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anish Inquisition, Part 2.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4/04/21 18:12

일일일몬인지 일월일몬인지 아무튼 나도 모르겠지만 빌어처먹을 이온주입장치 700페이지의 압박을 살아서 뚫고 미션을 완수하러 돌아왔습니다 KISARA입니다.
2시즌 2화 '스페인 이단심문소(The Spanish Inquisition)'의 간판 스케치 '스페인 이단심문소(The Spanish Inquisition)'의 나머지 절반에 그예 도전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하찮은 말장난으로 도배질이 된 감당 못할 물건인지라 걍 휠냥의 커미션을 훅 떼어먹고 잠적할까 망설였으나 스페인 이단심문소 스케치는 이걸로 비로소 완성되고 내 알량한 자존심도 있으므로 그냥 주석만 믿고 곰발로 개발새발 해치워버렸다(....)
우선 선행하는 The Spanish Inquisition, Part 1부터 봐주시랍. 보시지 않으면 뜻이 아예 안 통합니다 '3'


('중앙형사법원')

판사(그레이엄 채프먼) : 배심원단 여러분, 평결을 내리셨습니까?
배심원장(마이클 페일린) : 예, 재판장님.
판사 : 피고인은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배심원장이 손가락 둘을 들어보인다) 두 단어군요. 첫 번째 단어고. (배심원장이 무언가의 마임을 한다) 로프? 실?
검사(존 클리즈) : 포인트?
서기관(에릭 아이들) : 혁대?
판사 : 넥타이?
검사 : 크라바트? 실크 스카프?
서기관 : 매듭(Knot)? (배심원장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인다)
일동 : Knot!

(배심원장이 썸즈업하고 다시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판사 : 두 번째 단어는 2음절짜리군. 첫 번째 음절은, 새?
서기관 : 수영선수?
판사 : 평영.
검사 : 브라이언 펠프스.
판사 : 어허 어허, 그 친구는 다이빙 전문이고.
서기관 : 그럼 에스터 윌리엄스요.
판사 : 아니 아니, 멍청한 소리 말아요. 피고인이 매듭해서 에스터 윌리엄스라니 대체 뭔 말입니까?
검사 : 물고기. (배심원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목을 가리킨다) 물고기가 부륵거린다고요?
판사 : 물고기 호흡.
검사 : 물고기 호흡, 목.
판사 : 물고기가 숨을 쉬고, 목……? 아가미(Gill)! (배심원장이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Knot-gill. 이제 두 번째 음절로 갑시다.

(배심원장이 차[Tea]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판사 : Knot-gill…….
검사 : 마시다.
서기관 : 홀짝이기? 흡수?

(배심원장이 컵을 가리킨다)

판사 : Knot-gill……컵(cup)!? Knot-gill-cup! (배심원장이 황당해 한다[……]) 피고인은 기소된 혐의에 대하여 길컵이 아닌 것으로(not gilcup) 확정되었으므로 자유인으로서 본 법정을 떠날 수 있습니다. (피고가 나간다) 이젠 내 차례로군요.

(판사가 손가락 네 개를 들어보인다)

검사 : 네 단어입니다.
배심원장 : 첫 번째 단어는, 외치다?
검사 : 포효?
서기관 : 부르다(Call)? (판사 썸즈업)
일동 : 부르다(Call)!

(두 번째 단어로 들어간다)

검사 : 두 번째 단어는 굉장히 짧단 말이죠.
배심원장 : A?
검사 : An?
서기관 : Up?
배심원장 : The? (판사 썸즈업)
일동 : The!
서기관 : Call-the. 세 번째 단어입니다.

(판사가 목을 가리킨다)

검사 : 아가미?
배심원 : 물고기?
서기관 : 목젖. (판사가 고개를 젓는다) 목(Neck). (판사가 열심히 손짓을 한다) 발음이 비슷하다고요?
변호사(캐롤 클리브랜드) : 다음(Next)!
배심원장 : Call-the-next!

(판사가 다음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서기관 : 네 번째 단어는 3음절이네요. 첫 번째 음절은……귀?
검사 : 듣다. 듣지 못한다?
서기관 : 귀머거리(Deaf)! Call-the-next-deaf!

(판사가 일어나 열심히 엉덩짝을 가리킨다)

검사 : 둔부?
서기관 : 의자? 바지? 엉덩이?
배심원장 : 끝(End)! Call-the-next-deaf-end!

(판사가 밑에서 1미터짜리[……] 개미 모형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는다)

일동 : 개미(Ant)!
서기관 : Call-the-next-deaf-end-ant! (일동 환호 후 분위기가 싹 바뀐다) 다음 피고인을 소환합니다(Call the next defendant). 킬브라켄 치안판사는 들어오십시오. (늙수그레한 판사가 들어온다) 귀하는 1970년 6월 14일 중앙형사법원에서 치안방해죄에 저촉될 수 있는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판사님. 무죄입니까, 유죄입니까?
킬브라켄 판사(테리 존스) : 무죄입니다. 사건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본 법정을 폐정합니다.

(전원, 법정을 떠나려 일어난다)

판사 :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모두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당신은 지금 피고석에 있소, 재판장.
킬브라켄 판사 : 나도 판사요, 재판장.
판사 : 그리고 나도 판사지. 잠자코 보기나 하시오.
킬브라켄 판사 : 핫! 이것도 법정이라고(Call this a court)!
일동 : 이것도 법정이라고. 이것도 법정이라고. 이것도 법정이라고.
판사 : 닥쳐요. 어서 변론으로 넘어갑시다.
검사 : 재판장님, 그리고 다른 재판장님, 검찰측은 재판장님이, 그러니까 이 재판장님 말고 저 재판장님이 중앙형사볍원에서 형을 선고하던 도중 판결문에 얼룩을 남겼음을 재판장님 앞에서 입증하고자 합니다. 증거 Q를 소환합니다.
판사 : Q?
검사 : 저런, 제가 Q라고 했나요? 죄송합니다, A입니다. 증거 A를 소환합니다.
서기관 : 증거 A를 소환합니다.

(섹시한 아가씨가 천을 뒤집어쓰고 등장함[……])

검사 : 판사님, 증거 A 리타 쌩 양입니다. 회화 모델, 스웨덴 아코디언 교사 및 등의자 판매사원으로 종사하는 쌩 양은 피고인의 법정에서 외설행위로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쌩 양에게 해당 법정을 떠나 본인의 자택으로 동행하는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변호사 : 이의를 제기합니다, 재판장님!
킬브라켄 판사 : 이의를 인정합니다.
판사 : 닥치시오! 이의를 기각합니다.
검사 : 직후 피고인은 쌩 양의 신체적 구조 및 특징에 관하여 소상한 의견을 개진하고 농을 목적으로 하는 매우 합법적이지 못한 발언을 남긴 다음, 법복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나지막하게 끙끙대기 시작했습니다.
판사 : 변호할 말은 있습니까?
킬브라켄 판사 : 꼬박 몇 주 구경도 못했소.
판사 : 오 그래요? 벨사이즈 공원에서 낚았다던 영계는 뭐요?
킬브라켄 판사 : 아니 생사람을 잡는구먼!
판사 : 아니라고. 하! 하! 하!
킬브라켄 판사 : 좋소, 그러는 댁이야말로 8A 우드포드 광장에서 뭘 했더라?
판사 : 한 마디만 더 하면 반역죄로 기소하겠소.
검사 : 재판장님,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킬브라켄 판사 : 저 치는 반반한 중국산을 잡았지.
판사 : 법정모독죄요.
킬브라켄 판사 : 그깟 농담 좀 가지고!
판사 : 법정모독죄라면 법정모독죄요! 어쨌거나 귀하를 처벌하진 않을 거요. 어디나 판사가 부족해 난리가 났거든. 모두 남아공으로 이민을 가 버렸기 때문이지. 나는 내일 떠나오. 표도 샀소. 남아공에 가서 제대로 형을 집행하고 살아볼 거요. 오, 문명사회는 정말로 역겨워! 잘해봤자 종신형이 고작이지. 꼭두새벽에 부지런히 출근한 대가가 기껏 종신형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요? 하지만 남아공에서는, 보시오, 구조편으로 죄인을 쳐도 되고 한 주에 사형을 네 번까지 선고할 수 있고 음료는 싸고 노예도 부리고 심지어 주가는 치솟지. 그래, 관둘 거요. 보호감찰이니 얼어죽을 정신감정 따위에 머리 꼭대기까지 파묻혀 살기 지겹소. 됐소. 집어치울 거요. 다 끝났소. 그러나 떠나기 전에 한 가지는 꼭 해봐야겠소. 따라서 본 재판장은 피고에게 화형을 선고합니다.
킬브라켄 판사 : 맙소사!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된답디까?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쏠린다. 아담한 가정집에서 히메네스 추기경 일당이 뛰쳐나와 허둥지둥 버스를 잡아탄다)

히메네스 : 올드 베일리까지 둘, 아니 셋 부탁해요.

(무정하게 크레딧이 마구 올라온다)

비글스 :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있어요!
히메네스 : 빨리, 빨리, 빨리!
비글스 : 어서요! 어서!!

(버스가 달린다)

히메네스 : 조명담당 이름이야. 이제 겨우 다섯 남았어. 맙소사, 프로듀서까지 갔잖아──서둘러!

(마침내 추기경 일당이 폭풍처럼 법원에 들이닥친다)

히메네스 :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자막 '끝'이 뜬다) 오 씨발!

언제나 그렇듯이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휠스냥은 좋아하는 주석.

(註 1) 결국 판토마임 단어맞추기 게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하는 그거다. 정말 하찮기 짝이 없다 orz
(註 2) Knot-gil-cup : 물론 배심원장은 knot-gil-tea, 즉 not guilty(무죄)를 의도했는데....어....... 대체 낫 길컵이 뭔가요 재판장님 왜 판결은 제대로 내리시는 거죠 재판장님.
(註 3) 브라이언 펠프스(Brian Phelps) :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다이빙 분야를 책임진 영국산 물개. 1960년 로마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1958년 및 1962년 유럽 챔피언쉽 우승자. 본 에피소드가 방영된 1970년에는 독자적인 다이빙 쇼에서 공연하고 있었다고. 지상으로 올라온 딥원 마이클 펠프스 주니어와는 아마 아무런 상관도 없다(....)
(註 4) 에스터 윌리엄스(Esther Williams) : 미국의 수영선수. 1939년 16살에 전미챔피언쉽 세 개 분야에서 우승한 유망주였으나 1940년 제 2차세계대전의 여파로 도쿄 올림픽이 취소되면서 1941년 그 유명한 MGM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뮤지컬/영화배우로 전직한다. 1960년대 초 은퇴할 때까지 총 서른 편의 영화에 출연. 윌리엄스의 영화는 대부분 뮤지컬이란 걸 감안해도 심각하게 멍청한 스토리에 어쨌든 윌리엄스가 수영하는 자태만 보여주면 장땡이라는 물건이었지만 뭐 인기는 괜찮았던 모양이다(....)
(註 5) 이것도 법정이라고 : 원문은 Call this a court. 법정에서 피고인 또는 증인을 소환할 때 'Call 어쩌고저쩌고'라 한 후 서기관이 다시 한 번 반복하는데 킬브라켄의 비아냥 Call this a court를 이 망할 넘들이 소환용 주문;으로 알아듣고 재창하는 것(.......)
(註 6) 1970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어떤 꼬라지였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델라까지는 요원하다;;; 하지만 사형 집행 하나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이 구형할 수 있는 처벌의 한계에 관해서 심도 있게 토론해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가 존나게 싫고 아무튼 하등한 것들을 죽이고 싶은 백인 엘리트에게는 의외로 좋은 나라 (퍽)
(註 7) 구조편 : cat-o'-nine tails. 끝부분이 아홉 가닥으로 갈라진 채찍. 맞으면 물론 존나게 아픕니다. 1695년 등장한 이래 한때는 영국 해군 및 육군에서 체벌 용도로 쓰였는데 이제야 뭐 성적 쾌감을 얻고 싶은 매저들이나 등짝을 들이대는 물건 (퍼억)
(註 8) 중앙형사법원은 런던 시의 올드 베일리 가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애칭으로 올드 베일리라 부르기도 한다.


스페인 이단심문소 완결. 만족하냐 휠스냥 페레로 로쉐는 잘 먹었다!! (밥상을 뒤집어 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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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anish Inquisition, Part 1.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4/04/08 16:09

드디어 돌아온 일일일몬입니다. 말은 똑바로 하자 일년일몬이겠지 이 인간아.
원래는 Beethoven's Mynah Bird가 먼저여야 했지만 친애하며 이 코너의 거의 유일한; 독자인 휠스냥이 무려 페레로 로쉐 5개 세트를 커미션으로 쥐여주며 협박;하였으므로 차마 입 씻을 만큼 양심에 털이 나지 못한 S는 외압에 별 수 없이 굴복하였다 (먼 눈) 그리하여 한 7년 전부터 한다 만다 떠들어댔던 2시즌 2화 '스페인 이단심문소(The Spanish Inquisition)'의 간판 스케치이자 비행 서커스 전 에피소드에서도 손꼽히게 골때리는 물건인 '스페인 이단심문소(The Spanish Inquisition)'에 결국 손을 대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초콜릿의 힘은 위대하지라. 이런 내 약점을 너무 잘 아는 지지배 OTL
심지어 Part 1이다. 한 에피소드 내내 이단심문소 네타를 가지고 돌려막기 하듯 써먹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어차피 유튭 영상도 둘로 나뉘어 있어요. Part 2는 하찮은 말장난으로 도배된 물건이라 벌써부터 눈 앞이 캄캄해지지만 뭐.... 지지 말아야죠..... 아무튼 만족하냐 휠스냥!!! (버럭)


('자로우 - 1911년 섣달 그믐날')
('자로우 1912년')

레이디 마운트백(캐롤 클리브랜드) : 들어와요.

(레지[그레이엄 채프먼]가 들어온다)

레지 : 방앗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레이디 마운트백 : 어머나, 어쩌다가요?
레지 : (뭉개지는 북부억양으로) 가르브가 한 기 삐지가꼬 디딩반 이로 기우러즛써요.
레이디 마운트백 : 뭐라고요?
레지 : (여전히 뭉개지는 억양으로) 가르브가 한 기 삐지가꼬 디딩반 이로 기우러즛써요.
레이디 마운트백 : 못 알아듣겠어요.
레지 : (살짝 짜증내며 제대로 된 억양으로) 가로보가 하나 삐져나와서 디딤판 위로 기울어졌다고요!
레이디 마운트백 : 그건 또 무슨 뜻이에요?
레지 : 낸들 아나요. 웬트워스 영감님이 방앗간에 일이 났다면서 그 말만 하고 갔다고요.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됩니까?

(히메네스 추기경[마이클 페일린], 비글스 추기경[테리 존스], 팽 추기경[테리 길리엄]이 폭풍처럼 들이닥친다)

히메네스 :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경악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무기다. 경악과 공포……공포와 경악……우리의 무기 둘은 경악과 공포와 무자비한 효율성이지……우리의 무기 셋은 경악과 공포와 무자비한 효율성과 교황 성하께 바치는 가히 광적인 헌신이지……우리의 무기 넷은……어 저기……우리의 무기는……우리가 쥔 무기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를테면 공포와 경악과……처음부터 다시 하세.

(나간다)

레지 :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됩니까?

(다시 들이닥친다)

히메네스 :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우리의 무기는……아주 다양해! 공포와 경악과 무자비한 효율성과 교황 성하께 바치는 가히 광적인 헌신과 멋진 빨간색 제복──오 젠장! (비글스에게) 도저히 안되겠네. 그대가 대신하게나.
비글스 : 예?
히메네스 : 우리의 무기가 뭔지 말해주라고…….
비글스 : 저, 전 못합니다!?

(히메네스, 강제로 끌고 나간다)

레지 : (의욕 제로)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됩니까.

(다시 들이닥친다)

비글스 : 어……스페인……음…….
히메네스 : 이단심문소가.
비글스 : 이단심문소가……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음……찾아올…….
히메네스 : (잇새로 씹어뱉는다) 줄은 몰랐겠지.
비글스 : 알아요, 압니다!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사실 가끔은 알기도 하는데,
히메네스 : 우리의 무기는…….
비글스 : 우리의 무기는……어……음…….
히메네스 : 경악.
비글스 : 경악과…….
히메네스 : 그만. 이제 됐어, 됐다고! 휴! 경악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무기 떠벌떠벌떠벌떠벌떠벌떠벌떠벌. 추기경, 선고문을 읽게!
팽 : 여러 날에 걸쳐 성스러운 교회를 대적하고 이단행위를 저지른 죄로 죄인을 고발하노라. 바깥양반은 마차를 따라오라고♪
히메네스 : 됐어! 하지 마! (레이디 마운트백에게) 죄인이여, 변명의 여지가 있는가?
레이디 마운트백 : 우린 결백해요.
히메네스 : 하! 하! 하! 하! 하!

('악마적인 홍소')

히메네스 : 곧 그 참람된 입을 다물게 될 것이야!

('악마적인 몸짓')

히메네스 : 공포, 경악, 무자비한…… (스스로를 억제하려 용을 쓴다) 우으으으으! 추기경, 형틀(rack)을 대령하라!

(비글스가 품 속에서 시렁[rack]을 꺼낸다[……])

히메네스 : 이게……좋아! 여자를 묶어라! (어떻겐가 묶는다[……]) 여인이여, 재차 하문하니 죄상을 인정하겠는가!
레이디 마운트백 : 결백합니다!
히메네스 : 하! 가증스러운 것! 추기경, 형틀을 (오 주여) 형틀을 돌려라!
비글스 : (당황하며) 저…….
히메네스 : 나도 알아. 못하는 줄 안다고! 몰라서 이러지 않아. 그대의 멍청한 실수를 애써 모른 척하고 있잖아!
비글스 : 저…….
히메네스 : 이 바보스런 사태를 어찌 수습하라고!
비글스 : 저기, 음……?
히메네스 : 오, 잔말 말고 시늉이라도 해!

(비글스, 크게 웃고 핸들을 돌리는 시늉을 한다)
(현관벨 소리)

~킹 크림슨~

(앨범을 편 노부인과 불퉁한 얼굴의 젊은 여성이 나란히 앉아 있다)

노부인(마저리 와일드) : 이건 집 정면에 서 있는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뒤편에 서 있는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측면에 서 있는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정면으로 다시 온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하지만 측면도 볼 수 있지.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측면 쪽에 붙어 선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하지만 여전히 정면이 보이지.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뒤편의 사진이란다. 테드 삼촌이 측면을 지나 정면으로 가고 있지.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그리고 이건 석탄창고 뒤에 숨어 있는 스페인 이단심문소의 사진이란다.
젊은 여성 : 어머나!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히메네스, 비글스, 팽이 폭풍처럼 들이닥친다)

히메네스 : 물론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브뤼겔의 정신사나운 고문 현장의 그림으로 컷 전환)

내레이터(존 클리즈) : 16세기 초, 종교개혁의 거센 물결에 맞서 교황은 스페인의 히메네스 추기경에게 전권을 위임하여 어떠한 제약도 없이 멋지구리한 영화 한 편 찍고도 남을 폭력과 공포와 고문으로 왕국의 영토를 지배하도록 하였으니, 바로 스페인 이단심문소입니다…….

(추기경들이 노부인을 지하감옥으로 질질 끌고와 벽에 사슬로 묶는다)

히메네스 : 여인이여! 그대는 세 가지 죄를 범하였다. 이단적 사고, 이단적 언어, 이단적 행위, 이단적 행동──네 가지 죄를 범하였다. 그대의 죄상을 고백하겠는가?
노부인 : 무얼 고백하라시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히메네스 : 하! 그럼 지금 당장 알게 해주지……비글스! 쿠션을 가져와라……!

(매우 평범한 쿠션을 가져온다)

비글스 : 대령했습니다, 예하.
히메네스 :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겠다. 주님 앞에서 무서운 죄악을 참회하고 모독적인 사탄의 행위를 거부하라──두 번만 기회를 주겠노라. 하면 그대는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세 번만 기회를 주겠노라. 재차 밝히거니와 마지막으로 세 번 기회가 있다!
노부인 : 무슨 말씀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히메네스 : 뻔뻔한 것! 끝까지 시치미를 떼겠단 말이지──추기경! 죄인을 폭신한 쿠션으로 찔러라! (비글스가 고문[……]을 가한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비글스 : 그다지 효과가 없는 듯합니다, 예하.
히메네스 : 속엣것을 죄다 끝부분에다 몰아넣었나?
비글스 : 그럼요.
히메네스 : (쿠션을 집어던진다) 흥! 독한 계집이로다! 팽 추기경──안락의자를 가져오라……!

(팽, 공포에 질린다)

팽 : 안락……의자요?!

(정말로 푹신해뵈는 의자를 가져온다[……])

히메네스 : 용케도 쿠션을 이겨냈다고 내심 득의만면했겠지만 과연 이번에도 뜻대로 될까? 비글스! 죄인을 안락의자에 쑤셔박아라! (노부인을 강제로 안락의자에 앉힌다) 그대는 점심시간까지 여기 앉아야 하며 단지 11시에 커피만이 한 잔 주어질 것이다! (비글스에게) 정말로 커피 한 잔만 주나?
비글스 : 물론입니다, 예하.
히메네스 : 알았네. 그럼 고함을 많이 질러 죄인을 한층 더 괴롭혀야겠지. 회개하라, 여인이여.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비글스 : 회개합니다!
히메네스 : 그대 말고!

경찰(애니메이션) : 회개합니다.

히메네스 : 누구였어!?

('회개합니다'와 '앉으세요'를 반복하는 하찮은 부조리개그[……])

~다시 킹 크림슨~

언제나 그렇듯이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휠스냥은 좋아하는 주석.

(註 1) 자로우(Jarrow) : 런던에서 약 300마일 떨어진 영국 북동부의 공업 도시. 최소 1932년부터 노동쟁의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동네라는 모양이다. 하필 1912년인 이유는, 변태스럽게도; 비행 서커스의 레퍼런스를 일일이 정리한 달 라슨(Darl Larsen)의 저서 Monty Python's Flying Circus: An Utterly Complete, Thoroughly Unillustrated, Absolutely Unauthorized Guide to Possibly All the References의 주장에 따르면 1912년 1월에 자로우 근처의 워들리 탄광이 완전히 폐쇄되어 탄광을 중심으로 형성한 마을이 폐촌으로 전락했다는 기사가 뉴캐슬 데일리 크로니클에 실렸기 때문이라나. 정말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註 2) 북부 억양 : 원문은 One on't cross beams gone owt askew on treddle. 북부 억양이 원래는 저게 아니지만 센스 없는 번역자가 불쌍하니 넘어갑시다'_` 뭐 아무튼 부유한 귀족집안 마나님이 알아들을 리가 없는 것이다.
(註 3) 스페인 이단심문소(Spanish Inquisition) :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1세가 1478년 교황의 특별 허가를 받아 설립한 독자적인 이단심문소. 원래는 가톨릭으로 강제로 개종당한 유대교도 및 이슬람교도의 사상검증을 목적으로 하지만, 물론 페르난도와 이사벨라는 국교 가톨릭을 통해 정권을 강화하고 특히 돈 많은 유대인들을 이단으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여 재정을 확보하는 데 아아주 잘 써먹었다(...) 당시의 교황인 식스투스 4세는 이단심문과 세속권력의 결탁을 내켜하지 않았지만 페르난도 2세가 군사적 지원을 끊겠다고 존나 협박;해서 결국 승낙을 받아냈다고. 종교와 정치가 손을 잡았으니 자연히 위세는 하늘을 찌르고 처벌은 날로 강압성과 혹독함을 더해갔다. 식스투스 4세는 물론 1484년에 식스투스 4세의 뒤를 이어 즉위한 인노켄티우스 8세가 여러 번 님들 좀 적당히 하시라 경고했지만 들은 척 만 척. 16세기에 들어 종교개혁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자 이단심문소는 유대교도/이슬람교도에서 프로테스탄트로 화살을 돌리게 된다. 다만 마녀 문제는 이단심문소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아울러 이단심문소는 공식적으로는 1834년까지 존속했다. 거 오래도 버텼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존속기간 동안 약 15만 명이 재판을 받았지만 실제로 처형된 사람은 의외로 약 2퍼센트에 불과해, 스페인 이단심문소의 악명은 상당부분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고 한다. 아 그리고 덧붙이자면 달 라슨처럼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뭐 찾아먹겠다고 1912년에 영국의 쬐깐한 공업도시에 출몰했는지 쓸데없이 따지고 들면 안됩니다. I didn't expect a kind of Spanish Inquisition!!
(註 4)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됩니까 : 원문은 I didn't expect a kind of Spanish Inquisition. 본래는 '아 거 신발 징그럽게도 꼬치꼬치 캐묻네' 정도의 의미(.....)
(註 5)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 NOBODY expects a Spanish Inquisition! 스페인 이단심문소 스케치를 대표하며 비행 서커스 시리즈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펀치라인. 그렇다 대부분의 피고들은 이단심문소에 끌려갈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이나 킬러 래빗 정도는 못 되어도 예서 제서 정말 징글징글하게도 인용되는 물건. 참고로 일본판에서는 <설마 할 때 나타나는 스페인 종교재판(まさかの時のスペイン宗教裁判)>으로 번역했다고. 어이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뭔가 이게 아닌데여. 아무튼 뉘앙스를 어떻게 좀 살려보려고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다가 세계 미디어믹스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흑역사(.....)일 드래곤라자 코믹스의 아는 사람은 다 알 운차이의 <그 대사>를 살짝 응용했다. 크헤헤를 못 넣은 게 유감(퍽)
(註 6) 추기경 3인조가 폭풍처럼 들이닥칠 때마다 깔리는 브금은 로버트 파논(Robert Farnon)의 Openings and Endings No. 2.
(註 7) 히메네스 추기경(Cardinal Ximénez) : 15세기 스페인의 섭정이자 추기경이었던 프란시스코 히메네스 데 시스네로스(Francisco Jiménez de Cisneros)가 모델.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라 1세를 도와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공로자로 평가받는다. 사실 스페인 이단심문소의 설립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1499년 그라나다에서 이단심문소의 심문관들과 신속한 개종을 요구하며 이슬람교도들을 들들 볶다가 제 1차 알푸하라스 반란을 야기하긴 했다(...) 실제 역사에서 이단심문소의 설립에 공헌하고 초대 심문장을 역임한 성직자는 도미니코회 수도사인 토마스 데 토르케마다(Tomás de Torquemada).
(註 8) 비글스 : 1932년부터 작가가 사망한 1968년까지 30여 년간 높은 인기를 누린 W. E. 존스(W. E. Johns)의 청소년모험소설 시리즈의 주인공인 파일럿 겸 모험가 제임스 비글스워스(James Bigglesworth)의 별명이다. 그 시절 청소년 대상 모험 소설이 대개 다 그렇듯 인종차별과 편협한 사고방식의 혐의를 벗기 힘든 물건이지만 아무튼 한때는 국민소설이었다. 추기경이 뜬금없이 쓰고 있는 비행헬멧과 고글도 비글스의 패션. 이 에피소드가 방영된 해가 1970년이므로 멤버 중 최소한 한 명은 어린 시절 열심히 읽었을 듯. 실제로 3시즌 7화(33화)에 비글스 스케치가 들어 있다. 원래 몬티 파이슨 깡패들은 원작을 존중 따위 하지 않거니와 비글스의 친척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앨저넌 "앨지" 레이시(Algernon 'Algy' Lacey)는 그런 포지션의 캐릭터들이 항상 그렇듯이 호모 의혹;을 존나게 받는 모양이지 말입니다. 요즘 같았으면 슬래쉬 팬픽이 다글다글(퍽)
(註 9) 숫자 세다 만날 엉기는 히메네스 추기경의 전통은 이후 둘 다음에 셋 아닌 다섯을 세는 아서왕(in 몬티 파이슨과 성배)에게 이어진다.
(註 10) 교황께 바치는 헌신 : 달 라슨이 지적한 대로 사실 스페인 이단심문소는 세속의 후원자인 가톨릭 부부왕에게 헌신했지 교황의 항의는 죄다 코 끝으로 씹었다(.....)
(註 11) 바깥양반은 마차를 따라오라고♪ : 프레드 W. 레이(Fred W. Leigh)와 찰스 콜린스(Charles Collins)가 1919년 발표한 코크니 송 'My Old Man (Said Follow the Van)'의 가사 첫 구절. 당대의 코크니 뮤직 홀 스타였던 마리 로이드(Marie Lloyd)가 불러 유명해졌다. My old man은 바깥양반일수도 있고 아빠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집세를 못 내서 집주인 나타날세라 부랴부랴 야반도주하는 가족 얘기임(...)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보잘것없는 이삿짐을 마차에 싣고 나니 그나마도 자리가 없어서 터덜터덜 걸어서 따라가던 마누라가 펍에서 한 잔 꺾다가 마차도 놓치고 길도 잃어버리는 얘기다... 테리 길리엄이 이걸 왜 부르는진 그냥 묻지 마라;
(註 12) 형틀과 시렁 : 히메네스 추기경은 이걸 기대했는데 말이죠'_` 손목과 발목을 양끝의 롤러에 각각 묶고 롤러를 돌리면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져서 사람 잡는 고문형구. 이단심문소는 손목을 묶고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아서는 천천히 들어올렸다가 콱 떨어뜨려서 어깨와 팔을 작살내버리는 방법도 자주 썼다고.
(註 13)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 원문은 물론 동일한 I didn't expect a kind of Spanish Inquisition. 한국어와 (주로) 역자의 한계다...........


The Spanish Inquisition Part 2로 이어집니다. 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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