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s Grannies.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10/30 11:39

잊을 만하면 돌아온다 일일일몬의 시간.
오늘은 예고한 대로 포도 님이 리퀘하신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8화 '완전 노출(Full Frontal Nudity)'의 스케치 '지옥의 할멈들(Hell's Grannies)'이 타겟 되겠슴다. 즐감해 주시면야 나는 좋지염. 그래도 봐주는 분이 있으니까 이 짓을 하지(.....).
늘 그렇듯이 명백한 오역 외의 지적은 불허합니다. 도에스의 유리심장에 그렇게 상처를 내고 싶나염.


아나운서(에릭 아이들) : 어……음, 어……어어. 에……에에……죄송합니다. 다음으로 전면 노출을 보시겠습니다.

(지저분한 레인코트를 입은 남자[테리 존스]가 지나가는 부인네들에게 바바리맨 짓을 한다. 카메라를 향해 돌아서자 목에 건 팻말이 보인다. <까꿍!>[……])
(요구르트를 주워먹고 있는 아나운서를 대령[그레이엄 채프먼]이 마구 찔러댄다)

아나운서: 오, 저런, 죄송합니다. 좀 더 오래 할 줄 알았어요. 음. 노틀롭, 아니, 볼튼을 보시겠습니다.

(화면 전환)

내레이터(에릭 아이들) : 공포가 이곳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의 장막이 집과 거리를 뒤덮고,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폭력이 도시를 위협합니다. 그렇습니다. 일단의 노부인들이 무력하고 건장한 청년들을 습격하고 있는 것입니다.

(껄렁한 청년들[그레이엄 채프먼과 테리 존스]을 노부인 셋[존 클리즈, 에릭 아이들, 마이클 페일린]이 덮쳐 죽도록 패고 도주한다[……])

사내 1(마이클 페일린) : 길을 가면 할머니들이 와서 일부러 부딪히고 밀쳐내고 그래요. 보통 너댓이 뭉쳐다녀요.
사내 2(테리 존스) : 할머니들이 오기 전까진 이 동네도 참 살기 좋았어요. 요즘은 무서워서 가게에도 함부로 못 가요.
사내 3(존 클리즈) : 존슨 부인네 아들 케빈은 밖으로 나오려 하지도 않아요. 레슬링만 끝내고 집에 가면 바로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문을 잠가버린다고요.

내레이터 : 이 연로한 불량배들, 레이스를 입은 건달들은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노부인 1 : 우리도 소일거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노부인 2 : 짱 재밌다고.
노부인 3 : 댁도 알다시피, 안 그렇수?
내레이터 : 노부인들은 주로 공중전화 부스를 노립니다.

(담벼락에 쓰인 구호 : 사랑이 아닌 차를[Make Tea Not Love][……])

경관(그레이엄 채프먼): 이봐 이봐, 어서 꺼져. 안 들려? 냉큼 사라지라고! (노부인들이 도망간다) 이들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습니다. 연금지급일이 특히 최악입니다. 아주 미쳐 날뛰거든요. 돈을 받기만 하면 즉시 우유, 빵, 홍차, 고양이 먹이로 죄다 날려버리고요.

(극장)

극장지배인(테리 존스) : 두 시만 되면 온동네 노친네들이 주간상영 영화를 보려고 몰려듭니다. 특히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도 거는 날엔 장난 없지요. 좌석을 찢고 보청기를 부수고, 여하간 난리가 납니다.

기자(에릭 아이들) : 이들 비행노부인의 총체적인 문제점은 동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데 있습니다. 이들은 자녀들이 회계사, 주식중개인, 심지어는 사회학자로 자라나는 것을 지켜본 끝에, 마침내는 모든 게 정말로……으악!!!!

사내 4(그레이엄 채프먼) : 우리 할머니가 저렇게 변해버린 것에 가끔은 책임감을 느껴요. 뭐랄까, 뜨개질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할머니는 행복했거든요.
기자 : 뜨개질이라고요?
사내 4 : 네. 이젠 코바늘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아요. 어떤 땐 하루에도 털실을 스무 뭉치나 써버려요. 털실이 떨어지면 폭력을 휘두르고요. 우리가 뭘 어쩌겠어요?

(재킷에 박힌 문구 : '지옥의 할멈들'[……])

내레이션 : 그러나 이 도시의 문제는 노부인 일당만이 아닙니다. 이곳에는 또다른 무서운 갱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바로 아기 유괴범들입니다.

아내(리타 데이비스) : 남편을 바깥에 잠깐 세워두고 가게에 들어갔다 온 사이에 그이가 사라졌어요. 이제 겨우 마흔 일곱인데!
내레이터 : 노상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잔인한 좌측통행 표지 조직이 도로를 점거하였습니다.

(길을 건너는 교구목사를 일단의 좌측통행 표지판들이 공격한다[……])

대령(그레이엄 채프먼) : 그만, 그만, 그만하시오. 이 스케치도 점점 바보스러워지는군. 젊은치들을 공격하는 노부인들은 그런대로 괜찮더니 뒤로 갈수록 바보스러워. 이 친구는 교구목사 행세를 하기에는 머리가 너무 길잖소. 표지판은 허접하기 짝이 없고. 좋아요, 이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봅시다.

더러운 레인코트를 입은 사내(테리 존스) : 유니섹스란 게 있다는데 난 아직 못해봤어.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아나운서를 찔러대고 스케치에 시비를 거는 육군 대령은 같은 에피소드의 오프닝 스케치 '육군보호공갈(Army Protection Racket)'에 등장해 농담이 조금만 썰렁해질 기미를 보이면 강제로 스케치를 중단시키고 다음으로 넘겨버리는 역할을 자인해서 맡더니 이 개그를 처음부터 엔딩(즉 '지옥의 할멈들')까지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캐릭터임(....).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약방의 감초처럼 얼굴을 내밀어 육군의 권위를 조금이라도 손상할라치면 가차없이 브레이크를 걸어버립니다. 뭐 딴 건 모르겠고 채프먼은 수염+제복 조합이 참 근사(퍽!!)
(註 2) 노틀롭, 아니 볼튼 : 지옥의 할멈들 바로바로 앞이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히는 '죽은 앵무새(Dead Parrot)' 스케칩니다. 이것도 언젠가 할 날이 오겠지만(....) 하여간 거기서 애완동물 가게 주인(마이클 페일린)이 입스위시Ipswich가 볼튼Bolton의 회문(回文, 거꾸로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어구)이라 되도 않는 개소리를 하자 손님(존 클리즈)이 특유의 어마어마한 억양으로 볼튼의 회문은 노틀롭Notlob이라 반박한다; 입스위시건 노틀롭이건 어떻게 해도 회문은 아니지 말입니다.
(註 3) Make Tea Not Love : 60년대 반체제주의자들의 대표적인 반전 슬로건 Make Love Not War의 패러디. Make Love는 물론 냥냥한다는 뜻이고요. 즉 Make Tea Not Love의 의미는 '그 짓하지 말고 차나 끓여 이것들아'(....) 몬티 파이슨의 Make Tea Not Love가 너무 공전의 히트를 쳐서 요즘은 Make Tea Not War(....)도 종종 쓰이는 모양이다;
(註 4) 여러모로 말이 늘어져서 그냥 뜨개질로 뚱기쳤지만 정확히는 crochet 즉 코바늘뜨기다. 뜨개질의 대모이자 리퀘스터이신 포도 님의 친절한 제보에 따르면 '코바늘이 대바늘보다 실 2배를 잡아먹으니(...) 당연히 금방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 비밀이!!!!
(註 5) 지옥의 할멈들(Hell's Grannies) : 1948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폰타나에서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전세계 27개국에 230개 지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모터바이크 클럽이자 반체제/반사회적 갱조직으로 악명높은 '지옥의 천사들(Hell's Angels Motorcycle Club)'의 패러디. 클럽의 명칭은 하워드 휴즈의 1930년도 동명의 영화에서 따왔다. 본인들은 바이크를 즐기는 선량한 시민일 뿐이라 우겨대지만 백인남자의 가입만 허용하는 시점에서 이미 알아볼 조... 어험어험.
(註 6) 헌데 2007년에 정말로 지옥의 할멈들(Hell's Grannies)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린지 뭔지가 나왔다(....) 양키놈들 센스하고는(.....)


오늘은 주석이 좀 짧다! 이에스!!!
원래 이런 익숙한 상황의 전복은 몬티 파이슨, 특히 존 클리즈-그레이엄 채프먼 콤비가 즐겨 쓰던 수법이라죠. 다음 타자는 친애하는 테이큰 님이 찍어주신 Conquistador Coffee Campaign입니다. 아니 이런 커피성애자 같은 분을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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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20:3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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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RA 2012/11/13 19:14
에헤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봐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으면 그저 기쁘니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_<
근데 Make Tea Not War 티셔츠라니 그건 좀 가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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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원숭 2012/11/30 20:17
키사라님 홈에서 몬티 파이슨이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하나같이 참 주옥같은 센스를 자랑하는군요;;;; 세상에. 덕분에 신세계를 들여다본 느낌입니다. 제가 영어가 약해 이렇게 번역해 주신게 있으면 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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