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어느 미스터리 빠순이의 헛짓 2탄.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1/06/09 18:03

부장을 이해하고자 날밤을 새며 난상 토론을 벌인 끝에 놈이 구제가 안 되는 병딱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음에 화딱지가 나서 + 부장 그놈이 나름 주역인 주제에 저 모양이라 정작 원고 진도가 안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서 + 모종의 프로젝트로 수고하신 시엘 님께 애교;를 떨고자 + 일에서 헬게이트 하나 넘겼으니 쉬어가는 차원에서 등등 각종 복합적인 이유로 트위터용 장편(掌編)에 도전했다 장렬히 실패한 S는 그냥 손 가는 대로 단편인지 횡설수설인지를 썼다. 에잇 이런 패배자 같으니.
이하는 미연시 게이물 퀴어물 치정극 BBC 드라마 셜록(Sherlock) 3편 The Great Game의 파쿠리(...). 이미 보신 지혜로운 이는 헤아릴찌니 신짱이 셜록(...), 즈라가 존(...), 부장이 레스트라드 경감을 빙자한 무언가의 번데기(...), 그리고 긴상이....어험어험(외면). 놈의 분석을 시도했다 세상과 소라치의 악의만 맛본 원한과 울분을 꾹꾹 눌러담아 부장을 바보 만들기에 전력을 다했다. 예? 니가 북치고 장구치며 메가폰 들어 떠들지 않아도 원래 바보라고요? 그 무슨 당연한 말씀을.

"긴토키 그놈하곤 빨리 손 끊는 게 좋을 거다."
"……엉?"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면서 담배를 뽑아물었다가 카츠라의 말없는 눈부라림과 벽의 금연 표지를 가리키는 웅변적인 몸짓에 눌려 우물쭈물 구겨진 담배갑에 도로 꽂아넣은 히지카타에게 다카스기는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고 툭 뱉다시피 한 마디를 던졌다. 뜬금없는 말에 어안이벙벙해진 히지카타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화면에다 눈길을 못박은 채 무심하게 추가타를 날린다.

"사귀잖아."

카츠라는 홍조가 목덜미에서 이마까지 좌아아아악 밀려올라간 끝에 머리가 김을 삐이익 내뿜으며 펑 터지는 현상이 만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능함을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눈코입 다 날려보낼 기세로 화려무쌍하게도 터뜨린 히지카타는 어버버흐버버 파닥파닥 퍼득퍼득 사냥꾼을 피해 달아나며 날기를 갈망하는 최후의 도도새마냥 실험실 안을 마구 뛰어다녔다. 그것은 실로 긴토키가 옆에서 깝칠 때도 굳세게 제 일만 하던 다카스기조차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어이없게 주시할 만큼 대단한 구경거리였다. 카츠라가 근엄하게 아이폰을 들어 일련의 상황을 촬영하기 시작하고도 대략 1분 40초쯤 지나서야 히지카타는 가까스로 바닥에 철푸덕 깔린 제정신을 닥닥 긁어모았는지 냅다 빼액 소리를 질렀다.
"무, 무, 무, 무, 무 무무무무무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저런 백발 새끼하고!!!"
"……내가 이날 이때까지 거짓말 안 보태고 대강 수백 명한테 이 스킬을 시전했지만 너같이 몸바쳐 니 말이 맞소이다 긍정해주는 놈은 난생 처음 본다."
다카스기는 보란듯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살짝 제멋대로 튀긴 하지만 결 좋고 윤기 잘잘 흐르는 히지카타의 흑발을 가리켰다.
"편의점에서 팔 법한 싸구려 샴푸 냄새만 풍기던 니녀석 머리와 긴토키놈의 더벅머리에서 같이 나는 선나호루 샴푸향부터 어떻게 하고 변명하시지."
히지카타의 눈이 아주 대놓고 끝에서 끝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중간으로 기를 쓰고 되돌아왔다.
"내, 내가 장볼 때 아무거나 걸리는 대로 집었나 보지……."
"웃기지 마셔 히지카타 경감님. 선나호루는 한 통에 13000엔도 넘는 고급품이다. 편의점이나 일반 마트에 있을 리가 없잖아. 긴토키 그놈은 제 대책없는 곱슬머리가 곧게 펴지기를 눈물로 간절히 기원하면서 단것에 퍼붓는 용돈마저 아껴 샴푸에 꼴아박던 놈이라고. 딱 그 자식이 고를 법한 물건이야."
다카스기는 내친 김에 승기를 잡고자 결정적인 증거를 연달아 집어던지는 모 게임의 검사처럼 우아하게 손가락 둘을 들어보였다.
"사실 2. 셔츠는 다른데 바지는 어제와 똑같고 유독 무릎 부분만 닳아 있어. 바닥을 어지간히 열과 성을 다해 몸으로 청소하지 않고서야 하룻밤 사이에 거기까지 해질 리가 있나. 엉망진창으로 구겨지고 쭈글쭈글해진 바지를 물 뿌려서 땜빵하려 용 쓴 흔적도 고스란히 남았네. 게다가 눈밑엔 나 못 잤다고 까놓고 광고하는 다크서클이 꽉 끼었구만. 보나마나 새벽녘에 눈 좀 붙이려 집에 가려다 긴토키한테 붙들렸겠지. 그리곤 그놈 집에서 자라는 잠은 안 자고 무릎이 나올 일을 줄창 했어. 성인 둘이 한밤중에, 더구나 한쪽은 바닥에 엎드려서 할 만한 짓이 뭘까? 응?"
"혹여 트위스터를 했는지도 모른다, 신."
"넌 닥쳐 즈라. 네 셔츠를 보면, 아주 약간이지만, 보통 때보다 품이 남아. 복귀할 시간이 코앞에 닥쳐서 셔츠만 얼른 빌려입고 허둥지둥 튀어나왔겠을 게다. 바지는 어떻게든 주워입긴 했지만 제대로 다림질할 깜냥은 내지도 못했어. 아, 그럼 셔츠는 도저히 수습 안 되게 찢겼을 가능성이 높겠다. 니가 약간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꼴을 봐선 머리 말릴 시간도 솔찮게 없는 통에 대강 부비고 기어나왔다가 아니나다를까 감기에 걸렸고. 자, 뭔가 반박할 말이라도?"
다카스기의 모양 좋은 입술에서 가차없이 말마디가 떨어질 때마다 강렬한 스트레이트 원투 펀치를 쳐맞는 양 정말로 티나게 움찔움찔 경련하던 히지카타가 종래에는 반죽음 흡사한 상태로 화하여 돌처럼 굳은 상태를 한동안 유지한 끝에 쭈빗거리면서 가까스로 토해낸 것은 부정도 긍정도 아닌 엉뚱한 웅얼거림이었다. 그, 그게 왜 손 끊으라는 얘기가 되는데……사카타 저놈이 재수없고 싸가지없고 물에 던져도 입만 살아서 동동 뜰 새끼긴 하지만 나쁜 놈은 아니란 말이다……무 물론 소꿉친구에 동창이니까 그놈에 대해선 더 잘 알겠지만, 하지만 사람은 변하는 거고……어쩌고 저쩌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카츠라는 가재눈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주 홀랑+푹 빠지셨군요. 다카스기는 한심한 기색을 숨기지도 않고 노골적으로 한숨을 푹푹 쉬었다.
"하긴 긴토키놈하곤 옛날에 잠시 섹파였던 적도 있긴 하지만" - 히지카타가 순간적으로 로드롤러에 등짝을 보인 개구리 흡사한 소리를 냈다 - "그거하곤 하등 상관없는 문제다 이 멍청한 화상아. 저 자식한테서 롤리타 렘피카와 브와이야쥐 데르메스 냄새가 나서 하는 말이라고."
"엉? 로리타 콤……뭐?"
"롤.리.타.렘.피.카. 브.와.이.야.쥐.데.르.메.스."
다카스기는 마치 머리 나쁜 학생을 대하듯 참을성 있게 한 글자 한 글자 끊어서 발음해주고 향수 이름이라 덧붙이는 서비스까지 베풀었다.
"그게 뭐. 나야 무슨 계집애도 아니고 향수나 뿌리는 사내놈들을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까짓 향수 한두 개쯤,"
"잠자코 들어. 제정신 박힌 인간이라면 절대로 향수를 한 번에 두 가지 이상 쓰지 않아. 향수 고유의 향기가 죽는 건 둘째치고 냄새가 뒤섞여서 오히려 역해지기 십상이거든. 만에 하나 저놈이 제정신을 어디 안드로메다로 날려먹었다 해도 - 종종 정줄이 실종되는 작자긴 하다만 - 롤리타 렘피카는 비터스위트한 여성적인 향수고 브와이야쥐 데르메스는 뺨을 후려치는 느낌을 주는 시원하고 청량한 향수다. 어느 쪽도 저놈이 뿌리고 다닐 만한 물건은 아니야. 긴토키 그놈은 끽해야 쿠로스지. 백 보 천 보 양보해 취향이 바뀌었다 치자. 본인이 찍어발랐다기엔 너무 희미해. 서드 노트까지 가도 저 정도까지 엷어지진 않아. 다시 말해 남의 체취가 묻어올 만한 행위를 한 명도 아닌 두 명과 했다는 얘기다. 너랑 대충 아침 여섯 시에 헤어졌다 치면 불과 아홉 시간 사이에 말이지. 브와이야쥐 데르메스는 유니섹스 향수니 그쪽은 남자일 수도 있겠군."
히지카타의 턱이 바닥까지 뚝 떨어졌고 여즉 품안에 갈무리 못했던 담배갑도 함께 떨어졌다.
"결정적으로,"
다카스기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끼운 종잇조각을 팔랑팔랑 흔들어보였다.
"그놈이 페트리 샬레 밑에 이걸 두고 갔거든."
반사적으로 내민 히지카타의 손으로 넘어간 메모지 크기의 종잇조각에는 즉석에서 뚝딱 그린 티가 나는 기분 나쁜 하트와 후지야 마스코트를 풀발라먹은 듯한 (아마도 긴토키의) 숭악한 캐리커쳐 한가운데 날림글씨인지 달필인지 분간이 안 되는 글자로 폰번이 마구 휘갈겨져 있었다. 그리고 캐리커쳐 위의 말풍선에 든 한 마디. <전화해♥>
히지카타는 문제의 종잇조각을 위로 보고 아래로 보고 옆으로 보고 45도 각도로 보고 메시지를 열 다섯 번은 읽어본 다음 가히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끼드득거리며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정중하게 다카스기에게 메모지를 반환하고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계속 끼드득거리면서 뒤로 돌아 비틀대는 듯 절도 있는 듯 뭔가 애매한 걸음걸이로 실험실을 나갔다. 카츠라는 그 모양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 역시 근엄하게 아이폰을 들어 촬영하고 블로그 갱신용으로 <요즘 경찰의 생태>라는 제목을 붙여 파일을 저장한 후 - 다카스기에게 말을 걸었다.
"저 친구 어딜 가는 겐가?"
다카스기는 종잇조각을 맵시 있게 네 조각으로 찢어 휴지통에 버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화장실에 숨어서 정신안정제 대신 마요네즈라도 빨겠지. 병원은 전면금연구역이잖아."

참고로 트위스터는 이런 게임입니다. 우리의 친절한 이웃 위키페디아 일어 버전은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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