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Staccato and Fortississimo - Together with me by 키요카와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1/09/22 16:47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시 태어나면 너와 하나가 되고 싶다던 그 애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왼쪽 눈가에 손을 가져갔다. 눈꺼풀 밑의 안구 없이 텅 빈 구멍을 만져본다. 뜨이지 않는 왼쪽 눈에 애착을 느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눈을 쓰다듬으며 그 애를 생각하고, 마치 실물이 이 자리에 있는 양 감촉을 만끽했다.
오래 전 그 애를 애무했듯이 손끝을 피부 위로 미끄러뜨리면서 결함을 기꺼워했다. 잃은 방식은 다르다. 여기에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아울러 그 애의 몸에 남았던 무수한 상흔이 내 몸에도 새겨졌다. 무엇보다 내가 그 애의 복부를 찔렀을 때의 검상(劍傷)이 반점마냥 박혀 있다. 다만 얼굴만은 그 애를 전혀 닮지 않았다. 붉은 눈과 곱슬머리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기왕이면 녀석처럼 윤기 있는 스트레이트 흑발이 되고 싶었는데. 성격도 취미도 옛날의 나 그대로. 그 애에게서 물려받은 부분은 헤비 스모커란 점 정도일까. 녀석의 일부가 내게 녹아들었다고 해야 하겠지. 생일은 9월 10일. 그 애의 생일과 예전의 내 생일의 딱 중간쯤 되는 날에 지금의 내가 태어났다. 운명적이지 않은가. 감동했다. 그 애가 원했던 대로, 나와 그 아이는 하나가 되어서 지금을 살고 있다. 내 유전자가 너무 강했던지 균일하게 섞이지는 못했고, 의식은 완전히 예전의 나지만, 그래도 나와 그 아이는 한 몸이 되었다. 그 애를 구성했던 요소가 나를 이루고, 나와 그 애를 강고하게 묶어주고 있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나와 다카스기는 공존하고 있다. 갈라진 길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던 과거로부터 무수한 세월이 지나고서야 가까스로 함께 하는 <현재>를 얻었다. 그 애는 이곳에 없지만 내 안에 있다. 내가 결코 잊지 않는 한 그 애 또한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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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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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11/09/25 22:58
그건 님의 취향이 곧 제 취향이기 때문입니다. 핫핫핫. 병적이고 맹목적이고 짧고 강한 글을 저 혼자만 보고 죽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Ciel님의 아름다운 그림도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 오호호호.

P.S. 개인적으로는 '섞인'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눈 하나 없고 상흔이 남아 있는 건 일종의 스티그마타인 거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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