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nniest Joke in the World.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1/12/27 22:53

2011년도 며칠 남지 않은 오늘, 여러모로 웬수인지 구세주인지 알 수 없는(...) 십년지기 Hylls냥의 리퀘를 받자와 KISARA의 일일일몬이 돌아왔습니다! 어디가 일일일몬인지는 결코 묻는 일 없이 가슴에 묻는 신사의 센스를 보여주세요 플리이즈.
오늘의 희생양은 기념비적인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의 첫 번째 에피소드, '캐나다는 어디로 가는가(Whither Canada)?' 의 전설 아닌 레전드이자 내가 유독 사랑해마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개그(The Funniest Joke in the World)'. 이런 무시무시한 폭탄을 첫 화에서부터 뻥뻥 터뜨렸다니 원 세상에 이런 비범한 놈들을 다 보겠나. 그럼 오늘도 즐감하시길.
몇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으므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명백한 오역에 대한 지적을 제외한 항의는 일절 허용하지 않습니다. 난 섬세한 여자라요. 진짜라니까. 오빠 말 못 믿니.


내레이터(에릭 아이들) : 지금 보시는 이 남자는 개그 작가 어니스트 스크리블러입니다. 몇 분 이내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웃기는 개그를 완성할 것이고……그 결과, 웃다가 죽게 됩니다.

(어니스트 스크리블러[마이클 페일린]가 제가 쓴 개그를 읽고 미친듯이 웃다가 죽는다;)

내레이터 : 문제의 개그는 너무나도 치명적이었습니다. 한 번 읽으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지난 13년간 신나게 슬럼프에 빠져 헤매던 아들이 자살한 줄로 착각해 개그를 유서로 생각하고 읽은 어머니[에릭 아이들] 역시 웃다가 죽어버린다……)

기자(테리 존스) : 오늘 아침, 오전 11시를 막 지났을 무렵, 갑작스럽고도 폭력적인 코미디가 디블리 가의 작은 집을 덮쳤습니다……경찰은 즉시 일대를 봉쇄했습니다. 지금 제 옆에는 스코틀랜드 야드의 경위가 나와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위(그레이엄 채프먼) : 저는 집으로 직접 들어가 개그를 안전히 제거하고자 합니다.

(청진기를 낀 의사가 히스테리컬하게 웃다가 죽어 넘어진다)

경위 : 대항책으로서 축음기로 음울한 음악을 재생하는 한편, Q과(Q Division)의 경관들이 입을 모아 비통하게 질질 짜는 방법을 채택하였습니다. (심각한 얼굴의 경관 셋[마이클 페일린/존 클리즈/에릭 아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이 자아내는 음침한 분위기야말로 우연히라도 문제의 개그를 읽고 마는 사태를 방지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경위가 집안으로 들어간다)

기자 : 저기, 용감한 이가 걸어갑니다. 설령 살아서 나오지 못하더라도, 오늘 그의 임무는 영국 경찰의 기나긴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고결하고 영웅적인 행위로서 대대손손 칭송을 받게 될 것입니다…….

(경위 역시 히스테릭하게 웃으며 비실비실 걸어나오다 쓰러져 죽는다……)

내레이터 : 육군이 살인 개그의 군사적 잠재력에 주목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리하여 개그는 엄중한 경계 하에 국방성에서 열린 연합군사령관 회합의 자리로 이송됩니다.

(걸린 푯말 '회의 중. 출입금지'. 개폭소 후 연합군사령관 회합 전멸[....])

내레이터 : 군 상층부는 크나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어 솔즈베리 평원에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개그가 약 50야드(≒46미터)의 범위에 이르기까지 괴멸적인 위력을 떨친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멍뎅해 보이는 이등병[테리 존스] 사망[....])

장군(에릭 아이들) : 환상적이야!

대령(그레이엄 채프먼) : 43년 겨울에 걸쳐, 우리의 번역팀은 방농(防弄) 환경에서 살인 개그의 독일어판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만전을 기하고자 번역가 한 명에게 단어 하나만을 할당했습니다. 실수로 두 단어를 본 사람은 수 개월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제외하고 작업은 대체적으로 순조로운 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해 1월, 우리는 문제의 개그를 아군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독일인들은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손에 넣게 됩니다.

(벨기에의 아르덴 지방. 개그여단이 참호에 엎드려 있다.)

내레이터 : 1944년 7월 8일, 드디어 운명의 막이 오릅니다. 아르덴에서 개그가 처음으로 쓰이는 날이 온 것입니다…….
하사관 : 제군, 개그를 준비하라! (각자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편다) 제군, 개그를 읽으라!
개그여단 소속 병사 : Wenn ist das Nunstück git und Slotermeyer? Ja! Beiherhund das Oder die Flipperwaldt gersput!

(잠시간의 침묵 후 독일병사 폭풍같이 소사(笑死)[....])

내레이터 : 개그는 눈부신 전과를 올렸습니다. 이는 대영제국의 가장 강력한 전전(戰前) 개그보다 6만 배 이상의 위력을 자랑했으며, (체임벌린이 유명한 '우리 시대의 평화(Peace for Our Time)' 연설문을 흔든다) 또한 히틀러가 결코 대항할 수 없는 개그였습니다.

(히총통의 연설. 자막은 '나의 개에게는 코가 없다' '무슨 수로 냄새를 맡습니까(How does he smell)?' '끔찍해!' [............])

내레이터 : 개그는 사신과도 같이 전장을 휩쓸었습니다.

(어쨌든 독일병사들이 어디서나 추풍낙엽처럼 쓰러짐[.........])

내레이터 : 독일군의 사상자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심문실. 한 명은 '게슈타포 요원'이란 팻말을 걸고 있다[.......])

나치(존 클리즈) : (어마어마한 독일 액센트로) 대체 그 개그가 뭐지?
연합군 군인(마이클 페일린) : 내가 답할 수 있는 건 이름과 계급, 그리고 닭이 왜 길을 건너갔냐(Why did the chicken cross the road)는 것뿐이오.
나치 : 전혀 재미없어! (때린다) 어서 문제의 개그를 불어!
군인 : 좋아요. 나치가 길을 건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How do you make a Nazi cross)?
나치 : 모르겠군. 어떻게 하면 나치가 길을 건너지?
군인 : 속을 박박 긁으쇼(Tread on his corns). (짓밟는다)
나치 : Gott in Himmel(시발)! 조금도 재미없어! (더 때린다) 냉큼 자백하지 않으면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
군인 : 폭력으로 내 입을 열게 하진 못할 거요.
나치 : 아, 시시한 놈. 시작해라, 오토!
군인 : 오, 안돼, 안돼, 그것만은 안돼, 제발.
나치 : 놈을 간지럽혀.
군인 : 으하하하우하하하프하하하하하하. 알았어요, 말하죠.
나치 : 오토, 타이프라이터를 준비해라!
군인 : Wenn ist das Nunstück git und Slotermeyer? Ja! Beiherhund das Oder die Flipperwaldt gersput!

(오토[그레이엄 채프먼]가 미친듯이 웃으며 심문실을 나간다. 통나무처럼 쓰러지는 소리)

나치 : 재미없잖아!

(하지만 곧 반추하다가 딱다구리 우디풍으로 웃으며 즉사[....]. 이어 달려들어온 병사[테리 길리엄]도 사망[......])

내레이터 : 44년 가을 피네뮨더에서 독일인들은 자국의 개그 제작에 착수합니다.

(책상 앞에 앉은 독일 장군[테리 존스] 뒤에 '다른 게슈타포 요원'이란 팻말을 건 오토[그레이엄 채프먼]가 서 있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독일 과학자/혹은 개그 작가[에릭 아이들]가 들어온다)

과학자 : Die ist ein Kinderhunder und zwei Mackel über und der bitte schön ist den Wunderhaus sprechensie. "Nein", sprecht der Herren, "Ist aufern borger mit zveitingen".
오토 : 결과를 알려주지. (탕)

내레이터 : 그러나 12월, 마침내 독일의 개그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히틀러는 독일산 V-개그를 전 영국에 방송할 것을 명령합니다.

('1942년, 런던 어딘가')
(남편[테리 존스]과 아내[그레이엄 채프먼]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방송 : 땅콩 츠바이(두 개)가 슈트라세(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소금친 땅콩이었습니다(Und one was assaulted! peanut). 호-호-호-호.

내레이터 : 1945년,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살인 개그 또한 소임을 다한 셈이었지요. 제네바 조약 특별회의는 개그를 통한 전쟁행위를 금지하기로 결정하였고, 마침내 1950년, 마지막으로 남은 살인 개그의 사본이 이곳 버크셔의 시골마을에서 영원한 잠에 들어갔습니다……다시는, 누구의 입에도 오르지 않기 위해서.

(기념비의 비문 : '이름없는 모든 개그에게')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스크리블러(Scribbler) : 하찮은 낙서꾼. 속된 집필가라는 뜻이 있다.
(註 2) Wenn ist das Nunstück git und Slotermeyer? Ja! Beiherhund das Oder die Flipperwaldt gersput : 물론 아무런 뜻도 없다(...). 심지어는 제대로 된 독일어조차 아니라고 한다;
(註 3) 방농(防弄) : 원문은 joke-proof. bullet-proof가 방탄이므로 joke-proof는 방농(防弄)(.....).
(註 4) 1944년 7월 아르덴이라면 아직 그 유명한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는 아닌데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註 5) How does he smell? 은 '그 개 냄새는 어떻습니까?' 로도 해석할 수 있슴다. 그래서 히총통이 끔찍하다고 일갈한 거임. 정말이지 굽시니스트의 롬멜에 비견할 만한 하찮은 농담 센스가 아닐 수 없다 -_-;;;
(註 6) 실상 히총통의 연설 장면은 실은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 대회를 담은 선전영화의 진수, '국가의 탄생'과 더불어 세상에서 제일 꼴보기 싫은 위대한 영화;로 손꼽히는 저 악명높은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의 '의지의 승리(Triumph of the Will)'에서 따온 것이라고. 아울러 '나의 개에게는 코가 없다(My dog's got no nose)' 는 '나아가 이러한 일이 다시는 독일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Insbesondere keiner mehr in Deutschland leben wird)', '무슨 수로 냄새를 맡습니까(How does he smell)?' 는 '우리 모두는 제국의 아이들입니다(Wir sind des Reiches junge Manschaft)', '끔찍해(Awful)' 는 '제군들의 학교(Eure Schule)'.
(註 7) Why did the chicken cross the road? : 답은 '건너편으로 넘어가려고(To get to the other side)'. 영어권의 대표적인 허무 개그/넌센스 퀴즈.
(註 8) How do you make a Nazi cross는 세 가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나온 Why did the chicken cross the road에 맞춰서 '어떻게 하면 나치가 길을 건너갈까'. 혹은 '나치 십자기장을 어떻게 만들까'. 뒤에 나올 답과 연동하려면 '어떻게 하면 나치가 열받아서 펄펄 뛸까'.
(註 9) Tread on someone's corns는 '남의 속을 긁다' 또는 '감정을 상하게 하다' 를 의미하는 숙어지만, 말 그대로 무식하게 해석하면 '발의 티눈을 짓밟는다' 도 됩니다(....). 말 그대로 짓밟았죠. 으아아아아악 하찮아.
(註 10) Die ist ein Kinderhunder und zwei Mackel über und der bitte schön ist den Wunderhaus sprechensie. "Nein", sprecht der Herren, "Ist aufern borger mit zveitingen" : 이것도 듣기에만 그럴싸한 엉터리 독일어라고;
(註 11) 피네뮨더Peenemünde : 독일이 V2 로켓을 제조하던 항구다. V-개그는 당연히 V2 로켓의 패러디(...).
(註 12) 1944년에 독일이 반격용 개그를 제작했다더니 왜 자막은 1942년인지는 걍 따지지 마라. 독일의 과학력은 세계 제이이이이이이이일!!! 이므로 시간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 푸헉.
(註 13) Und one was assaulted! peanut : a salted peanut(소금친 땅콩)과 assaulted(공격받다)의 말장난(.....).
(註 14) 이름없는 모든 개그에게(To the Unknown Joke) : 전쟁의 그늘에서 죽어간 모든 이를 기리는 위령비의 문구 'The Unknown Soldier(이름없는 병사)'의 패러디.


드디어 해냈습니다. 다음 타자는 김일 님의 리퀘에 따라 The First Man To Jump The Channel (Ron Obviou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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