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s Mynah Bird.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4/07/18 07:21

일에서 숨도 그럭저럭 돌렸으니 좀 더 부지런해지고자 돌아왔습니다 KISARA입니다. 이젠 뭐 일월일몬이라고도 못하겠지만 트잉여에 정착하여 블로그를 버리지 않는 게 어디인가요 (뻗댄다)
이하 무경 님의 리퀘인 2시즌 8화 '그냥 단어(Just the Words)'의 '베토벤의 구관조(Beethoven's Mynah Bird)' 스케치 나갑니다. 쪽팔려서 대체 언제 리퀘를 받았는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오역이 있어도 지적은 안 받아요 난 일에 지쳤어 '_`

오후 4시 13분 추가. 휠스냥이 대사가 짤렸다고 크게 항의하면서 다른 동영상을 발굴해 옴. 시발 그거 엄밀히 따지면 베토벤의 구관조 스케치도 아니란 말야... Mrs. Thing and Mrs. Entity 스케치란 말야..... 그러나 내 약점을 너무 잘 아는 기집애가 커미션을 재까닥 챙겨주매 사악함에 전율하면서 하는 수 없이 완성했슴다. 덕분에 주석이 23개로 늘어남(....) 그래 실은 앞부분이 짤려서 나도 찜찜했다 됐냐!! (밥상을 뒤집는다)


엔티티 부인(에릭 아이들) : 안녕하세요, 씽 부인.
씽 부인(그레이엄 채프먼) : 안녕하세요, 엔티티 부인.
엔티티 부인 : 요즘 어때요?
씽 부인 : 오, 진절머리 나는 아침이었어요.
엔티티 부인 : 바빴나요?
씽 부인 : 바쁜 정도면 차라리 낫죠!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차 한 잔 끓이고 창문 밖을 내다봤다고요. 너무 힘들어서 어디 좀 앉아야겠더라니까요. 여기에 일곱 시간이나 있었어요.
엔티티 부인 : 아주 녹초가 됐겠어요.
씽 부인 : 그럼요. 쇼핑하고 왔나 봐요?
엔티티 부인 : 아뇨, 쇼핑하고 왔어요.
씽 부인 : 저런.
엔티티 부인 : 죽겠어요. 꼬박 여섯 시간을 돌았거든요.
씽 부인 : 뭐 좀 샀어요?
엔티티 부인 : 전혀요. 아무 것도요. 시간만 낭비했죠 뭘.
씽 부인 : 끔찍스럽네요.
엔티티 부인 : 끔찍하고 말고요. 우리가 공동시장에 가입하는 날엔 더 눈뜨고 못 봐줄 꼴이 되겠죠.
씽 부인 : 그래도 히스 씨는 결코 수락하지 않을 거예요. 다행 아니겠어요.
엔티티 부인 : 그 사람 결혼한 적이 없죠? 희한하네요.
씽 부인 : 독신주의자래요.
엔티티 부인 : 어머나! 이제야 이해가 가요. 아이고, 잡담하려니 삭신이 쑤시네요.
씽 부인 : 레지널드 모들링 부인이라면 틀림없이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난다던가 차를 끓인다던가, 창밖을 내다본다던가 수다를 떤다던가, 자질구레한 일을 징글징글해도 꾹 참고 할 필요가 없겠죠.
엔티티 부인 : 죄다 대신 해 줄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씽 부인 : 하루종일 스누커만 해도 될 거예요.
엔티티 부인 : 모들링 부인쯤 되면 스누커 같은 귀찮은 짓을 종일토록 하고 있겠어요?
씽 부인 : 그러게요. 딴 사람이 대신 해 주겠죠. 뭐하러 힘들게 큐를 집어들어요?
엔티티 부인 : 당구실이 어딘지도 모르지 않을까요!
씽 부인 : 그렇고 말고요. 뭐 그래도 옛날보다야 낫죠. 스탠리 볼드윈 부인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서 맨손으로 자고새를 잡아와야 했다잖아요?
엔티티 부인 : 대(大) 윌리엄 피트의 부인은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콧날로 송로버섯을 캐야 했고요!
씽 부인 : 베토벤 부인은 한밤중에 일어나 구관조를 독촉해야 했죠.
엔티티 부인 : 구관조는 게으른 생물이니까요.
씽 부인 : 왜 아니겠어요. 베토벤이 귀가 멀자 구관조는 마임만 하게 됐대요.

(일렁일렁)

엔티티 부인 : 어머! 무슨 일이에요?
씽 부인 : 괜찮아요. 단지 플래시백일 뿐이에요.

(베토벤이 피아노를 두드리고 있다)

베토벤(존 클리즈) : 빌어먹을 구관조 새끼가 어디 사람을 속이려고! 내 귀는 아직 멀쩡해!
구관조(그레이엄 채프먼) : 글쎄 시간 문제겠지……하, 하, 하, 하, 하! (베토벤이 리볼버로 쏴버린다) 씨발.
베토벤 : 닥쳐!
구관조 : 날개에 정통으로 맞았어.
베토벤 : 부리 닥치라고! Gott in Himmel(제기랄), 집구석이라고 조용할 날이 없어!

베토벤 부인(그레이엄 채프먼) : 루드비히!
베토벤 : 뭐야!?
베토벤 부인 : 설탕그릇 못 봤어요!?
베토벤 : 썩을 놈의 설탕그릇이 어딨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베토벤 부인 : 설탕그릇 말이에요 설탕그릇.
베토벤 : 다 꺼지라고 해. 베라먹을 선율이 쳐나와야 말이지! 지금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야……알았으면 닥쳐! (워싱턴 포스트 행진곡이나 두드리다가 정신을 차린다) 아냐, 아냐, 아냐, 이게 아냐!
베토벤 부인 : (돌아온다) 루드비히, 잼 스푼 못 봤어요?
베토벤 : 잼 스푼은 또 웬놈의 잼 스푼이야!
베토벤 부인 : 설탕그릇에 들어 있었다구요.
베토벤 : 암덩어리 같은 여편네야, 썩 꺼지라니까!!
베토벤 부인 : 왼종일 피아노만 들여다보면 빵이 나오나 버터가 나오나!
베토벤 : 날 냅둬!!! (드디어 운명의 1소절을 치는 데 성공한다) ……핫! 하! 하! 해냈어, 해냈다고!
베토벤 부인 : (또 돌아온다) 땅콩버터랑 샌드위치 스프레드가 있는데 티타임에 뭘 먹을래요?
베토벤 : 뭬야!!!!
베토벤 부인 : 땅콩버터랑……
베토벤 : 잊어버렸어. (피아노를 마구 두드린다) 지금 막! 지금 막 됐었는데!
베토벤 부인 : 그러니까 어느 쪽이냐고요?!
베토벤 : 내가 알아!!
베토벤 부인 : 어이구 맙소사! 난 몰라요. (나간다)
베토벤 : 기껏 온 게 도로 가버렸잖아, 이 거지발싸개야! (죽은 자도 깨울만한 소음을 내는 진공청소기를 들고 부인이 들이닥친다) Mein lieber Gott(하느님 맙소사), 뭐하는 짓거리야!? (벽에서 무지막지한 소리가 들려온다) 저건 또 뭐고! 저건 또 뭔데!
베토벤 부인 : 배관공이에요!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가세한다[……])

베토벤 : Gott in Himmel(빌어먹을), 이놈의 징글맞은 집구석을 벗어나야지!
베토벤 부인 : 나가도 좋지만 이따가 멘델스존 부부가 차를 마시러 오는 건 잊지 말아요. 파이클렛도 좀 사오고요.
베토벤 : 파이클렛 좋아하시네! 셰익스피어라면 이런 고생은 안 했을 거야!

(셰익스피어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에릭 아이들) : 모르는 소리 말게. 그보다 선율은 이거였어. 다-다-다-다~안, 다-다-다-다~안.
베토벤 : 자네가 옳아. 오, 그러고 보니 햄릿은 어떻겠나?
셰익스피어 : 햄릿! 다비드보다 훨씬 멋지구먼! (열린 창문으로) 미켈란젤로, 다비드는 자네한테 양보함세. 고소하지 않을게!

(애새끼 여섯의 요람을 흔드는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테리 존스) : 고맙네. 하지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미켈란젤로의 5번 교향곡’)

마누라(그레이엄 채프먼) :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 : 왜 그래, 여보?
마누라 : 하나 더 태어났어요.
미켈란젤로 : 아이고 내 팔자야.

(자막 : 'W. A. 모짜르트')

모짜르트(마이클 페일린) : 작곡가? 핫! 내 아들은 절대 작곡가로 키우지 않을 겁니다. 그 앤 벌써부터 감성이 풍부해요. 하수구검침원이나 쥐잡이인 편이 백 배 낫지요!

설치류 박멸 부띠끄 – 콜린 '쵸퍼' 모짜르트 (작곡가의 아들)
귀족과 평민 모두를 위한 쥐잡이 전문가. Ici On Parle Portugaise(포르투갈어를 씁니다).

콜린 모짜르트(마이클 페일린) : 아하! 42a 카르토펠린 슈트라세에 쥐가 출몰했군! 이봐 미치! 감자거리에 갔다올게!
미치(테리 존스) : 고무덧신을 신고 가요.

(자막 : '뮌헨, 1821년')

콜린 모짜르트 : 쥐로 인해 인생이 우울하십니까? 쥐라고는 꼴도 보기 싫으십니까? 콜린 모짜르트의 설치류 박멸 부띠끄를 찾아주세요. 뮌헨 제일의 털짐승 청산업자 콜린 모짜르트가 시궁쥐를 근절하고 생쥐를 처벌하며 들쥐를 반으로 찢어드립니다!

MR AND MRS EMMANUEL KANT
엠마누엘 칸트 부부
FRAU MITZI HANDGEPÄCKAUFBEWAHRUNG
미치 수화물보관소 부인
MR DICKIE WAGNER
디키 바그너 씨
K. TYNAN (NO RELATION)
K. 타이넌 (관계없음)
MR AND MRS J. W. VON GOETHE AND DOG
J. W. 폰 괴테 부부와 애완견
HERR E. W. SWANTON
헤르 E. W. 스완턴
MR AND MRS P. ANKA
P. 앙카 부부
MR AND MRS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ACCEPT NO SUBSTITUTE
루드비히 판 베토벤 부부 (1770-1827) 대체불가

(자막 : '13.4초 후')

베토벤 부인 : 누구시죠?
콜린 모짜르트 : 콜린 모짜르트입니다.
베토벤 부인 : 오, 드디어 와주셨군요. 망할 놈의 쥐들이 온 집안을 돌아다니지 뭐예요. 심지어는 우리 집 양반의 거지같은 피아노에까지 기어들어갔다니까요!

베토벤 : 벼락맞을 피아노에서 썩 나오지 못해, 멍청하고 털만 북슬북슬한 뻐드렁니 짐승새끼들! 꺼져! Gott in Himmel(젠장맞을), 내 얼굴에서 냄새나는 꼬랑지를 치우라고!

(자막 : '13.4분 후')

(콜린이 기관총을 갈겨대고 있다[……])

베토벤 : 시끄러어어어엇!!

(플래시백 종료)

씽 부인 : 그래서 베토벤은 귀가 멀었을 때 오히려 기꺼워했다죠.

(베토벤이 피아노의 잔해;에 귀를 붙이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나와 휠스냥만 좋아하는 주석.

(註 1) 비행 서커스의 단골 출연진인 후추통(pepperpots) 아줌씨들. 쇼핑하고 왔냐 했더니 아뇨 쇼핑했어요 동문서답하고 있다. 오역 아니다 '_`
(註 2) 공동시장(Common Market) : 쇼핑에 맞춰서 공동시장으로 직역했지만 실은 이거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 얘기. 1950년대 말에 프랑스가 영국의 가입인증을 거부해서 브리티쉬 콧대를 아주 뽀지게 꺾어줬다죠. 그리고 영국국민들은 1960년대 초까지 대체적으로 잉글랜드 특유의 외국인공포증을 존나게 앓으면서 EC 가입을 필사적으로 거부했다나(....)
(註 3) 히스 씨 : 1970년부터 1974년까지 수상이었던 보수당 소속 정치가 에드워드 히스(Edward Heath)를 가리킨다. 당시의 보수당 정치가로서는 드물게도 노동계급 출신의 엘리트. 마거릿 대처가 대표하는 중산층 출신 엘리트 중심의 지배구조로 전이하는 과정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나. 출신성분과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뭔가 발음과 억양이 존나게 희한해서 몬티 파이슨 깡패들에게 어지간히 물어뜯겼다고 한다(......)
(註 4) 독신주의자 : 히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음악가(본인 취미가 작곡이었음)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과 친교를 쌓았지만 정작 친밀한 사이에도 육체적; 행위랍시곤 어깨에다 팔 두르는 정도였대나; 그래서 당시에도 저거 게이 아니냐 의혹이 빈발했다고 함(....) 달 라슨의 해석에 따르면 씽 부인과 엔티티 부인은 히스는 독신주의자이므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과 침대로 기어들어가지 않을 것=EC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 우겨대는 듯. 저기 근데여 정작 영국의 1973년 EC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휘한 사람이 히스였는뎁쇼....
(註 5) 레지널드 모들링(Reginald Maudling) : 드디어 나왔다. 히스 내각에서 1970년부터 1972년까지 내무장관을 역임한 보수당 소속 정치가. 뭐 대처 내각에서도 장관 여러 자리 해먹고 경력은 조낸 빵빵한데 오늘날 사람들이 이 정치가를 기억하는 이유라면 그저 몬티 파이슨 깡패들이 걸핏하면 물고 뜯고 뭣같이 굴려먹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물어뜯었느냐 하면 몬티 파이슨 FAQ에 모들링이 올라 있을 정도임 '_` 비행 서커스 죽 돌려보면 모들링 이름이 한 열댓 번은 쏟아지지 말입니다 기억을 안 할 수가 없지 말입니다. 느긋하고 갤러터지기로 유명한데다 경제정책을 뭐 제때 제때 굴리는 법이 없고 말년에 독직이니 뇌물수수 스캔들을 뻥뻥 터뜨려대서 아주 풍자의 도마 위에 맹호락지세로 누운 꼴이 됐다고 한다. 68년부터 74년까지 무려 260번이나 시사만화의 소재가 됐다고. 파이슨 깡패들이 이런 작자를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자나여..... 뭐 덕분에 극동의 작은 반도에서도 댁의 이름을 알게 됐으니 파이슨에게 감사나 하셔라.
(註 6) 스누커(Snooker) : 영국과 구영연방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당구 게임의 일종. 모들링 부인이라면 당구게임조차 남이 대신 해줄 거라 까대는 이유는 역시 저놈의 갤러터진 성격 앤드 뇌물수수 스캔들 때문일라나.
(註 7) 스탠리 볼드윈(Stanley Baldwin) : 1923년 알렉산더 보나 로(Alexander Bonar Law)가 건강을 이유로 사임하자 수상이 된 영국의 보수당 소속 정치가. 히스와는 달리 그림으로 그린 듯한 귀족집 도련님. 기껏 수상이 되어놓고 바로 다음 해에 노동당에게 선거에서 깨졌다(..........) 뭐 그 뒤에 만회는 했습니다만. 심프슨 부인과 결혼할래 징징징댄 에드워드 8세와 드잡이질한 수상도 이 사람.
(註 8) 대(大) 윌리엄 피트(William Pitt the Elder) : 1766년부터 1768년까지 수상을 역임한 영국의 휘그당 소속 정치가. 대영제국 건설의 기초를 닦은 '위대한 평민'으로 일컬어지며, 아들 윌리엄 피트와 구분하기 위해 대(大) 피트라 불린다.
(註 9) 이렇게 예를 들면 들수록 점점 더 과장이 심해지면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는 수법은 Four Yourkshiremen에서도 볼 수 있다.
(註 10) 워싱턴 포스트 행진곡(The Washington Post March)은 존 필립스 수사(John Philps Sousa)가 1898년 작곡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행진곡 중 하나. 여담으로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오프닝 테마로 4시즌 내내 징글맞게 써먹히는 '자유의 종(The Liberty Bell)'도 수사의 행진곡이다.
(註 11) 파이클렛(pikelet) : 크램펫 빵의 일종. 좀 더 작고 납작한 팬케이크 같이 생겼다.
(註 12) 물론 베토벤도 미켈란젤로도 결혼 따위 한 적 없지 말입니다.
(註 13) 쵸퍼(chopper) : 쵸퍼는 써는 놈 다지는 놈이란 뜻이기도 하지만 기관총의 은어도 된다.
(註 14) 카르토펠른 슈트라세(Kartoffelnstrasse) : 영어로 Potato Street(감자거리)(....) 왜 포르투갈어를 쓰는진 묻지 마라 나도 모른다;
(註 15) 칸트는 엠마누엘이 아니라 임마누엘(Immanuel)이다. 그리고 당연히 결혼 경력 없다. 대체 어느 여자가 수십 년간 1초도 안 틀리고 정시에 산책을 다녀서 사람 보고 시계 맞췄다는 남자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싶(후략)
(註 16) 미치 수화물보관소 부인이 무슨 센스인지도 묻지 마라. 이건 몬티 파이슨 레퍼런스 백과사전 편찬자인 달 라슨도 모르더라;
(註 17) 디키는 리처드의 애칭이고 리처드는 독일어권의 리하르트에 해당한다. 즉 리하르트 바그너.
(註 18) 케네스 타이넌(Kenneth Tynan)은 도발적이고 퇴폐적인 발언으로 유명했던 영국의 연극평론가. 워낙 행적이 거시기하고 금기 그게 뭐져 맛있는 건가요 우적우적이라 능히 파이슨 깡패들의 히어로가 될 만한 사람이었다나.
(註 19) 괴테는 1788년부터 그의 정부였던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Christiane Vulpius)와 1806년 결혼했다. 그리고 대문호가 16살이나 어리고 계급도 낮고 교양이라곤 없는 무식하고 천박한 여자와 연애하다 못해 결혼까지 한다고 지인과 친우들한테까지 오지게 욕을 먹었다(....) 정작 이 둘은 1816년 크리스티아네가 사망할 때까지 애도 여럿 낳고 디게 잘 살았음.
(註 20) E. W. 스완턴은 영국의 언론인이자 전설적인 크리켓 중계해설자. 점점 더 인선이 이상해진다. 왜 영국놈인데 다른 독일놈들이 죄다 미스터일 때 혼자 헤르Herr(독일어의 Mister)인지도 알 수가 없다 '_`
(註 21) 폴 앙카(Paul Anka)는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註 22) 죄다 이름 표기가 뭔가 이상한데 베토벤의 생몰년도 하나는 정확하다(.....)
(註 23) 축음기에서 나오는 노래는 지미 듀란트(Jimmy Durante)의 '나는 잃어버린 선율을 찾은 남자(I'm the Guy Who Found the Lost Chord)'. 달 라슨에 따르면 이중 레퍼런스라고 함. 모토네타는 아서 설리반(Arthur Sullivan)이 1877년에 작곡한 '잃어버린 선율(The Lost Chord)'이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선율을 찾아냈지만 그걸 잃고 만 남자가 내세에서나 다시 그 선율을 들을 수 있으리라 슬퍼하는 노래. ......잠깐, 터네이셔스 D의 '헌정(Tribute)'!? 아무튼 설리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히트곡이져. 지미 듀란트가 1947년에 이 곡을 개그풍으로 패러디한 게 바로 '나는 잃어버린 선율을 찾은 남자'다. 피아노 앞에서 손에 닿는 대로 마구 두드렸더니(즉흥적으로by ear 연주했더니) 문제의 선율이 나왔는데 정신차리고 다시 하려니까 그놈의 선율이 나오질 않아서 다시 정줄 놓고 두드려야 했다는 내용(....) 그러니까 그 뭐냐 베토벤이 <즉흥적으로=귀로by ear> 음악을 만들었다면 귀가 멀었을 때 작곡가 인생도 쫑났을 거라 이 얘기;
실제로는 독일인 음악가들은 수학공식 짜듯 자로 재가면서 면밀하게 음악을 설계한다 합디다만.


역대 최고로 주석이 많지 않음 이거!?
다음은 모 푸르스름한 앵무새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건 거짓말이고 휠스냥이 졸라서 드디어 악명 높은 앵무새 스케치를 건드립니다. 나쁜 기집애야 그거 양도 많고 센스도 무진장 필요하다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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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anish Inquisition, Part 2.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4/04/21 18:12

일일일몬인지 일월일몬인지 아무튼 나도 모르겠지만 빌어처먹을 이온주입장치 700페이지의 압박을 살아서 뚫고 미션을 완수하러 돌아왔습니다 KISARA입니다.
2시즌 2화 '스페인 이단심문소(The Spanish Inquisition)'의 간판 스케치 '스페인 이단심문소(The Spanish Inquisition)'의 나머지 절반에 그예 도전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미 언급했다시피 하찮은 말장난으로 도배질이 된 감당 못할 물건인지라 걍 휠냥의 커미션을 훅 떼어먹고 잠적할까 망설였으나 스페인 이단심문소 스케치는 이걸로 비로소 완성되고 내 알량한 자존심도 있으므로 그냥 주석만 믿고 곰발로 개발새발 해치워버렸다(....)
우선 선행하는 The Spanish Inquisition, Part 1부터 봐주시랍. 보시지 않으면 뜻이 아예 안 통합니다 '3'


('중앙형사법원')

판사(그레이엄 채프먼) : 배심원단 여러분, 평결을 내리셨습니까?
배심원장(마이클 페일린) : 예, 재판장님.
판사 : 피고인은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배심원장이 손가락 둘을 들어보인다) 두 단어군요. 첫 번째 단어고. (배심원장이 무언가의 마임을 한다) 로프? 실?
검사(존 클리즈) : 포인트?
서기관(에릭 아이들) : 혁대?
판사 : 넥타이?
검사 : 크라바트? 실크 스카프?
서기관 : 매듭(Knot)? (배심원장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인다)
일동 : Knot!

(배심원장이 썸즈업하고 다시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판사 : 두 번째 단어는 2음절짜리군. 첫 번째 음절은, 새?
서기관 : 수영선수?
판사 : 평영.
검사 : 브라이언 펠프스.
판사 : 어허 어허, 그 친구는 다이빙 전문이고.
서기관 : 그럼 에스터 윌리엄스요.
판사 : 아니 아니, 멍청한 소리 말아요. 피고인이 매듭해서 에스터 윌리엄스라니 대체 뭔 말입니까?
검사 : 물고기. (배심원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목을 가리킨다) 물고기가 부륵거린다고요?
판사 : 물고기 호흡.
검사 : 물고기 호흡, 목.
판사 : 물고기가 숨을 쉬고, 목……? 아가미(Gill)! (배심원장이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Knot-gill. 이제 두 번째 음절로 갑시다.

(배심원장이 차[Tea]를 마시는 시늉을 한다)

판사 : Knot-gill…….
검사 : 마시다.
서기관 : 홀짝이기? 흡수?

(배심원장이 컵을 가리킨다)

판사 : Knot-gill……컵(cup)!? Knot-gill-cup! (배심원장이 황당해 한다[……]) 피고인은 기소된 혐의에 대하여 길컵이 아닌 것으로(not gilcup) 확정되었으므로 자유인으로서 본 법정을 떠날 수 있습니다. (피고가 나간다) 이젠 내 차례로군요.

(판사가 손가락 네 개를 들어보인다)

검사 : 네 단어입니다.
배심원장 : 첫 번째 단어는, 외치다?
검사 : 포효?
서기관 : 부르다(Call)? (판사 썸즈업)
일동 : 부르다(Call)!

(두 번째 단어로 들어간다)

검사 : 두 번째 단어는 굉장히 짧단 말이죠.
배심원장 : A?
검사 : An?
서기관 : Up?
배심원장 : The? (판사 썸즈업)
일동 : The!
서기관 : Call-the. 세 번째 단어입니다.

(판사가 목을 가리킨다)

검사 : 아가미?
배심원 : 물고기?
서기관 : 목젖. (판사가 고개를 젓는다) 목(Neck). (판사가 열심히 손짓을 한다) 발음이 비슷하다고요?
변호사(캐롤 클리브랜드) : 다음(Next)!
배심원장 : Call-the-next!

(판사가 다음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서기관 : 네 번째 단어는 3음절이네요. 첫 번째 음절은……귀?
검사 : 듣다. 듣지 못한다?
서기관 : 귀머거리(Deaf)! Call-the-next-deaf!

(판사가 일어나 열심히 엉덩짝을 가리킨다)

검사 : 둔부?
서기관 : 의자? 바지? 엉덩이?
배심원장 : 끝(End)! Call-the-next-deaf-end!

(판사가 밑에서 1미터짜리[……] 개미 모형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는다)

일동 : 개미(Ant)!
서기관 : Call-the-next-deaf-end-ant! (일동 환호 후 분위기가 싹 바뀐다) 다음 피고인을 소환합니다(Call the next defendant). 킬브라켄 치안판사는 들어오십시오. (늙수그레한 판사가 들어온다) 귀하는 1970년 6월 14일 중앙형사법원에서 치안방해죄에 저촉될 수 있는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판사님. 무죄입니까, 유죄입니까?
킬브라켄 판사(테리 존스) : 무죄입니다. 사건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본 법정을 폐정합니다.

(전원, 법정을 떠나려 일어난다)

판사 :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모두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당신은 지금 피고석에 있소, 재판장.
킬브라켄 판사 : 나도 판사요, 재판장.
판사 : 그리고 나도 판사지. 잠자코 보기나 하시오.
킬브라켄 판사 : 핫! 이것도 법정이라고(Call this a court)!
일동 : 이것도 법정이라고. 이것도 법정이라고. 이것도 법정이라고.
판사 : 닥쳐요. 어서 변론으로 넘어갑시다.
검사 : 재판장님, 그리고 다른 재판장님, 검찰측은 재판장님이, 그러니까 이 재판장님 말고 저 재판장님이 중앙형사볍원에서 형을 선고하던 도중 판결문에 얼룩을 남겼음을 재판장님 앞에서 입증하고자 합니다. 증거 Q를 소환합니다.
판사 : Q?
검사 : 저런, 제가 Q라고 했나요? 죄송합니다, A입니다. 증거 A를 소환합니다.
서기관 : 증거 A를 소환합니다.

(섹시한 아가씨가 천을 뒤집어쓰고 등장함[……])

검사 : 판사님, 증거 A 리타 쌩 양입니다. 회화 모델, 스웨덴 아코디언 교사 및 등의자 판매사원으로 종사하는 쌩 양은 피고인의 법정에서 외설행위로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쌩 양에게 해당 법정을 떠나 본인의 자택으로 동행하는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변호사 : 이의를 제기합니다, 재판장님!
킬브라켄 판사 : 이의를 인정합니다.
판사 : 닥치시오! 이의를 기각합니다.
검사 : 직후 피고인은 쌩 양의 신체적 구조 및 특징에 관하여 소상한 의견을 개진하고 농을 목적으로 하는 매우 합법적이지 못한 발언을 남긴 다음, 법복을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나지막하게 끙끙대기 시작했습니다.
판사 : 변호할 말은 있습니까?
킬브라켄 판사 : 꼬박 몇 주 구경도 못했소.
판사 : 오 그래요? 벨사이즈 공원에서 낚았다던 영계는 뭐요?
킬브라켄 판사 : 아니 생사람을 잡는구먼!
판사 : 아니라고. 하! 하! 하!
킬브라켄 판사 : 좋소, 그러는 댁이야말로 8A 우드포드 광장에서 뭘 했더라?
판사 : 한 마디만 더 하면 반역죄로 기소하겠소.
검사 : 재판장님,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킬브라켄 판사 : 저 치는 반반한 중국산을 잡았지.
판사 : 법정모독죄요.
킬브라켄 판사 : 그깟 농담 좀 가지고!
판사 : 법정모독죄라면 법정모독죄요! 어쨌거나 귀하를 처벌하진 않을 거요. 어디나 판사가 부족해 난리가 났거든. 모두 남아공으로 이민을 가 버렸기 때문이지. 나는 내일 떠나오. 표도 샀소. 남아공에 가서 제대로 형을 집행하고 살아볼 거요. 오, 문명사회는 정말로 역겨워! 잘해봤자 종신형이 고작이지. 꼭두새벽에 부지런히 출근한 대가가 기껏 종신형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요? 하지만 남아공에서는, 보시오, 구조편으로 죄인을 쳐도 되고 한 주에 사형을 네 번까지 선고할 수 있고 음료는 싸고 노예도 부리고 심지어 주가는 치솟지. 그래, 관둘 거요. 보호감찰이니 얼어죽을 정신감정 따위에 머리 꼭대기까지 파묻혀 살기 지겹소. 됐소. 집어치울 거요. 다 끝났소. 그러나 떠나기 전에 한 가지는 꼭 해봐야겠소. 따라서 본 재판장은 피고에게 화형을 선고합니다.
킬브라켄 판사 : 맙소사!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된답디까?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쏠린다. 아담한 가정집에서 히메네스 추기경 일당이 뛰쳐나와 허둥지둥 버스를 잡아탄다)

히메네스 : 올드 베일리까지 둘, 아니 셋 부탁해요.

(무정하게 크레딧이 마구 올라온다)

비글스 :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있어요!
히메네스 : 빨리, 빨리, 빨리!
비글스 : 어서요! 어서!!

(버스가 달린다)

히메네스 : 조명담당 이름이야. 이제 겨우 다섯 남았어. 맙소사, 프로듀서까지 갔잖아──서둘러!

(마침내 추기경 일당이 폭풍처럼 법원에 들이닥친다)

히메네스 :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자막 '끝'이 뜬다) 오 씨발!

언제나 그렇듯이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휠스냥은 좋아하는 주석.

(註 1) 결국 판토마임 단어맞추기 게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하는 그거다. 정말 하찮기 짝이 없다 orz
(註 2) Knot-gil-cup : 물론 배심원장은 knot-gil-tea, 즉 not guilty(무죄)를 의도했는데....어....... 대체 낫 길컵이 뭔가요 재판장님 왜 판결은 제대로 내리시는 거죠 재판장님.
(註 3) 브라이언 펠프스(Brian Phelps) :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다이빙 분야를 책임진 영국산 물개. 1960년 로마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1958년 및 1962년 유럽 챔피언쉽 우승자. 본 에피소드가 방영된 1970년에는 독자적인 다이빙 쇼에서 공연하고 있었다고. 지상으로 올라온 딥원 마이클 펠프스 주니어와는 아마 아무런 상관도 없다(....)
(註 4) 에스터 윌리엄스(Esther Williams) : 미국의 수영선수. 1939년 16살에 전미챔피언쉽 세 개 분야에서 우승한 유망주였으나 1940년 제 2차세계대전의 여파로 도쿄 올림픽이 취소되면서 1941년 그 유명한 MGM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뮤지컬/영화배우로 전직한다. 1960년대 초 은퇴할 때까지 총 서른 편의 영화에 출연. 윌리엄스의 영화는 대부분 뮤지컬이란 걸 감안해도 심각하게 멍청한 스토리에 어쨌든 윌리엄스가 수영하는 자태만 보여주면 장땡이라는 물건이었지만 뭐 인기는 괜찮았던 모양이다(....)
(註 5) 이것도 법정이라고 : 원문은 Call this a court. 법정에서 피고인 또는 증인을 소환할 때 'Call 어쩌고저쩌고'라 한 후 서기관이 다시 한 번 반복하는데 킬브라켄의 비아냥 Call this a court를 이 망할 넘들이 소환용 주문;으로 알아듣고 재창하는 것(.......)
(註 6) 1970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어떤 꼬라지였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델라까지는 요원하다;;; 하지만 사형 집행 하나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이 구형할 수 있는 처벌의 한계에 관해서 심도 있게 토론해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가 존나게 싫고 아무튼 하등한 것들을 죽이고 싶은 백인 엘리트에게는 의외로 좋은 나라 (퍽)
(註 7) 구조편 : cat-o'-nine tails. 끝부분이 아홉 가닥으로 갈라진 채찍. 맞으면 물론 존나게 아픕니다. 1695년 등장한 이래 한때는 영국 해군 및 육군에서 체벌 용도로 쓰였는데 이제야 뭐 성적 쾌감을 얻고 싶은 매저들이나 등짝을 들이대는 물건 (퍼억)
(註 8) 중앙형사법원은 런던 시의 올드 베일리 가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애칭으로 올드 베일리라 부르기도 한다.


스페인 이단심문소 완결. 만족하냐 휠스냥 페레로 로쉐는 잘 먹었다!! (밥상을 뒤집어 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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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panish Inquisition, Part 1.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4/04/08 16:09

드디어 돌아온 일일일몬입니다. 말은 똑바로 하자 일년일몬이겠지 이 인간아.
원래는 Beethoven's Mynah Bird가 먼저여야 했지만 친애하며 이 코너의 거의 유일한; 독자인 휠스냥이 무려 페레로 로쉐 5개 세트를 커미션으로 쥐여주며 협박;하였으므로 차마 입 씻을 만큼 양심에 털이 나지 못한 S는 외압에 별 수 없이 굴복하였다 (먼 눈) 그리하여 한 7년 전부터 한다 만다 떠들어댔던 2시즌 2화 '스페인 이단심문소(The Spanish Inquisition)'의 간판 스케치이자 비행 서커스 전 에피소드에서도 손꼽히게 골때리는 물건인 '스페인 이단심문소(The Spanish Inquisition)'에 결국 손을 대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초콜릿의 힘은 위대하지라. 이런 내 약점을 너무 잘 아는 지지배 OTL
심지어 Part 1이다. 한 에피소드 내내 이단심문소 네타를 가지고 돌려막기 하듯 써먹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어차피 유튭 영상도 둘로 나뉘어 있어요. Part 2는 하찮은 말장난으로 도배된 물건이라 벌써부터 눈 앞이 캄캄해지지만 뭐.... 지지 말아야죠..... 아무튼 만족하냐 휠스냥!!! (버럭)


('자로우 - 1911년 섣달 그믐날')
('자로우 1912년')

레이디 마운트백(캐롤 클리브랜드) : 들어와요.

(레지[그레이엄 채프먼]가 들어온다)

레지 : 방앗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레이디 마운트백 : 어머나, 어쩌다가요?
레지 : (뭉개지는 북부억양으로) 가르브가 한 기 삐지가꼬 디딩반 이로 기우러즛써요.
레이디 마운트백 : 뭐라고요?
레지 : (여전히 뭉개지는 억양으로) 가르브가 한 기 삐지가꼬 디딩반 이로 기우러즛써요.
레이디 마운트백 : 못 알아듣겠어요.
레지 : (살짝 짜증내며 제대로 된 억양으로) 가로보가 하나 삐져나와서 디딤판 위로 기울어졌다고요!
레이디 마운트백 : 그건 또 무슨 뜻이에요?
레지 : 낸들 아나요. 웬트워스 영감님이 방앗간에 일이 났다면서 그 말만 하고 갔다고요.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됩니까?

(히메네스 추기경[마이클 페일린], 비글스 추기경[테리 존스], 팽 추기경[테리 길리엄]이 폭풍처럼 들이닥친다)

히메네스 :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경악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무기다. 경악과 공포……공포와 경악……우리의 무기 둘은 경악과 공포와 무자비한 효율성이지……우리의 무기 셋은 경악과 공포와 무자비한 효율성과 교황 성하께 바치는 가히 광적인 헌신이지……우리의 무기 넷은……어 저기……우리의 무기는……우리가 쥔 무기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를테면 공포와 경악과……처음부터 다시 하세.

(나간다)

레지 :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됩니까?

(다시 들이닥친다)

히메네스 :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우리의 무기는……아주 다양해! 공포와 경악과 무자비한 효율성과 교황 성하께 바치는 가히 광적인 헌신과 멋진 빨간색 제복──오 젠장! (비글스에게) 도저히 안되겠네. 그대가 대신하게나.
비글스 : 예?
히메네스 : 우리의 무기가 뭔지 말해주라고…….
비글스 : 저, 전 못합니다!?

(히메네스, 강제로 끌고 나간다)

레지 : (의욕 제로)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됩니까.

(다시 들이닥친다)

비글스 : 어……스페인……음…….
히메네스 : 이단심문소가.
비글스 : 이단심문소가……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음……찾아올…….
히메네스 : (잇새로 씹어뱉는다) 줄은 몰랐겠지.
비글스 : 알아요, 압니다!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사실 가끔은 알기도 하는데,
히메네스 : 우리의 무기는…….
비글스 : 우리의 무기는……어……음…….
히메네스 : 경악.
비글스 : 경악과…….
히메네스 : 그만. 이제 됐어, 됐다고! 휴! 경악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무기 떠벌떠벌떠벌떠벌떠벌떠벌떠벌. 추기경, 선고문을 읽게!
팽 : 여러 날에 걸쳐 성스러운 교회를 대적하고 이단행위를 저지른 죄로 죄인을 고발하노라. 바깥양반은 마차를 따라오라고♪
히메네스 : 됐어! 하지 마! (레이디 마운트백에게) 죄인이여, 변명의 여지가 있는가?
레이디 마운트백 : 우린 결백해요.
히메네스 : 하! 하! 하! 하! 하!

('악마적인 홍소')

히메네스 : 곧 그 참람된 입을 다물게 될 것이야!

('악마적인 몸짓')

히메네스 : 공포, 경악, 무자비한…… (스스로를 억제하려 용을 쓴다) 우으으으으! 추기경, 형틀(rack)을 대령하라!

(비글스가 품 속에서 시렁[rack]을 꺼낸다[……])

히메네스 : 이게……좋아! 여자를 묶어라! (어떻겐가 묶는다[……]) 여인이여, 재차 하문하니 죄상을 인정하겠는가!
레이디 마운트백 : 결백합니다!
히메네스 : 하! 가증스러운 것! 추기경, 형틀을 (오 주여) 형틀을 돌려라!
비글스 : (당황하며) 저…….
히메네스 : 나도 알아. 못하는 줄 안다고! 몰라서 이러지 않아. 그대의 멍청한 실수를 애써 모른 척하고 있잖아!
비글스 : 저…….
히메네스 : 이 바보스런 사태를 어찌 수습하라고!
비글스 : 저기, 음……?
히메네스 : 오, 잔말 말고 시늉이라도 해!

(비글스, 크게 웃고 핸들을 돌리는 시늉을 한다)
(현관벨 소리)

~킹 크림슨~

(앨범을 편 노부인과 불퉁한 얼굴의 젊은 여성이 나란히 앉아 있다)

노부인(마저리 와일드) : 이건 집 정면에 서 있는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뒤편에 서 있는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측면에 서 있는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정면으로 다시 온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하지만 측면도 볼 수 있지.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측면 쪽에 붙어 선 테드 삼촌의 사진이란다. 하지만 여전히 정면이 보이지.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이건 집 뒤편의 사진이란다. 테드 삼촌이 측면을 지나 정면으로 가고 있지. (사진을 넘겨주자 여자가 북 찢는다) 그리고 이건 석탄창고 뒤에 숨어 있는 스페인 이단심문소의 사진이란다.
젊은 여성 : 어머나!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히메네스, 비글스, 팽이 폭풍처럼 들이닥친다)

히메네스 : 물론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브뤼겔의 정신사나운 고문 현장의 그림으로 컷 전환)

내레이터(존 클리즈) : 16세기 초, 종교개혁의 거센 물결에 맞서 교황은 스페인의 히메네스 추기경에게 전권을 위임하여 어떠한 제약도 없이 멋지구리한 영화 한 편 찍고도 남을 폭력과 공포와 고문으로 왕국의 영토를 지배하도록 하였으니, 바로 스페인 이단심문소입니다…….

(추기경들이 노부인을 지하감옥으로 질질 끌고와 벽에 사슬로 묶는다)

히메네스 : 여인이여! 그대는 세 가지 죄를 범하였다. 이단적 사고, 이단적 언어, 이단적 행위, 이단적 행동──네 가지 죄를 범하였다. 그대의 죄상을 고백하겠는가?
노부인 : 무얼 고백하라시는지 전혀 모르겠네요.
히메네스 : 하! 그럼 지금 당장 알게 해주지……비글스! 쿠션을 가져와라……!

(매우 평범한 쿠션을 가져온다)

비글스 : 대령했습니다, 예하.
히메네스 :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겠다. 주님 앞에서 무서운 죄악을 참회하고 모독적인 사탄의 행위를 거부하라──두 번만 기회를 주겠노라. 하면 그대는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세 번만 기회를 주겠노라. 재차 밝히거니와 마지막으로 세 번 기회가 있다!
노부인 : 무슨 말씀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히메네스 : 뻔뻔한 것! 끝까지 시치미를 떼겠단 말이지──추기경! 죄인을 폭신한 쿠션으로 찔러라! (비글스가 고문[……]을 가한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비글스 : 그다지 효과가 없는 듯합니다, 예하.
히메네스 : 속엣것을 죄다 끝부분에다 몰아넣었나?
비글스 : 그럼요.
히메네스 : (쿠션을 집어던진다) 흥! 독한 계집이로다! 팽 추기경──안락의자를 가져오라……!

(팽, 공포에 질린다)

팽 : 안락……의자요?!

(정말로 푹신해뵈는 의자를 가져온다[……])

히메네스 : 용케도 쿠션을 이겨냈다고 내심 득의만면했겠지만 과연 이번에도 뜻대로 될까? 비글스! 죄인을 안락의자에 쑤셔박아라! (노부인을 강제로 안락의자에 앉힌다) 그대는 점심시간까지 여기 앉아야 하며 단지 11시에 커피만이 한 잔 주어질 것이다! (비글스에게) 정말로 커피 한 잔만 주나?
비글스 : 물론입니다, 예하.
히메네스 : 알았네. 그럼 고함을 많이 질러 죄인을 한층 더 괴롭혀야겠지. 회개하라, 여인이여.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비글스 : 회개합니다!
히메네스 : 그대 말고!

경찰(애니메이션) : 회개합니다.

히메네스 : 누구였어!?

('회개합니다'와 '앉으세요'를 반복하는 하찮은 부조리개그[……])

~다시 킹 크림슨~

언제나 그렇듯이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휠스냥은 좋아하는 주석.

(註 1) 자로우(Jarrow) : 런던에서 약 300마일 떨어진 영국 북동부의 공업 도시. 최소 1932년부터 노동쟁의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동네라는 모양이다. 하필 1912년인 이유는, 변태스럽게도; 비행 서커스의 레퍼런스를 일일이 정리한 달 라슨(Darl Larsen)의 저서 Monty Python's Flying Circus: An Utterly Complete, Thoroughly Unillustrated, Absolutely Unauthorized Guide to Possibly All the References의 주장에 따르면 1912년 1월에 자로우 근처의 워들리 탄광이 완전히 폐쇄되어 탄광을 중심으로 형성한 마을이 폐촌으로 전락했다는 기사가 뉴캐슬 데일리 크로니클에 실렸기 때문이라나. 정말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註 2) 북부 억양 : 원문은 One on't cross beams gone owt askew on treddle. 북부 억양이 원래는 저게 아니지만 센스 없는 번역자가 불쌍하니 넘어갑시다'_` 뭐 아무튼 부유한 귀족집안 마나님이 알아들을 리가 없는 것이다.
(註 3) 스페인 이단심문소(Spanish Inquisition) :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와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1세가 1478년 교황의 특별 허가를 받아 설립한 독자적인 이단심문소. 원래는 가톨릭으로 강제로 개종당한 유대교도 및 이슬람교도의 사상검증을 목적으로 하지만, 물론 페르난도와 이사벨라는 국교 가톨릭을 통해 정권을 강화하고 특히 돈 많은 유대인들을 이단으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여 재정을 확보하는 데 아아주 잘 써먹었다(...) 당시의 교황인 식스투스 4세는 이단심문과 세속권력의 결탁을 내켜하지 않았지만 페르난도 2세가 군사적 지원을 끊겠다고 존나 협박;해서 결국 승낙을 받아냈다고. 종교와 정치가 손을 잡았으니 자연히 위세는 하늘을 찌르고 처벌은 날로 강압성과 혹독함을 더해갔다. 식스투스 4세는 물론 1484년에 식스투스 4세의 뒤를 이어 즉위한 인노켄티우스 8세가 여러 번 님들 좀 적당히 하시라 경고했지만 들은 척 만 척. 16세기에 들어 종교개혁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자 이단심문소는 유대교도/이슬람교도에서 프로테스탄트로 화살을 돌리게 된다. 다만 마녀 문제는 이단심문소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고. 아울러 이단심문소는 공식적으로는 1834년까지 존속했다. 거 오래도 버텼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존속기간 동안 약 15만 명이 재판을 받았지만 실제로 처형된 사람은 의외로 약 2퍼센트에 불과해, 스페인 이단심문소의 악명은 상당부분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고 한다. 아 그리고 덧붙이자면 달 라슨처럼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뭐 찾아먹겠다고 1912년에 영국의 쬐깐한 공업도시에 출몰했는지 쓸데없이 따지고 들면 안됩니다. I didn't expect a kind of Spanish Inquisition!!
(註 4) 여기가 뭐 스페인 이단심문소라도 됩니까 : 원문은 I didn't expect a kind of Spanish Inquisition. 본래는 '아 거 신발 징그럽게도 꼬치꼬치 캐묻네' 정도의 의미(.....)
(註 5)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겠지 : NOBODY expects a Spanish Inquisition! 스페인 이단심문소 스케치를 대표하며 비행 서커스 시리즈에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펀치라인. 그렇다 대부분의 피고들은 이단심문소에 끌려갈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이나 킬러 래빗 정도는 못 되어도 예서 제서 정말 징글징글하게도 인용되는 물건. 참고로 일본판에서는 <설마 할 때 나타나는 스페인 종교재판(まさかの時のスペイン宗教裁判)>으로 번역했다고. 어이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뭔가 이게 아닌데여. 아무튼 뉘앙스를 어떻게 좀 살려보려고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다가 세계 미디어믹스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흑역사(.....)일 드래곤라자 코믹스의 아는 사람은 다 알 운차이의 <그 대사>를 살짝 응용했다. 크헤헤를 못 넣은 게 유감(퍽)
(註 6) 추기경 3인조가 폭풍처럼 들이닥칠 때마다 깔리는 브금은 로버트 파논(Robert Farnon)의 Openings and Endings No. 2.
(註 7) 히메네스 추기경(Cardinal Ximénez) : 15세기 스페인의 섭정이자 추기경이었던 프란시스코 히메네스 데 시스네로스(Francisco Jiménez de Cisneros)가 모델.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라 1세를 도와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공로자로 평가받는다. 사실 스페인 이단심문소의 설립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지만 1499년 그라나다에서 이단심문소의 심문관들과 신속한 개종을 요구하며 이슬람교도들을 들들 볶다가 제 1차 알푸하라스 반란을 야기하긴 했다(...) 실제 역사에서 이단심문소의 설립에 공헌하고 초대 심문장을 역임한 성직자는 도미니코회 수도사인 토마스 데 토르케마다(Tomás de Torquemada).
(註 8) 비글스 : 1932년부터 작가가 사망한 1968년까지 30여 년간 높은 인기를 누린 W. E. 존스(W. E. Johns)의 청소년모험소설 시리즈의 주인공인 파일럿 겸 모험가 제임스 비글스워스(James Bigglesworth)의 별명이다. 그 시절 청소년 대상 모험 소설이 대개 다 그렇듯 인종차별과 편협한 사고방식의 혐의를 벗기 힘든 물건이지만 아무튼 한때는 국민소설이었다. 추기경이 뜬금없이 쓰고 있는 비행헬멧과 고글도 비글스의 패션. 이 에피소드가 방영된 해가 1970년이므로 멤버 중 최소한 한 명은 어린 시절 열심히 읽었을 듯. 실제로 3시즌 7화(33화)에 비글스 스케치가 들어 있다. 원래 몬티 파이슨 깡패들은 원작을 존중 따위 하지 않거니와 비글스의 친척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앨저넌 "앨지" 레이시(Algernon 'Algy' Lacey)는 그런 포지션의 캐릭터들이 항상 그렇듯이 호모 의혹;을 존나게 받는 모양이지 말입니다. 요즘 같았으면 슬래쉬 팬픽이 다글다글(퍽)
(註 9) 숫자 세다 만날 엉기는 히메네스 추기경의 전통은 이후 둘 다음에 셋 아닌 다섯을 세는 아서왕(in 몬티 파이슨과 성배)에게 이어진다.
(註 10) 교황께 바치는 헌신 : 달 라슨이 지적한 대로 사실 스페인 이단심문소는 세속의 후원자인 가톨릭 부부왕에게 헌신했지 교황의 항의는 죄다 코 끝으로 씹었다(.....)
(註 11) 바깥양반은 마차를 따라오라고♪ : 프레드 W. 레이(Fred W. Leigh)와 찰스 콜린스(Charles Collins)가 1919년 발표한 코크니 송 'My Old Man (Said Follow the Van)'의 가사 첫 구절. 당대의 코크니 뮤직 홀 스타였던 마리 로이드(Marie Lloyd)가 불러 유명해졌다. My old man은 바깥양반일수도 있고 아빠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집세를 못 내서 집주인 나타날세라 부랴부랴 야반도주하는 가족 얘기임(...)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보잘것없는 이삿짐을 마차에 싣고 나니 그나마도 자리가 없어서 터덜터덜 걸어서 따라가던 마누라가 펍에서 한 잔 꺾다가 마차도 놓치고 길도 잃어버리는 얘기다... 테리 길리엄이 이걸 왜 부르는진 그냥 묻지 마라;
(註 12) 형틀과 시렁 : 히메네스 추기경은 이걸 기대했는데 말이죠'_` 손목과 발목을 양끝의 롤러에 각각 묶고 롤러를 돌리면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져서 사람 잡는 고문형구. 이단심문소는 손목을 묶고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아서는 천천히 들어올렸다가 콱 떨어뜨려서 어깨와 팔을 작살내버리는 방법도 자주 썼다고.
(註 13) 스페인 이단심문소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 원문은 물론 동일한 I didn't expect a kind of Spanish Inquisition. 한국어와 (주로) 역자의 한계다...........


The Spanish Inquisition Part 2로 이어집니다. 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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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Service Dentists.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3/09/30 21:33

살아는 있었습니다. 2013년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는 참혹한 현실에서 눈을 좀 돌려보려고 & 3개월만에 잡기에는 제일 만만해서(.....) 오늘도 일일일몬으로 막을 엽니다. 니가 팬의 자격이 있기는 한 거냐. 아무튼 이 코너를 가장 아껴주는 휠냥의 리퀘에 따라 1시즌 4화 '부엉이의 체조시간(Owl-stretching Time)'의 '비밀치과요원(Secret Service Dentists)'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잖아. Owl-stretching Time은 원래 Monty Python's Flying Circus를 대신할 뻔했던 수많은 후보 타이틀 중 하나였다는데 이 친구들 참 알뜰하게도 재활용하고 있음;; 의역 천지인 게 뭐 어제 오늘 일입니까. 휠냥 잘 보시게.


스테이플턴(존 클리즈) : 어……오!
아서(에릭 아이들) : 안녕하세요, 책을 한 권 사려고 왔어요.
스테이플턴 : 어, 유감스럽게도 여긴 책이 없습니다.
아서 : 예?
스테이플턴 : 없습니다. 다 떨어졌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서 : 이건 다 뭐고요?
스테이플턴 : 뭐가요? 아! 어 이건, 아, 하하, 그러니까……얘네들 말씀이시군요?
아서 : 예!
스테이플턴 : 이건 그 뭐냐……다 팔렸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서 : 전부 다요?
스테이플턴 : 한 권도 빠짐없이 죄다 팔렸고 말고요. 종이 쪼가리 한 장도 남은 게 없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서 : 누가요?
스테이플턴 : 예?
아서 : 누가 전부 사갔냐고요?
스테이플턴 : 어……그러니까……하느님 맙소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점심을 먹으러 가야죠 가게문도 닫아야지요!
아서 : 이제 겨우 열시 반인데요.
스테이플턴 : 그렇죠, 하지만 난 배고파 죽겠어요……아주 뱃가죽이 들러붙겠다니까요. 아마 오늘은 가게를 다시는 열지 못할 거예요. 아주 아주 잘 먹어서 이 끔찍한 허기를 달래야겠으니까요. 저어기 길 건너에 근사한 서점이 보이시죠? 우리 서점보다 들여놓은 책도 훨씬 많고, 가격은 또 믿을 수 없게 싸다니까요……아마도. 길 하나만 건너시면 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서 : 하지만 여기 가 보라던데요!
스테이플턴 : (도로 잡아넣는다) 아, 아하, 알았어요. 그렇군요……. 어험, 듣기론 올해 구스베리가 그렇게 잘된다면서요……망고도 그렇고요.
아서 : 예?
스테이플턴 : 어……그 뭐냐……날씨를 보니까 그냥 생각이 났어요. 듣기론 올해 구스베리가 그렇게 잘된다면서요……망고도 그렇고.
아서 : 내 장사는 별로지만요.
스테이플턴 : 계속하세요.
아서 : 뭘요?
스테이플턴 : 뒷말을 이으라고요. 내 장사는 별로지만요. 그 다음은?
아서 : 예?
스테이플턴 : 혹시 해서 묻는데 <내 장사는 별로예요 하지만 빅 치즈는 오늘밤 썰물을 타겠죠>라던가 대충 그 비슷한 말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까?
아서 : 아뇨.
스테이플턴 : 어, 저기, 좋은 아침입니다. 잠깐, 누가 여기로 가라 합디까?
아서 : 사탕가게의 할머니가요.
스테이플턴 : 혹시 뺨에 길게 흉터가 있고……갈고리를 끼지 않았나요?
아서 : 전혀요!
스테이플턴 : 물론 아니겠죠. 딴 사람이랑 착각했나 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아서 : 잠깐만요, 여기서 뭔가 구린 짓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스테이플턴 : 뭐가요 어디서요 무슨 말입니까? 아무것도 못 봤잖아요?
아서 : 못 봤지만 틀림없이 뭔가 있어요.
스테이플턴 : 아뇨 아뇨, 있긴 뭐가 있습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 친군 아무것도 못 봤고요! 좋은 아침입니다.
아서 : 뭔가가 있군요!
스테이플턴 : 이봐요, 여긴 그냥 평범한 서점이에요. 날 믿으세요. 수상쩍은 일은 (등뒤로 뻗어오는 손을 필사적으로 쫓아낸다) 요만-요만-요만-요만-요만큼도 없답니다. 뭐 좀 있어?
반 데르 베르그(딕 보스버그) : 아니, 아무 일도 없어. (사라진다)
스테이플턴 : 거봐요 없다잖아요.
아서 : 방금 그건 누굽니까!?
스테이플턴 : 제 고모님이셨죠. 자, 책을 사러 오셨다면서요. 무슨 책입니까! 어서! 어서 말씀하시죠!
아서 : 어, 그럼 <그림으로 보는 틀니의 역사> 한 권 주세요.
스테이플턴 : 하느님 맙소사, 배짱 한 번 두둑하군.
아서 : 예?
스테이플턴 : (총을 들이댄다) 얼마나 알고 있지?
아서 : 뭘요?
스테이플턴 : 영국치과협회에서 왔나?
아서 : 아뇨, 난 담배상인이에요.
스테이플턴 : 문에서 멀찍이 떨어져.
아서 : 저기, 저 그냥 딴 서점에 가볼게요.
스테이플턴 : 꼼짝하지 마. 댁은 어차피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해.
아서 : 어째서요?
스테이플턴 : 너무 많은 걸 알았으니까, 치과의사 양반.
아서 : 난 아무것도 몰라요.
스테이플턴 : 우리 솔직해지지. 댁은 틀림없이 치과의사야.
아서 : 아뇨, 담배상인이라니까요.
스테이플턴 : 담배상인이 우연히도 치아에 관한 책을 사려 했다고?
아서 : 그럼요.
스테이플턴 : 하하하하하!

(라파르쥬가 들어온다)

라파르쥬(마이클 페일린) : 총을 내려놔, 스테이플턴.
스테이플턴 : 라파르쥬!
아서 : 뭔가 있잖아요!
스테이플턴 : 천만에요.
라파르쥬 : 다 끝났어, 스테이플턴. 마호니가 어디에 충전재를 숨겼지?
스테이플턴 : 무슨 충전재 말야?
라파르쥬 : 모를 리가 없잖아, 스테이플턴. 좌상악 2번 4번, 우하악 3번, 좌하악 1번! 어서 말해. 나이젤이 어떻게 됐는지 설마 잊진 않았겠지.
아서 : 나이젤이 어떻게 됐는데요?
스테이플턴 : 치열교정사 잭이 젤리그나이트로 입을 헹궈버렸죠.
아서 : 내 뭔가 있을 줄 알았지.
스테이플턴 : 그럴 리가요.
라파르쥬 : 스테이플턴, 딴청은 그만 피우고 냉큼 불어.
스테이플턴 : 윔폴 가 22번지에 있어.
라파르쥬 : 내가 우습게 보이지!
스테이플턴 : 아악! 윔폴 가 22A번지야!
라파르쥬 :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는군.
스테이플턴 : 하지만 예약을 해야 해.
라파르쥬 : 좋았어. 브라이언! 예약을 넣어줘. 마취가스 말고.

(반 데르 베르그가 간호사[캐롤 클리브랜드]와 함께 들이닥친다)

반 데르 베르그 : 앞서나가지 말라고 라파르쥬!
라파르쥬 : 반 데르 베르그!
반 데르 베르그 : 그래, 나야. 알아봤으면 개다리를 버려!
아서 : 역시 뭔가 있었어!
스테이플턴 : 아니라니까요.
반 데르 베르그 : 간호사, 총을 치워.

(간호사가 총을 회수한다)

아서 : 누굽니까?
스테이플턴 : 반 데르 베르그예요. 우리 편이죠.
반 데르 베르그 : 좋아, 벽에 붙어 라파르쥬. 스테이플턴, 따라 하지 않고 뭐하나.
스테이플턴 : 나도?
반 데르 베르그 : 그래, 자네도!
스테이플턴 : 더러운 이중첩자!
아서 : 무슨 일이에요?
스테이플턴 : 내 뒤통수를 쳤어요.
아서 : 저런.
반 데르 베르그 : 자, 충전재는 어디 있지? 대답해, 어디 있느냐고!
아서 : 이거 좀 재미있는데!

(브라이언이 들이닥친다)

브라이언(테리 존스) : 그렇겐 안되지!
일동 : 브라이언!
아서 : 오, 저건 뭐죠?
일동 : 바주카거든요!
브라이언 : 좋았어. 벽에 붙어 서, 반 데르 베르그……거기 간호사도 마찬가지야. 누구든 허튼 수작을 부리면 그 즉시 솔선해서 차가운 흙맛을 보게 될 거야……이건 대전차포거든……장전도 되어 있지. 지금부터 딱 5초의 여유를 주겠어……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일동 : 뭐라고?
브라이언 : 오……미안하네,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어. 정말로……. 지금부터 딱 5초의 여유를 주겠어……어 대체 뭐였지? 기억이 안 나.
스테이플턴 : 아직 카운트 시작하지 않았지?
반 데르 베르그 : 우린 질문이 뭔지도 몰라!
아서 : 혹시 보글러예요?
브라이언 : 아냐, 아냐……. 아니야……5초의 여유를 줄 테니까……어…….
반 데르 베르그 : 나이젤이야?
브라이언 : 아니야.
라파르쥬 : 브론스키?
브라이언 : 아냐, 아니라고.
스테이플턴 : 충전재 말이지!
브라이언 : 맞아, 충전재야. 당연하지. 멍청하게스리. 좋았어, 5초의 여유를 주지. 충전재는 어디에 있어? 5, 4, 3, 2, 1, 0! 0! 아차, 발사하는 걸 깜박했어. 미안. 오늘 종일 이런다니까. 다시 할게. 5, 4, 3, 2, 1!

(빅 치즈 거창하게 등장)

빅 치즈(그레이엄 채프먼) : 바주카를 내려놔, 브라이언.
일동 : 빅 치즈!
빅 치즈 : 내 조촐한 파티에 모두가 참석해줘서 몹시 기뻐. 플롭시도 기뻐해. 안 그러니, 플롭시? (토끼 대답하지 않는다) 안 그래 플롭시? (총으로 쏴 버린다) 비싸게 굴면 어찌 되는지 똑똑히 배웠겠지. 가엾은 플롭시는 죽었어. 나를 한 번 엄마라 불러보지도 못하고. 너희 역시 곧 죽게 될 거야. 죽어. 죽어. 죽어. 그리고 나는 너무나 사악하기 때문에 너희는 아주 서서히 죽어가겠지. 드릴 밑에서, 고통스럽게!
아서 : 1시 됐어요.
빅 치즈 : 그러게. 점심시간이야. 2시에 다시 모이자고.

(전원이 편안하게 퇴장한다. 아서는 황급히 전화기로 달려간다)

아서 : 여보세요, 영국치과협회를 대 주세요. 어서요.

(아서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아서 : 그러게 뭔가 구린 일이 벌어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빅 치즈는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어요. 먼저 나를 알아보지 못했죠. 레밍, 아서 레밍──영국치과협회의 특별수사관입니다. 그리고 둘째로……뱉으세요……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SW1의 치과의사 전부를 청소용구함에 숨겨놨거든요. 재미있지 않습니까. 몹쓸 치과의가 언제나 치명적인 실수 하나로 일을 망친다는 게요. 안녕히 가십시오. 항상 이를 깨끗이 닦으세요.

(자막 : '영치협의 레밍')

합창 : 레밍, 레밍, 영치협의 레밍……레밍, 레밍……영치, 영치, 영치협의 레밍!

내레이터(에릭 아이들) : 진정한 사내의 삶을 원하십니까? 영국치과협회에서 찾으십시오.

대령(그레이엄 채프먼) : (사진을 집어던진다) 더는 못 참아! 분명히 경고했소. 슬로건을 쓰지 말라고 내가 경고했지! 이젠 끝이야. 프로그램을 중지하시오! 중지해!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딕 보스버그(Dick Vosburgh) : 미국 출신의 코미디 작가 겸 작사가. 1960년대 말에 비행 서커스를 비롯한 여러 영국 코미디에 출연했다. 주로 클리즈와 함께 작업했다고 한다.
(註 2) 젤리그나이트 : 1875년 노벨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폭탄. 니트로글리세린, 청산칼륨, 목재 펄프를 섞어서 만든다. 폭발 젤라틴/젤리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IRA의 폭탄 테러에도 쓰이는 물건. 이래야 내 몬티 파이슨이지.
(註 3) 구스베리와 망고 : 에피소드 4에는 그 악명 높은 <대(對)생과일 호신술(Self Defence Against Fresh Fruit)>이 포함되어 있다(......)
(註 4) 개다리 : 원문은 roscoe(총의 은어). 나름 맞춘다고 맞췄는데 꼬라지가 영;;;; 제보 환영함 '_`
(註 5)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 모토네타는 베티 데이비스와 조운 크로포드 주연의 1962년도 스릴러물 <베이비 베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What Ever Happened to Baby Jane)>. 헨리 파렐(Henry Farrell)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어릴 때는 날렸다가 어른이 되면서 완전히 잊혀진 퇴물 아역 스타의 이야기. 뭐 자세한 사항은 스포일러니까 생략하고 하여간 베티 데이비스가 연기한 베이비 제인 허드슨은 2003년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미국 영화 50대 악당에서 44위를 차지한 걸물임요. 진짜 끝내주게 무서움. 그래서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註 6) 혹시 보글러예요? : Was it about Vogler?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전 에피소드의 용어를 정리한 참으로 할 짓 없게 변태 같은(....) 달 라슨(Darl Larsen)의 저서 Monty Python's Flying Circus: An Utterly Complete, Thoroughly Unillustrated, Absolutely Unauthorized Guide to Possibly All the References에서는 이 뜬금이라곤 없는 대사가 아서가 제 신분을 완전히 못 숨기고 입을 삐끗한 증거라고 주장하는데 진짠진 모르겠다 '_` 아무튼 1962년에 방영된 인기 범죄 드라마 The Saint에 보글러Vogler라는 악당 캐릭터가 등장하긴 한다고.
(註 7) 빅 치즈와 플롭시 : 이 스케치는 up against the wall이니 two-timed 같은 범죄물의 상투적 용어들로 아주 처발려져 있지 말입니다. 영치협의 레밍(Lemming of the BDA)도 BBC 최초의 유성 드라마 중 하나인 1932년도 시리즈 CID의 로이드(Lloyd of the CID)의 패러디고요. 빅 치즈 역시 어디서 많이 본 전형적인 본드 악당이지라. 장갑 끼고 하얀 고양이를 슬슬 쓰다듬는 악당은 본드 시리즈 이후로 별보다 더 많아졌지만. 형사 가제트에도 하나 나옵니다. 닥터 클로우라고. 플롭시는 토끼지만요. 드릴 밑에서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여주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그냥 총 한 방 쏘면 될 일을 굳이 고문하겠답시고 망측한 기계에 매달아놔서 주인공이 기기묘묘한 비밀장치를 과시하며 탈출할 시간을 주는 친절한 그 시절 악당들이지 뭡니까. 아울러 비행 서커스가 방영을 개시한 1969년은 이미 본드 영화가 14편이나 개봉한 다음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 잠시 눈물 좀 짓겠음. 근데 플롭시는 비어트리스 포터 여사의 피터 래빗 시리즈 등장동물이라는데요. 시발 무슨 짓이야 이놈들아.
(註 8) SW1 : 런던의 우편구역 중 하나. 의회를 비롯해 영국 정부기관이 죄다 몰려 있는 웨스트민스터를 가리킨다고 한다. 고마워요 달 라슨.
(註 9) 진정한 사내의 삶을 원하십니까? : 원문은 It's a man's life in the British Dental Assosiation. 막판에 깽판치는 대령(홍보부 소속)의 주장에 따르면 육군입대권유포스터의 슬로건(실제 슬로건은 아닌 모양이다) It's a man's life in the Modern Army의 빼박캔트 표절. 사실 에피소드 4에선 끝도 없이 이 슬로건을 돌려막듯이 써먹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령이 튀어나와서 우리 슬로건을 베껴먹지 말라고 경고하거나 스케치를 중지하라고 지랄한다(.....) 이 대령님은 Full Frontal Nudity에도 등장해 처음부터 끝까지 태클을 걸면서 진행을 방해하죠. 나름 비행 서커스 시리즈 약방의 감초 같은 캐릭터. 다시 말하지만 채프먼은 제복+수염 조합이 정말 근사(퍽!!!!)


다음 타겟은 무경 님이 리퀘하신 Beethoven's Mynah Bird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몰라요 orz
그런데 대체 왜 하루 방문객이 800을 넘는 거냐!? 봇인가 봇의 습래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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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Sketch.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3/06/30 15:25

6월달이 가기 전에 포스팅 다섯 개는 채워야 하지 않겠느냐. 오늘의 일일일몬은 1시즌 3화 '꽤나 먼 거리에서 여러 종류의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How to Recognize Different Types of Tree From a Quite Long Way Away)'의 '레스토랑 스케치(Restaurant Sketch)'. 내 최애 스케치 중 하나이거늘 일일일몬 코너를 시작한지 어언 4년(......)임에도 여태껏 아무도 찍어주지 않아 이날 이때까지 후보 목록에만 올라 있었다는 깊고도 슬픈 뒷사연이 있습죠. 반의 반의 반도 못 살린 감이 풀풀 밀려오지만 나는 뻔뻔하므로 꺾이지 않는다. 휠냥 원고 힘내라 -////-


(푯말 : '당나귀 승마 체험')

사회자(마이클 페일린) :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런던에서 온 두 청년이 장장 3년을 투자하여 준비한 소품을 보내드리죠. '레스토랑 스케치'를 보시겠습니다.

(고급 레스토랑)

숙녀(캐롤 클리브랜드) : 정말 근사해!
신사(그레이엄 채프먼) : 아주 훌륭한 레스토랑이야. 별 세 개짜리거든.
숙녀 : 어머, 진짜?
웨이터(테리 존스) :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마담. 선생님을 다시 모시게 되어서 매우 영광입니다!
신사 : 고마워요. 여보, 메뉴 보고 있지? 뭐가 마음에 들어? 여긴 뵈프 앙 크루트(boeuf en croute)가 일품이야.
웨이터 : 피전트 알 라 레인(pheasant à la reine)은 혹여 어떠십니까, 선생님……특히 소스는 우리 요리장 최고의 자신작이지요.
신사 : 음……그거 괜찮겠군요. 여보, 일단 좀 더 메뉴를 보자고……천천히 들춰 봐. 아 참, 그러고 보니 포크에 뭐가 묻었던데요, 새로 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웨이터 : 무어라 하셨지요?
신사 : 오, 별 일 아닙니다……포크에 뭐가 좀 묻었길래요. 새로 가져다 주시겠습니까? 고마워요.
웨이터 : 오……손님, 정말로 죄송합니다!
신사 :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뭐 대단한 문제라고요.
웨이터 : 아뇨, 아뇨, 아닙니다, 심각한 일이에요. 즉시 웨이터장을 불러오지요.
신사 : 아니, 뭘 그렇게까지…….
웨이터 : 오, 아뇨, 아니에요……웨이터장이 알면 틀림없이 직접 뵙고 사과드리고 싶어할 겁니다……바로 데려오겠습니다.
숙녀 :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네. 안 그래 여보?
신사 : 음, 참 친절하게 잘해 줘.
웨이터장(마이클 페일린) : 실례합니다 무슈, 실례하겠습니다, 마담. (포크를 들여다본다) 더러워……! 가스통! 누가 이 포크를 씻었는지 당장 찾아내게……찾아내서 전원의 사원증을 즉시 가져와!
신사 : 저기, 저기요!
웨이터장 : 아니야, 운에 맡길 수는 없어. 설거지 담당을 전부 해고해!
신사 : 이봐요, 이러지 맙시다!
웨이터장 : 오 아닙니다 손님, 신경 쓰지 마십시오. 손님은 올바르고 정당하게 사실을 지적하셨을 뿐입니다. 가스통! 지금 당장 지배인에게 보고해!!
신사 : 아니, 정말로 이러지 마세요. 나 때문에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
웨이터장 : 천만에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손님께서 아무런 문제도 없이 무탈하게 식사를 즐기실 수 있도록 살펴드리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신사 : 큰 문제도 아닙니다. 기껏해야 포크에 얼룩이 좀 묻었을 뿐인걸요.
웨이터장 : 예, 그렇지만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무슨 사과를 해보았자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요……저희 레스토랑이 손님께 지저분하고, 추잡하고, 지독한 냄새마저 풍기는 식기를 드렸다는 사실만은……!
신사 : 냄새 안 나는데요.
웨이터장 : 냄새납니다! 불쾌하고 구역질나는 물건이에요! ……네놈을 증오해, 저주받을 것, 증오한다고! 더럽고, 끔찍하고, 추저분하고, 징그럽고, 불결하고, 사악한 포크……!! 오……오……오……!!
지배인(에릭 아이들) : 질베르토, 질베르토……이제 됐네. (웨이터장이 자리를 뜬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마담. 저는 지배인입니다. 소식은 막 들었습니다……앉아도 될까요?
신사 : 물론이죠.
지배인 : 포크에 대해 손님 여러분께 무릎을 꿇고 마음으로부터 깊이 사죄를 드리고자 감히 찾아뵈었습니다.
신사 : 이러지 마십시오……얼룩이래봤자 잘 보이지도 않는걸요.
지배인 : 아, 오히려 위로해 주시다니요, 진정으로 친절하고 선량하십니다. 하지만 제게는 보입니다……더러운 오물의 산, 고약스런 쓰레기 구덩이가!
신사 : 그렇게 끔찍하진 않은데요.
지배인 : 오, 제 심장이 고통으로 요동치는군요. 입이 열 개라도 죄인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한심한 변명이 될 뿐이지요. 전 요즘 레스토랑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백방으로 뛰어봤지만,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어요……솔직히 말씀드려, 되는 일이 없습니다. 요리사의 아들은 불쌍하게도 또다시 수감됐고, 늙은 달림플 부인은 설거지를 너무 한 나머지 이젠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힘들어 하고요, 질베르토는 상이군인입니다……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지요. 하지만 모두 좋은 사람들입니다. 친절한 이들이에요……우리는 하나로 뭉쳐서 이 어두운 시기를 함께 견뎌냈습니다……길고 긴 터널 끝에는 희망의 빛이 보였어요……보였었는데! 이 포크! 이 포크가!!!
신사 : 어, 물 좀 드시겠습니까?
지배인 : 다 끝장났어요!!!

(요리사가 식칼;을 들고 등장한다)

요리사(존 클리즈) : 더러운 자식들! 비열하고, 치사하고, 더러운 놈들! 네놈들이 이 분께 무슨 짓을 했는지 봐! 지배인님은 이 레스토랑을 일으키려고 뼈와 살을 깎아가며 일을 하셨어! 너희 같은 작자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진흙 묻은 발로 밀고 들어와서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물고 늘어진 끝에 결국엔 이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분을 치욕의 구렁텅이에 던져넣지! 너희 연놈들은 이 분의 발바닥에 입 맞출 자격조차 없어!! ……오, 화가 치밀어. 화가 나……! (식칼을 테이블에 내려찍는다) 화가 나.
웨이터장 : 진정해, 멍고, 마음을 가라앉혀……멍고! 웃! (머리를 붙잡고 구른다) 상처! 전쟁에서 입은 상처가……!
지배인 : 모든 게 끝났어!
요리사 : 이 자들이 지배인님을 망쳤어!
지배인 : 끝장이야!! 으아아아아악!!! (포크로 자살한다[……])
요리사 : 죽고 말았어! 이놈들이 지배인님을 죽였어! 복수! 복수다!!
웨이터장 : 안돼 멍고! 멍고! 손님만은 죽여선 안돼. (또 구른다) 상처! 상처가!!
요리사 : 상처가 도졌어! 우아아아아악!! (웨이터가 돌격;하여 요리사를 테이블 너머로 쓰러뜨린다)

(자막 : '뒤이어 펀치라인이 있겠습니다')

신사 : 나이프도 더럽다고 말 안 하길 천만다행이구먼. (엄청난 야유) 이봐, 이봐, 이봐요!!!

(다시 해변)

사회자 : 레스토랑 스케치를 보셨습니다. 즐거우셨는지요? 작고 근사한 소품이었죠……다소 폭력적이긴 하지만 괜찮은 물건이었어요……헌데 펀치라인은, 아주, 그 뭐랄까……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오, 정말이지 그건 좀…….

언제나 그렇지만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Donkey Ride는 '당나귀를 타고 달리기'도 되지만 '당나귀를 태우고 달리기'도 되지 말입니다 이런 애매트릿해서 헛소리 하기 매우 좋은 언어 같으니라고-_- 한국어로는 영 방법이 없어서 뭉갰슴다 '_`
(註 2) 이 날벼락 맞은 남녀가 커플인지 부부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부부인 셈 쳤음(.....)
(註 3) 뵈프 앙 크루트(boeuf en croute)는 저녁식사로 흔히 먹는 프랑스 쇠고기 요리. 그냥 그 정도로 넘어갑시다; 피전트 알 라 레인(pheasant à la reine)은 직역하면 '여왕의 꿩고기'. 치킨 알 라 레인(chicken à la reine)이라는, 닭고기 속에 시금치를 채우고 특수한 소스에 재워서 만드는 닭고기 요리가 있음. 피전트 알 라 레인은 비슷한 요리를 닭 대신 꿩으로 만든 거겠죠 프랑스 요리 몰라요 복잡해요 그냥 넘어가자니까 '_`
(註 4) 수감 : 원문은 put away. 정확히는 '정신병원에 수감되다'는 의미다(....) 어 확실히 요리사도 정신 상태가 별로 좋아보이진 않았.......... 어험어험.
(註 5) 펀치라인(punchline)은 개그를 완성하는 결정적인 대사 내지는 상황. 보통 멀쩡한 이야기처럼 전개하다가 종반에 반전을 터뜨리며 개그로 끝나는 물건에서 반전하는 줄이 펀치라인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함. 다만 몬티 파이슨은 코미디란 끝에서 끝까지 다 웃겨야 한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펀치라인에만 의존하는 개그를 무진장 싫어해서 딱히 펀치라인이 없거나 펀치라인 자체를 가지고 끝도 없이 개그를 쳐대기 일쑤다. 레스토랑 스케치가 좋은 예. 이 허무한 펀치라인을 보라 예아.
(註 5) 닭을 강탈당했다가 돌려 받은 기사는 테리 길리엄이 분한 '통닭으로 사람을 때리는 기사(The-Knight-Who-Hits-People-With-A-Chicken)'. 같은 에피소드의 자전거 수리맨에서도 얼굴을 내밀었죠. 시즌 1에 등장해 멍청한 소릴 하거나 웃기는 데 실패한 놈들의 머리를 생닭으로 마구 후려갈기고 다니는데 레스토랑 스케치에서는 역할을 뺏겼음(.....) 살짝 처진 어깨가 애수를 자아낸다..........


이렇게 염원 하나는 클리어했지 말입니다. 퀄릿은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따지지 않는다. 자 다음 타겟은 뭘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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