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istador Coffee Campaign.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10/31 10:41

갑자기 왜 일케 부지런해졌느냐 하면 피하지 못할 골때리는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지. 내 그러잖소 업무 외의 모든 번역이 사랑스럽고 친근하며 의욕이 솟아오르는 시기라고. 에에이 명색이 일일일몬이면 가끔은(...) 하루에 한 번씩 올리는 기특한 날도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오늘은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24화(혹은 2시즌 11화) '보이지 않는 방법(How Not to Be Seen)'의 오프닝 스케치 '콩키스타도르 커피 캠페인(Conquistador Coffee Campaign)' 되겠습니다.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내일도 절찬 커피성애자이신 친애하는 TaKeN님이 찍어주셨음. 자아 즐감들 하세요. 입이 마르고 닳도록 떠들어댔지만 명백한 오역 외의 지적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시끄러 난 우물 속에서 잘난 척할 거야.


(책 제목 : '광고 부문 종사자를 위한 비즈니스 중국어')

상사(존 클리즈) : 들어와요. 아, 프로그.
프로그(에릭 아이들)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허심탄회하게 얘기 좀 하세, 프로그.
프로그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자네가 담당한 콩키스타도르 커피 광고 캠페인이 문제야. 콩키스타도르의 사장이 오늘 아침 나를 방문했네. 자네의 광고에 심각하게 불만을 표시하더군. 아주 불행해 했어. 너무 불행해서 자기 머릴 총으로 쏴버렸지.
프로그 : 안된 일이네요, 부장님.
상사 : 아니, 멋지게 성공했어. (카드 왈 '개그') 아무튼 사장은 골로 가기 전에 비서에게 메모를 남겼네. (문을 열자 죽은 비서가 나뒹군다;) 자네의 작업물에 크나큰 실망을 보이고, 아울러 무엇보다, 이름을 콩키스타도르 인스턴트 커피에서 콩키스타도르 인스턴트 문둥병으로 바꾼 이유를 매우 궁금해했네. 왜인가, 프로그?
프로그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왜 그랬나?
프로그 : 개그였습니다.
상사 : 개그라고라? (카드 왈 '개그')
프로그 : 아뇨 아뇨, 개그가 아니라, 제품광고였죠. (카드 왈 '아뇨, 제품광고였어요')
상사 : 알았네, 프로그.
프로그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어디 매출 그래프를 보세나. 자네가 이 일을 처음 맡았을 때, 프로그, 콩키스타도르는 업계의 선두주자였어. 여기서 자네는 첫 광고를 선보였지. '콩키스타도르 커피는 <토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이쯤에선 커피단지를 새로 구매할 때마다 죽은 개 한 마리를 덤으로 얹어준다고 선전했고, 이어서 두 번째 광고를 내보냈네. '근지럽게 신선한 콩키스타도르의 커피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드립니다. 콜레라, 옴, 치질, 수종, 임질, 경척증, 무좀을 만끽하세요.'
프로그 : 소위 말하는 소프트셀링이란 거죠.
상사 : 어째서인가, 프로그?
프로그 : S. 프로그입니다, 부장님.
상사 : 닥쳐! 그래서?
프로그 : 글쎄, 이젠 모두가 이름을 기억할 거예요.
상사 : 아주 잘 기억했지. 하도 잘 기억해서 공장을 싸그리 불태웠네. 공장주는 저기 화장실에 숨어 있는 판이고, (총소리가 울려퍼진다) 공장주는 저기 화장실에 숨어 있었지. (카드 왈 '개그')
프로그 : 절 해고하진 않으시겠지요, 부장님?
상사 : 해고해? 세 명이 죽고 공장은 불타고 고객은 증발하고 우린 완전히 파산했어! 대체……대체……대체……이 책임을 어찌 지겠나!? 입이 있으면 변명을 해보라고!!
프로그 : 죄송해요, 아빠. (카드 왈 '개그')
상사 : 오 그래. 말이 난 김에 말인데, 자네 영화가 상을 탔지.

(약 잘못 먹은 듯 끽끽대는 음악;)

아나운서(존 클리즈) : 오, 실례합니다. 이제부터 완전히 다ㄹ……완전히 다ㄹ…… 완전히 다ㄹ…… 완전히 다ㄹ……완전히 다른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물론 상사의 정확한 직함 따위는 나오지 않지만 예전 구명보트에서도 불평했듯 한국어엔 Sir에 대응하는 번역어 없음+그냥 뭉개고 넘어가자니 어색함의 이중 크리로 걍 적당한 직위를 찍었다. 사장일지도 모르나 따지지 맙시다 내 심장은 연약해요 흑흑.
(註 2) Conquistador Instant Leprosy : 콩키스타도르는 우리 모두 알다시피 스페인어로 정복자를 의미한다. 특히 15~17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해 선주문명을 아주 박살을 내어놓은; 스페인인을 일컫는 말. 이들이 옮겨간 천연두/독감/티푸스 등등의 질병이 불과 30여 년 사이에 아메리카 원주민 80~90%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보면 인스턴트 문둥병이라니 이거 좀 웃을 수가 없;;;; (테리 존스가 옥스포드에서 원래 영어 전공하다 결국엔 역사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_-었다는데 상관이 있을지도 없을지도;) 아울러 레프로시가 뜻만 무시하면 발음이 좀 있어보이는 건 사실이죠. 뭣도 모르고 귀한 딸내미 이름을 루벨라(Rubella, 풍진[....])로 지은 미국의 DQN 부모가 떠오르는 슬픈 아침입니다. 아 그러게 사전 좀 들춰보자고!
(註 3) 안된 일이네요 부장님/아니, 멋지게 성공했어 : 원문은 "Badly, Sir?" "No, extremely well." 즉 나쁜 일인가요/잘못 쐈나요 & 잘된 일이지/성공했어 정도의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보스는 으쓱한 얼굴로 개그 카드를 들어보인 거지요. 아 이래서 애매한 언어는 싫지 말입니다!! 신박한 말장난 따위 생각날 리도 없어서 그냥 뭉갰음;
(註 4) 자세히 들어보면 옴(mange)와 수종(dropsy) 사이에 sapportia라는 정체불명의 단어가 들어 있다. 근데 이게 DVD 자막에만 나오고 현존하는 어느 스크립트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크립트에서는 전부 옴에서 수종으로 바로 넘어감) 심지어는 네덜란드 자막판까지 살펴봤지만 그예 정체를 알 수 없어 그냥 두 손 들고 비슷비슷하게 식욕 떨어지는 질병으로 대체했다. 본래 치질은 piles 혹은 hemorrhoids.
(註 5) 경척증(hard pad)은 개가 주로 앓는 질병으로, 발바닥(육구) 및 코 피부가 마르고 두터워져 마치 뿔처럼 딱딱해지는 전각화(全角化) 현상을 말한다.
(註 6) 무좀이라 번역했지만 실상 원문은 athlete's head. 무좀은 athlete's foot이다. 이게 각본 쓴 놈의 실수인지 아니면 너는 운동선수의 (텅텅 빈) 대갈통을 갖게 되겠지요(.....)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데 따지다가 지쳐서 무좀으로 얼버무렸음. 어쨌든 입맛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잖아!
(註 7) 소프트셀링(soft-sell)은 좀 더 친근하고 친숙하며 무의식에 호소하는 광고 또는 캠페인을 가리킨다. 한국어로는 '은근한 상술'로 옮길 수 있음. 토사물, 죽은 개, 콜레라, 옴, 수종, 임질, 무좀의 어디가 소프트한진 며느리에게도 묻지 마라. 당사자 프로그도 필경 모른다...
(註 8) 이제부터 완전히 다른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 And now for something completely different. 노동자 계급 극작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비행 서커스 시리즈 전통의 오프닝 멘트.


다음 턴은 습님이 찍어주신 Agatha Christie Sketch (Railway Timetables)입니다. 오오 제목부터 미스터리 팬의 심장이 심하게 덜렁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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