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tha Christie Sketch (Railway Timetables).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2/12/03 18:24

여전히 몬티 파이슨을 세상에 홍보해야 한다는 되도 않는 사명감에 불타는 KISARA의 일일일몬 오늘자 희생양은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24화(혹은 2시즌 11화) '보이지 않는 방법(How Not to Be Seen)'의 '애거서 크리스티 스케치(기차시간표)(Agatha Christie Sketch (Railway Timetables))' 되시겠습니다. 지난 번에도 24화더니 이번에도 24화냐. 랜덤으로 하다 보면 뭐 다 그렇게 가는 거죠. 친애하는 습님이 절찬 찍어주셨습니다. 모처에서 하는 성배/삶의 의미 상영회 가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갈 수 없었지 딩기리딩딩 이예이.

실은 1시즌 11화에 애거서 크리스티 스케치라 불리는 물건이 하나 더 있지 말입니다. 까놓고 말해 그쪽이 더 유명하다. 더구나 시골 대저택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다. 정말로 완벽하게 여사님 풍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엄청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 물건은 말장난이 너무 심해서 당분간 혹은 앞으로도 계속 못할 거예요. 아흑흑. 마음이 슬프니 심각한 오역 외의 지적은 단연코 사양합니다.


재스미나(캐롤 클리블랜드) : 존, 혼처치발 11시 30분 기차를 타도록 해요. 베이징스톡에 한 시까지는 도착할 거예요. 거기엔 뷔페도 있고…… (시신을 발견한다) 오! 아빠!
존(에릭 아이들) : 하느님 맙소사! 호레이스 경!
재스미나 : 그렇다면……?
존 : 그래요, 아침식사 후에……하지만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호레이스 경은 돌아가셨어요.
재스미나 : 오, 가엾은 아빠…….
존 : 아무래도 11시 30분발은 그냥 보내야겠군요.
재스미나 : 그러지 말아요 존, 기차를 놓쳐서는 안돼요.
존 : 여기서 당신을 도와야 할 판에 어떻게 기차 잡을 생각만 하겠어요?
재스미나 : 존, 정말 고마워요. 하긴 내일 9시 30분발을 타면 되죠. 항상 있으니까요. 캐터햄과 칩스테드를 경유해서 가는 열차 말예요.
존 : 9시 45분발을 타고 갈 수도 있죠.
재스미나 : 하지만 그랬다간 램스그린에서 갈아타야 하잖아요.
존 : 요즘은 7분만 기다리면 된답니다.
재스미나 : 어머, 그렇지 참. 금요일이었죠, 깜박했어요. 아, 대체 누가 이런 몹쓸 짓을?

(파트리지 여사가 들어온다)

파트리지 여사(그레이엄 채프먼) : 서두르세요 호레이스 경, 28분 후에 열차가 출발해요. 꾸물대다 10시 15분발을 놓치시면 3시 45분발을 잡으시지 못한다고요. 다시 말하지만……에그머니나!
존 : 파트리지 여사, 안타깝게도 호레이스 경은 10시 15분발을 타시지 못합니다.
파트리지 여사 : 그렇다면……?
재스미나 : 그래요, 아침식사 후에…….
존 : 파트리지 여사, 예약을 취소하실 수밖에 없겠군요.
파트리지 여사 : 오, 엔진 뒤에 있는 네 번째 객차였는데──스완보로를 벗어나면 바로 경사로 표지를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고요!
존 : 더는 아닙니다……노선이 폐쇄됐으니까요.
파트리지 여사 : 폐쇄되다니! 스완보로가 아니라니!
존 : 유감스런 일이에요.

(데이비스 경감이 들어온다)

경감(테리 존스) : 자, 그대로 앉아들 계십시오. 나는 스코틀랜드 야드의 데이비스 경감입니다.
존 : 저런 세상에, 정말로 빨리 오셨군요 경감님.
경감 : 킹스크로스에서 8시 55분발 풀먼특급을 타고 왔으니까요. 혼처치에서 잠시 지체했지만.
파트리지 여사 : 풀먼특급은 아주 좋은 열차죠.
일동 : 좋아요, 아주 좋아요, 훌륭하지요.

(프랑스식 창문으로 토니가 들어온다)

토니(마이클 페일린) : 다들 안녕.
일동 : 토니!
토니 : 아빠는 어딨어? (호레이스 경을 발견한다) 오 빌어먹을! 그렇다면……?
존 & 재스미나 : 그래, 아침식사 후에…….
토니 : 그럼……10시 15분발 기차도 더는 필요 없겠네.
존 : 그렇고 말고.
토니 : 장남으로서 기차표를 물려받을 권리는 내게 있겠지.
경감 : 거기 서게, 토니. 살인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면 쓰겠나.
토니 : 오, 단순하게 생각하자고요. 틀림없이 아빠는 직접 머리에 총을 쏘고 어딘가에 숨겼을 거예요.
파트리지 여사 : 어떻게 직접 머리에 총을 쏜 사람이 총을 숨길 수가 있어요? 좌석 예약을 취소하지도 않았는데!
토니 : 하, 하하! 뭐, 이만 가보도록 하죠. 냅다 뛰지 않으면 10시 15분발을 놓쳐버리겠어요.
경감 : 자네는 좌석을 차지하려고 부친을 살해했는지도 몰라!
토니 : 나한테 동기가 있다는 건 인정하죠, 경감님. 하지만 내겐 알리바이가 있어요. 난 질링엄발 8시 13분 기차를 타고 왔으니까요. 증거로 식당차표를 보여드리죠.
재스미나 : 하지만 질링엄발 8시 13분 기차에는 식당차가 없어.
존 : 있는 거라곤 스탠딩 뷔페뿐인데.
토니 : 어……실수야, 8시 13분발이 아니라 7시 58분발 완행열차 얘기였어.
파트리지 여사 : 7시 58분발 완행은 위즈보로 분기점에서 연간정기 연결부검사를 받고 8시 19분에야 스윈던에 도착했을 텐데요.
존 : 8시 13분발은 6분 먼저 떠났을 텐데 무슨 수로 갈아탔다는 거야?
토니 : 어, 음, 간단하지! 스윈던에 8시 9분에 도착하는 7시 16분발 축구관람전용 특별운행열차를 탔거든.
재스미나 : 7시 16분발 특별운행열차는 토요일에, 그것도 격주로만 스윈던에 정차하는걸.
파트리지 여사 : 필경 휴일특별편성열차를 잘못 말했겠죠.
토니 : 아, 맞아! 나도 참 멍청하지. 물론 베드포드, 콤워스, 핀 디논, 서튼, 윌링턴, 질링엄에 서는 휴일특별편성열차를 탔고 말고!
경감 : 그 차는 일요일에만 운행해!
토니 : 씨발. 좋아요, 자백하죠. 내가 그랬어요. 예약좌석이 탐나서 아빠를 죽였어요. 하지만 나를 체포하진 못할 거야! 리딩발 10시 12분 기차 밑에 몸을 던질 테니까!
존 : 미친 짓이야, 토니, 그러면 안돼! 10시 12분발의 대차(臺車)는 폭이 좁은 신형이야.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토니 : 맞아!

(음악과 함께 막이 내린다)

내레이터(존 클리즈) : 이상, 웨스트엔드의 최신 흥행작 <모든 것은 호샴과 라이게이트를 경유하여 카샬턴 해변, 맘즈버리, 투팅 벡, 서(西)크로이던에 정차하는 헤이노트발 레드힐행 11시 20분 열차에서 일어났다>의 일부분을 보셨습니다. 작가는 네빌 션트 씨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그렇다면? : 원문은 Has he been......?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건 방송에서 어떻게든 dead나 kill을 입에 올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칠 때 흔히 쓰는 수법이라고 한다. 특히 점잔 빼는 영국 연극&프로그램이라면 응당 그럴 만 합져. 그래봤자 존이 바로 작살을 내주지만(......) 한국어로는 방법이 없어서 걍 대충 뭉갰습니다. 니가 항상 그렇다는 지적은 결단코 거부하겠음.

주석이 별로 없다! 훌레이!!!
덕후의 소굴 일본놈들의 분류에 따르면 세상 갖은 씹덕 중에 최고로 상종 못할 민폐 개또라이 씹덕의 정점은 철덕이라 하였다(.........) 기차표를 차지하려 드디어 사람까지 잡았슴다 이예이. 내가 철덕이 아닌 관계로 그냥 대강 씹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어차피 이거 읽으시는 님이 철덕일 확률은 0에 무한수렴하지 않겠슴까 넘어가자고요 제발 플리이즈 ;ㅁ;
다음 턴은 Ciel님이 찍어주신 Blackmai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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