지 구분 따위는 복잡하니 다 집어치우고 하여간 이로모노는 머리 떼고 꼬리 떼고 상무식하게 말하자면 버림받은 여자들이 청승떠는 곡의 통칭인데, 개중에서도 <검은 머릿단>은 비교적 쉬워 기초연습곡 내지는 입문곡으로 많이 쓰인다고. 본래는 가부키 오오아키나이히루가코지마(大商蛭小島)의 독음(独吟=독창)으로,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頼朝)(....)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했던 이토 스케치카(伊藤祐親)의 딸 타츠히메(辰姫)가 겐지 부흥을 위해 호죠 마사코(北条政子)에게 남편 요리토모를 양보하고 두 사람을 2층으로 올려보낸 후 제 머리를 빗으면서 질투심에 울며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한 마디로 청승 중에서도 상청승. -_-;;;;
헌데 갑자기 난데없이 뭐하는 쿠로카미인지는 비아이 님께 물어보십시오 핫핫핫.

top
Trackback Address :: http://kisara71.cafe24.com/blog/trackback/2315409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