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ty Hungarian Phrasebook.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1/01/07 21:42

2011년에도 여전히 뻘짓에 바쁜 S의 일일일몬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일일일몬은 2시즌 12화, 또는 25화인 '스팸(Spam)'의 '지저분한 헝가리어 상용회화집(Dirty Hungarian Phrasebook)'. 늘 하는 얘기지만 명백한 오역에 대한 지적을 제외한 항의는 일절 불허합니다. 나 이래뵈도 섬세한 여자예요.


소방관(마이클 페일린) : 거스름돈 정말로 고맙소이다, 담배가게 주인장. (화면 밖으로 나가면서) 이러면 돼요?
일동 : 쉿!! 쉿!!

1970년 대영제국은 폐허로 화하였고, 무수한 외국인들이 거리에 넘쳐흘렀다─대부분은 헝가리인이었다(거리 말고 외국인 말야). 하여간 헝가리인 대다수는 담배를 사러 담배가게로 갔는데…….

헝가리인(존 클리즈) : 나는 이 레코-드를 사지 않겠소. 생채기가 났어요.
가게주인(테리 존스) : 예?
헝가리인 : 나는, 이 레코-드를, 사지, 않겠소. 생채기가 났어요.
가게주인 : 아뇨, 아뇨, 아뇨. 여긴……담배가게입니다.
헝가리인 : 아!! 나는 이 담배가게를 사지 않겠소. 생채기가 났어요.
가게주인 : 아뇨 아뇨, 아니에요……그러니까, 음, 담배?
헝가리인 : 예, 다암배. 내 호버크라프트는……장어로 가득해요.
가게주인 : 뭐라고요?
헝가리인 : 내 호버크라프트는, 장어로 가득해요.
가게주인 : 성냥, 성냥 말이죠?
헝가리인 : 예, 예. 어, 나라앙……나랑……우리 집으로 가서, 떡치지, 않을래요?
가게주인 : ……지금 그 책 제대로 보고 있는 겁니까?
헝가리인 : 이런 호모 시키.
가게주인 : 6실링 6펜스입니다.
헝가리인 : 내가 댁의 몸이 근사하다고 하면, 내게 바짝 밀착해주겠소? 성……성병은 다 나았다오.
가게주인 : 어 저기, 저기 말이죠, (책을 봐도 되겠느냐는 몸짓을 한다)
헝가리인 : 오, 예! 예! 예!
가게주인 : 6실링 6펜스……6실링 6펜스……여기 있다……얀델르바사 그덴위 스트라벤카. (맞고 나가떨어진다) 켁!

(경찰은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또 달린다)

경찰(그레이엄 채프먼): 무슨 일이오!?
헝가리인 : 아! 당신 허벅지가 아름답군요.
경찰 : 뭣!?
가게주인 : 날 때렸어요.
헝가리인 : 바지를 벗어요, 윌리엄 경. 점심시간까지 도저히 기다리지 못하겠소.
경찰 : 해보자는 거지!
헝가리인 : 내 젖꼭지가 기쁨으로 폭발해요!

(법정)

서기관(에릭 아이들) : 알렉산더 욜트를 소환합니다.
목소리들 : 알렉산더 욜트를 소환합니다─알렉산더 욜트를 소환합니다─. (합창) 알렉산더 욜트를 소환합니다─.
치안판사(테리 존스) : 오, 닥쳐요!
서기관 : 귀하는 알렉산더 욜트입니까?
욜트(마이클 페일린) : (데렉 니모의 목소리로) 오 그럼요.
서기관 : 성대모사는 집어치우십시오. 귀하가 알렉산더 욜트입니까?
욜트 : (멀쩡한 목소리로) 그렇습니다.
서기관 : 귀하는 1970년 5월 28일, 치안을 방해하려는 계획적 범행 의사를 가지고 의도적 및 비합법적으로 영어-헝가리어 상용회화집으로 간주되는 서적을 출판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욜트 : 무죄입니다.
서기관 : 귀하는 호턴 테라스 46번지에 거주하십니까?
욜트 : 호턴 테라스 46번지에 거주합니다.
서기관 : 귀하는 출판사의 임원이십니까?
욜트 : 출판사의 임원입니다.
서기관 : 귀하의 회사는 상용회화집을 출판합니까?
욜트 : 우리 회사는 상용회화집을 출판합니다.
서기관 : 호턴 테라스 46번지라고 하셨죠?
욜트 : 그렇습니다.
서기관: (징을 울리며) 하! 걸려들었어!
치안판사 : 진행이나 해요! 진행이나!
서기관 : 예 재판장님. 귀하는 5월 28일 본 상용회화집을 출판하였습니다.
욜트 : 그렇습니다.
서기관 : 한 줄을 인용하겠습니다. '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합니까?' 라는 의미의 헝가리어 문장을, 본 서적은 다음과 같이 영역하고 있습니다. '내 궁둥짝을 어루만져 줘요.'
욜트 : 행위상의 무능력을 주장합니다.
경찰(그레이엄 채프먼) : 재판장님, 휴정 선언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치안판사 : 휴정 선언? 무슨 잠꼬대요? (경찰은 앉고, 이어 인류역사에 남을 엄청난 장풍腸風이 몰아닥친다……) 대체 어째서 휴정 선언을 요청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게요?
경찰 : 법적으로 적절한 용어를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재판장님.

(노부인들의 박수)

치안판사 : 한 번만 더 부인네들이 박수치는 필름을 돌려쓰면 본 법정을 폐정할 테요!!!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내 호버크라프트는 장어로 가득해요(My hovercraft is full of eels) : 이게 요즘은 번역기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상용문구로 쓰인다고 한다. 대체 어느 취미 고약한 인간이 쓰기 시작했는지;
(註 2) 내가 댁의 몸이 근사하다고 하면, 내게 바짝 밀착해주겠소(If I said you had a beautiful body, would you hold it against me) : 위대하고 위대한 코미디언 그루초 막스(Groucho Marx)의 두블레 앙탕드르(double entendre)에서 온 말이다. 두블레 앙탕드르는 영어로 말하자면 더블 미닝(double meaning) 즉 양의어(兩意語)로,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는 표현(대부분의 경우 아는 놈만 알아듣고 웃다 죽지 말입니다;)을 뜻하는데, 숨겨진 두 번째 의미는 -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 성적인 암시를 띠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1997년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 영화 네버다이(Tomorrow Never Dies)에서 덴마크 여인과 뒹굴면서 나는 덴마크어를 습득하는 중이라 주장하는 본드에게 비서 머니페니가 '당신은 교활한 언어학자(cunning linguist)'라고 받아치는데, 이게 왜 두블레 앙탕드르인지는... 붙여 읽어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순수한 스스로에게 감사하며 걍 넘어가라;;; 하여간 그루초 막스의 두블레 앙탕드르 역시 양의어답게 두 가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성적으로) 모욕당했다고 받아들이고 발끈 화내는 사람과 정말로 몸을 갖다붙이는 사람(.....). 여담이지만 벨라미 형제(The Bellamy Brothers)라는 컨트리 뮤직 듀엣은 1979년에 이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서 그 해 빌보드 챠트 1위를 해쳐먹었다;;;;
(註 3) 얀델르바사 그덴위 스트라벤카(Yandelavasa grldenwi stravenka) : 물론 아무런 뜻도 없다.
(註 4) 바지를 벗어요, 윌리엄 경. 점심시간까지 도저히 기다리지 못하겠소(Drop your panties, Sir William; I cannot wait until lunchtime!) : 어느 미친 번역자가 역전재판 3 영문판인 '피닉스 라이트 : 재판과 재앙(Phoenix Wright : Trials and Tribulations)'의 두 번째 사건(일문판 제목은 도둑맞은 역전盗まれた逆転이라고 한다...)에서 이 문장을 통째로 써먹었다고. 제정신이냐!!!?
(註 5) 데렉 니모(Derek Nimmo) : 당시 상류층의 얼간이 역을 주로 맡기로 유명했던 영국성격배우. 1970년 당시 BBC의 유명한 라디오 쇼인 Just a Minute의 고정 패널이기도 했다고. 본 에피소드가 방영되기 약 한 달 전인 10월 24일부터 (에피소드 방영일은 1970년 11월 15일) BBC TV에서 If it's Saturday, it must be Nimmo라는 토크쇼의 호스트도 맡고 있었다. .....사진을 보면 어쩐지 실루엣이나 헤어스타일이 이 스케치의 페일린을 닮았지 말입니다;
(註 6) 자 여기서부터 진짜 웃을 준비들 하시라. 본 에피소드 '역시'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1855년 파리에서 호세 다 폰세카(José da Fonseca)와 페드로 카롤리노(Pedro Carolino)가 공저한 포르투갈어와 영어의 새로운 회화 입문서(O Novo Guia da Conversação, em Português e Inglês, em Duas Partes)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 서적은 앞선 1853년에 호세 다 폰세카가 내놓은 포르투갈어-프랑스어 숙어집을 카롤리노의 도움을 받아 포르투갈어-영어 버전으로 편집한 물건이었는데, 엄청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카롤리노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던 것이다. 상상을 좀 해보십쇼. 포르투갈어를 할 수 있고 프랑스어의 기초적인 지식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포르투갈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그걸 불영사전을 이용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영어로 번역하면 대체 어떤 꼬라지가 될지를. 그렇다 짐작한 대로다. 오늘날 번역기가 일으키는 배꼽 빠지는 오류와 문제가 거기서 고스란히 일어났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에 수록된 초현실적이고 보는 놈의 정줄이 끊길 것 같은 문장들을 일부 감상하시라.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농담도 조작도 아닙니다.
- 나는 구토할 마음이 있다(I have mind to vomit).
- 저 연못은 나에게 많은 다수의 물고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기잡이에 대해 즐거워하자(That pond it seems me many multiplied of fishes. Let us amuse rather to the fishing).
- 나는 거의 4피트 6엄지의 넓이와 길이의 일곱 이상을 원한다(I want almost four feet six thumbs wide's, over seven of long).
- 당신은 새가 가글링하는 소리를 듣는가(You hear the bird gurgling)?
- 누가 너무 빨고 비누질하여 셔츠를 수사슴 속으로 밀어넣었는가(Who Ihat be too washed, too many soaped, and the shirts put thorugh the buck)?
- 저 소년을 붙잡아 더 많이까지 채찍질하라(Take that boy and whip him to much).
그리고 이 기괴한 학습서는 몇 년 후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유머로 널리 인정을 받아 1883년에 일부 내용이 English As She Is Spoke(억지로 번역하자면 그녀가 말해진 대로의 영어, 정도의 의미가 된다;)라는 60페이지짜리 소책자로 출판되어 무려 10판까지 나왔다... 가장 최근에 재출간된 건 2004년..... 아아...


세상에는 참 별일이 다 일어난다;
다음 일일일몬은 지벨 님의 리퀘스트에 따라 Working-class Playwrigh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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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boat(Cannibalism) & Undertaker's Sketch.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0/12/21 23:54

예고한 대로 일일일몬 2탄 나갑니다. 2시즌 13화, 또는 26화인 '로열 에피소드 13(Royal Episode 13)' 또는 '여왕님이 곧 보실 거야(The Queen Will Be Watching)'의 열라 절라 악명이 자자한 '구명보트(식인)(Lifeboat(Cannibalism))'와 '장의사 스케치(Undertaker's Sketch)'. 대충 작년부턴가 하려고 벼르고'만' 있었는데 엘리자베스 속의 옷상에 힘입어서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어흑.
당연한 얘기지만 명백한 오역에 대한 지적을 제외한 항의는 일절 불허합니다. 내가 슬프단 말이다!


선원 1(마이클 페일린) : 여전히 육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군……얼마나 되지(How long is it)?
선원 2(그레이엄 채프먼) : 그건 좀 사적인 질문이신데요.
선원 1 : 이런 멍청이를 보겠나. 우리가 구명정을 타고 표류한지 얼마나 되냔 말이야! 분위기를 아주 작살을 내놨어!
선원 2 : 죄송합니다.
선원 1 : 닥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잖아……여전히 육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군……얼마나 되지?
선원 2 : 33일째입니다, 상사님.
선원 1 : 33일?
선원 2 :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렇게까지 분위길 망친 것 같진 않은데요.
선원 1 : 닥쳐!
선원 2 :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요.
선원 1 : 아니긴 개뿔이 아냐!
선원 2 : (선원 3에게) 내가 정말 분위기를 버려놨어?
선원 3(에릭 아이들) : 그, 글쎄…….
선원 1 : 이봐, 닥쳐! 닥.치.라.고.! ……여전히 육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군……얼마나 되지?
선원 2 : 33일째입니다.
선원 4(테리 존스) : 첨부터 다시 해요? (선원 1에게 쳐맞는다) 켁!
선원 1 : 여전히 육지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군……얼마나 되지?
선원 2 : 33일째입니다.
선원 1 : 33일?
선원 2 : 예……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식량은 닷새째에 이미 떨어졌구요.
선원 3 : 다 끝이야, 우린 끝장났어!
선원 1 : 입 다물어, 모들링! 희망마저 잃으면 안돼! 틀림없이 곧 구조될 거야!
선원 4 : 좀 어떠세요, 함장님?
함장(존 클리즈) : 그다지 좋지 않아……몸을……가눌 수가……없어…….
선원 2 : 이대로는 모두 죽고 말 거예요.
함장 : 다들 듣게나……이게 마지막 기회야. 나는 틀렸어. 이 병신다리로는 오래 버티지 못해. 난 죽어가고 있네. 이겨내지 못하겠지……하지만……자네들은 살 수도 있을 거야……그러니 나를 먹게나.
선원 1 : 먹으라고요? 함장님을?
함장 : 그래, 먹게.
선원 2 : 우에에에에에엑! 그 병신다리를!?
함장 : 누가 다리까지 먹으라던가 톰슨. 아직 살집이 쓸만하게 남아 있어. 이 팔을 보게.
선원 3 : 다리만 문제인 게 아닌데요 함장님.
함장 : 무슨 뜻인가?
선원 3 : 저어……그러니까 제 말은…….
함장 : 무슨 이유로 나를 먹기 싫다는 건가?
선원 3 : (선원 4를 가리킨다) 전 차라리 존슨을 먹고 싶어요.
선원 2 :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함장님.
함장 : 그러신가! (삐짐)
선원 4 : 오, 그럼 이제 만사 해결이네요. 모두 저를 먹으세요.
선원 1 : 어……음…….
선원 3 : 왜 그러세요, 상사님?
선원 1 : 아냐, 아닐세. 계속 얘기들 하게나. 난 별로…….
선원 4 : 어허 안돼요, 그러심 안되죠 상사님. 굶주리셨잖아요. 맘껏 드세요!
선원 1 : 아니, 그게 아니라…….
선원 2 : 존슨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선원 1 : 그게, 이 친군 정결하지 않아.
선원 3 : 조심해서 잘 죽이면 돼요, 상사님.
선원 1 : 음, 나도 알지만……솔직히 말함세. 난 좀 더 기름기 없는 고기가 좋아. 내 취향엔 호지스가 딱이지.
선원 2 : (기쁘게) 오, 그렇다면야……얼마든지.
선원 3 : 에이, 난 존슨이 더 좋은데.
함장 : 작작들 다투고 그냥 나를 먹게.
선원 2 : 잠깐만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먼저 우리가 존슨을 먹고 상사님은 제 다리를 드시고, 함장님을 보존식으로 두고, 남은 존슨을 차게 식혀서 저녁으로 먹는 거예요!
선원 1 : 아주 좋은 생각이야, 호지스!
선원 4 : 이 기회에 복숭아도 다 먹어버리죠? (복숭아통조림을 꺼낸다)
선원 3 : 이제야 아보카도 좀 먹어보겠네요. (아보카도 두 개를 집는다)
선원 1 : 웨이트리스! (웨이트리스-캐롤 클리브랜드-가 다가온다) 여기 주문 좀 받아줘요. 우린 호지스의 다리하고…….

(야유소리)

보이스오버(존 클리즈) :
친애하는 PD에게
듣자하니 스튜디오의 관객들이 마지막 촌극에 큰 불쾌감을 표시했다던데, 본관 역시 심심한 유감과 강력한 항의를 표하는 바요. 영광스러운 영국해군을 마치 식인 습관의 온상인 양 묘사하는 행위는 해군사관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소이다. 우리 해군이 그 문제를 상대적으로 잘 조절하고 있는 건 이젠 지나가는 개도 다 아는 사실이외다. 영국공군이야말로 현재 그 분야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소. 도대체 아가일이 아덴에서 뭘 먹은 줄로 아는 거요? 아랍인? - B. J. 스메드윅 대령 (양파, 버섯, 마늘을 곁들인 화이트 와인 소스 속에서)

남자(테리 존스) : 그만, 그만하지 못하겠소! 소름끼치는 식인은 당장 집어치워요. 좀 더 깨끗하고 고상한 인간 본성을 찬양하는 스케치를 다루란 말이오!

(장의사)
장의사(그레이엄 채프먼) : 안녕하세요.
남자(존 클리즈) : 안녕하십니까.
장의사 : 뭘 원해요, 형씨?
남자 : 음, 그게, 좀 도와주세요.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장의사 : 아 당연히 그래야죠. 우린 송장 다루기엔 이골이 났거든요.
남자 : 뭐라고요?
장의사 : 형씨 엄마를 처리하려면 한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파묻던가, 태우던가, 던져버리던가.
남자 : 던져요!?
장의사 : 템즈 강에 던져버리죠.
남자 : 뭐가 어째요!?
장의사 : 오, 엄마를 좋아했나요?
남자 : 그럼요!
장의사 : 그럼 던지진 않을 거예요. 어떻게 할래요? 파묻을래요, 태울래요?
남자 : 어느 쪽이 좋겠습니까?
장의사 : 둘 다 끔찍해요. 태운다 치죠. 형씨 엄마는 훨훨 타는 불 속에 쑤셔박혀서 따닥따닥따닥 타올라요. 아직 다 안 죽었으면 엄청 아프겠지만 빠르긴 해요. (관객들 야유한다) 그러고 나서 형씨는 재를 한 주먹 쥐고 집에 돌아가선 그게 엄마인 셈치는 거예요.
남자 : 저런.
장의사 : 파묻는다 치죠. 형씨 엄마는 바구미랑 못생긴 구더기 떼거리에게 마구 뜯겨 먹힐 거예요. (야유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까도 말했지만 아직 다 안 죽었으면 무지무지 아플 테죠.
남자 : 알았습니다. 음, 적어도 우리 어머닌 틀림없이 돌아가셨어요.
장의사 : 어디 있어요?
남자 : 자루 속에요.
장의사 : 잠깐 봐도 되나요? 굉장히 젊어 보이는데요!
남자 : 예, 예, 그랬죠.
(야유와 항의가 점점 커진다)
장의사 : (호출한다) 프레드!
프레드(에릭 아이들) : 응?
장의사 : 이번 손님은 먹을 것 같아.
남자 : 뭐욧!?
(다른 장의사가 문에서 머리를 내민다)
프레드 : 오케이, 오븐 켜둘게. (퇴장)
남자 : 저기, 실례지만, 음, 지금 우리 어머니를 먹으라는 겁니까?
장의사 : 어……그래요. 날고긴 아니에요. 요리해야죠.
남자 : 뭐!?
장의사 : 프렌치프라이랑, 브로콜리랑, 고추냉이 소스를 곁들여서 구워요.
남자 : 오, 조금 출출해지는군요.
관객들 : 말이 되냐! 우─! (기타 등등)
장의사 : 아주 좋아요!
남자 : 파스닙도 좀 올릴 수 있을까요?
장의사 : (부른다) 프레드! 파스닙도 넣어줘!
남자 : 하지만, 정말, 이러면 안될 것 같은데.
장의사 : 자, 자, 들어봐요. 일단 먹어치워요. 다 먹고 나서 그래도 영 찝찝하다 싶으면 우리가 무덤을 파줄 테니 거기다 싸그리 토해내면 되죠.

(관객 일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세트장으로 돌격해 들어가 항의하고 카운터를 후려치고 대소동을 벌인다. 카메라가 자막기 쪽으로 돌아가고 엔딩롤이 올라가면서 국가 '신이시여 여왕을 구원하소서(God Save the Queen)'가 울려퍼지자 모두가 입을 다물고 기립한다. 엔딩롤이 끝나고 페이드 아웃.)

여러모로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주석.

(註 1) 쓸데없이 국가가 나오는 이유는 제목 그대로 시작부터 끝까지 엘리자베스 2세가 시청할 거라는 농담을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정작 여왕님은 중간에 ITV로 채널을 돌렸다[..........])
(註 2) How long is it? 을 직역하면, 말할 것도 없이, '얼마나 길지?' 다....... 왜 그게 사적인 질문인지 이해 못하는 순진한 분은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물어보면 절대로 안됩니다.
(註 3) 상사님 : 물론 페일린이 연기한 해군의 정확한 계급 따위는 나오지 않지만 불행히도 한국에는 Sir에 대응할 만한 번역어가 존재하지 않고 제복이나 호칭으로 보아 하사관 클래스인 건 거의 확실해 보이므로 대충 제일 그럴싸해보이는 계급을 찍었다. 너무 따지지 맙시다. 어흑.
(註 4) 뭔가 그레이엄 채프먼이 맡은 수병의 이름이 톰슨과 호지스 사이를 오락가락하지만 함장님이 잘못 알았던가 호지스 톰슨이던가 둘 중의 하나다. 신경 써서 뭐하겠는가(.....)
(註 5) 병신다리 : 원문은 gammy leg. 대충 일시적인 부상을 입어 (생명에 그다지 지장은 없지만) 흉칙하게 짓무른 다리라던가 어쨌다던가. 미국에서는 'bum leg'라고 한댄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crooked/deformed(기형의)' 를 뜻하는 켈틱어 'kam'에서 유래했다는데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한 마디로 함장은 대단치도 않은 부상을 갖고 나 죽네 어쩌네 떠들고 있는 셈이다(.....). 그냥 '다친 다리'로 번역하자니 그닥 웃기지도 않고 임팩트도 영 없어서 deformed에 착안해 '병신다리'로 번역했습니다.
(註 6) 정결 : 원문은 kosher. 존슨은 유대교의 율법에 어긋나는 음식이란 얘기(.....)
(註 7)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만 Lifeboat 스케치 '역시'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1884년의 악명높은 미뇨네트(Mignonette) 호 사건, 또는 당국 VS 더들리/스티븐스(Her Majesty The Queen v. Dudley and Stephens, 14 Q.B.D. 273) 공판이 바로 그것. 19.43톤의 미뇨네트 호는 1884년 7월 5일 희망봉에서 1600마일 떨어진 공해 상에서 난파했고, 선장 톰 더들리를 비롯한 세 명의 선원 에드윈 스티븐스, 에드먼드 브룩스, 리처드 파커는 구명보트로 배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보트에는 식량도 식수도 거의 실려 있지 않았고, 그나마 어떻게 조달한 것도 18일째에는 동이 나 버렸다. 제비뽑기로 희생양을 선정하려 했지만 이야기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20일째 되는 날 가장 어리고 가족도 없는 선실 급사 파커(당시 17세)가 해수를 잘못 마시고 근 혼수상태에 빠졌다. 결국 나머지 세 사람은 파커를 죽이고 시체를 먹어 목숨을 부지하기에 이르렀으며, 24일째 되는 날 독일 배에 구조를 받았다. 이들은 모국으로 송환된 후 살인죄로 구속당했는데, 여기에 카르네아데스의 판자로 대표되는 긴급피난을 적용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놓고 가열차게 공방을 벌이다 결국 영국고등법원 왕좌부(High Court of Justice Queen's Bench Division)까지 올라갔다. 고등법원은 모살죄로 사형을 선고했으나, 세간에서 워낙 동정 여론이 강했던 까닭에 빅토리아 여왕이 특사를 내려 금고 6개월로 감형했다고 한다. 한편 여담으로, 에드가 앨런 포우가 1838년에 발표한 낸터켓의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The Narrative of Arthur Gordon Pym of Nantucket) 2장에서는 주인공을 포함한 네 명의 선원이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하며 지독한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제비를 뽑아 지목된 자를 잡아먹는데, 그 불운한 선원의 이름은 리처드 파커였다.....
(註 8) 캐롤 클리브랜드(Carol Cleveland) : 일곱 번째 파이슨으로 꼽히기도 하는 이 시리즈의 거의 유일한 여성 고정출연진. (나머지 하나는 클리즈의 전 마누라인 코니 부스Connie Booth다)
(註 9) 식인 습관의 온상 : 그런데 표류 중에 식량이 떨어지면 제비를 뽑는 건 뭐 거의 불문율 맞다던뎁쇼; (포우 역시 1820년의 에섹스Essex 호 사건에 영감을 얻어서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를 썼다고)
(註 10) 아가일과 아덴 : 1963~1967년 영국의 왕령식민지인 예멘의 아덴 지구에서 일어난 아덴 반란(Aden Emergency). 아가일은 반란 진압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영국육군 스코틀랜드 사단 제 1 보병대대 '아가일 & 서덜랜드 하이랜더즈(Argyll and Sutherland Highlanders)'.
(註 11) 장의사 스케치는 시종일관 막 나가는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자자한 물건이다. 중간 중간에 들리는 관객들의 야유는 거의 실제 상황이라고(......). 사실 관객 전부가 주먹을 휘두르며 세트장에 난입하도록 만들려고 했는데 소방규칙 때문에 일부밖에 들어가지 못했고(.....) 진짜로 뜨악한 관객들은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아무튼 하도 악명이 높아서 1970년 처음 방영된 이후 마스터 테이프에서 짤렸다가(....) 1985년에 와서야 겨우 복구되었다고. 한편 본 스케치의 라이터 중 하나였던 존 클리즈는 1989년 그레이엄 채프먼의 장례식 추도사에서 이건 전적으로 병맛의 경계선을 한계까지 잡아늘리는 게 취미였던 채프먼의 공로라고 칭송했다나 어쨌다나(.............)


한 마디만 하죠. 이놈들은 변태다!
다음 일일일몬은 Four Yorkshiremen, Falling from Building, Dirty Hungarian Phrasebook, Working-class Playwright, Hell's Grannies, The Funniest Joke in the World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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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ycle Repair Man.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10/12/16 14:36

엘리자베스를 뒤집어쓴 옷상의 지나간 트위터를 별 생각없이 훑어보다 12월 9일자에서 아닌 밤중에 눈 튀어나올 한 마디를 발견했다.

옛날 몬티 파이슨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전파를 탔을 무렵엔 프로그램 시작이랑 끝부분에 이마노 유지 등등이 나와서 개그의 배경이 되는 영국 문화니 역사를 설명해주곤 했죠. 당시엔 그다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아서왕 이야기도요.
몬티 파이슨은 원래 30분짜리 방송이지만 일본에서는 해설까지 붙여서 1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어요. 남는 시간엔 갓 데뷔한 타모리가 아이패치를 붙이고 4개국 매지션 같은 장기를 피로하는 미니 코너를 하기도 하고.... 잠깐, 은혼 상관없잖아?


옷상 당신 몬티 파이슨 보고 자랐소!!!!?

더구나 이마노 유지가 해설하고 타모리가 미니 코너를 맡은 일본 최초의 몬티 파이슨 방송은 1976년. 들리는 말로는 옷상은 1961년생........ 플러스 방영시간대는 밤 10시부터 10시 54분(미묘하다;).... 야이 어린애가 대체 뭘 보는 거냐아아아아아 잠이나 자란 말이다아아아아아아

어쩐지 그놈의 대책없는 뻘짓 근성이라던가 공중파를 두려워하지 않는 쓸데없는 담대함이라던가 묘한 기시감이 마구마구 엄습하더라더니 이래서 인간은 조기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취향은 수맥 따라 지맥 따라 수렴하는 것이고 덕택에 나는 일일일몬을 실천하여 몬티 파이슨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전파해야 한다는 격심한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사로잡히지 마 이것아. 하여간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말만 떠들썩하게 해놓고 아예 손 놓고 있었던 스페인 종교재판소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까 합니다 꾸벅꾸벅. 아니 먼저 일일일몬부터.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 하지 않소.
그런 관계로 다음의 스케치는 몬티 파이슨의 비행 서커스(Monty Python's Flying Circus) 1시즌 제 3화 '꽤나 먼 거리에서 여러 종류의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How to Recognize Different Types of Tree From a Quite Long Way Away)'에 수록된 자전거 수리맨(Bicyle Repair Man). 3화에는 내가 턱없이 좋아하는 Restaurant Sketch도 있고 그 악명 높은 Nudge Nudge도 들어 있지만 하필이면 자전거 수리맨인 이유는.... 대사가 적어서 (뭐 임마!?)


내레이터(존 클리즈) : 이 사람은 평범한 사내가 아닙니다. 그의 이름은 F. G. 슈퍼맨. 겉보기에 그는 법을 준수하는 여타 선량한 시민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F. G. 슈퍼맨 씨에게는 비밀이 있습니다……언제 어디서나 사건이 터졌을 때, 그는───자전거 수리맨으로 변신합니다!!

슈퍼보이 : 자전거가 망가졌어요! 길 저쪽에서요!
자전거 수리맨(마이클 페일린) : '흐으으으으음. 보아하니 자전거 수리맨이 나서야 하겠군. 허나 어찌해야 정체를 들키지 않고 변신할 수 있을까?'
슈퍼맨 1(존 클리즈) : 자전거 수리맨만 여기에 있어주었더라면!
자전거 수리맨 : 잠깐! 자전거 수리맨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소. 저기를 보시오!

(번쩍!)

슈퍼맨 1 & 2(그레이엄 채프먼) : 자전거 수리맨이다! 하지만……어떻게?

슈퍼맨 3(테리 존스) : 오 보게!
슈퍼맨 4(존 클리즈) : 저것이 주식중매인인가?
슈퍼맨 5(그레이엄 채프먼) : 혹은 건축측량사일까?
슈퍼맨 3(테리 존스) : 혹은 교회관리인일까?
슈퍼맨 일동 : 아니야! 자전거 수리맨이다!!

슈퍼맨 6(테리 존스) : 오! 자전거 수리맨! 와 주실 줄 알았어요! 이걸 보세요.

(철컥!)
(나사죄기!)
(구부리기!)
(공기 주입!)
(안장 교체!)

슈퍼맨 5 : 세상에! 제 양손으로 직접 수리하고 있다니!
슈퍼맨 4 : 보게! 스패너로 너트를 조이는 저 광경을!
슈퍼맨 6 : 오……오! 자전거 수리맨! 무슨 수로 당신께 보답할 수 있을까요!
자전거 수리맨 : 그럴 필요 없수다, 형씨. 이건 자전거 수리맨의 일상이니까요.
슈퍼맨 일동 : 우리의 영웅!

내레이터 : 그렇습니다! 자전거가 망가졌을 때, 혹은 공산주의의 거대한 위협을 받을 때, 자전거 수리맨은 항상 나타납니다! 공산주의자를 분쇄하고, 지워버리고,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추방하기 위해……더러운 빨갱이들, 까부수고, 짓밟고, 이빨을 뽀사버리라지……죽여! 죽여! 죽여! 저주받을 빨갱이 새끼들, 염병할 놈들, 갈아마셔도 션찮을 후레자식들!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아내 : 노만, 차 마실 시간이에요.
내레이터 : 지금 가 여보!



1. 화질이 드럽게 좋은 이유는 몬티 파이슨 측이 직접 올렸기 때문이다(.......) 이 인간들이 유투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난립하는 불법 영상들을 정리한답시고 보통은 계정을 차단하거나 영상을 삭제해 버리는 게 보통이건만 더 고화질 영상을 업로딩해서 깡그리 쓸어 버렸대나 어쨌다나(..............)

2. 세탁소 시퀀스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험중개인의 모험(The Adventures of an Insurance Broker), 인컴택스[=소득세] 코믹스(Income Tax Comics), 야채가게(The Grocer) 같은 살떨리는 제목의 잡지들을 볼 수 있다.

3. '저거이 주식중매인? 건축측량사? 교회관리인?' 은 두말하면 입만 피곤하지만 물론 그 유명한 대사 "새인가? 비행기인가? 아니, 슈퍼맨이야! (Is It a Bird? Is It a Plane? No..It's....Superman)" 의 패러디다. 여담이지만 It's a Bird...It's a Plane...It's Superman이라는 겁나는 제목의 뮤지컬(1966년 초연)도 존재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4. 막판에 등장하는 갑옷 입고 통닭 든 기사는 테리 길리엄이 분한 '통닭으로 사람을 때리는 기사(The-Knight-Who-Hits-People-With-A-Chicken)'. 시즌 1에 등장해 멍청한 소릴 하거나 웃기는 데 실패한 놈들의 머리를 생닭으로 마구 후려갈기고 다닌다(.....).

5. 다음의 일일일몬은 Four Yorkshiremen, Falling from Building, Dirty Hungarian Phrasebook, Lifeboat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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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gony and the Ecstasy, Monty Python Ver.

보거나 혹은 죽거나/Loonies in England | 2009/09/11 22:30

내가 정기적으로 앓는 지병이 세 가지 있다.
① 황금들은 어째서 이놈도 저놈도 다 사랑스러운 거냐 뷁
② 키드 님 아름다우셔요 키드 님 하아하아 키드 님
③ Oh damn Monty Python how I love thee and British should be illegal!!!

현재 세 종류를 한꺼번에 앓고 있습니다 예(.......)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현실도피만 는다더니.
지병 셋이 어우러져 피를 끓이고 정열을 불태우는 이 시기에 마침 경애해마지 않으며 종종 스토킹을 일삼고 있는 두 분이 얼마 전 1일 1몬을 실천하신 바 가슴이 몹시 설레는지라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기껏 개설한 카테고리도 채울 겸사겸사해서, 그간 벼르기만 하던 짓을 저질러 버렸어요. 데헷.
출처는 1982년의 Monty Python Live at the Hollywood Bowl. 번역에 대한 태클은 받지 않습니다. 절대로.


(그레고리우스 성가)
종자(그레이엄 채프먼) : 성하, 미켈란젤로가 알현을 청합니다.
교황(존 클리즈) : 누구라고?
종자 : 미켈란젤로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이며 대표작으로는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화와 다윗상이 꼽히옵니다.
교황 : 아, 알았네…….
종자 : 1514년에 미켈란젤로는 플로렌스로 돌아가,
교황 : 오, 됐어, 충분해, 그만 됐어, 다들 알았다고!
종자 : 오.
미켈란젤로(에릭 아이들) : 안녕하세요, 성하.
교황 : 안녕한가, 미켈란젤로. 내 자네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두고 한 마디 해야겠네.
미켈란젤로 : 헤에.
교황 : 좋지 않아.
미켈란젤로 : 오, 저런. 엄청 오래 걸렸는데.
교황 : 아주 좋지 않아.
미켈란젤로 : 젤로가 마음에 안 드세요?
교황 : 아닐세.
미켈란젤로 : 아닌가요? 하긴 색깔이 좀 잘 나왔죠, 안 그래요? 음, 알았어요. 캥거루가 싫은 거죠?
교황 : 무슨 캥거루!?
미켈란젤로 : 문제없어요. 덧칠하면 되죠 뭐.
교황 : 캥거루는 본 적도 없어!
미켈란젤로 : 어……뒤쪽에 있어요. 덧칠하죠 뭐! 살짝 손봐서 사도로 만들면 돼요, 간단해요.
교황 : 아~아아아아.
미켈란젤로 : 이제 됐죠?
교황 : 그게 문제일세.
미켈란젤로 : 뭐가요?
교황 : 사도들이 문제야.
미켈란젤로 : 너무 유대인 같아요? 유다를 제일 유대인 같이 그렸는데.
교황 : 아니야. 사도가 스물 여덟 명일세.
미켈란젤로 : 어, 한 명 더 있다고 뭐 큰 사단이 나겠어요. 캥거루를 사도로 바꾸죠 뭐.
교황 : 요지는 그게 아니야.
미켈란젤로 : 알았어요. 캥거루를 지울게요. 솔직히 나도 그닥 맘에 차진 않았어요.
교황 : 아니라고 했잖나. 사도가 스물 여덟 명이라니까!
미켈란젤로 : 많아요?
교황 : 당연히 많지 않으면 뭔가!
미켈란젤로 : 많긴 해도요, 그야말로 최후의 만찬답잖아요. 아무 데서나 보는 흔해빠진 최후의 만찬 말고, 최후의 한끼도 마지막 스낵도 아니라 진짜배기 최후의 만찬 말예요. 그 뭐냐, 보는 사람을 이렇게 화-악 압도하는 분위길 내고 싶었다구요!
교황 : 최후의 만찬에 있었던 사도는 열두 명이야.
미켈란젤로 : 글쎄, 나중에 몇 명이 더 왔……
교황 : 다해서 열둘일세!
미켈란젤로 : 어, 친구랑 같이 왔을지도 모르잖아요?
교황 : 잘 듣게! 최후의 만찬에는 오로지 열두 사도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만이 있었어. 성경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네!
미켈란젤로 : 친구도 없었어요?
교황 : 없었어.
미켈란젤로 : 웨이터는요?
교황 : 없었어.
미켈란젤로 : 캬바레는?
교황 : 없었다고!
미켈란젤로 : 아 그치만요, 아깝잖아요. 그 친구들 덕에 장면이 막막 실감이 나는데! 뭐 몇 명 지울 수야 있지만, 그치만……
교황 : 최후의! 만찬에는! 오로지! 열두 사도와……
미켈란젤로 : 알았어요! 해결됐어요! 제목을 바꾸자고요. <최후 직전의 만찬>으로!
교황 : 뭐이라?
미켈란젤로 : 그치만, 최후의 만찬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그 직전의 만찬도 있었지 않겠어요. 말하자면 '뒤에서 두 번째 만찬'! 거기에 몇 명이 왔는지 성경엔 나와 있지 않죠?
교황 : 그렇네, 허나……
미켈란젤로 : 만사 오케이네요!
교황 : 이보게! 최후의 만찬은 우리 주님의 일생에 일어난 중대한 사건이지만, 뒤에서 두 번째 만찬은 아니야! 백보 양보해 마술사와 마리아치 밴드가 있었어도 안돼! 나는 자네에게 최후의 만찬을 요구했고, 내가 원하는 건 최후의 만찬일세! 사도 열둘과 그리스도 하나를 그린!
미켈란젤로 : 하나!!!?
교황 : 그래, 하나! 설명 좀 해보게나, 대체 무얼 잘못 주워먹고 그리스도를 셋이나 그린 겐가!!
미켈란젤로 : 효과 만땅이잖아요!
교황 : 효과!?
미켈란젤로 : 그래요! 근사하다구요! 뚱보 하나와 말라깽이 둘, 균형이 맞잖아요!
교황 : 구세주는 오직 한 분이야!
미켈란젤로 : 아 그거야 나도 알고 형씨도 알고 세상이 다 아는 일이죠. 하지만 창작자의 권한 모르세요?
교황 : 내가 원하는 건 유일한 메시아라고!
미켈란젤로 : 오, 이제야 알겠군요! 형씨는 빌어먹을 사진사를 바라는 거예요. 사진사라구요! 형씨의 머리를 타고 앉을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예술가가 아니라,
교황 : 귀 후비고 똑바로 듣게! 둘 중 하나야! 그리스도는 하나 사도는 열둘, 캥거루는 없고 트램펄린 곡예는 더더욱 없는 최후의 만찬을 목요일 점심까지 그려오던가, 돈 받을 생각일랑 하지도 말던가!
미켈란젤로 : 재섭는 파시스트!
교황 : 이봐! 나는 재섭는 교황이네! 예술엔 빠삭하지 않을지 몰라도, 내가 누군지는 알아!



1. 이 빌어먹을 영국놈들! 愛してるよ! (벌헉)

2. 페일린은 조낸 귀엽고 클리즈의 목소리는 하름다우며 채프먼 대령은 내 취향의 정중앙 스트라이크고 아이들은 수염이 짱이며 존스는 타고난 피해자 면상이고 길리엄의 느물느물한 웃음이 헉스럽게 사랑스럽다 믿어 의심치 않는 몬티 파이슨 하악질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태껏 4시즌을 못 보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클리즈가 없기 때문이다ㅠㅠ 그치만 그치만, 클리즈의 독특한 톤으로 내지르는 기성이 없는데 대체 무슨 낙으로 봐야 하죠? ㅠㅠ (그렇다 나는 관우 장비 조조 님 유비 큰형님 다 날아간 후 의욕이 꺾여 삼국지도 집어던졌던 여자.... 손권이야 있어봤자 별 쓸모도 없[폭언 생략])

3. 미켈란젤로와 율리우스 2세가 열라절라 유치하게 물고 뜯고 싸웠다는 건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지라. The Agony and the Ecstasy 봐라.
(뭣 영화판에선 렉스 해리슨이 교황님이라고라!? 봐야 되냐?)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찰턴 헤스턴인뎁쇼... 갈등 생기네....)

4. 헌데 진짜로 어이없는 건, 이 스케치가 실화, 즉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가 1573년에 그린 <레위 가의 향연(Feast in the House of Levi)>에 얽힌 소동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이다(...) 뭣이라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로 있었다고라(.....)
가로 12미터, 세로 5미터에 달하는 이 대작을 베로네세는 본디 <주님의 마지막 만찬(Lord's Last Supper)>이라 불렀는데, 딴에는 마태와 함께 한 식사(마태복음 9장 10절)을 묘사한다고 했건만 - 아마도 필경 제 실력에 취해서 - 대중없이 그려넣은 엑스트라들과 그놈의 Last Supper라는 제목이 문제가 됐다. 베로네세는 1573년 6월 8일에 종교재판정으로 불려가서 우리 주님의 만찬, 하물며 Last Supper에 개와 주정꾼과 어릿광대와 난쟁이와 독일병사 등등이 있어야 할 이유를 대보라 짖어대는 재판관들에게 신성모독 혐의로 아주 달달달달달 볶였다고 한다. 결국 개를 덧칠하고, 막달레나를 그려넣고, 독일병사들을 긁어낸다는 조건으로 목이 붙은 채 풀려났지만, 베로네세는 교활하게도 제목을 레위 가의 향연으로 바꿔 그림을 수정할 필요를 비껴갔다나 어쨌대나(....)
....근데 정말 뜬금없는 독일병사들은 뭔 이유로 그려넣었대냐 이 사람;;;;

5. 영국인 멤버 다섯 명 중 두 명이 옥스퍼드, 세 명이 케임브리지 출신의 졸랭 엘리트라는 거야 너무나 유명한 얘기지만, 로완 앳킨슨(미스터 빈)이 옥스퍼드 출신인데 이어 사샤 바론 코헨(뭐야 당신도 영국놈이었어!?)마저도 케임브리지 출신......

야이 씨바 더러운 영국... 옥스브리지쯤 나오지 않으면 코미디언도 못해먹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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